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옥 문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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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고양이
작품등록일 :
2024.06.01 16:27
최근연재일 :
2024.06.24 22: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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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6.05 13: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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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쪽

7화. 잠꼬대 (1)

DUMMY

하루종일 촛불과 씨름하는 미영은 시간이 얼마나 흘럿는지도 모를정도로 집중한 상태였다.


평소의 그녀였다면 핸드폰이나 만지작 거리며 딴청을 피웠겠지만 조금씩 흔들거리는 불꽃의 잔상과 지끈거리는 두통은 지금의 현실이 결코 농담이 아니라는것을 말해주고 있었으나까.


어릴적 영화나 만화에서 보았던 신비한 능력을 깨우친 주인공처럼 자신이 세상을 구하는 영웅이 될수있다는 고양감도 차올랐지만, 언제 돌아올지모르는 까칠한 사장님의 비난을 피하기 위해서 이기도 했다.


「사라락」


마침내 눈앞에서 피어난 작디 작은 불꽃.


흥분한 그녀는 너무나 기쁜나머지 펄쩍 뛰며 환호했다.


“꺄아아악!! 해냈다~~아!!!!”


“그래 해냈네.”


「우당탕탕!」


미영은 갑자기 뒤에서 들린 감정없는 목소리에 놀라 소파옆으로 자빠지고 말았다.


뒷통수가 짜릿한 상태에서 눈을뜨자 사무실로 돌아온 사장님이 차가온 표정으로 자신을 바라보고 있었다. 상황을 보아하니 뒤에서 음흉하게 다 보고있었던 것 같았다.


“내일은 현장 근무다. 일찍 자라.”


「사르르르···」


널부러진 그녀를 일으켜세워줄 생각도 없었던 재혁은 탁자에 세워놓은 초를 향해 팔을 휘저었다. 놀랍게도 초는 쓰러지는게 아니라 마치 그자리에 원래 없었다는 것처럼 사라져버렸다.


망치로 머리를 한대 맞은듯한 미영은 아픔조차 잊은채 일어나 멍하니 탁자만 바라보고 있었다.


‘있지도 않은 초에 불을 피우려고 개고생을 하고있었다고? 아니 그럼 내가 붙인 불은 먼데?’


넋이 나간 그녀의 곁으로 집사가 걸어왔다. 차를 내려놓는 그의 표정은 언제나처럼 웃고 있었지만 조금 얄미워 보였다.


“제가 오늘 언제 초를 치웠을까요?”


“....????!!!”


‘맙소사 믿었던 집사님까지 날 놀려먹은 거라니···’


버틸수없었던 미영은 소파를 향해 양반다리한 자세 그대로 힘없이 쓰러졌다. 이럴거면 하루종일 고생한 훈련의 목적이 뭐였는지 알려주기나 할것이지 순진한 사람을 골려먹냐··· 허탈한 그녀는 더이상 화낼 기운도 없었다.


「매옹~」


집사가 자리를 뜨자 슈리가 그녀의 곁으로 다가왔다. 항상 눈치를 보며 피해다니는걸 보면 어지간히도 저분을 싫어하는것 같았다.


“이리와··· 엄마 위로해줘··· 꾹꾹이 할까?”


미영의 손짓에도 불구하고 슈리는 몸을 돌려 2층으로 향했다. 사뿐하게 계단을 오른 고양이가 가는 곳은 까칠한 사장님의 방이있는 방향이였다.


“배신자···.”



***



다음날 아침 일찍 사무실 앞으로 나온 두사람 앞에는 익숙한 택시가 기다리고 있었다.


“좋은아침입니다 사장님. 그리고 아가씨.”


모자를 벗고 인사하는 구릿빛 피부의 젊은 택시기사. 미영을 사무실로 대려다준 제이였다.


재혁은 귀찮다는 표정으로 먼저 뒷자석 가운데에 앉았고 미영은 혼자있고 싶어하는 아싸 사장님을 위해 앞자석으로 향했다.


“그러고 보니 우리 통성명도 안했네요. 성함이···?”


“아. 송미영이에요. 제이··· 라고 하셨죠? 무슨 암호명 같은건가요?”


“푸훕···! 미영씨 영화를 많이 보셨네. 전 그냥 평범한 택시기사에요.”


첫만남부터 뺑소니를 치는 택시기사를 평범하다 말하긴 어려웠지만 그래도 자신을 지켜주었다는 것은 사실이 아닌가. 미영은 물어보고 싶은것이 산더미처럼 많았지만 참았다.


그런 그녀가 기특하다는듯 택시기사는 웃으며 말했다.


