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울라이크 아카데미의 말단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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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라딘02
작품등록일 :
2024.06.01 16:08
최근연재일 :
2024.07.07 17: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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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2,0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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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6.17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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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30강 : 겟아웃 (1)

DUMMY









몇 명의 발소리가 이쪽으로 다가왔다.


“비제 교수.”

“아, 이제 왔구나?”


발소리의 주인에게 비제가 아는 체를 했다.


아이린은 그쪽을 보고 싶었지만, 결박이 너무 단단해 고개를 돌릴 수가 없었다.


어쨌든 그들이 아이린이 기다리던 사람이 아니라는 사실은 분명했다.


“적합한 절차를 거쳐달라고 말씀드렸을 텐데요. 아무리 당신이라고 해도 말입니다.”

“갑자기 나타난 개망나니가 날 죽이겠다고 쫓아다니는데 어떡해? 이 몸의 제1 후보도 그놈한테 빼앗겼다구.”


비제가 새로 나타난 목소리에게 푸념했다.


“하지만 우리 측에서 당신의 안전까지 보장할 수는 없습니다. 상부에선 킴벌리의 생사에 관해 어떤 결정도 내리지 않았으니까요.”


‘킴벌리···? 방금 분명히 킴벌리라고 했어.’


아이린은 눈을 번쩍 떴다.


어쩌면 킴벌리가 아이린을 찾아다니고 있는 것일까?


아이린은 그들의 말을 더 들어보기로 했다.


“아니, 라반의 머리를 터뜨렸을 때는 승진시키지를 않나. 이제는 이 몸까지 죽이려고 하는데 아직도 그놈을 살려둘 작정이라고? 지금 장난해?”

“킴벌리의 승진은 엘리가의 독단이었습니다. 우리의 개입은 없었죠. 그리고 킴벌리는 한 번도 공식적으로 당신을 죽이겠다고 말한 적이 없습니다.”

“뭐어!?”


비제는 상대를 향해 우악스럽게 얼굴을 들이댔다.


그 체형 때문에 어린애의 반항으로밖에 보이지 않았지만.


“그 개망나니는 초면부터 날 죽이겠다고 떠들었다고! 벌건 대낮에 그것도 교원 기숙사 앞에서!”

“만약 그랬다고 하더라도 우리가 당신을 보호할 의무는 없어요. 여긴 아카데미입니다. 아카데미의 땅을 밟고 서 있는 이상 그들의 규칙에 따라야지요. 힘이라는 규칙 말입니다.”

“하··· 웃기시네.”

“오히려 저희는 킴벌리에게 라반이나, 어쩌면 당신의 자리를 제공하는 것을 고려하고 있습니다.”

“···웃기는 소리 작작 해. 개도 그딴 농담엔 안 웃어.”


비제는 정색했다.

하지만 그 목소리에는 두려움이 섞여 있었다.


“농담이 아닙니다. 그의 실력은 라반을 죽일 만큼 탁월하죠. 그렇기에 엘리가 학장도 그를 승진시킨 것이겠죠. 그가 유능하고, 적이 될 가능성도 있다면, 서둘러 이쪽에 끌어들이는 게 상책이겠죠.”

“뭐라고···?”


비제의 표정을 볼 길은 없었지만, 그가 당황했다는 건 아이린조차 알 수 있었다.


그러거나 말거나 새로운 목소리는 말을 이어갔다.


“그러니 굴러온 돌에 뽑히고 싶지 않다면 킴벌리를 잡아 죽이거나, 당신의 실력을 증명해야 할 겁니다. 그러지 못하고 킴벌리의 영입이 인가되는 날에는······.”

“······.”

“···아시겠지요. 이 지하의 그늘도 당신을 지켜주지는 못할 겁니다.”

“쳇.”


비제는 분한 듯 혀를 찼다.


“됐고. 너흰 다음 몸의 준비나 해! 그 뒤에 킴벌리를 죽이든, 실력을 증명하든 해줄 테니까! 얘의 몸에 ‘나’를 넣으라고······!”


그런데 그때, 정체불명의 푸른 광채가 그들 사이를 갈라놓았다.


쉬이이이이잉-


비제는 반사적으로 이를 피했고,

광채는 비제를 스쳐 다른 곳에 맞았다.


아이린이 묶여 있던 이동식 침대.


광채는 폭발하며 침대의 다리를 부러뜨렸다.


파앙-!


“······!”


침대는 균형을 잃고 쓰러졌다.

그러는 바람에 아이린도 바닥에 뺨을 문대는 꼴이 되었다.


하지만 그 덕에 결박이 조금 풀렸다.


아이린은 조심스럽게 눈을 떴다.


‘도대체 이게······.’


아이린의 시야에 놓여 있던 수조는 그것 하나로 끝이 아니었다.


