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오문의 설계자

무료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무협

완결

임윤섭
그림/삽화
윤섭7112
작품등록일 :
2024.06.01 15:08
최근연재일 :
2025.02.17 13:30
연재수 :
145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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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7,170
추천수 :
416
글자수 :
792,719

작성
24.07.03 1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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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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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글자
11쪽

하오문 쟁탈전(2)

DUMMY

나와 하오문주.

누가 먼저랄 것 없이, 우리는 서로를 향해 도약했다. 열 받은 문주가 나를 향해 도풍(刀風)을 날렸다.

아니... 정확히, 도끼를 날렸다.


‘...미친?!!’


-까앙!

검에 내공을 담아 머리를 노리고 날아오는 도끼를 후려쳤다. 쇠와 쇠가 부딪히며 거대한 굉음을 내었다.

도끼를 쳐낸 검에서 진동이 손을 타고 올라왔다.


‘무거워!!!’


같이 딸려온 쇠사슬에 검이 묶이고, 나와 문주가 순간 연결되었다.


“아까 전에 입을 나불거리던 녀석은 어디 간 거지?”


[초상비(草上飛)]


본래 창가에 있던 하오문주가 단숨에 내 앞으로 도약했다. 시작과 함께, 문주의 공격에 흔들린 나는 문주의 도끼 앞에 복부를 훤히 내놓은 상태였다.


[천근추(千斤錘)]


나는 빠르게 기를 운용하여 들고 있던 검의 무게를 증가시켰다. 중력에 의해, 검을 쥐고 있던 손이 크게 뒤틀리고. 손마디가 비명을 지르며 근육이 찢어지는게 느껴졌다.


“으아아아아!!!”


아프다.

허나, 버텨야 했다.


‘여기서 물러서면 내일은 없다!’


-카가가각!!!

도끼가 검의 빗면을 갈며, 부채꼴을 그렸다.

아주 짧은 찰나.

나는 나를 보고 있던 하오문주와 눈이 마주쳤다.

하오문주의 눈에는 나를 죽은 것에 대해 한 치의 망설임 따윈 없었다.


‘얼마나 많은 사람을 죽여야 저럴 수 있는 걸까..?!’


총관이 말하길.

이 저택을 짖는데, 20년 이상이란 세월이 흘렀다.

그 20년 동안... 얼마나, 많은 피가 흘러내렸으며, 얼마나 많은 이가 죽음 앞에 두려워 떨었던가.


[초상비(草上飛)]


“...음?!”


하오문주가 내게 보여줬던 그대로 놈과 나 사이의 거리를 단숨에 좁혔다. 허공에 떠오른 상태로 문주를 향해 칼끝을 겨누었다.


[천근추(千斤錘)]

[초상비(草上飛)]


가벼워진 도끼가 쇠사슬의 움직임을 따라 하오문주의 손에 안착하고. 위에서 아래로 떨어지는 백색의 검결(劍缺)과 수평선을 그리는 흑색의 도선(刀線)이 허공에서 맞부딪쳤다.

진 노랑색의 불꽃이 사방으로 튀기며 도신을 붉게 달구었다.


“으아아아아!!!”


-캉! 카강! 캉!

가벼워진 두 날붙이가 허공에서 십여 번 부딪혔다.

한방, 한방. 문주의 도끼를 막을 때마다 손이 저려왔다. 그럼에도 나는 검에서 손을 놓지 않았다.


‘빈틈이다!’


고신 끝에, 찰나의 순간 문주가 보인 빈틈을 발견했다. 나는 문주의 약점을 향해 검선을 크게 휘둘렀다.


“어이가 없군.”


-콰앙!!!

짧은 찰나.

하오문주가 다른 손에 들고 있던 도끼에 무게를 싫어, 도면으로 등허리를 강타했다.

1장(丈)을 날아간 몸이 벽을 뚫고, 2층의 다른 방 위로 굴러 떨어졌다.


“쿨럭! 쿨럭!!!”


