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제국이 쏘아올린 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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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aissar
작품등록일 :
2024.06.01 16: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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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8.14 1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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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6.21 1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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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정맹어호]한판 뒤집기

DUMMY

고깃집에서 쇠고기를 그릴에 올려놓고 류주영이 술잔을 들었다.


“다들 수고 많았네. 앞으로 더욱 정진하여 대한제국을 밝히고 홍지아의 잔당을 소탕하는 데에 전념, 황제 폐하의 안녕과 백성들의 안전을 도모하도록 하세! 건배!”


“건배!”


사헌부 간원들이 일제히 술잔을 기울였다. 류주영이 익어가는 쇠고기를 젓가락으로 쿡쿡 찌르며 말했다.


“여기가 그렇게 맛있다고 소문이 났던데, 고기가 다 비슷한 거 아냐?”


“맛있는 곳은 맛있는 이유가 있지요.”


“하긴, 내가 소고기 얼마나 먹어 봤다고.”


그 순간, 고깃집 문이 벌컥 열리고 홍지아의 사병 50여 명을 이끄는 군관 한 명이 들이닥쳤다.


그리고 고깃집을 둘러보면서 소리쳤다.


“사헌부 대사헌 류주영은 어디 있는가!”


류주영이 눈을 찌푸리고 일어나면서 외쳤다.


“내가 사헌부 대사헌 류주영이오. 무슨 일인가?”


그러자 군관이 눈짓하면서 명령했다.


“모조리 추포하라!”


이어서 병사들이 고깃집 그릴을 걷어차고 사방에 숯불을 엎어놓으며 사헌부 간원들에게 달려들었다.


달아나려고 하는 간원들에게는 권총 세례까지 가해졌다. 고깃집 직원들과 주인이 비명을 질렀고, 병사들은 다른 손님들이나 직원들에게까지 삼단봉으로 매타작을 가했다.


류주영이 소리쳤다.


“이것이 지금 무엇 하는 짓입니까!”


“역적을 끌어내라!”


변명할 여지도 없이 류주영을 비롯한 수십 명의 사헌부 간원들이 끌려나와, 수갑이나 오랏줄도 없이 청테이프로 마구 아무렇게나 묶여서 트럭 짐칸에 내던져졌다.


류주영이 발버둥치면서 소리쳤다.


“영장 내놔, 이 미친 새끼들아! 미란다 원칙은 개나 줬단 말인가!”


“그 여자는 반드시 살려서 끌고 오라는 영상 대감의 명이시다! 끌고 가라!”


류주영도 청테이프로 팔다리를 꽁꽁 묶인 채 짐칸에 우당탕 던져졌다.


병사들이 트럭 짐칸을 걸어잠그고, 초토화되고 불이 붙은 고깃집을 뒤로하고 떠나갔다. 총에 맞아 죽은 직원들, 사헌부 간원들, 고객들이 깨진 유리창 조각 위로 널브러져 있었다.




+ + +




그 시각, 양주.


홍지아의 사병들을 가로막은 정규군과 사병 군관이 실랑이를 벌이고 있었다.


기지에서 걸어나온 곽대진이 바리케이트 너머로 눈을 찌푸리면서 소리쳤다.


“그것이 대체 무슨 소리인가, 대역이라니! 한양도성에서 난이 발생했다면 반드시 우리 정규군부터 개입을 해야 할 터! 홍지아 대감의 사병은 후속조치에서 필요할 때 호출하겠으니 그때 진입하도록 하시오!”


“황제 폐하께서 시역된 지금, 모든 군권은 자연히 영상 홍지아 대감께 있음을 모르시오!”


사병 군관이 소리쳤다.


“만약 반발한다면 영상의 지시에 따라, 제아무리 총융대장이라도 군령에 따라 목을 벨 것이오!”


사태가 파악되질 않으니 곽대진도 반발할 도리가 없었다. 그가 한숨을 쉬고 고개를 끄덕였다.


“보내 드려라.”


그렇게 파주와 개성에 주둔하던 홍지아의 사병들은 아무런 제약 없이 곧바로 정규군 막사를 통과하여 한양도성으로 남진했다.


그 사병 행렬이 막사를 통과하는데, 일개 개인이 보유한 사병이라고는 믿을 수 없을 정도로 군장이 완벽했다.


대한제국군 정규군은 방탄복은커녕 어떤 병사들은 고장난 소총을 들고 다니는데, 홍지아의 사병들은 완전무결한 돌격소총에 모두 40배율 조준경을 달고 있었고 야투경 달린 전투모, 무전기에 방탄복에 최신형 고어택스 발목 전투화를 신고 있었다.


게다가 잘 먹지 못해 초췌한 대한제국군 정규군과 달리 혈색이 좋고 건장해 보였다. 어떤 병사들은 품에 초콜릿이나 비스킷까지 끼고 다녔다.


굶기가 일상이고 일주일에 한 번 씻기도 힘든 대한제국 정규군 병사들은 자기도 권세가의 사병으로 들어갈 걸 그랬다고 아쉬워하기까지 했다.


