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제국이 쏘아올린 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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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aissar
작품등록일 :
2024.06.01 16:04
최근연재일 :
2024.08.14 1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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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7.18 1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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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정맹어호]월성의 여제

DUMMY

다음 날, 한상훈이 말없이 걸어나와서 고시원 앞에 섰다. 다 주저앉은 판잣집 빈민가 사이로 거지들이 기어다녔다. 한상훈이 계단에 털썩 주저앉아서 무릎에 팔꿈치를 흘려놓고 하늘을 올려다보면서, 크게 한숨을 쉬었다.


어제 김민현이 그의 귀에 대고 한 말이 가시질 않았다. 다른 모든 것들은 제쳐둬. 오직 네가 추구하고자 하는 그 목표를 위해서 단 일각의 틈도 주지 말고 달려. 어떤 병신같이 목표 코앞에서 방심하다가 뒤지지 말고.


"네가 한상훈이냐?"


어째서인지 귀에 익은 목소리가 들려왔다. 한상훈이 고개를 돌리고 그 목소리의 주인을 바라보았다. 그는 얼굴 한쪽에 길게 찢어진 흉터가 있고 입술은 부르텄으며, 누더기에 가까운 옷을 걸치고 있었다. 한상훈이 눈을 살며시 찌푸리면서 물었다.


"...누구?"


"이만사."


그가 한상훈 옆에 털푸덕 앉았다.


"많이 컸구나. 한동안 못 봤는데."


이만사? 앞을 다시 보고 잠깐 생각하던 한상훈이 놀란 표정으로 고개를 다시 홱 돌리면서 소리쳤다.


"건물주 아저씨?"


"건물주는 무슨. 이제 건물주도 아니야."


이만사가 한상훈 옆에서 탄식하듯이 중얼거렸다.


"다 뺏겼어. 홍지아 그 여자한테."


백색통문을 받은 것이 틀림없다는 것을 한상훈은 분명히 알 수 있었다. 이만사가 하늘을 다시 올려다보면서 이내 눈물을 한 방울 흘리면서 씁쓸하게 말했다.


"아내는 홍지아의 사병한테 끌려가서 몹쓸 짓 당한 후에 한강에 던져지고 가슴에 묻었어. 딸아이는 심부전인데 판막수술을 받으면 살 수 있대."


앞말을 듣고 나쁜 놈들이라고 하려다가, 뒷말을 듣고 좋은 소식이라고 하려다가, 둘 중 뭐라고 하는 게 상황에 맞을지 판단이 서지 않은 한상훈은 대답하지 못하고 고개를 숙였다. 이만사가 말했다.


"근데 씨발, 1만 냥이나 되는 수술비가 어디 있어. 전재산 다 날아갔는데."


"...그럼 어떻게..."


"받아내야지."


이만사가 한상훈에게 천천히 고개를 돌렸다. 그리고 대단히 절박하게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밀리고 안 낸 방세 3,000냥. 너희 아버지는 결핵으로 보건소에 누워 있어서 도저히 그 돈을 내놓으라고 할 수가 없더라. 너는 사지 멀쩡하잖아. 받아야겠어. 너한테라도 받아야겠어."


한상훈의 표정이 굳어졌다. 뭐라고? 아버지가 뭐가 어쩌고 어째?


"어제 네가 경주 레스토랑에서 나오는 거 봤어. 돈 없다고 지랄하지 마."


"잠깐만요, 우리 아버지가 뭐가 어떻게 되셨다고요?"


"화제 돌리려고 하지 마!"


이만사가 한상훈의 멱살을 덥석 잡았다.


"나도 이러기 싫어. 하지만 난 그 돈이 있어야 해. 지금 당장 말이야! 삼천 냥, 지금 당장 내놔!"


"이거 놔요!"


한상훈이 벌떡 일어났다. 185cm나 되는 멀대같은 키에 이만사가 그대로 쑥 끌려 올라갔다. 한상훈이 그의 손을 쳐내고 소리쳤다.


