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옥 문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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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고양이
작품등록일 :
2024.06.01 16:27
최근연재일 :
2024.06.24 22:48
연재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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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6.12 17: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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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10화. 잠꼬대 (4)

DUMMY

「부아아앙!」


엄청난 속도로 도로를 질주하는 검은 택시.


사건 현장에서 벗어난지 시간이 꽤 흘렀지만 여전히 뒤를 쫒는 날개달린 불청객은 멀어지긴 커녕 점점 거리를 좁히고 있었다.


미영은 택시의 꼬리를 문 괴물을 두려워 하면서도 자세히 보기위해 시선을 떼지 않았다. 거리가 가까워 질때마다 흐릿한 날개가 또렷하게 보였고 그녀를 노려보는 붉은 눈의 머리는 마치 소와 비슷해 기괴함을 드러내고 있었다.


택시를 지나치는 건물과 차량들.


평일 대낮의 도로라 해도 한번의 멈춤도 없이 달린다는건 말도 안되는 일이었다. 주변을 살핀 미영은 그제서야 무슨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파악했다.


신호도 무시한채 최고속도로 달리는 택시는 유령처럼 주변차량을 통과하고 있었다. 어쩔때는 도로, 건물도 무시하는 바람에 깜짝깜짝 놀라 몸을 움츠린게 벌써 몇번인지···


“제이씨!! 지금 날고있는 거에요!!?”


평소같았으면 농담따먹기를 했을 그였으나 날개달린 괴물을 떨쳐내지 못하고 있는 답답한 상황, 친절하게 설명해줄 여유따윈 없었다.


“지금 중요한건 그게..엨.!”


「쿠우웅!! 기기기기익···」


마침내 택시를 따라잡은 괴물이 트렁크를 붙잡으며 긴 상흔을 남겼다.


“뒤에! 뒤에!”


제이는 미영의 호들갑은 신경도 쓰지 않고 기다렸다는 듯 핸들을 거칠게 꺾었다.


「끼이이익!」


짙은 스키드마크를 남기며 검은택시가 방향을 틀었다. 간신히 매달렸던 날개달린 괴물은 순간적인 급선회를 버티지 못하고 떨어져 나갔다.


“예에에에에스!!”


“꺄아아악!!”


두사람은 수풀로 내동댕이쳐지는 괴물을 보며 환호했다. 쓰러진 충격 때문인지 커다란 날개는 더이상 움직이지 못하는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아직 안전해졌다고 방심하기엔 너무 일렀다. 제이는 흔적을 감추기 위해 지하차도로 택시를 몰았다. 하늘을 날아 지상을 감시한다해도 괴물은 절대 두사람을 찾지 못할것이다.


깜깜한 도로를 달리는 택시는 천천히 속도를 줄였고 터질것만 같았던 제이와 미영의 심장박동도 그에 맞춰 잦아들었다.


위기감이 옅어지자 평소의 성격으로 돌아온 제이는 이마에 흥건한 땀과 피를 닦으며 농담을 했다.


“봤어요!? 이게 바로 엔젤윙 특급기사의 드라~이빙 스킬이란 말입니다. 미영씨가 아까부터 오또케~ 오또케~ 할때부터 다 계획이 있었단 말이죠.”


“그··· 그런말 안했거든요?”


“엄빠 찾지 않았어요? 낄낄낄낄. 특별히 오늘 만큼은 절 오빠라 부르는걸 허락할께요. 이래보여도 쉬운남자 아닙니다.”


이런 상황에서도 사람을 놀리는 제이가 황당하게 느껴졌지만 괴물이 창문을 뚫고 들어오기 직전인 위태로운 상황이였다. 미영은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보호만 받는 지금상황이 답답하고 부끄러웠다.


분위기를 환기시키려 건낸 농담이였지만 대답없이 고개를 숙이는 그녀의 모습은 제이를 조용하게 만들었다. 잠시동안 둘은 대화없이 침묵속의 시간을 보냈다.


“사장님은 무사 하시겠죠?”


“아까도 말했지만 그분은 그런일엔 타고난 사람이에요. 악마놈들 모가지를 슥삭슥삭~!”


“악마 모가지요!!? 그게 악마면 천사도 있어요?”


“하하하하··· 날이 벌써부터 덥네? 에어컨 틀게요~”


말을 돌리면서 주제를 벗어나려는 제이의 속셈을 가만히둘 미영이 아니었다. 그녀는 안전벨트를 풀고 앞좌석으로 튀어나갈듯 고개를 내밀며 물었다.