“좋은 자세에요! 잠꼬대하는 동안엔 궁금해도 참고 기다리는게 맞으니까요. 우리 사장님 무뚝뚝한 척하면서 다 챙겨 주셨나보네.”


“잠꼬대요···? 그게 뭐에요?”


“걱정하지마세요 나중에 다 알게될테니까. 저분이 차가워 보여도 은근히 자기사람은 신경쓴다니까요? 이런걸 뭐라고 했더라···”


“닥쳐.”


재혁의 폭언에 택시기사는 입을 다물었고 셋은 아무런 대화도 하지 않은채 목적지에 도착했다.


오래된 5층짜리 건물.


엘리베이터도 없는 구식 아파트는 간판이 떨어져나가 제 이름조차 보여주지 못하고 있었다. 올라가기전 입구에 선 미영에게 재혁이 작은 상자를 건냈다.


“내가 신호하면 열어. 그전까진 들고만 있어.”


둘은 계단을 올라 4층에 도착했고 계단에서 멀지 않는 집의 초인종을 눌렀다. 잠시후 피곤해보이는 얼굴의 아주머니가 미영을 반겼다.


“어서오세요.. 이리로··· 차라도 한잔 드시겠어요..?”


거실 티비 위에는 두 아이와 부부내외가 찍은 가족사진이 걸려 있었다. 사진속 어머니는 후덕한 인상의 통통한 모습이였지만 지금 눈앞에 있는 사람과 동일인이라 보기엔 매우 괴리감이 느껴졌다.


“어딨어?”


대뜸 반말하며 용건부터 내던지는 재혁.


흠칫 놀란 미영이었지만 사장님의 싸가지는 익히 알고있었다. 개차반인 성격이 모든 사람에게 공평하게 적용된다면 뭐 일관성이라도 있다는 걸 다행으로 여겨야하는 것일까. 그녀는 눈치를 보며 의뢰인의 반응을 기다렸다.


“이쪽으로···”


오래된 집에 어울리지 않는 두꺼운 철문.


의뢰인인 아이의 어머니는 잠금장치만 해도 5개가 넘어보이는 철문앞으로 재혁과 미영을 인도했다. 호랑이라도 가둬놓았나 싶을 정도로 과한 문이였다.


철문의 눈높이에 있는 손잡이를 밀자 드디어 안이 보였다. 그곳에는 작은 소녀가 쇠사슬에 묶인채 거친 숨을 토해내고 있었다.


“침대에 묶어 놓으라 전달 못받았어?!”


화난듯해 보이는 재혁은 의뢰인을 쏘아 붙였다. 아이의 어머니는 그자리에서 울며 주저 앉았다.


“아이고 선생님 꺼흐흑··· 애오빠가 옮기려다가 다쳐서 응급실에 갔어요 흐흐흑··· 한두사람으로는 못합니다 우리애좀 살려주세요 흐흐흐흐어어어···”


결국 의뢰인은 서럽게 울면서 재혁의 바짓가랑이를 붙잡았다. 미영은 안타까운 마음에 어머니의 손을잡고 어깨를 토닥거려 주었다.

둘을 무시한채 재혁은 잠금장치를 풀면서 말했다.


“내가 들어가서 저거 눕히면 들어오고 너는 문 잠궈. 그정도는 할수있지?”


“네 선생님. 도사님.. 신령님 제발 부탁드립니다. 우리 애 좀···”


「차르르르」


재혁이 들어가자 작은 소녀가 자리에서 일어섰다. 팔과 다리를 구속한 쇠사슬 소리가 스산하게 방안을 채우고 있었다.


“뭘봐 이새끼야. 나와.”


다큰 어른이 이제 갓 10살은 되었을까 싶은 아이에게 할말은 아니었다. 재혁의 말에 화가난 모양인지 소녀는 손톱을 세워 앞으로 달려들었다.


[죽어어어어어!!]


소녀와 성인남성의 목소리가 섞인것과 같은 괴상한 음성이였다. 핏발이 선 눈과 얼굴가득 솓아있는 푸른 핏줄 때문에 가족사진에서 본것과 같은 아이라고는 도저히 생각하기 어려웠다.


「빙그르르」


공중에서 손을 낚아챈 재혁은 그 힘을 이용해 역으로 소녀를 바닥에 내팽개 쳤다. 그는 여전히 반항하는 아이의 손과 발을 제압하기위해 쇠사슬을 밟아 누른다음 주먹을 들었다.


「퍼억! 퍼억!」


[꿰에에엑! 퀘에헥!]


