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울라이크 아카데미의 말단 교수

무료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라이트노벨

팔라딘02
작품등록일 :
2024.06.01 16:08
최근연재일 :
2024.07.07 17:27
연재수 :
52 회
조회수 :
2,055
추천수 :
132
글자수 :
312,062

작성
24.06.30 15:00
조회
21
추천
2
글자
12쪽

45강 : 마음과 심리

DUMMY








***


다음 날이 돼서도 킴벌리는 여전히 사샤의 문제에 관해 골몰하고 있었다.

과거의 킴벌리 즉, 셰인과 사샤 사이에 어떤 일이 있었는가.


‘뭐가 있었던 건 분명한데··· 그게 도대체 뭔지 알 길이 없어.’


이제는 이 문제를 풀 방법이 있기나 한 걸까 싶었다.


‘기생자 사건 때도 그렇고··· 원작에 드러나지 않은 문제가 계속 나타나고 있어···’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기는 했다.

그가 지금 빙의해 있는 몸은 원작 비중이 하나도 없는 엑스트라, 셰인 킴벌리 마에스트라레니까.


‘빌어먹을 원작자··· 왜 하필이면 셰인이었던 거냐······.’


그렇게 고뇌하고 있을 때,

옆으로 누군가가 다가왔다.

노릭이었다.


“교수님.”

“···노릭.”


그들은 막 시작한 대련을 참관 중이었다.


다가와 킴벌리와 나란히 선 노릭이 물었다.


“뭔가 문제가 있으신가요?”

“음? 왜.”

“표정이··· 대단히 심각하시기에요.”


엇, 그랬던 건가.

재빨리 주변을 돌아보자 킴벌리를 슬금슬금 피하는 다른 학생들이 보였다.


까먹고 있었다.

이 얼굴은 피곤하거나 고민거리가 있으면 인상이 말도 안 되게 안 좋다는 것을.


“···지금이라도 가르쳐줘서 고맙다. 그냥 좀 뭘 생각하고 있었어.”

“그게 뭐죠?”

“으음······.”


노릭이라면 털어놔도 괜찮으려나.

킴벌리는 잠시 갈등하다, 곧 입을 열었다.


“내가 누구한테 상처를 준 것 같아.”

“음? 상처요?”

“응. 근데 그 원인이 뭔지 난 전혀 모르겠단 말이지. 애초에 나랑 그 누구 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도 기억이 안 나.”

“으음··· 정말 어려운 문제군요.”

“그렇지···?”


두 사람은 다시 눈앞의 경기를 바라보며 나란히 고민에 빠졌다.

먼저 이야기를 꺼낸 건 노릭 쪽이었다.


“저야 자세한 사정을 모르기에 도움이 될지는 모르겠습니다만······.”

“뭔가 떠오른 거야?”

“사람이라는 건 타인의 행동과 말에서 그 숨은 의미를 읽어내려고 하기 마련이죠. 말이라는 건 같은 단어를 사용해도 전혀 다른 의미로 전해지기도 하니까요.”

“그렇지.”


킴벌리는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그 숨은 의미를 읽는 일이 결코 쉬운 일만은 아니죠. 그래서 오해가 생기는 일도 더러 있고요.”

“그래··· 그렇게 오해가 생겨서 뭔가 말싸움이라도 했던 걸까?”

“전달자와 듣는 자 모두 잘못했다면 그랬을 수도 있겠지요. 하지만 한쪽에만 귀책사유가 있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렇게 말하며 노릭은 검지를 치켜들었다.


“요컨대 교수님이 별 생각 없이 한 말이나 행동이, 받아들이는 쪽에서는 상처가 되었을 수도 있다는 겁니다.”

“아아···!”

“그럼 교수님 쪽에서 그 원인을 파악하지 못하는 것도 설명이 되죠.”

“와. 너 완전 관계의 전문가구나.”

“···그저 상식적인 이야기일 뿐인걸요.”


킴벌리는 노릭에게 진심으로 감탄했다.

하지만 아직 문제가 풀린 건 아니었다.


“근데 그런 경우엔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단 말이지.”

“이럴 때는 제삼자의 시선을 빌리는 게 좋을 수도 있겠죠.”

