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오문의 설계자

무료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무협

완결

임윤섭
그림/삽화
윤섭7112
작품등록일 :
2024.06.01 15:08
최근연재일 :
2025.02.17 1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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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5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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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92,7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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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7.19 2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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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글자
12쪽

당가의 당해원(2)

DUMMY

단전에 모아 두었던 기를 단번에 방출한 후.

눈을 뜨자 보인 것은 백랑의 연분홍색 혀였다.


“으부에엙?!!”


백랑이 혀로 얼굴을 쓸어올리자 백랑의 침이 얼굴 전체에 묻었다.

헥헥거리며 기쁜 듯 이쪽을 보는 백랑에게 뭐라 할 수가 없어, 나는 말 없이 소매로 얼굴을 닦았다.

손에서는 육포 냄새가 풍겼다.


“백랑.”

“컹!”


진천성이 부름에 백랑이 진천성의 옆으로 달려가고, 진천성은 제 옆에 앉은 백랑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축하한다. 묵기금강기공(墨肌金剛氣功)의 삼 단계인 갈(褐)에 도달했구나.”

“...정말입니까?”


진천성의 말에 나는 기를 운용했다.

본래 막혀 있던 혈도가 열려 있었고, 그곳을 통해 기운을 움직일 수 있었다.

혈도를 타고 안에 있던 기운을 밖으로 내보내는 것이 가능해졌고, 주변에 자유로이 돌고 있던 기운을 흡수하는 것이 가능해졌다.


“...오. 흡성대법이랑 비슷하네요.”

“비슷하다면, 비슷하다 할 수 있겠지만. 외기가 내기와 안에서 어떤 방식으로 상호 작용하는 지가 다르지.”


진천성은 기운을 뿜어내더니, 손바닥 위로 기로 이뤄진 구체를 하나 형성했다.


“흡성대법이란, 목표물의 생명력을 빼앗아 쓰는 것으로, 상대가 사용하던 무공과 기운이 전부 딸려오게 된다. 방금 상대했던 혈교의 강시 술사를 예를 들자면, 녀석은 옆에 있던 산적의 생명을 빼앗아 강시로 만든 후, 녀석에게 뺏어왔던 기운 그대로 놈을 조종했다.”

“...묵기금강기공(墨肌金剛氣功)요?”

“상대의 기운을 빼앗을 수 있는 건 같지만, 그것을 네 것으로 만들 수 있다는 점에서 다르지.”


나는 잠시 머리를 글적였다.


“제가 양의심공을 배웠기 때문이 아닐까요?”

“양의는 백(白)과 흑(黑)을 함께 사용할 수 있게 만들 뿐. 백(白)을 흑(黑)으로 만들지 못하고, 흑(黑)을 백(白)으로 만들지 못한다. 엄연히 따지면, 흡성대법과 결이 비슷하다고 봐야겠지.”

“...그러니까, 제가 흡수한 기는 제 안에 있는 기와 동질의 것으로 바뀐다는 말씀이신가요?!”

“그렇다.”


나는 잠시 내 손바닥을 내려다 보았다.

시체가 부패하여, 자연으로 돌아가는 과정을 무공으로 만들어 괴랄하다 생각했지만, 부패는 조화가 되어 세상 모든 것과 교류 할 수 있게 만들어 주는 대단한 무공이었다.


‘...쓰레기인 줄 만 알았는데.’


하오문은 보통 개방의 무공을 부러워했다.

하지만, 그럴 필요가 전혀 없었었다.


“...이걸 왜 지금에서야 깨달은 건지. 아쉽네요.”

“내가 너를 이만큼 도와줬으니. 너 또한, 내게 보답을 해야 하는게 이치라고 생각하는데.”


상념에 빠진 순간, 진천성이 찬물을 끼얹었다.


“아우님은, 염치 없는 자가 아니라고 믿네.”

“...여부가 있겠습니까?”


억지로 올린 입꼬리가 경련했다.

함께, 요람에 가야하니, 나를 도와준 거겠지만... 이렇게까지, 도와준 걸 보면, 진천성 또한 내게 원하는 게 있다는 걸 눈치 챘어야 했다.


“아우님은 내게 차기 하오문주의 계승식을 보았다 했지?”

“...예. 그렇습니다.”