"우리 아버지가 어떻게 됐다고 했느냐고요!"


이만사가 땅에 주저앉더니, 옆을 보고 잠시 머뭇거리다가 더듬더듬 각목을 주우며 소리쳤다.


"폭력 쓰게 만들지 마, 나도 이러고 싶지 않다고 했잖아!"


그 순간, 총성이 일고 마취탄이 이만사의 목에 꽂혔다. 이만사가 헉 하고 숨을 크게 들이쉬더니, 이내 각목을 떨어뜨리고 바닥에 쓰러졌다. 그리고 빈민가의 거지들이 웅성웅성거리면서 양쪽으로 갈라졌다. 빈민가의 가운데를 가로질러, 30여 명의 전투병이 들이닥쳐 마취총과 기관단총을 들고 주변을 엄호했다.


이어서 저편에서 굉음을 울리면서, 빈민가의 한가운데에 있는 공터에 거대한 무장 헬기가 들이닥쳤다. 그 헬기의 문이 열리고, 이어서 양복을 입은 중년이 네 명의 완전 무장 전투병에게 엄호받으며 빈민가를 가로질러서 고시원 앞으로 걸어왔다. 한상훈이 한 걸음 뒤로 물러섰다.


그 중년이 한상훈을 보고 말했다.


"한상훈이 누군지 아시오?"


한상훈이 잠깐 머뭇거리다가 입을 열었다.


"제, 제가 한상훈입니다. 왜 찾으시는지?"


"만나서 반갑소. 난 신명진이오. 월성상전 최고 경영권자, 그리고 도연이 애비 되는 사람입니다."


신명진이 악수를 청했다.


"그쪽이 도연이 남자친구 되신다고요?"


한상훈의 얼굴이 순간적으로 새파랗게 질렸다가, 새빨갛게 달아올랐다가, 이내 붉으락푸르락 변했다가 다시 창백하게 변했다. 그가 입을 열었다.


"남자친구라고 하셨습니까?"


"아닙니까? 도연이가 당신을 두고..."


그 순간 뒤에서 고상한 여성용 정장을 입은 여자가 손을 뻗어 신명진의 어깨를 붙들고 입을 틀어막았다. 신도연이었다. 그녀가 밝게 웃으면서 말했다.


"애인이라는 의미는 아니고, 그냥 남자인 친구라고 그랬는데 아빠가 잘못 알아들으셨나 봐."


신명진이 입을 틀어막힌 채 뭔가 억울하다는 듯이 뭐라뭐라 웅얼거렸는데 별로 알아듣고 싶지 않았다. 한상훈이 눈을 찌푸리면서 말했다.


"아침 댓바람부터 무기까지 들고 이게 무슨 짓이지?"


"별다른 건 아니고, 네가 그랬잖아. 내가 손가락 한번 까닥하면 헬기가 데리러 올 걸 왜 날 데려다 주냐고."


그녀가 환하게 웃으면서 헬기를 가리켰다.


"그래서 너 데리러 왔어."




+ + +




월성상전의 본사는 낮에도 찬란하게 번쩍였다. 커튼 월 양식으로 올리고 태양전지로 된 처마가 뻗친 화려한 한양옥 퓨전 빌딩들이 사방에 불뚝불뚝 솟아 있었다.


호화롭고 아름다운 본사의 한가운데 활주로를 향해서 헬기 두 대가 날아들었다. 그 헬기 안에 타고 있던 신명진이 한상훈을 보고 웃으면서 물었다.


"그래, 고등학교는 어디 다니나?"


그 말을 들은 한상훈이 고개를 살짝 숙이면서 대답했다.


"속성교육으로 바로 대학교 진학하려는 중입니다."


"오, 그래? 그쪽도? 그거 듣던 중 반가운 소리구만. 우리 아들도 속성교육으로 지금 월성서원 경영문벌에 재학 중이거든. 그럼 지금 대학교 입학했겠군?"


"...아직 아닙니다."


