하오문의 설계자

무료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무협

완결

임윤섭
그림/삽화
윤섭7112
작품등록일 :
2024.06.01 15:08
최근연재일 :
2025.02.17 13:30
연재수 :
145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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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7,163
추천수 :
416
글자수 :
792,7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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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7.02 1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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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글자
11쪽

하오문 쟁탈전(1)

DUMMY

“...공구리치기 딱 좋은 날씨군.”


이화루 장인들과 낙화루 잡일꾼, 철가방을 쉼 없이 갈구어. 적절한 굵기를 가진 철근들을 뽑아낼 수 있었다.


‘문제는 어떻게 저걸 휘냐였는데...’


전생에선 공장에 주문만 하면, 알아서 다 나왔지만. 지금은 공장이 없었다.

그러니, 사람이 하나하나 다 구부려야 했다.

다만... 우리 중에 구부릴 수 있는 사람이 없어, 공사가 불가능했었다.


‘못 구부리면 공사는 나가리가 되는데...’


우리 중, 가장 경지가 높다고 할 수 있는 나 조차, 절정밖에 되지 못했다. 그것도, 내공만 많지... 거의 속없는 빈 껍데기 수준이었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계륵같은 상황 속에... 눈 앞에 곽창호가 나타났다.


“하... 쓰벌. 내가 왜 이런 짓을 해야 하는 거지?”


한숨을 푹 내쉬며, 곽창호가 양손으로 철근을 구부렸다.

일정 각도를 벗어나면 안 되기에, 샘플로 만든 철근을 보며 하나하나 구부려 주었다.

그렇게 만들어진 철근이 한 개에서 두 개...

두 개에서 열 개...

백 개가 넘어갈 때쯤. 곽창호가 내게 말을 걸었다.


“근데, 이건 왜 휘는 거냐?”

‘...이제와서?’


작업이 거의 다 끝나가는 시점에서.

이제와 묻는게 웃기긴 하지만... 묻는 사람이 곽창호였기에, 알려주기로 했다.


“기둥이랑 바닥 사이에 넣기 위해서죠.”


무게, 즉 하중이란 끊긴 점에 응집되는 법이다.


“...사람의 관절을 생각하면 편합니다.”


예를들어, 멀리 뛰기 선수가 있다 하자.

이 사람의 몸무게와 달리는 속도에 대해, 무릎 관절에 하중이 부여될 것이다.

여기서, 철근은 사람의 근육이라 생각하면 되었고... 철근이 건물의 이음새를 지켜준다 보면 되었다.


“신기하군... 사람과 건물이 비슷하다니...”


-우드드득!

곽창호가 말하면서 철근을 구부렸다.


'끊어진거 아냐, 저거?!'


요란한 소리에도 불구하고.

철근은 멀쩡했다.


“하... 언제 끝나냐 이거...”


자괴감에 빠진 대사를 치면서도, 곽창호는 사제가 무동을 배울 수 있도록, 성심을 다해 일해주었다.

다만...


“이제, 이 철근들을 6개씩 묶어 주면 됩니다.”

“...묶으라고?”


일이 끝이 없다는 게 문제였다.


“저희 들 중, 이걸 철근으로 묶을 수 있는 사람이 없습니다.”

“...아.”


곽창호가 작게 탄식했다.

잡일꾼들이 전부 우락부락 해보이지만... 철근 앞엔 다들 힘을 못 썼다.


“...됐냐?”


가로에 5개, 세로에 9개.

도합, 90개의 기둥이 만들어졌다.


“감사합니다!”

“그럼, 나는 들어간...”

“조금만 더 도와주십쇼!!!”

"...뭐?"


곽창호가 제 귀를 의심했다.


"도와주십쇼! 이대로 가단, 여기 있는 식구들 모두가 죽습니다!!!"

“아... 씨...”


조용히 공사장을 빠져나가려던 곽창호가 다시 작업장으로 잡혀왔다.


“...뭐하면 되는데?”