“나는 그때, 아우님이 내게 거짓을 고했다 생각하네. 진실과 거짓을 교묘히 섞어, 완전히 구분하는 건 불가능하지만... 내 촉이 그렇게 말해주고 있어.”

“...뭘, 부탁하시려고 그러시는 겁니까?”

“진실을 말해줬음 하는데.”


진천성의 안광이 붉게 빛났다.


“혹, 그 계승자가 아우님인가?”


나는 순간 가슴을 쓸어내렸다.


“아닙니다.”


진천성은 한동안 나를 가만히 쳐다보았다.


“이상하군... 분명, 내 촉이 네가 거짓을 말하고 있다 하지만. 너는 방금, 진실을 말했다.”


진천성이 흥미롭다는 듯, 손으로 턱을 어루만졌다.


“그러면, 나를 그 계승자와 만나게 해줄 수 있나?”

“...음.”


나는 잠시 고민했다.

나를 도와준 진천성에게 진실을 말할지, 아니면 계속 모른척 할지.

진실을 말해준다 해서, 진천성이 어디에다 다음 하오문주가 누구인지 말하고 다니진 않을 테고.

그렇다고, 말을 안 해주자니, 의형제를 맺은 후, 내가 진천성에게 무언가를 해준게 없었다.


“...이건, 제 소관이면서, 소관이 아니라서요.”

“...그건 또 뭔 해괴한 소리냐?”


진천성이 이맛살을 찌푸렸다.


“하오문주를 보려면, 저 뿐만 아니라 다른 두분의 동의가 필요합니다.”


물론, 그 두 사람은 개삭두 형님과 총관이었다.


“제 힘만으로는 아무래도 힘들 것 같습니다.”

“그러냐? 그렇다면, 아우님은 아우님을 도와준 이 형을 위해, 그 두 사람을 설득할 수 있겠지?”


나는 속으로 혀를 찼다.

내 힘으로 하오문주를 만나게 해줄 수 없다 하여, 현 상황을 모면하려 했지만. 진천성은 나를 놔줄 생각이 없었다.


“...노력해보겠습니다.”

“아우님만 믿겠네.”


부드럽게 웃은 진천성은 고개를 들어 위를 올려다보았다.


“그건, 그렇고. 이제, 슬슬 이곳을 빠져나가야 할 것 같다만.”

“...예?”


나는 진천성을 따라 천장을 바라보았다.

천장엔 웬 금하나가 크게 가 있었고, 그 주변으로 잔해가 아래로 떨어지고 있었다.

분명, 아까까지 멀쩡했던 비고가 금방이라도 무너질 것처럼 변했다.

섬뜩한 감각에 나는 진천성을 바라봤다.

진천성은 의미모를 미소를 짓고 있었다.


“이거... 혹시... 제가 그런겁니까?”

“정답이다.”

“그럼, 빨리 나가야지요!!!”


정신을 차린 나는 서둘러, 자리에서 일어났다.

거리가 조금 있긴 하지만, 비고가 언제 무너질지 모르는 지금, 비고에서 가장 안전하게 밖으로 빠져나가는 길로 나가야 했다.


‘출구까지 가려면 약 30분은 걸릴 거야..!’

“형님, 혹시 기운으로 여기가 얼마 있다 무너질지도 알 수 있습니까?!”


압축력에 강한 돌로 축조하였으니, 철근콘크리트로 만든 건물보단, 화마엔 강하겠지만. 한번 금이 가기 시작한 이상, 철근콘크리트 건물보다 붕괴 속도가 빠를 것이다.

진천성이 잠시 눈을 감더니, 이내 내 앞에 손가락 다섯 개를 뻗어 보였다.


‘...오 다경이 걸린다는 소리인가?!’


다경이 15분 정도이니. 그렇다면, 탈출하고도 시간이 많이 남을 것이다.

안도하고 있는 와중. 진천성이 뻗은 다섯 손가락 중, 하나가 접혔다.


“...예?”


하나가 더 접혔다.

나는 육성으로 비명을 질렀다.


“하나 물어보겠다.”

“뭘 또 물어봅니까?! 지금, 다 죽게 생겼는데!!!”


이곳을 만든이가 나라서 안다.

아무리, 초절정의 고수라도, 초마에 도달한 마교의 소교주라도. 수로(水路)와 석축(石築)의 무게, 토압(土壓) 무게를 전부 버티고, 이곳에서 살아나갈 수는 없었다.