한상훈이 고개를 푹 숙이자 신도연이 미소지으면서 말했다.


"광명서원 합격했대."


"오, 그래? 그럼 다음 분기에 입학하는 거고?"


신명진이 대단히 반가운 표정으로 한상훈을 보고 웃었다.


"그럼 혹시 우리 딸 공부 좀 가르쳐 줄 수 없겠나? 우리 월성상전 지도부는 대대로 월성서원 경영문벌에서 엘리트 교육을 받고 회사 경영을 물려받아 왔거든. 그대가 우리 딸을 월성서원에 입학할 정도만큼만 공부를 가르쳐 줄 수 있을까?"


"아, 진짜 아빠! 내가 할 수 있다니까!"


"어느 세월에?"


신명진이 답답하게 고개를 돌렸다.


"빈이는 속성교육으로 올해 이미 들어갔잖아. 경영권 욕심이 있었으면 너도 그렇게 했어야지. 빈이 성격에 그 녀석이 경영권을 잡으면 과연 네가 주워 먹을 게 남을 것 같냐?"


그 말을 들은 신도연이 고개를 살며시 숙였다. 신명진이 좋게 표현한 것. 신빈이 경영권을 잡고 월성서원의 힘을 가진다면, 신도연은 뭔가를 주워 먹고 말고의 문제가 아니라 생명의 위협을 받을 것이다. 신빈은 그런 성격이니까. 한상훈이 살짝 눈을 찌푸리면서 물었다.


"빈이라고 하셨습니까?"


"신빈. 얘 쌍둥이 남동생. 도연이 얘는 날 닮아서 팔팔하고 쾌활한데, 빈이 걔는 누굴 닮아서 무슨 성격이 그렇게 날서고 사나운지 모르겠어. 지난번엔 자기 용돈으로 자기 사병을 만들려고 하길래 간신히 말렸다니까."


그러자 신도연이 에휴, 한숨을 쉬고 밖을 내다보며, 저편에 보이는 높은 건물의 꼭대기 펜트하우스를 향해 눈길을 고정한 채 말했다.


"누굴 닮았겠어요."




+ + +




본사 건물 최고층, 펜트하우스에서 한 여인이 밖을 내다보고 있었다. 날서고 노련한 눈빛을 가진 여인은 40대로 보였다.


그녀는 하얀 안두루마기를 입고 양 팔을 벌린 채 서 있었다. 주변으로 시녀들이 파란색의 옷과 여러 장신구를 가져와 그녀에게 착장시켰다. 그 파란색의 실크 재킷은 금박으로 삼조룡이 박혀 번뜩였다.


대한제국의 가장 거대한 3대 재벌기업, 세별상전, 월성상전, 백한상전의 CEO와 COO(최고운영책임자)는 대한제국 의전서열에서 황제보다 둘 아래, 황태자, 중추왕이나 형정왕보다 하나 아래, 그 외의 그 어떤 관리들보다 높은 위치에 있었다. 그들은 원한다면 "저하"와 "마마"의 호칭을 들을 수 있었고, 삼조룡 청룡포와 익선관을 황실에게 하사받았다.


단지 신명진은 그런 권위주의적인 대우가 불편했기 때문에 청룡포를 입거나 저하의 호칭을 받지 않는 것뿐이었다.


"빈이가 홍지아에게 접근했다고 했는가?"


월성상전 COO이자 신명진의 아내 양서은의 표정은 차가웠고 눈빛은 찔리면 깊은 자상이 날 듯 날카롭고 예리했다. 옆에 서 있던 비서가 대답했다.


"그런 줄로 아뢰옵니다."


"그 아이는 경주 홍씨에 빌붙어 고물이나 핥아먹는 신세를 자처하겠다는 것인가?"


양서은은 남양 양씨. 경주 홍씨와 함께 2차 대전 당시 대한제국을 양분했던 두 거대 가문 중 하나였다. 도통제 치세에는 황후를 배출했고, 경주 홍씨와 대등하게 겨룰 정도로 강성했지만, 도통제의 아들인 광만제가 자기 어머니와 힘겨루기를 하는 과정에서 다시는 명문거족으로 일어나기 힘들 정도로 파멸했다.