“제삼자의 시선?”

“교수님과 그 상대방의 관계에 관해 알고 있는 누군가가 있다면, 그 사람의 객관적인 시선이 도움이 되겠지요. 교수님이 잊어버린 오해의 원인을 알아낼 수 있을지도 모르니까요.”

“···와! 너 완전 천재 아니냐?!”


노릭의 조언으로 킴벌리의 안에서는 벌써 구체적인 아이디어가 그려지고 있었다.


“고맙다. 노릭. 네 덕분에 뭐가 될지도 모르겠어.”

“아닙니다. 교수님이 저에게 주신 도움에 비하면야··· 그런데, 혹시 교수님은 또 다른 제자를 들이시려는 건가요?”

“눈치가 빠른데? 정답이야. 그 녀석이 특별반의 마지막 결원이거든.”

“하핫··· 그러면 어쩔 수 없겠군요.”


킴벌리는 고개를 갸웃댔다.


“? 뭐가 어쩔 수 없어?”

“질투가 난다··· 그런 뜻입니다.”

“질투?”


정말 영문을 모르겠다는 킴벌리에게 노릭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그건 그렇고, 교수님께서 저번에 말씀하셨던 페어 교환은 언제 시작되는 건가요?”

“아 그거?”


킴벌리는 그들의 바로 정면을 향해 턱짓했다.

노릭도 그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어느새 대련은 끝나 있었다.

대신 연무대 위에서는 패배한 쪽의 두 사람이 서로 다투는 중이었다.


“···네가 제대로 초반 대처를 못해서 그런 거잖아···”

“···너야말로 내가 기적을 쓸 때 제대로 지켜줬어야지···”


노릭은 그제야 킴벌리의 계획을 이해했다.


“자기 입으로 페어를 바꿔달라고 말할 거라는 게··· 그런 뜻이었군요.”


킴벌리의 계획에 감탄하는 게 이걸로 도대체 몇 번째인지.


노릭은 킴벌리를 경외의 눈으로 바라보았다.


그는 벌써 연무대에 올라 다툼을 중재하고 근본적인 패배 원인과 해결 방법에 관해 피드백하고 있었다.


“저렇게 명석하고 철두철미한 분이 사람 마음에는 그렇게 어두우시다니··· 정말 신비한 분이시로군요. 교수님은.”


노릭은 그렇게 혼잣말하며, 다시 한번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


방과 후, 도서관의 비밀방.


킴벌리는 노릭이 제공한 아이디어에 따라 셰인과 사샤 사이의 비밀을 풀어볼 생각이었다.


그는 아이린의 오답고사가 시작되고 얼마 되지 않아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유진에게 종이를 한 장 건네주었다.


“자, 답지다. 오답고사 끝나고 아이린의 채점이랑 피드백 좀 부탁할게.”

“뭐야··· 교수님 어디 가요?”


시험에 집중하고 있던 유진이 고개를 들었다.

킴벌리는 그에게 대답했다.


“사샤랑 관련해서 조금 볼일이 있어. 아무래도 상황이 좀 복잡한 것 같다.”

“무슨 일인데요?”

“예과 때의 나와 사샤 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던 것 같아. 근데 그게 도대체 뭔지··· 솔직히 전혀 모르겠다.”


그러자 잠자코 있던 아이린이 한 소리 했다.


“예나제나 참 둔감했다는 거네··· 선생.”


거기에 유진도 키득거리며 거들었다.


“교수님이 그런 구석이 있긴 해. 적의 심리는 귀신같이 꿰뚫어 보면서 마음의 문제에는 어리숙하기 짝이 없지.”


유진도 아이린도 그 부분에 대해선 동감하는지 사이좋게 고갤 끄덕거렸다.

하지만 그게 킴벌리에겐 수수께끼 같았다.


“무슨 소리야, 심리랑 마음은 같은 말이잖아.”

“···그래. 그런 점이 문제라고.”


킴벌리의 얼빠진 질문에 아이린이 답했다.


여전히 영문을 모르겠다는 킴벌리에게 유진은 이렇게 말했다.


“그 차이를 모르는 게 바로 교수님의 문제라고요. 어휴, 됐다. 말해 뭐해.”