“이 건물을 만든 자와 너와 친한 사이였느냐?”

“...그건, 왜 물어봅니까?”


진천성은 검지 손가락을 들어 하늘을 가리켰다.


“부수려 한다만.”

“안 친했습니다!”

“거짓말을 하는구나.”

“그게 뭐가 중요합니까! 사는 게 중요하지!!!”


목숨이 걸렸는데, 내가 지었고, 누가 지었고. 시간과 돈이 얼마가 들었는지 그게 중요한가?

진천성이 껄껄 웃어댔다.


“신교의 무공을 알려달라 했지?”


-쿠구구구궁!!!


천장에 새겨진, 금 사이로.

비고 위에 흐르고 있던 물이 뿜어져 나왔다.

폭포수처럼 새어 나오는 물줄기가 주위에 있던 암반을 부수고, 터져 나오는 구멍을 더 넓혔다.


“처음엔, 척추의 신주에서 기를 끌어 올린다.”


-우우우웅!


진천성이 단전에 있던 기를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 다음, 대맥(帶脈)을 통해 기를 움직인 다음. 한쪽으로 기를 웅축시키면 된다.”


진천성의 몸에서 연기 같은 게 피어오르더니, 온 몸이 붉어졌다.


‘...뭐야 저게?!’

“본좌는 이것을 혼원공(魂元功)이라 부른다.”


[혼원공(魂元功)]


진천성이 천장을 향해 주먹을 날렸다.

굉음과 함께, 천장이 터지고.

그 충격으로 인해, 천장에 생긴 커다란 원을 주변으로, 파편이 바깥의 푸른 하늘을 향해 튀어 올랐다.


“...와아아아아?!!”

“비명이 참으로 재미있구나.”


분명, 방금까지 땅 속에 있었는데.

눈을 깜빡인 순간, 지상의 해가 보였다.

사천 땅 지도에 있던 산 하나가 5초도 안 되어서 살아진 것이다.


‘...미친?’


-쏴아아아아!!!


수로가 터지고, 지하에서 흐르고 있던 물이 하늘로 솟아 오른 다음, 비가 되어 지상에 흩뿌려졌다.

현대의 기술로 터널을 만든 것도, 오랜 시간을 들여 땅을 판 것도 아니었다.

오직, 개인의 힘 하나만으로, 지형을 송두리째 바꾼 것이다.


“하오문주를 만나게 해준다면, 다음엔 전궁마공(電弓魔功)을 알려주마.”

“...그건 또 뭡니까?”


본래, 살수만 있다면, 진천성과 의형제곤 뭐곤, 뭐든 다 할 수 있을 줄 알았는데... 이제는 진천성과 가까워지는 게 무서워지고 있었다.


“사람 살려! 여기, 사람 있습니다!!!”


어떻게 진천성의 옆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 머리를 굴리고 있는데. 저 멀리서, 살려달라는 비명이 들려왔다.


“...사람이 있었군.”

“확인 안하신 겁니까?”


혹시 몰라 물었는데, 돌아오는 대답이 가관이었다.


“알았지. 하지만, 목숨보다 중요한게 뭐가 있겠느냐.”


사람이 있는 건 알았다.

하지만, 자신과 내 목숨이 더 귀하니, 누가 죽던 말건 그걸 상관할 이유는 없었다.

진천성은 내가 저에게 했던 말 그대로, 나에게 말하고 있었다.


‘...이 새끼를 어쩌면 좋지?’


나는 고개를 절레절레 돌리며, 물에 빠진 사람을 쳐다봤다.

그 주변엔, 어느새 사람들이 모여들었고, 무어라 소리치고 있었다.


“도련님이 물에 빠지셨다!”

“어서, 도련님을 꺼내라!!!”

“물살이 너무 강해, 못 들어가겠습니다!!!”


나는 잠시 내가 초래한 참상을 지켜봤다.

지하에 있던 물이 한번에 터져나와, 가뭄이 들었던 땅에 비를 내리는 것 까진 좋았다. 하지만, 그 정도가 지나쳐, 땅이 물을 빠르게 흡수하지 못해, 파인 곳을 기준으로 큰 물웅덩이가 생성되었다.

문제는, 이 웅덩이가 꽤 경사가 잡힌 것에 있었는데...