이후 남양 양씨는 두 세력으로 양분, 경양(京梁. 서울의 양씨)과 번양(藩梁. 번방의 양씨)으로 나뉘었다. 전자는 경주 홍씨에게 고개를 숙이고 들어가 대한정우회에서 나름의 입지를 보장받는 사람들이었으며, 그 수장은 현 대한정우회의 허수아비 당대표인 양재형이었다. 후자는 대한제국의 지방에서 재벌가문이나 총독부, 지역 유지들과 협착하며 힘을 길러 자체적으로 경주 홍씨에 대적할 힘을 재건하자는 파벌이었으며, 그 수장은 세별상전의 COO 양서은이었다.


그녀는 도무지 경주 홍씨에 빌붙으려는 경양을 이해하지 못했으며, 그것은 신빈에게도 마찬가지였다.


양서은이 청룡포와 익선관 착장을 마치자, 저편에 헬기가 내려앉는 모습이 보였다. 그녀가 살며시 눈을 감으면서 중얼거렸다.


"빈이가 도연이만큼만 야심이 있었으면 좋을 것을. 이 세상을 자기 품에 떠안을 정도로 강력한 사람이 되기를 바라면 좋을 것을... 빈이는 그릇이 작아. 경주 홍씨에게 고개숙여서 뭘 얻겠단 말인가?"


그녀의 입가에 살며시 미소가 걸렸다.


도연이 그 아이가 최근에 애인이 생겼다고 했어. 어쩜, 가즈프롬 장남까지도 거절하던 아이가 흔쾌히 만나는 걸 보면 분명 대단한 남자일 거야. 그것도 엄청난 명문거족의 대부호가 분명해. 어쩌면 제후의 자리나 또 다른 세도정치를 꿈꾸는 정치적 야심가일지도 몰라.




+ + +




"지금은 백수인데요."


한상훈이 그렇게 말했다. 신명진이 팔짱을 끼고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태연하게 대답했다.


"생전 남자를 거들떠도 안 보던 우리 딸이 처음으로 사랑한다는 남자인데, 백수인 게 뭐가 중요한가. 걱정 마. 내가 속성으로 키워 주지."


"예?"


한상훈이 신도연을 보고 말했다.


"신도연이가 저를 두고 사랑하는 남자라고 소개하던가요?"


"그렇다고 하던데?"


"애인 아닙니다."


한상훈이 고개를 젓고 나서 잠깐 곱씹어 보다가, 이내 질문을 바꿨다.


"속성으로 키워 주신다니요?"


"우리 도연이만 월성서원에 입학시켜 주면 내 지원을 아끼지 않겠네. 그래, 광명서원 학채가 모자라다지? 내 알기로는 1만 5천 냥인데, 지금 학채로 낼 수 있는 돈은 얼마쯤 되는가?"


"...8천 냥쯤 모았습니다."


그러자 신명진이 박수를 딱 치고 비서에게 지시했다.


"사무실에 B-201 파일 좀 인쇄시켜 놔."


"예, 회장님."


한상훈이 잠시 머뭇거리다가, 이내 입을 열어 질문을 했다.


"월성상전의 CEO이시라면, 충분히 마음만 먹으면 저하나 마마의 호칭을 들으시고, 청룡포에 익선관을 착장하고 삼조룡 용상을 두어 앉으실 수 있습니다. 왜 그러지 않으십니까?"


그 말을 들은 신명진이 한상훈을 잠깐 쳐다보다가 씨익 웃고 대답했다.


"완전히 똑같은 원리에 의거하여 마찬가지로, 충분히 마음만 먹으면 저하나 마마의 호칭을 듣지 않을 수도 있고, 청룡포에 익선관을 착장하지 않고 용상에 앉지 않을 수 있지. 그리고 난 그렇게 했네."