이 광막한 공간에 거대한 수조들이 끝도 없이 늘어서 있었다.


하지만 그녀를 더 놀라게 한 것은 수조의 내용물이었다.


‘···저게, 도대체 뭐야?’


아이린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그 수조들 안에 무언가 있었다.


자세히 볼 것도 없이 그건 사람이었다.

그것도 아이린 또래의 아이들.


수천수백 명의 소년·소녀가 영혼을 잃은 채로 잠들어 있었다.


그리고 푸른 광채가 날아온 어둠의 저편에서, 이 광경을 목도한 또 한 명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찾았다.”


***


다프니를 놓아준 후에,

결국 킴벌리는 비제가 숨을만한 공간을 찾아냈다.


이곳을 찾아낼 수 있었던 이유는 단 하나의 추측에 기반하고 있었다.


비제의 신체 강탈이 요술이나 괴물의 능력이 아니라, 어떠한 공학적 절차에 기반한 것이라면?


‘···당연히 그 절차를 실행할 시설과 공간, 그리고 시간이 필요하게 되겠지.’


킴벌리는 이 가설에 꽤 확신을 가지고 있었다.


이 가설이 옳다면 많은 게 설명이 된다.


비제가 지하로 숨은 이유도,

진작에 노릭이나 아이린의 몸을 빼앗지 못한 이유도.


‘그리고 어쩌면··· 비제에게로 향하는 길이 어디인지도 설명해 줄 수 있을지 몰라.’


그래서 킴벌리는 다프니에게 가까운 통로의 위치를 물었다.


그것도 화물이 움직일 수 있을 만큼 큰 통로.


시설의 설치,

희생자의 운구,

희생자를 보관할 용기와 시술을 위한 장비의 이동 등등.


사람의 몸을 갈아 끼우는 큰 작업을 위해서라면, 폭이 넓은 통로가 필요할 테니까.


그렇게 킴벌리는 대회당 회랑에서 이어지는 곧은 수로를 찾았다.


보트도 드나들 만큼 넓은 통로였다.


그리고 그 통로의 건너편에는 하수도의 관리 창고 같은 곳이 있었다.


킴벌리는 그곳으로 들어갔다.


“참, 뻔한 곳에 숨겨 놓는군.”


창고에는 아무것도 특이한 건 없어 보였다.


하지만 킴벌리는 이런 대목에서 쓰이는 클리셰를 아주 잘 알고 있었다.


‘저기로군.’


충분한 공간이 있음에도 아무것도 놓이지 않은 한켠의 벽.


그리고 바닥의 쓸린 자국과 깨끗하게 치워진 먼지.


킴벌리는 그 벽을 더듬었다.


‘정답.’


그리고 그의 손끝에 묘한 감각이 응답했다.


미묘한 마력이 벽 내부에 흐르고 있었다.


라반과의 결전 전날에 찾아간 기자재 창고의 자물쇠.

그리고 거기에 걸린 마술적 봉인.


지금 킴벌리가 더듬고 있는 이 벽에도 그것과 비슷한 마술이 작용하고 있는 게 분명했다.


‘숱한 밤을 지새운 수련이 드디어 빛을 발하는군.’


빙의 직후부터 킴벌리는 잠을 아끼며 마술 수련에 정진했다.


그 결과, 킴벌리는 몇 가지 기초적인 마술적 능력을 갖추게 되었다.


마력이 가져다주는 미묘한 감각을 분별할 수 있게 된 것도 그 결실 중 하나였다.


‘물론 그런 어쭙잖은 지식으로 이런 고도의 마술적 보안을 분쇄할 수 있는 건 아니야.’


‘근데 난 그럴 필요가 없는 사람이거든.’


그는 침묵의 사제.

마술을 동원한 보안 따위는 그의 앞에서 어떤 의미도 없었다.


킴벌리가 다시 한번 내면의 신에 감응하자, 침묵이 그에게 고요로 응답했다.


‘······.’


동시에 눈앞의 벽이 우르르 무너졌다.


킴벌리는 벽 너머에 나타난 어둠 속으로 마석을 던졌다.


마력의 푸른 빛이 어둠을 밝혔다.

그곳에 드러난 것은 넓고 완만한 경사로였다.


킴벌리는 그 어둠 속으로 하강했다.


그리고 그 끝에서 드디어 찾아냈다.


비제가 자신의 신체 강탈을 실행하기 위한 거대 시설.


현실의 건축학 상식을 정면으로 부정하는 광대한 공동 아래로, 줄곧 찾아온 그곳이 펼쳐져 있었다.


킴벌리는 층계를 내려가 한 수조에 다가섰다.


한 소년의 시간이 그곳에 영원히 멈춰 있었다.