곽창호는 저항하는 것을 포기했다.


“이것 좀 잡아주십쇼.”

“이게 뭔데?”

“혼응토(콘크리트)가 지나가는 관입니다.”

“...혼응토?”


자갈이나 모래나, 따로 있을땐 가볍지만.

다 섞고 나면 뭐든 무거워지기 마련이었다.


“혼응토 들어갑니다!”

“...야, 잠깐만. 이거 관이 너무 흔들리는데?!!”


곽창호가 흔들리는 관을 제어하지 못해, 그만 안에 있던 콘크리트가 관 밖으로 튀어 나왔다.


‘까비...’


옷이 콘크리트 범벅이 된 곽창호에겐 미안하지만, 저 콘크리트가 다 돈이었기 때문에. 내 입장에선 곽창호보단 낭비된 콘크리트에 눈이 갔다.


“...하. 아끼는 옷이었는데.”


곽창호가 입은 옷의 희생으로...

낙화루 기초공사와 지하 2층 벽체 구축을 마무리 할 수 있었다.


“안에 혼용토가 들어가면, 막대로 잘 섞어주세요!!!”


작업장 한 구석에서 제작한 콘크리트를 형틀에 맞춰 부어 넣는다.

콘크리트를 한 번에 생산할 수 있는 양은 제한 되어 있기에, 벽 쪽에서 이어치기를 할 수 있을 정도 부어준 후. 남은 콘크리트는 벽돌 틀에 넣어 콘크리트 벽돌을 제작했다.


“금삼아. 근데, 왜 벽돌을 만드는 거냐?”


개삭두 형님이 틀에 남은 콘크리트를 넣다 내게 질문해왔다.


“미장재입니다.”


청루 낙화루는 홍루로 다시 태어난다.

그렇다면, 거기에 맞게 치장 또한 해줘야 했다.


‘그게 사용자가 원하는 거니까.’


창기들에게 예기들의 기술을 배우게 하고, 그러지 못할 경우. 능력과 재능에 맞는 작업에 배치하여, 잉여 인력이 없게 만든다.


“...다시는 이런 일 시키지 마라.”


곽창호가 허리가 아프다는 듯, 옆구리를 툭툭 두드리며 말했다.


‘...앞으로 곽창호에겐 못 시키겠네.’


내가 원하는 대로 건물을 지을 수 있도록.

좋은 노동력을 구하긴 해야 할 것 같았다.


“금삼아! 다 채웠다!”

“자... 그럼, 내일 작업할 것 미리 준비할까요?”


곽창호가 눈을 가늘게 뜨고선 나를 쳐다보았다.


"...설마?"

"네. 생각하시는게 맞습니다."

“...이게 끝이 아니라고?”


곽창호의 눈이 순간 커졌다.


“지금 지하 2층만 하지 않았습니까.”


지하 1층과 기단이 남아있었다.


“하... 걸려도 하필 이런 놈에게 걸리다니...”


곽창호가 조용히 욕을 읊조렸다.


“끝나고, 다과 한 상 올리겠습니다.”


당근과 채찍 말고, 당근과 당근.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말고, 힘을 쓸 수 있는 곽창호를 붙잡아야만 했다.


“스승이나, 사형이나, 사제나... 어후...”


곽창호는 웃고 있는 나를 보며 혀를 끌끌찼다.


“감사합니다!!!”


그렇게...

공사를 시작한 지 약 1개월 후.


“공사 양호.”


지하 2층에서 지하 1층까지.

목구조의 기단이 될 콘크리트 양생이 완료되었다.


“이제 남은 건 목공사 뿐.”


목구조는 나보단, 이화루 장인들이 더 쏨시가 좋을테니, 그쪽에 맞기기로 하고...


‘나는 하오문주를 찾아가야지.’


하오문주가 가만히 있으니, 더 이상 나를 방해 할 수 있는 건 없었고... 나는 그토록 바랬던 낙화루 재건축 공사와 무공을 키울 수 있었다.


