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오문의 설계자

무료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무협

완결

임윤섭
그림/삽화
윤섭7112
작품등록일 :
2024.06.01 15:08
최근연재일 :
2025.02.17 13:30
연재수 :
145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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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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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92,7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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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7.08 1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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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1쪽

초대 천마의 비고(2)

DUMMY

“진 대협은 어쩌다 이곳에 오시게 되었소?”


순간.

뒤쪽에서 살기가 느껴졌다.


‘와... 이 정도 살기면 사람도 죽이겠네.’


아까 무뢰배들이 깝칠 땐 뭐한 걸까.

적어도, 그때 이만큼의 살기를 뿜었더라면. 그 녀석들은 기절한 채로 오줌을 지렸을 텐데...


‘까비...’

“...미안합니다. 초면에 너무 주제넘었던 것 같군요.”


진천성은 이미 내가 고수라는 걸 인지하고 있었기 때문에, 뒤쪽에서 느껴지는 살기를 무시할 순 없었다.

적당히 사과하는 척 하며, 저쪽에서 찾아온 이유를 들으려는데...


“확실히. 처음한 질문으론 부적절했지.”

‘...이 새끼가?’


진천성이 나에게 꼽을 주었다.


“...그렇군요. 대협은 부디 너그러운 마음으로 헤아려주십시오.”

“그렇군... 그럼, 당문의 고수가 왜 이곳에 왔는지 그 이유를 들어보지.”

‘...와. 개 얄미워.’


그냥, 넘어가려 했는데...

저쪽에선, 이쪽의 정보를 캐내려 했다.


“...하북 쪽에 볼일이 있다고 해두지요.”


하북.

하북팽가가 있는 곳이자, 자경성이 있는 곳.

그렇기에, 모든 상권이 하북으로 흐른다고 해도 말이 아니었다.


“하북이라...”


진천성이 술잔을 단번에 들이키며 말했다.


“이유라 대기엔 부적절하군.”

‘...뭐, 이놈아?’


순간적으로 진천성의 면전에 대고 욕할 뻔했다.


“...그렇다면, 어떤 연유를 듣고자 하십니까?”


이 말의 뜻은 이러했다.


‘이 새끼야. 그럼, 이게 이유지 뭐가 이유인데?!’


공감 수치 능력 1도 없는 거 티 내는 거냐?


제발, 적당히 캐물어 줬음 좋겠다.


“그렇군...”


-톡. 톡.

진천성이 손가락으로 탁자를 두드렸다.


“당문이라 소개한 자가 어찌하여 무당의 기술을 익힌건지 말해줄 수 있나?”

‘...아.’


설마, 거기까지 알아버렸을 줄은...

허탈하다 못해, 헛웃음이 나왔다.


“...가명을 댄 것은 대협도 마찬가지니. 서로 비긴 것으로 하면 어떠시겠습니까?”

“글쎄...”


-톡. 톡.

적막이 가라앉은 가운데. 탁자를 두드리는 소리만이 들렸다.


“...내가 거짓으로 이름을 대었다는 걸 어찌 알았지?”


나는 속으로 탄복했다.


‘어휴... 한 마디도지지 않아요. 뭐, 지면 어디 좀 덧나나..?’


내가 저를 알고 있는지.

알면서, 방금전 일을 도와준건지.

진천성은 일부러 진실이 아닌 거짓을 대면서, 이를 확인하고자 한 것이다.


“...당가는 호의를 배풀면 10배로 갚아주고, 적의를 품으면 100배로 갚는다는 말이 있지요.”


나는 앞서 내가 당가 소속이라는 것을 말했다.

하지만, 진천성은 내 무공에서 무당의 것을 보았고, 내가 당가 사람이 아니라는 걸 파악했다.


“대협께서 당가의 사람인지, 혹은 저 멀리서 오신 분일지 모르는데. 진명을 대는 건, 겁 없는 사람들이나 하는 것이죠.”


댁이 알아차린 것처럼, 나는 당가의 사람이 아니다.

심지어, 사천에 처음 온 사람이었다. 이곳에서 당가의 사람을 만날지도 모르는데, 정체를 모르는 사람을 적으로 만드는 멍청한 짓은 피하는 게 당연하지 않겠는가?


‘개소리이긴 하지만, 대충 이걸로 답이 되었겠지.’


좀 꺼지라는 말이었다.


“그래서, 대협 또한 저처럼 신분과 이름을 속이는 것이 아닐까 하였습니다.”

‘마교 출신은 자신보다 약한 놈에게 시비를 거는게 취미냐?’


내 말을 다 들은 진천성이 썩소를 지었다.


“...아주 재미있구나. 교묘하게 말을 꼬아 이해를 망치면서, 상대를 농락하다니.”

“농락이라니요. 당치도 않으십니다.”

“그럼, 말해봐라. 네 정체가 뭐지?”

“말씀드리면 믿으실겁니까?”

“그건, 자네가 진실을 말하는가에 달렸지.”

“제 말이 진실일지 아닐지. 대협이 어떻게 아십니까? 혹, 또 압니까? 제가 거짓 속에 진실을 섞을지?”