생명의 징후는 보였으나, 의식은 없었다.


‘아마 이 아이도 아카데미 학생이었겠지.’


킴벌리는 놀라지도 당황하지도 않았다.


‘비제를 쫓기 시작했을 때부터 이럴 줄은 알았어. 알았지만······.’


이렇게 대규모일 줄이야.


어쩌면 아카데미 전체가 학생의 살아있는 박제를 만들기 위한 공장일지 모른다는 생각마저 들었다.


킴벌리는 잊고 있던 원작의 제목을 떠올렸다.


‘젊음의 봉안묘라는 게 이런 뜻이었어? 원작자?’


빙의 직전,

원작자가 자기 작품을 읽었는지 물었을 때 킴벌리는 이렇게 대답했다.


‘16번 읽었습니다.’


‘연재분까지는.’


그렇다.


원작은 완결이 나지 않았다.


하지만 그래도 문제는 없으리라고 생각했다.


연재분의 끝인 41권은 이미 작중 후반부라고 여겨졌고,

더이상 밝혀질 무언가는 없을 것 같았으니까.


하지만 바로 지금 이런 폭탄이 터져버렸다.


이건 41권 이후에나 드러났어야 할 비밀이었다.


‘현재의 시간대는 원작으로 따지면 고작 1권 중후반이야. 하지만 이건··· 빌어먹을······.’


상황의 통제?

원작 지식이 뭐 어쩌고 어째?

전부 웃기는 소리다.


킴벌리가 점화한 도미노는 이미 어마어마하게 가속하며 미지의 영역으로 답보하고 있었다.

그가 쫓을 수도, 가늠할 수도 없는 속도로.


‘하지만 나는, 지금 할 수 있는 일을 할 뿐이야.’


시설의 중앙으로 이어진 길의 저편.

그곳에 희미하게 사람의 형체가 보였다.


킴벌리는 그늘에 숨어 그들에게 더욱 다가갔다.


후드를 쓴 무리.

비제.

그리고 침대에 묶여 있는 아이린.


마침내 킴벌리는 그들을 발견해 냈다.



그렇게 사건은 현재에 이른다.


그리고 오직 그들만을 쫓아 멈추지 않고 달려온 도살자의 발걸음도, 여기에 이르러 멈추었다.


“찾았다.”


마침내 그가 어둠 속에서 모습을 드러냈다.


“킴벌리······!”


비제의 표정이 일그러졌다.


“뒤를 밟혔습니까?”


무리의 수장이 비제를 추궁했다.


“아냐, 이 몸을 뭐로 보는 거야···!? 그리고 만일 밟혔다고 해도, 그냥 여길 뚫고 들어올 수 있을 리가 없잖아!”


비제는 항변했지만, 수장은 믿기지 않는다는 듯 고개를 저었다.


“후··· 어쨌든 여기가 드러난 이상 선택지는 하나뿐이군요.”


수장은 뒤로 한 발 물러서며 말했다.


“비제 텔라문트. 여기서 당신의 실력을 증명하십시오. 패배한다면 당신의 자리는 킴벌리의 것이 될 겁니다.”


그 말을 남기고 무리는 그늘 속으로 사라지려 했다.


하지만 그들은 그럴 수 없었다.


그들은 성급히 달아나려다, 도주에 허락을 구해야 할 사람을 잊고 말았다.

이곳에 자리한 단 한 사람.


킴벌리.


그의 주문이 무리 중 한 명의 발목이 꿰뚫었다.


“으아악!”

“!?”


비제는 쓰러진 녀석을 서둘러 살폈다.


상처에 남은 마력의 불꽃.

공격 마술이 꿰뚫고 지나간 흔적이었다.


‘도대체 어디서?’


그런 의문이 모두의 뇌리를 스쳤다.


분명 모두가 킴벌리를 주시하고 있었다.


그러나 킴벌리 쪽에서는 그 어떤 마력의 빛도 보이지 않았다.


‘다른 협력자가 있는 건가···?’


하지만 그런 의문이 풀리는 일은 없이, 또 한 명의 발목이 폭발했다.


“크학···!”


비제와 무리는 얼어붙었다.


어디서 다음 공격이 날아들지 알 수 없었다.


사방은 어둠.

그리고 어둠은 그곳에 도사린 적의 편이었다.


라반을 도살하고, 비제와 그들 모두를 쫓아 이 지옥의 밑바닥까지 찾아온 악몽 같은 적.


“내가 이기면, 비제의 자리를 준다고 했지.”

“······!”

“그 제안. 거절하겠다.”

“무슨······.”

“비제의 자리는 필요 없어. 너흰 여기서 모두 죽는다. 한 명도 빠짐없이.”


그 적이 선언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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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0강 : 겟아웃 (1) 24.06.17 34 2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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