“...어딜 가겠다는 얼굴이구나.”

“사형..!”


공사를 지켜보던 곽창호가 내게 다가왔다.


“아직 다 다듬어지려면 멀었는데, 가긴 어딜 가?”

“악! 아픕니다 사형!”


곽창호가 내가 선물한 부채를 들고, 내 옆구리와 어깨를 찔렀다.


“어디서, 뭘 보고 배운 건진 모르겠지만... 쓸 때 없는 동작이 많아.”

“...그렇습니까? 전 전혀 모르겠던데요?”


초절정 고수 정도 되면, 그런 것들이 어느정도 눈에 들어오는 모양이었다.


“그래도, 어디가서 맞고 죽지 않을 만큼은 다듬어 놨으니. 뭐... 가서 잘 해봐라.”

관심 없는 척, 태연한 척 하지만.

곽창호는 분명 나를 걱정하고 있었다.


‘여태까지 나를 놓지 않고 가르친 걸 보아 알 수 있어...’


1달 내내.

공사와 수련으로 곽창호를 괴롭혔음에도, 곽창호는 나를 포기하지 않았다.


“...다녀오겠습니다.”


다녀온 후, 곽창호를 굴려줄 거라 다짐하며.

나는 하오문주가 있을 야화루로 떠났다.


***


“오래 걸렸군요.”


야화루로 들어서는 길목 앞...

총관이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러게나 말 입니다... 저도 이렇게 길어질 줄은 몰랐습니다.”


거짓말이었다.

어쩌면, 더 걸릴 걸 고려하고 공사를 시작했고... 운이 좋아, 기단을 만들 수 있었다.

내 생각을 읽은 건지, 총관이 픽 하고 웃었다.


“안내하겠습니다.”


총관이 대문을 두드리자, 꿈쩍할 것 같지 않던 묵철(墨鐵)로 된 대문이 입을 벌렸다.


“하오문주는 어디있습니까?”

“문주는 이곳 2층에 있습니다.”


총관은 걷는 내내, 나와 별 대화를 하지 않으려 했다.


‘...약점 캐내는 건 무리겠네.’


총관은 나를 언제든지 도와줄 것 처럼 굴었지만...

지금 같은 순간마다, 항상 선을 그어왔다.


‘혹시라도 잘못 될 때를 고려해서 그러는 거겠지...’


그러니, 너무 신경쓰지 않기로 했다.

어차피, 내가 이기면... 하오문도, 총관도. 다 내 것이 되니까 말이다.


“크군요...”


이 저택도 말이다.


“현 하오문주가 지금의 자리에 오기 까지. 3년에 한번 씩. 칸을 늘렸으니까요.”


아래에 여섯, 위에 둘.

총, 8칸이 있는 비밀 저택이었다.


‘...음?’


뒤에 있는 문을 보는데....

이상한 점을 발견했다.


‘...뭐냐, 이곳은?’


저택이 꽤 규모가 있음에도, 대문 앞에선 안쪽이 보이지 않았다.


‘그렇다고, 대문 높이가 낮은 것도 아냐...’


이게, 말로만 듣던 진법이라는 건가?!


“무운을 빕니다.”

“아...”


어느새, 계단을 올라. 하오문주가 있다던 2층에 도착했다.


‘심호흡 한번 하고...’


술렁이는 심장을 진정시킨 뒤, 나는 문주가 있는 방의 문을 열었다.


‘...놈이다.’


문을 열자, 눈앞에 덩치 큰 사내 하나가 모습을 들어냈다.


“...너로군.”


하오문주가 천천히 뒤를 돌아봤다.


“낙화루의 사형제를 죽이고, 이화루주를 죽인 간 큰 놈이...”


-스릉!

하오문주가 양손에 도끼를 들어 올렸다.

절그럭. 절그럭. 하오문주가 나를 향해 다가올 때마다 도끼 끝에 달린 쇠사슬이 서로 부딪혔다.


“그거 아십니까?”