그 뒤로는 자주포, 전차, 지프차 등 군용차량들이 연기를 뿜어내면서 진격했다. 하늘로는 경전투기 15대가 날아가는데 그것들도 모두 홍지아의 것이었다.


저편 동이 터 오는 지평선으로는 일출을 등지고 공격헬기 40여 기가 날아오고 있었다.


곽대진이 이를 악물고 중얼거렸다.


“나라 병사들 예산을 다 빼돌려서 자기 집 지키는 병사들한테 갖다 발라버렸군.”




+ + +




순식간에 1만 5천에 육박하는 홍지아의 사병들이 한양도성으로 밀어닥쳤고 온 거리와 교차로들을 장악했다.


강남에서 홍지아와 공지형이 특수부대를 이끌고 올라오자마자 사병들이 한강을 가로지르는 교량들도 모두 점거했으며, 모든 교통을 통제했다.


삽시간에 한양도성 전체가 마비되었다.


한양도성 외곽에 있던 정규군 부대 역시 순식간에 홍지아의 사병들에게 제압되었고, 단 반나절 만에 한양도성 전 지역이 홍지아의 손아귀에 떨어졌다.


홍지아가 관복을 입고 뚜벅뚜벅 한양도성의 중심인 경복궁으로 걸어갔다.


병사들이 삽시간에 경복궁 앞의 육조 건물을 모두 장악했고, 언론사들의 모든 출입구에 홍지아의 사병들이 쇠사슬을 쳤다.


뉴스 방송을 내보내야 하는 방송국의 안테나와 전신 장치를 공사 망치와 전기톱으로 깨부쉈다. 대한제국의 수도 전 지역에 계엄령이 떨어졌으나 그 계엄령을 영위하는 것은 대한제국의 정규군이 아니라 홍지아 소유의 사병들이었다.


홍지아가 육조거리를 걸으면서 소리쳤다.


“오늘부터 앞으로 일주일간 그 어떤 언론도! 국영언론도 사론도 시민언론도 인터넷 블로거도 어떤 소식도 전할 수 없다. 이것은 황제 폐하의 사후 처리를 맡은 영의정으로서의 명령이다."


그녀가 하늘을 향해 권총 두 발을 발사했다. 사병들이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며 기자들이나 언론사의 사병들을 제압했다.


"국가 기밀과 군사기밀의 누설을 막기 위한 불가피한 조치이니, 이를 어기는 언론은 즉시 폐하고 그 언론에 단 1초라도 몸담았던 모든 기자와 관련자들은 그 삼족을 35년간 변경에 유폐할 것이니, 결코 이 명을 어기는 자가 있어서는 아니될 것이다.”


그녀가 고개를 돌려 자신을 따라오던 군관에게 지시했다.


“중추원으로 가자.”




+ + +




"네 이놈들! 지금 감히 여기가 어디라고!"


중추원 지하실의 구석까지 쫒긴 홍지욱이 이판사판이라는 듯이 쩌렁쩌렁하게 소리쳤다.


"감히 신성한 중추원에 그 군홧발을 들이느냐! 2만에 이르는 중추원의 사병은 어디 가만있을 것 같으냐!"


"헛소리 마시오!"


군관이 소리쳤다.


"이미 황상에게 충성심을 보이기 위해 모두 해체했음을 모르는 바가 아니오! 쳐라!"


사병들이 곧바로 총검 달린 소총을 쥐고 들이닥쳐, 홍지욱에게 덤벼들었다. 이어서 그를 단상에서 끌어내려 옷을 벗기고, 총검으로 등을 다섯 번, 배를 세 번, 목덜미를 일곱 번 찍었다.


홍지욱의 사망은 무슨 일이 있어도 확실히 하라는 홍지아의 명령대로였다.


이어서 우왕좌왕하는 중추원의관들 중 황국민정당 소속이나 군소정당 소속의 의관들에게 거침없이 총검이 들어갔다.


홍지욱계로 지목된 의관들 역시 순식간에 총탄에 맞거나 총검에 찔려 죽었다.


같은 시각 그 중추원의관들의 가택에도 홍지아의 사병들이 쳐들어가 그 일가족과 동거인들을 남김없이 참살했다.


299명의 중추원 의관들 중 살아남은 것은 고작 76명. 나머지는 모두 시체가 되어 중추원 바닥에 나뒹굴었다. 홍지아가 뚜벅뚜벅 걸어와서 시체들을 넘으며 외쳤다.


“다들 일어나시오!”


대한정우회 소속의 중추원의관들이 벌벌 떨면서 일어섰다. 홍지아가 환도를 뽑아들고 외쳤다.


“황국민정당이 간밤에 군사를 일으켜 감히 폐하를 시역하려 하였으므로, 나 영의정 홍지아가 그들 모두를 제압했소. 관련된 것으로 여겨지는 모든 이들을 잡아들였고, 또한 자신의 세력이 있어 만약의 사태를 일으킬 수 있는 황국민정당 소속의 중추원의관들은 어쩔 수 없이 모두 주살하였소.”


한 대한정우회 소속 중추원의관이 덜덜 떨며 물었다.