뿌연 먼지가 기관을 통해 허파로 들어갔다.

입에서 쇠 맛이 감도는 게. 아무래도 장 아래 쪽이 손상된 것 같았다.


“...상대가 일부러 보여준 허점을 의심 한번 없이 파고들다니...”


-우드득. 우득.

하오문주가 팔을 허공에 이리저리 휘둘렀다.


“네놈. 나랑 같은 절정이 맞나?”


목구멍 뒤로 침이 넘어가는 것이 느껴졌다.


‘정말... 나랑 같은 절정 맞나..?’


분명, 내 검법이 더 빠르고, 정교했다.


‘무당의 가르침을 받았으니까...’


하지만... 어째선지, 문주가 휘두르는 무거운 도끼가 내 검보다 가벼운 듯한 느낌이었다.


‘왜지?’

“...그렇군. 그런거였어.”


뭔가 깨달았다는 듯.

하오문주가 고개를 끄덕여댔다.


“오만하고 경솔한 것. 그저, 경지만 높이면 다 되는 줄 알았더냐?”

‘...그런거군.’


같은 무공을 사용해도, 빠르기와 이해가 달랐다.

그것은 즉, 숙련도를 의미했고... 나와 문주 사이에는 적어도 20년이란 세월의 차이가 있었다.


“저런 놈한테 당하다니... 내가 내 옆에 멍청이를 두었어...”


가소롭다는 듯 코웃음을 치며, 하오문주가 내가 있는 방으로 걸음을 옮겼다.


‘...상대는 도끼를 사용한다.’


이렇게 된 이상, 다른 때처럼 머리를 굴려 꾀를 내어야만 했다.


“멍청한 놈이 머리를 굴리고 있군.”


[천근추(千斤錘)]


양손에 도끼를 쥔 문주가 바닥을 향해 도끼를 휘둘렀다. 바닥이 꺼지는 소리와 함께, 진동에 그만 중심을 잃고 넘어지고 말았다.


“낙화루 전정이 네게 이리 당했다지?”

[초상비(草上飛)]


기를 운용하여 허공에 몸을 띄웠지만. 하오문주가 나를 향해 내려오는 속도가 더 빨랐다.


[천근추(千斤錘)]


굉음을 내며, 저택이 한 순간에 무너졌다.


***


전생에... 야근을 마치고 집을 돌아가는 길이었다.

방금 탄 버스가 막차였음에도... 그날 따라 한강이 너무 아름다워, 지친 몸을 이끌고 다리 위에 올라간 적이 있었다.


-야! 이 개새끼야!!!


욕을 하지만, 대상은 없었다.

아니다, 대상은 나였나..?


-당선이라매! 근데, 왜 결과가 뒤집히냐고!!!


설계 공모전이 있었다.

회사 식구들이 팀을 만들어, 한 달이란 시간동안 집에도 못 들어간 채. 작업에 몰두했다.


기본설계안.

기술제안서.

판넬에 들어갈 이미지.

모형 등...


그렇게, 작품에 쏟은 돈이 약 2억이었다.


-축하한다면서요!!!


당선이 되었다는 소식을 심사위원에게 애둘러 들었으나... 개최자에게 온 축하 인사는 없었다.

애석하게도 다른 업체가 계약을 하게 된 것이다.


-이 씨발 놈들아!!!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들어간 돈은 많은 마당에, 들어온 돈이 없었다.

기대를 가지는 것이 얼마나 허무한 일인가.

막연하고, 어떤 합리적인 이유가 없더라도. 미래엔 좀 더 나아질 거라 믿는 게 그리 멍청한 짓인가?


부딪히고, 깨지고, 굴러댄다.

그럼에도 살아간다.


과거 우리는 미래가 나아질 거라 믿으며 나아갔다.

하지만, 곧 그것이 헛된 희망이었다는 건 오래 걸리지 않았다.

그래도...


‘그 때는 희망이 있었지...’


희망이 있던 그 때.

그 때 만큼은 정말 행복했었다.