진천성이 손가락으로 제 관자놀이를 두드렸다.


“마치, 지금 그러겠다는 소리로 들리는 군.”

“글쎄요.”

‘당연하지 이 새끼야.’


진천성은 팔짱을 낀 채, 뒤에 있는 등받이에 몸을 기대었다.


“하북에 볼일이 있다 하였지?”

“...예. 그렇습니다.”


진천성이 내 목적지를 물어왔다.


“나도 그쪽에 볼일이 있으니... 이왕 이렇게 된 거, 하북까지 동행하는 건 어떤가?”

‘...싫은데요?’


진천성의 말에 하마터면 속마음이 입 밖으로 튀어나올 뻔 했다.


‘...아니, 지 갈길 있을 것 아냐? 왜, 나랑 동행하려 하는 거지?!’


객잔에서 시비 건 녀석들을 쫓아 낸 것으로 진천성의 관심을 끌었다는 가정은 아무리 생각해도 무리였다.


‘진천성이나 뒤에 있는 흑의인들이 나섰으면, 1초도 안 되어 끝났을 테니...’


나는 진천성과 함께 온 흑의인들을 잠시 보았다.

시선을 탁상에 두는 듯 했지만, 삿갓 아래로 반사되는 빛은 가릴 수 없었다.


‘...그렇다면, 내가 진천성의 관심을 끈 다른 이유가 있다는 건데...’


근데, 그걸 도무지 모르겠다.


“...같이 오신 일행분들과는 합의가 되신 겁니까?”

“왜, 그걸 묻지?”

“대협께서 저를 따라간다 하실 때, 저들의 눈이 이곳으로 향하더군요.”


나는 차를 한모금 들이켰다.


‘...목탄다.’

“이는, 일행과 합의 된 것이 아닌, 대협의 독단적인 선택이라 볼 수 있겠죠.”


진천성이 뒤돌아 제 일행을 노려봤다.

흑의인들의 몸을 잠시 떨더니, 일제히 자리에서 일어났다.


‘...전음(傳音)인가?’


초마에 입성한 진천성은 소리 없이 상대에게 제 말을 전할 수 있는 전음을 터득했을 것이다.


‘...모든게 예상보다 빠르다.’


원작보다 빠른 움직임과 성취.

뭔가가 잘못되어가고 있다는 걸 알았지만, 무엇이 원인이 되었는지. 진천성과 한 대화론 감조차 잡을 수가 없었다.


‘...어쩔 수 없지.’

“어찌 일행분들과 합의가 되신 듯합니다.”

“눈치가 빠른 자들이니까.”


내 손을 걸고, 그건 아니라고 말할 수 있었다.


‘흑의인들 사이엔, 분명 리청도 있겠지.’


소설에 사이다 주인공이 있으면, 국밥 같은 조연이 하나 있기 마련이었다.

리청은 그런 녀석으로... 눈치 없고, 머리가 잘 안돌아간다는 게 함정이지만. 그만큼, 든든한 녀석이 따로 없었다.


‘전독지체(全毒肢體)... 뭐시기 였는데...’


원작에서 진천성이 준 임팩트가 크다 보니, 다른 주연들의 사연이 어땠는지는 잘 기억나지 않았다.

그리고, 몰라도 딱히 상관은 없었다.


“괜찮으시다면... 이곳에 있는 볼일을 하나 해결하고 출발해도 되겠습니까?”


신속하고, 빠르게 진천성을 때어버린 뒤.

이곳에서 벗어날 것이니까.


“하북에 볼일이 있는 것이 아니었나?”

“그렇죠. 하지만, 좀 전에 일이 생겼지 몹니까.”


나는 진천성을 향해 미소를 지었다.


“...그렇군. 그렇다면, 그 일만 해결하면 하북으로 바로 출발할 수 있는건가?”

“아마도 그렇겠죠.”


나는 자리에서 일어나, 이쪽을 쭉 지켜보고 있던 무령이 앉아있는 곳으로 걸어갔다.

무령은 당황하는 듯, 나와 진천성을 번갈아 보더니 멋쩍게 웃었다.


“...대화 다 끝나셨습니까?”

“그래. 잡아둔 놈들은 지하에 있다고?”


나를 보는 무령의 눈이 세차게 흔들렸다.

무령이 잠시 진천성을 보고 나를 보는데... 이것은, 진천성이라는 외부인에게 이곳의 정체를 까발려도 되냐는 의미였다.

내가 고개를 끄덕이며 손을 내밀자, 무령이 눈을 꾹 감더니 제 품에서 열쇠 하나를 꺼냈다.


“여기, 지하로 통하는 문의 열쇠입니다.”

“그래. 쉬고 있어라.”


나는 길을 가려다 잠시 멈춰섰다.


“지하로 내려가는 문은 어디에 있지?”


분위기에 휩쓸려, 열쇠를 받긴 받았지만. 이곳이 어떻게 생겨먹은 곳인지, 나는 몰랐다. 오롯이 무령과 객잔 주인만 알고 있었기에, 아래로 내려가려면 무령의 도움이 필요했다.