나는 잠시 눈을 감았다.


“...저는 이 날이 오기만을 기다렸습니다.”


하오문에 팔려오던 날.

친했던 동기가 개죽음을 맞이했던 날.

아무것도 할 수 없고, 용기가 없던 자신에게 실망하던 날.

나는 언젠가 반드시, 이날이 오기만을 기도했었다.


“기다렸다고?”


하오문주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무서워서 숨어 있던 거겠지.”


하오문주가 손을 들어, 제 덥수룩한 수염을 쓰다듬었다.


“나는 너 같은 놈들을 잘 안다... 아직은 때가 아니라며, 기회가 올 거라며. 동료들의 시체 속에 숨어 있다가... 위기라고 생각하니, 그 때서야 고개를 내미는 놈들...”


-철컹.

하오문주가 나를 향해 칼끝을 세웠다.


“천하에 둘도 없는 겁쟁이. 그게, 네놈의 정체다.”


맞는 말이다.


‘쳐 맞을 말...’


이성은 저게 도발이라는 걸 알고 있다.

하지만, 금삼(金三)으로서 살아온 세월이 내 이성을 뒤흔들어 놓았다.

진정해야 하는 걸 알면서도, 감정이 좀처럼 진정되지 않자 나는 하오문주를 나처럼 만드는 걸 택했다.


“근데, 그건 너도 마찬가지 아니야?”

“뭐라..?”


하오문주의 한쪽 눈썹이 꿈틀거렸다.


“너 또한 나라는 인간이 돌아다니고 있음에도 야화루 밖으로 한 발자국도 움직이지 않았지.”


내가 무서웠던 것 아냐?!


“...뚫린 입이라고. 아무 말이나 내뱉는군.”


도발이 먹혔다.


‘감정은 진정은 됐지만... 결과적으로 놈이 화나게 만들어 버렸군...’


만약, 죽게 된다면 분명 끔살을 당하겠지...


‘하지만, 후회는 없다.’


나는 검집에서 검을 빼 들었다.


“...오너라. 내 친히 네놈의 주둥이를 찢어주마.”


작가의말

제 글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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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3 마지막 전투(1) 삽화 有 25.02.15 115 0 12쪽
142 2차 전쟁(5) 삽화 有 25.02.14 101 0 12쪽
141 2차 전쟁(4) 25.02.09 105 1 12쪽
140 2차 전쟁(3) 삽화 有 25.02.08 118 1 14쪽
139 2차 전쟁(2) 25.02.07 107 1 12쪽
138 2차 전쟁(1) 25.02.04 105 1 11쪽
137 무덤공사(5) 25.02.03 110 1 13쪽
136 무덤공사(4) 25.02.02 114 1 14쪽
135 무덤공사(3) 25.02.01 112 1 13쪽
134 무덤공사(2) 25.01.31 111 1 13쪽
133 무덤공사(1) 25.01.30 114 1 12쪽
132 혼원단(6) 25.01.29 109 1 12쪽
131 혼원단(5) 25.01.28 109 1 12쪽
130 혼원단(4) 25.01.24 109 1 14쪽
129 혼원단(3) 삽화 有 25.01.21 114 1 13쪽
128 혼원단(2) 25.01.20 121 1 13쪽
127 혼원단(1) 25.01.19 123 1 13쪽
126 북해빙궁(4) 25.01.18 112 1 12쪽
125 북해빙궁(3) 25.01.17 130 1 13쪽
124 북해빙궁(2) 25.01.15 133 1 14쪽
123 북해빙궁(1) 25.01.14 130 1 13쪽
122 일월신교(5) 삽화, 고양이 사진 有 25.01.12 154 1 13쪽
121 일월신교(4) 25.01.11 153 1 13쪽
120 일월신교(3) 25.01.10 141 1 14쪽
119 일월신교(2) 25.01.08 141 1 13쪽
118 일월신교(1) 25.01.06 142 1 12쪽
117 하오문 총력전(8) 25.01.05 143 1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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