“그저, 일한 만큼 대가를 받을 수 있기를 바라는게... 그게 그리 나쁜가?”


-쏴아아아아!!!

분명 실내였는데. 눈치챈 순간 밖으로 나와 있었다.


“...뭐가 어떻게 된거지?”


나는 분명 하오문주와 단판을 벌이고 있었는데...

문주가 바닥을 내려치면서, 발판이 사라졌고. 여파로 벽이 터지며 저택이 폭발하듯 단번에 무너졌다.


“...이건, 흙인가?”


손에 힘을 주어 주먹을 쥐니... 한 손에는 검의 손잡이가. 다른 한 손에는 진흙이 잡혔다.


‘...죽는 건가?’


그럼, 아까 본 것은 주마등일까?

새삼스레 바깥 공기가 상쾌하다는 느낌이 들었다.


‘...뭐지?’


머리는 내 상태가 이상하다는 걸 알면서도, 몸은 밖의 공기를 마치 생명수처럼 빨아들였다.


“...뭐하는 거지?”


하오문주가 하는 말이 들리지 않았다.


‘...뭐지 이건?’


신선한 공기가 폐 안에서 혈맥을 따라 이동하더니, 막혀 있던 혈을 뚫고 그 안에 활기를 집어 넣었다.


-어디서, 뭘 보고 배운 건진 모르겠지만... 쓸 때 없는 동작이 많아.


순간. 곽찬호의 말이 떠 올랐다.

수련 중에, 곽찬호는 부채로 내 어깨, 팔, 허벅다리를 찌르곤 했다. 곽찬호가 알려준 대로 초식을 밟을 때마다 그곳이 전기라도 흐르는 듯 저렸었는데...


-신기하군... 사람과 건물이 비슷하다니...


사람과 건축은 비슷한 점이 많았다.

곽찬호가 찔렀던 부분은 건축에 비유하면, 기둥과 보가 맞닿은 곳으로... 이른바, 혈맥과 같았다.


‘나는 그 혈맥이 막혀 있다는 거고...’


하지만, 곽찬호는 분명 어디가서 맞고 죽지 않을 만큼은 다듬어 놨다 내게 말했었다.

거짓말을 할 위인은 아니니, 이것은 막혔던 혈맥을 뚫어놨다는 것과 같은 의미로 봐도 되었으며. 이는 지금 몸 안으로 들어온 상쾌한 기운을 몸 전신에 집어 넣어도 된다는 의미였다.


‘날 막을 수 있는 건 없다..!’


전신(全身)에서 기운이 터져 나왔다.


“흡?!!”


갑자기 터져 나온 기운에 문주가 제 양팔을 교차하며, 도끼로 기운을 받아냈다. 문주의 입에서 괴성이 튀어나오며 놈은 본래 있던 곳에서 1장(丈) 밖으로 밀려났다.

나는 칼을 고쳐 쥐고, 내게 다가오는 하오문주를 바라봤다.


‘뭐지..?’


눈에 먼지가 들어간 것처럼. 눈앞이 뿌옜다.

이전과 다르게 세상이 보였다.

내 주변에는 푸른색과 황색, 백색의 기운이 피어 오르고 있다면... 문주의 주변엔 검은색의 기운이 피어오르고 있었다.


‘...작군.’


하지만, 그 크기가 내가 풍기는 기운의 1할보다 더작은 크기였다.


“...무어냐 그 눈은?!”


이제 더 이상 하오문주가 무섭지 않았다.


‘...내가 미쳐버린 건가?’


손에 쥐고 있던 검을 들었다.

달빛을 받아 안 그래도 흉측한 내 얼굴이 더 흉측해 보였다. 하지만, 그럼에도 눈을 땔 수 없는 이유는 화상을 입었던 피부가 벗겨지고 있기 때문이었다.


‘...뭔 일이야 이게?’


기묘한 느낌이었다.

화상을 입었던 피부가 점점 벗겨지고, 붉은 근육 섬유 위로 새로 여린 살이 자라나고 있었다.