‘나는 나쁘지 않다.’


그러니, 그런 눈으로 바라보지 않았으면 좋겠다.

옆에서 기침 소리가 들리는 걸로 보아, 진천성이 나를 비웃는 듯 했다.


“안내하겠습니다.”


무령이 작게 탄식했다.


***


“...신기한 곳이군.”

“그러게나 말입니다.”


산적들에게 들은 정보를 토대로.

나는 진천성과 함께 사천 땅에 있는 산적들의 비밀기지에 오게 되었다.


‘진천성에게 산적과 혈교가 소통했다는 걸 알리면, 바로 나한테서 떨어지겠지.’


진천성의 목적이 초대 천마의 비고인지, 아니면 혈교를 찾아 추적하는 것인진 알 수 없다.

나는 그저 진천성이 관심있을 만한 것을 미끼로 던져, 진천성의 관심을 다른 곳으로 돌리는 것에 집중되어 있었다.


진천성의 목적이 초대 천마의 비고인지, 아니면 혈교를 찾아 추적하는 것인진 알 수 없다.

나는 그저 진천성이 관심있을 만한 것을 미끼로 던져, 진천성의 관심을 다른 곳으로 돌리는 것에 집중되어 있었다.


“...대충 다 온 것 같군요.”

“그걸 어떻게 알지?”

“횃불입니다.”


진천성은 내가 들고 있는 횃불로 시선을 옮겼다.

불은 산소와 탈것, 불씨가 있어야 불이 붙는다. 즉, 산소가 줄어들면 그 크기가 서서히 줄어들고. 지금 내가 들고 있는 횃불은 그 크기가 작다 못해 슬슬 꺼질 지경이 되었다.

즉, 이 앞으로 막다른 길이 있다는 뜻으로...


“길이 막혔다는 건, 이곳이 산적들이 말한 기지의 끝자락... 즉, 산적들의 두목이 있는 곳이겠죠.”

“그렇군... 확실히, 안에서 희미하게 기운이 하나 느껴진다.”


초마에 들은 진천성은 다른 이의 기운을 감지하는 게 가능했다.

진천성이 말한 희미한 기운이란 산적 두목을 이야기 하는 것으로, 이는 우리가 목적지에 도달했다는 것을 의미했다.


“들어가죠.”


눈앞에 있는 천막을 거두자, 땅굴에 있다고 생각하기 어려울 만큼 큰 공간이 나왔다.


“...여기에서 기운이 느껴진 것 맞습니까?”


하지만, 안에는 아무도 없었다.


“틀림없다. 기운은 아직 살아있어.”


진천성이 손으로 허공을 쓸었다.

아마 기운을 보고 만진 것 같지만... 너무 아는 척 했다간 의심 받을 것 같아 서둘러 시선을 옮겼다.


“...화경이 되면, 그런 것도 보입니까?”

“내가 화경이라는 걸 어찌 알았지?”


진천성의 눈이 가늘어졌다.


“...뭐. 별 것 없습니다. 그냥, 대협에게 덤볐을 때, 이길 수 있다는 확신이 없어서. 저보다 더 높은 경지에 있다고 판단했을 뿐이죠.”

“거짓말이군.”


진천성이 말했다.


“...아까 객잔에서도 그렇고, 제가 거짓말을 하는걸 어떻게 아신거죠?”


진천성이 기운을 읽는다고 했으니... 거짓말을 하면, 붉은색으로 보인다던지 그러는 걸까?


‘대체, 내가 거짓말하는 걸 어찌 아는거지?’


이런 건 소설에 나오지 않았다.

그러니, 대화나 상황으로 풀어야 하는데... 진천성이 나보다 경지가 높으니, 진천성을 살펴보는덴 한계가 있었고. 어차피, 내가 저를 관찰하고 있다는 건 후에 밝혀질 거... 기왕, 직접 물어보기로 했다.


“...너는 운명을 믿는가?”

“...예?”

‘이건, 또 뭔 개소리지?’


나도 모르게 미간이 절로 찌푸려졌다.

요즘, 자꾸 근처에 운명 뭐시기 하는 녀석들이 많아서 짜증이 나는데...

진천성 마저, 운명 타령을 하고 있었다.


“그저, 보인다. 그리고, 나는 보이는 데로 따라갈 뿐...”


진천성은 허공에 손을 가지고 놀더니, 이내 나를 가리키며 말했다.


“하지만, 너는 보이지 않더군.”

“...허.”


진천성이 이어서 말했다.


“너는 정체가 뭐지?”


작가의말

제 글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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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9 2차 전쟁(2) 25.02.07 103 1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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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4 무덤공사(2) 25.01.31 107 1 13쪽
133 무덤공사(1) 25.01.30 111 1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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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2 일월신교(5) 삽화, 고양이 사진 有 25.01.12 151 1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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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0 일월신교(3) 25.01.10 137 1 14쪽
119 일월신교(2) 25.01.08 138 1 13쪽
118 일월신교(1) 25.01.06 139 1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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