한상훈은 그 말을 듣고 근본적으로 이 사람은 자기와 사고방식이 다르다는 것을 느꼈다. 쟁취해낼 수 있는 가장 높은 자리를 굳이 쟁취해낼 필요는 없었던 것이다. 이미 신명진은 자신의 위치와 예우에 만족하고 있었고, 그 이상을 과분하게 여겼다. 그것은 통이 작거나 겸손해서가 아니었다.


단지 너무나 쉽게 쟁취해낼 수 있는 것이기에 그것을 쟁취해낸 특권으로조차 여기지 못하는, 억만거부의 무의식에서 나오는 포부인 것이다.


신도연이 끼어들었다.


"우리 엄만 그렇게 해."


"어머니가?"


"엄마는 공식적인 자리에서 옷은 항상 청룡포에 익선관이고, 사무실은 아예 전각으로 따로 빼서 전면 여섯 칸 제후의 궁궐으로 짓고, 은으로 만든 삼조룡 용상에서 업무를 해. 아랫사람이 마마의 호칭을 쓰지 않으면 감봉 들어가."


신명진이 피곤하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도연엄마는 나랑은 좀 다르니까. 월성 COO인 동시에 남양 양씨 번양의 당주잖아. 홍지아한테 의전서열에서 밀려 보이기 싫겠지."


한상훈이 다시 한 번 마른침을 삼켰다. 나에게 흥미를 보이는 이 여자는 몇 번을 파고들어도 어마어마한 여자다. 의전서열에서 홍지아와 기싸움을 할 정도로 높은 지위를 가진 어머니와, 대한제국에서 두 번째로 거대한 기업의 최고 경영권자를 아버지로 둔, 고귀하고 기품있게 자란 아가씨.


그리고 신명진은 이렇게 덧붙였다.


"당신이 백수라는 건 사실 난 아무 상관이 없어. 정략결혼은 진작 포기한 심정이니까. 근데 도연엄마는 얘기가 좀 다를 거야. 당신이 부잣집 도련님도 아니고, 황실과 유착이 있는 인물도 아니며, 유력 정치인도 아니라는 이야기를 들으면 아마 당신을 상자에 처넣고 콘크리트 부어서 형산강에 던져버리라고 발광할걸."


그 말을 들은 한상훈이 한숨을 쉬었다. 그리고 다시 한 번 못을 박았다.


"애인 아니라고 했습니다."


신도연의 표정이 시무룩해졌다. 신명진이 잠시 고개를 갸우뚱하다가 물었다.


"왜 그렇게 적극적으로 거절하나? 난 그쪽이 마음에 드는데. 우리 딸이 마음에 안 드나?"


"만난 지 일주일도 안 됐습니다."


"난 도연엄마랑 만난 당일에 결혼했는데?"


그 말을 들은 한상훈은 더더욱 어처구니가 없어 뭐라 반박할 거리를 찾으려 했는데, 곧 헬기가 활주로에 내려앉고 문이 열리며 무의미해졌다. 신명진이 급히 뒤에 다소곳이 개여 있던 코트 한 벌을 내밀면서 말했다.


"그런 낡은 옷 보면 진짜 도연엄마가 돌아 버린다. 주는 거니까 일단 이거 입고 내려."


한상훈이 손을 뻗어 옷을 받아서 걸치고, 단추를 잠근 뒤 신도연을 따라 내렸다. 신도연이 한상훈 옆에 서면서 귀에 대고 떨리는 목소리로 속삭였다.


"...미안해. 엄마랑 아빠가 나 결혼해야 한다고 하도 보채서 거짓말 좀 했어."


그러자 한상훈이 신도연의 귀에 대고 살며시 흘렸다.


"진짜야? 아니면 지금 나한테 한 그 말이 거짓말이고 부모님한테 한 말이 진짜야?"


신도연이 조용히 대꾸했다.


"아직 패를 까지도 않았는데 누가 딸지를 어떻게 알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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