‘...설마?’


혹시나 하는 마음에 문주를 향해 검을 휘둘렀다.

검을 휘둘러 따라오는 검풍(劍風) 아닌, 기로 이루어진 백색의 검풍(劍風)이 문주의 머리를 향해 날아올랐다.


‘...세상에.’


놀란 나머지 떨어진 입이 닫히지 않았다.

절정에 오른지 얼마 되지 않아, 그 다음 경지인 초절정에 오른 것이다.


“...네놈. 설마, 경지를 지금까지 숨긴거냐?!”


흐름이 달라졌다는 걸 저 또한 깨달은 건지, 다급해진 문주가 나를 향해 도끼를 날렸다.

아쉽게도, 나는 방금전의 나와 달랐다.


‘아.’

“잡았다.”


직선으로 날아온 도끼를 맨손으로 잡아챈 다음, 바로 손으로 잡아당겼다.

초상비를 사용해 무게가 가벼워진 놈과 무기가 동시에 날아왔고. 나는 손에 잡고 있던 도끼를 바닥에 던진 뒤, 날아오는 문주를 향해 두 손으로 검을 휘둘렀다.


“카학!!!”


-촤아아악!

문주의 가슴팍에 붉은 실선이 그려지더니, 핏물이 밖으로 뿜어져 나왔다.


“이대로 당할 순 없다!!!”


문주가 초상비를 운용하여 나를 향해 맹공격을 퍼붓기 시작했다.

나는 문주의 공격을 모조리 튕겨내며 놈이 펼치는 검법의 첫 초식부터 마지막 초식까지 이어지는 과정을 지켜봤다.

앞의 초식과 뒤의 초식이 섞이고, 변형되고, 재조합되는 기묘한 조합...


‘...이상하군.’


하오문의 무공은 본래 근본이 없다.

문주의 것은 절대 저잣거리에서 배운 것이 아니었다. 적어도 십 년 이상... 한 검법만 지독하게 수련한 흔적이 몸에 남아 있었다.


“...너, 뭐냐?”


네놈이 뭔데, 표국의 무공을 익히고 있는거냐?


작가의말

제 글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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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3 마지막 전투(1) 삽화 有 25.02.15 115 0 12쪽
142 2차 전쟁(5) 삽화 有 25.02.14 101 0 12쪽
141 2차 전쟁(4) 25.02.09 105 1 12쪽
140 2차 전쟁(3) 삽화 有 25.02.08 118 1 14쪽
139 2차 전쟁(2) 25.02.07 107 1 12쪽
138 2차 전쟁(1) 25.02.04 105 1 11쪽
137 무덤공사(5) 25.02.03 110 1 13쪽
136 무덤공사(4) 25.02.02 114 1 14쪽
135 무덤공사(3) 25.02.01 112 1 13쪽
134 무덤공사(2) 25.01.31 111 1 13쪽
133 무덤공사(1) 25.01.30 114 1 12쪽
132 혼원단(6) 25.01.29 109 1 12쪽
131 혼원단(5) 25.01.28 109 1 12쪽
130 혼원단(4) 25.01.24 109 1 14쪽
129 혼원단(3) 삽화 有 25.01.21 114 1 13쪽
128 혼원단(2) 25.01.20 121 1 13쪽
127 혼원단(1) 25.01.19 123 1 13쪽
126 북해빙궁(4) 25.01.18 112 1 12쪽
125 북해빙궁(3) 25.01.17 130 1 13쪽
124 북해빙궁(2) 25.01.15 133 1 14쪽
123 북해빙궁(1) 25.01.14 130 1 13쪽
122 일월신교(5) 삽화, 고양이 사진 有 25.01.12 154 1 13쪽
121 일월신교(4) 25.01.11 153 1 13쪽
120 일월신교(3) 25.01.10 141 1 14쪽
119 일월신교(2) 25.01.08 141 1 13쪽
118 일월신교(1) 25.01.06 142 1 12쪽
117 하오문 총력전(8) 25.01.05 143 1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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