“...아니, 아무리 그렇다 해도 행정부인 조정의 영의정이 어찌 입법부인 중추원의 의관들을 아무런 법적 절차 없이 살육한단 말입니까?”


“그래서 내가 온 것이오.”


홍지아가 손가락을 딱 부딪히자 모든 병사들이 일제히 의관들을 겨누었다. 홍지아가 한번 둘러보고 말했다.


“299석 중 76석은 남았고, 나머지는 모두... ‘건강상의 사유로 불출석’했으니, 일단 이 76명으로도 개회가 가능할 것이오. 황제 폐하께서 시역되었으니, 영의정에게 모든 군권, 행정권, 그리고 긴급집행권을 모두 몰아줄 수 있는 법률을 입법시켜 주시오.”


“그게 무슨 말씀이십니까?”


“귀가 안 좋으시오?”


홍지아가 눈을 찌푸렸다.


“시국이 시국이니, 조정에서 임의로 죽이고 살리게 법으로 정해 달라 이 말입니다.”


“그게 무슨...”


“그대들이 반대해도 조정은 임의로 죽이고 살릴 겁니다. 불법적으로 말입니다. 어차피 벌어질 일이라면 합법적으로 이뤄지는 게 낫지 않겠습니까? 그래, 맨 앞에 당신. 당신이 임시 중추왕을 하시오.”


의관들이 덜덜 떨면서 자리에 앉았고, 홍지아에 의해 임시 중추왕으로 지목된 한 의관이 맨 앞으로 나와서 외쳤다.


“여, 여, 영의정에게 모든 군권, 행정권, 인사권, 그리고 긴급집행권까지 임시적으로 모두 맡기는 법률의 제정에 대해 논의하겠습니다. 내용은...”


“내용은 이대로 하세요.”


홍지아가 서류철 하나를 팽개치듯이 내던지고 말했다.


“찬반만 가려 주시오.”


그리고 홍지아가 돌아서면서 외쳤다.


“전군 발포 준비! 반대표를 던지는 모든 의관들을 사살하라!”


세상 어떤 독재자나 반란군도 이렇게 말도 안 되는 강압적인 방식을 쓴 적은 없었다.


하다못해 눈치를 주는 경우는 있었어도, 의관들의 앞에서 반대하는 의관들을 사살하라는 명령을 대놓고 내린 적은 없었단 말이다.


당연히 만장일치로 법률이 통과되었고, 이제 날치기로 전권을 집어삼킨 홍지아가 요란하게 중추원을 빠져나가면서 외쳤다.


“사헌부 간원들은 모두 잡아들였는가!”




+ + +




밤을 지새서 무지막지한 고문을 당한 류주영이 고래고래 항의했다.


“세상에 이런 법이 어디 있단 말입니까. 대한제국에서 국문이란 역모를 행한 것이 물증과 자백 모두로 만족되었을 때에 그 연루자에 대한 실토를 받아낼 때만 제한적으로 행할 수 있는 것이 아닙니까!"


그 때 문이 벌컥 열리고 홍지아가 뚜벅뚜벅 걸어들어왔다. 류주영이 의자에 묶인 채 몸부림치면서 소리쳤다.


“대체 나에게서 듣고 싶은 게 뭡니까, 내가 역모를 꾸몄다고 토설하면 되는 겁니까? 내가 당신들이 주는 명단대로 연루자의 이름을 불러야 하겠습니까? 뭐 요구하는 게 있으니 고문을 하는 게 아닙니까!”


그러자 홍지아가 천천히 류주영 앞에 서서 대답했다.


“오늘의 참변은 그대가 초래한 것입니다.”


류주영이 눈물을 흘리면서 홍지아를 쏘아보았다. 그리고 울분에 찬 목소리로 부르짖었다.


“탄핵할 때 너를 처형하라고 했어야 했다!”


“대사헌.”


홍지아가 류주영에게 가까이 다가서서 의자의 팔걸이를 잡았다. 그리고 싸늘하게 말했다.


“생각해 보니 그쪽이 사헌부의 수장이었지요?”


“그걸 이제 알았어?”


“이거 실례를 했군요. 그렇다면 묻겠습니다. 나를 탄핵하도록 한 배후가 누구입니까?”


“뭐라?”


류주영이 눈을 찌푸렸다.


“상소를 올린 장본인도 아니고 배후?”


“그렇습니다. 뭐... 황국민정당 전당대회 참가자들 전부라든지. 곰곰하게 생각해 보면 배후가 떠오를 겝니다.”


“씨발, 탄핵이 일인 애들이 탄핵을 했는데 배후가 어딨냐? 농부가 고구마 캐는 것도 배후가 있고 어부가 물고기 잡는 것도 배후가 있냐?”


그러자 홍지아가 빙그레 웃고 대답했다.


“정치에서 사건의 배후는, 있어서 캐는 것이 아니라 있어야 하니까 캐는 것입니다. 사헌부 대사헌까지 하셨단 분이 아직도 모르시오?”


홍지아가 자리를 떠나자 자연스럽게 인두가 다시 그녀의 허벅지로 파고들었다. 류주영이 울면서 발버둥을 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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