“···너도 똑같아.”

“뭐어?”


아이린의 비판의 화살이 유진에게로 향하고, 두 사람이 또 티격태격하기 시작했다.


‘내가 그렇게 사람 마음에 둔감한가···?’


킴벌리는 도서관을 나오면서 생각했다.


‘그런데 어떡해? 빙의하기 전에는 맨날 일에··· 공부에··· 쫓겨 다니기만 했는데.’


‘마음과 심리라···’


유진과 아이린의 지적은 장난스러웠지만, 결코 가벼이 볼 문제는 아니었다.


바로 그 마음에 관해 잘 몰랐기 때문에, 킴벌리는 과거에도 현재에도 고뇌하고 있었다.


“그러니까 확인하러 가야지. 그 마음이라는 게 도대체 뭔지.”


벌써 목적지가 코앞까지 다가와 있었다.

본과 마술학부 건물.

그는 그 문을 열어젖혔다.


킴벌리는 노릭의 조언을 듣고 그것을 그대로 이행하기로 결정했다.

바로 노릭이 말했던 그 ‘제삼자’를 찾아보는 것.


하지만 그 제삼자가 관계없는 아무 사람이어서는 곤란했다.


‘나와 사샤의 관계에 대해 조금이라도 알만한 사람, 그런 사람을 찾아야 하지.’


그래서 킴벌리는 사샤가 들었던 셰인의 수업, ‘독립적 마술장치의 이해’의 강의 파일을 다시 펼쳤다.


거기엔 수업에 참여했던 학생들의 명부를 찾아 확인했다.

물론, 안타깝게도 거기 적혀 있는 모든 학생을 전부 찾아가 볼 수는 없었다.

여긴 아카데미니까.


“생존해 있는 건··· 몇 명 없군.”


하지만 그 몇 없는 생존자 중에서, 킴벌리는 낯익은 이름을 발견했다.

다프니.


“여기에서 다시 만나다니. 솔직히 놀라울 정돈데. 우리의 인연이란.”


그렇다면 이번 사건의 중요 참고인은 정해져 있는 것이나 다름 없었다.

킴벌리는 지금 다프니에게 향하는 중이었다.


며칠 전만 해도 이 시도는 굉장히 위험하고 꺼려지는 일이었겠지만··· 지금은 달랐다.

이제는 다프니의 상관인 엘리가와 접점이 생겼으니까.


몰래 찾아가는 정도는 허용될 것이다.


“후우··· 힘들구만.”


‘단 5층짜리 건물의 층계를 오르는 것도 힘겨워하다니. 이 세계의 인간이 맞긴 한 거냐? 셰인!’


킴벌리는 자신의 비루한 몸에 불만을 토로했다.

하지만 어쩔 수 없었다.

방과 후에 다프니가 있을 만한 곳은 기숙사 아니면 이곳뿐이니.


“다프니.”


킴벌리는 옥상의 문을 열고 그녀의 이름을 불렀다.

옥상 저편, 굴뚝이 있는 지붕 위에서 그녀가 이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


그녀는 지붕 위에서 폴짝 뛰어 옥상의 평탄한 바닥에 사뿐히 착지했다.

그리고 이쪽으로 다가왔다.


“······.”


킴벌리를 마주한 다프니는 복잡한 표정이었다.

킴벌리 역시, 다프니를 향한 미안한 마음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저번에는··· 저··· 미안했다.”

“···흥.”


기생자 사건 때, 다프니에게 한 짓은 킴벌리 자신도 떠올리기 싫을 정도였다.


폭행, 공갈협박에··· 체포감금까지.

현실이었다면 당장 감옥에 처넣어도 이상하지 않은 일이었다.


하지만 다프니는 이렇게 말했다.


“뭐가 미안하다는 거지? 용건이나 말해.”


그건 그녀가 킴벌리를 용서했다는 뜻인 걸까?

킴벌리는 그 의미를 읽는 일은 잠시 미뤄두기로 했다.


“혹시, 저번 학기에 들었던 수업 중에, ‘독립적 마술장치의 이해’라는 수업, 기억나니?”


다프니는 고민하는 기색도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당신 수업이었잖아. 그거.”