‘...중력으로 인해, 높은 곳에 있는 건, 아래로 떨어지지...’


또한, 둥근 형태로 만든 웅덩이 근처엔 원심력이 작용했다.

즉, 한마디로 파도가 생성되었다는 말이었다.


‘...어쩔까.’


잘못 걸린다면, 이 일대를 이 꼬라지로 만든 범인으로 지목되어, 내 목에 현상금이 걸릴지도 몰랐다.

하지만, 떠나기엔 양심이 찔렸다.


“...잠깐만요?”

“왜 그러느냐?”


물에 빠진 도련님을 유심히 보고 있는데, 도련님이 입은 복장이 심상치 않았다.

녹색 옷에, 황금으로 만든 장식들.


“...저 녀석들. 당가입니다.”

“호오?”


녀석들이 당가라면, 물에 빠진 도련님을 구하지 못하는게 이해가 갔다.


‘...저 녀석, 당요원이군.’


당가의 둘째인, 당요원.

첫째인, 당해원보다 무공과 독에 대한 지식, 기관지식에 재능이 없는. 삐뚤어진 망나니.


“...저놈. 구하지요.”

“...왜지?”

“저놈이 태어나고, 저 녀석 어머니가 죽었거든요?”

“...지금, 저 녀석을 동정하는 건가?”


나는 진천성의 물음에 고개를 가로 저었다.


“저 놈이 망나니가 된 이유가, 뭔지 아십니까?”

“...너는 아는가 보군.”

“저 둘째 도련님이란 놈이 죽은 제 어미를 쏙 빼닮았다 합니다.”

“...그게 무슨 상관이지?”

“당가의 가주가 애처가거든요.”


당가의 가주, 당반야.

놈은 상당한 애처가로, 제 아들을 보며, 죽은 제 연인을 그리워하는 놈이었다.


“...아들을 보며 말이냐? 여식은 없는건가?”

“첫째가 당해원이란 이름의 여식인데... 아비를 쏙 빼닮았다 합니다.”

“...안타깝군.”


진천성이 어이가 없다는 듯, 혀를 찼다.


“즉, 저 녀석을 구해주면, 당가에게 빚을 지어줄 수 있다는 이야깁니다.”


원수는 백배로, 은혜는 열배로 갚는 당가.

그 당가에게 은혜를 입힐 수 있는 절호의 기회였다.



작가의말

제 글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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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5 마지막 화 25.02.17 124 0 13쪽
144 마지막 전투(2) 25.02.16 101 0 13쪽
143 마지막 전투(1) 삽화 有 25.02.15 115 0 12쪽
142 2차 전쟁(5) 삽화 有 25.02.14 101 0 12쪽
141 2차 전쟁(4) 25.02.09 105 1 12쪽
140 2차 전쟁(3) 삽화 有 25.02.08 118 1 14쪽
139 2차 전쟁(2) 25.02.07 107 1 12쪽
138 2차 전쟁(1) 25.02.04 105 1 11쪽
137 무덤공사(5) 25.02.03 110 1 13쪽
136 무덤공사(4) 25.02.02 114 1 14쪽
135 무덤공사(3) 25.02.01 112 1 13쪽
134 무덤공사(2) 25.01.31 111 1 13쪽
133 무덤공사(1) 25.01.30 114 1 12쪽
132 혼원단(6) 25.01.29 109 1 12쪽
131 혼원단(5) 25.01.28 109 1 12쪽
130 혼원단(4) 25.01.24 109 1 14쪽
129 혼원단(3) 삽화 有 25.01.21 114 1 13쪽
128 혼원단(2) 25.01.20 121 1 13쪽
127 혼원단(1) 25.01.19 123 1 13쪽
126 북해빙궁(4) 25.01.18 112 1 12쪽
125 북해빙궁(3) 25.01.17 130 1 13쪽
124 북해빙궁(2) 25.01.15 133 1 14쪽
123 북해빙궁(1) 25.01.14 130 1 13쪽
122 일월신교(5) 삽화, 고양이 사진 有 25.01.12 154 1 13쪽
121 일월신교(4) 25.01.11 153 1 13쪽
120 일월신교(3) 25.01.10 141 1 14쪽
119 일월신교(2) 25.01.08 141 1 13쪽
118 일월신교(1) 25.01.06 142 1 12쪽
117 하오문 총력전(8) 25.01.05 143 1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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