사정없이 아이의 복부를 내리치는 재혁.


미영은 어린 소녀에게 가해지는 사정없는 폭력에 당장이라도 달려가서 제지하고 싶었지만 아이의 것이라곤 도저히 여길수 없는 기괴한 신음소리가 그녀의 발걸음을 멈추게 했다.


“으어허허헝! 소정아! 흐흐흐흐흑..!”


차마 볼수없었던 어머니는 철문을 붙잡으며 오열할 뿐이였다.


[께에에에.. 께엥]


소녀의 반항이 작아지고 목소리가 가라앉자 재혁은 옆에 있는 침대로 아이를 던졌다.


「털푸덕!」


대자로 뻗은 소녀는 더이상 아무런 힘도 남아있지 않은 것 처럼 보였다. 차마 현장을 마주할수 없었던 의뢰인은 아이의 비명이 잦아들자 더 크게 흐느꼈다.


두 모녀를 전혀 신경쓰지 않는 것 같은 재혁이 미영에게로 고개를 돌려 무엇인가 말하려 입을 땐 그 순간.


지친척을 하던 소녀가 그대로 날아올라 양 손을 휘둘렀다. 재혁을 향해 튀어나온 날카로운 손톱은 작고 여린 아이의 손에서 나온 것이라고는 믿을수 없을 정도로 길었다. 평범한 사람을 기준으로 해도 말도 안되는 두께였다.


재혁은 그럴줄 알았다는 듯 가볍게 고개를 숙여 손톱을 피한후 아이의 얼굴을 붙잡았다. 그런 다음 침대를 향해 못을 박듯이 그대로 내리 꽂았다.


「뿌드드득!」


얼마나 세게 힘을 주었는지 성인사이즈의 침대가 부서지는 소리가 들렸다.


더이상 속기 싫었던 재혁은 쇠사슬을 휘둘러 팔과 다리를 묶은 다음 무릎으로 아이의 목을 짓눌렀다. 그러나 끊임없는 쇳소리와 부서지는 침대가 계속되는 저항을 설명하고 있었다. 이걸 어른과 아이의 싸움이라고 말할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을게 분명했다.


[그르르르!!]


소녀는 온몸이 결박한 상태에서도 여전히 적의를 감추지 않았다. 쇠사슬이 묶인 손과 발에서는 피가 흘러나오고 입에서는 게거품을 문 신음과 괴성이 계속되는대도 살기등등한 시선만큼은 재혁에게서 떠날줄 몰랐다.


완벽하게 제압했다고 확신한 재혁은 고개를 돌려 미영을 바라본 후 올라오기 전에 건낸 상자를 향해 손가락질 했다.


“지금이야. 그거 꺼내.”


마른침을 삼킨 미영은 잔뜩 긴장한 표정으로 팔뚝만한 크기의 길쭉한 나무상자의 뚜껑을 열었다.


물건을 감싼 붉은 천을 걷어내자 철로 된 말뚝 하나가 보였다.


머리를 감싼 가죽과 겉에 새겨진 알수없는 글자들. 뾰족한 아랫 부분은 살짝 손가락으로 누르기만해도 상처가 날만큼 날카로워 보였다.


말뚝을 꺼낸 미영은 어벙벙한 얼굴로 재혁을 바라봤다. 이 미친 사장이 무슨일을 시킬지 전혀 감이 오지않았지만 그녀가 지금 상상하는 그것만 아니기를 간절히 바랬다.


“찔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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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13화. 깨진 거울 (1) 24.06.19 14 0 13쪽
12 12화. 잠꼬대 (6) 24.06.17 15 0 14쪽
11 11화. 잠꼬대 (5) 24.06.14 17 0 14쪽
10 10화. 잠꼬대 (4) 24.06.12 15 0 11쪽
9 9화. 잠꼬대 (3) 24.06.10 17 0 11쪽
8 8화. 잠꼬대 (2) 24.06.07 17 0 11쪽
» 7화. 잠꼬대 (1) 24.06.05 19 0 10쪽
6 6화. 한 여름밤의 꿈 (6) 24.06.03 18 0 12쪽
5 5화. 한 여름밤의 꿈 (5) 24.06.01 21 0 13쪽
4 4화. 한 여름밤의 꿈 (4) 24.06.01 16 0 10쪽
3 3화. 한 여름밤의 꿈 (3) 24.06.01 21 0 11쪽
2 2화. 한 여름밤의 꿈 (2) 24.06.01 18 0 10쪽
1 1화. 한 여름밤의 꿈 (1) +1 24.06.01 67 1 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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