“맞아. 그럼 그 수업을 같이 들었던 사샤라는 학생도 기억해?”


사샤라는 이름을 듣자 다프니의 눈가에 미묘하게 주름이 잡혔다가, 사라졌다.

그리고 이번에도 망설임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아! 기억하는구나! 다행이군.”

“···당연하지. 사샤 미코얀은 학생회장이었어. 당시 마술학부 학생이라면 모르는 사람이 더 적을걸.”

“아, 그렇지.”

“그리고 그 수업에선 내가 2등이었으니까. 정확히 기억해.”

“음? 그게 무슨 상관이야?”


킴벌리가 그렇게 묻자 다프니는 되려 고개를 갸웃거렸다.


“···사샤가 1등이었으니까. 성적 확인 때문에 온 것 아니었어?”


그건 처음 듣는 정보였다.


‘역시, 다프니에게 온 게 정답이었어.’


“아니, 성적 때문은 아니야. 사샤와 그 수업 관련해서 너한테 물을 게 있어서 왔을 뿐이야.”

“뭔데?”

“나와 사샤 사이에 뭔가··· 나쁜 일 같은 게 없었는지 물어보려고 했어.”

“그래서 그 나쁜 일 같은 게 뭐냔 말이야.”

“그걸 나도 모르겠다. 나한텐 별 거 아니었는데 사샤한테는 상처가 됐을 수도 있고··· 그런 뭐 복잡한 일인데, 혹시 짐작 가는 거 없어?”

“······?”


다프니는 미심쩍다는 듯 미간을 찌푸렸다.

그리고 킴벌리를 가리켰다.


“그거야 당신이 더 잘 알겠지.”

“뭐?”

“당신이 사샤 미코얀의 담임 교수였잖아. 아니야?”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소울라이크 아카데미의 말단 교수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52 52강 : 인정투쟁 (1) 24.07.07 20 1 11쪽
51 51강 : 마음을 다루는 법 (2) 24.07.06 22 1 12쪽
50 50강 : 마음을 다루는 방법 (1) 24.07.05 20 1 13쪽
49 49강 : 점화 +1 24.07.04 28 2 13쪽
48 48강 : 페어 교환 (2) 24.07.03 23 1 12쪽
47 47 : 페어 교환 (1) 24.07.02 23 1 13쪽
46 46강 : 원죄 24.07.01 22 1 11쪽
» 45강 : 마음과 심리 24.06.30 22 2 12쪽
44 44강 : 셰인의 실수 24.06.29 24 1 14쪽
43 43강 : 리벤지 매치 24.06.28 23 1 12쪽
42 42강 : 리틀썬과 가시박힌 검 (4) 24.06.27 25 1 12쪽
41 41강 : 리틀썬과 가시박힌 검 (3) 24.06.26 27 1 13쪽
40 40강 : 리틀썬과 가시박힌 검 (2) 24.06.25 25 1 14쪽
39 39강 : 리틀썬과 가시박힌 검 (1) 24.06.25 25 1 13쪽
38 38강 : 관심종자 24.06.24 27 1 12쪽
37 37강 : 오리엔테이션 24.06.23 27 1 13쪽
36 36강 : 뉴 게임 24.06.22 32 1 14쪽
35 35강 : 기생자 24.06.21 28 1 12쪽
34 34강 : 강신 24.06.20 31 1 14쪽
33 33강 : 시언 24.06.19 32 1 15쪽
32 32강 : 다정함의 이유 +1 24.06.18 37 3 13쪽
31 31강 : 겟아웃 (2) 24.06.17 30 3 14쪽
30 30강 : 겟아웃 (1) 24.06.17 33 2 11쪽
29 29강 : 도미노 (2) 24.06.15 36 2 15쪽
28 28강 : 도미노 (1) 24.06.15 35 2 14쪽
27 27강 : 실종 (3) 24.06.14 33 3 15쪽
26 26강 : 실종 (2) 24.06.13 35 2 14쪽
25 25강 : 실종 (1) 24.06.12 36 1 12쪽
24 24강 : 노릭 (3) 24.06.11 39 2 13쪽
23 23강 : 노릭 (2) 24.06.11 37 3 16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