“여태까지 본게 악마였어요? 사장님은 그럼 천사고?? 아이 눈 피하지말고 대답해봐요!”


제이는 진짜로 당황한듯 땀까지 흘리고 있었다. 넥타이를 풀고 에어컨 버튼을 누르는 그는 고개를 돌리면 부딪힐 정도로 가까워진 미영의 얼굴을 차마 바라보지 못했다.


“사장님이 알면 날 죽일지도 몰라요! 좋게 좋게··· 넘어갑시다. 자나깨나 잠꼬대 조심!!”


“벌써 다 말해놓고 뭘 넘겨요! 사장님한테 말 안할테니까 빨리 알려줘요 답답해 죽겠으니까···”


“하··· 또 이놈의 주둥이가···”


미영은 제이를 노려보며 보챘지만 거기서 더 나갈수는 없었다. 운전대를 잡고 있는 사람을 닥달하기도 뭐했고 사장님이 알게되면 절대 가만히 있지 않을테니까.


서로 민망한 대치가 계속되는 사이 어느새 택시는 지하차도의 끝에 다다르고 있었다.


“회사가 엔젤 윙이니까··· 혹시 제이랑 택시 기사분들 전부.. 다?”


“아니아니! 오해하지마요. 제 등짝에는 날개같은게···”


「콰아아앙!!」


소의 머리를 한 날개달린 악마가 기다렸다는 듯 지하차도의 끝에서 택시를 내리 찍었다.


거대한 덩치가 본네트에 떨어졌는데도 엔젤 윙의 검은택시는 살짝 찌그러진 정도로 밖에 보이질 않았다. 하지만 불가사의할 정도로 튼튼한 자동차라고 해서 완벽한것은 아니었다. 미영은 앞좌석 유리창에까지 날아가 처박혔고 핸들에 머리를 부딪힌 제이는 코가깨졌는지 철철 피를 흘리고 있었다.


패닉에 빠질만한 상황에서도 제이는 침착하게 핸들에서 손을 놓지 않았다. 그는 다시한번 괴물을 떨쳐내기위해 급격하게 방향을 틀고 속도를 올렸다.


「끼이이익!」 / “으아아악!”


우스꽝스러운 자세로 뒤집혀 있는 미영의 얼굴 앞에는 변속기가 엉덩이는 백미러에 닿아 있었다. 오늘 바지를 입고 나왔길 망정이지 치마라도 입었다면 굉장히 민망한 꼬락서니를 보일뻔했다.


“저기··· 제이씨? 기사님 저좀···”


누가 도와주지 않는다면 빠져나오기 힘든 자세의 상태라 어쩔수없이 이야기를 꺼냈지만 지금 제이의 귓속에는 아무런 말도 들리지가 않았다.


당장이라도 잡아먹을듯 으르렁 거리며 노려보고 있는 악마와 제이의 사이에는 얇은 앞유리 하나만이 전부였으니까.


아무리 흔들어도 버티는 무시무시한 완력은 점점 본네트를 구겨버리고 있었다.


제이는 순간 눈을 돌려 악마의 손을 바라보았다. 좌우로 떨어지지 않기위한 자세로 힘을 주고있는 모양, 그렇다면 직진밖에는 답이 없었다.


「부아아앙!」


갑자기 급발진하는 택시는 무임승차자와 미영을 뒷자석으로 보내버렸다. 그와중에 머리를 부딪혔는지 그녀의 이마엔 빨간 혹이 선명하게 튀어나와 있었다.


하지만 그정도의 가속으로는 완벽하게 악마를 떨쳐낼 수 없었다. 차 위에 매달린 악마는 택시를 내려찍으며 공격하기 시작했다.


「투웅! 투퉁!」


엄청난 소리와 진동이 머리위로 느껴졌지만 여전히 택시는 버티고 있었다. 그러나 조금씩 우그러지고 있는 천장은 점점 한계에 달하고 있는듯 보였다.


「지이이익!」


마침내 찢어진 택시의 안으로 악마의 팔이 모습을 드러냈다.


불타는 노란 눈은 제이에겐 관심도 주지 않은 채 미영에게서 시선을 땔줄 몰랐고 거대한 손과 손톱역시 마찬가지였다. 어깨를 바짝 집어넣는 악마의 손이 점점 그녀에게로 가가워져만 갔다.


“제이씨!!! 손! 손!!”


미영의 눈에 세상은 더이상 흐릿하게 보이지 않았다.


노란 눈을 불태우며 그녀를 잡아가려는 소뿔의 악마.


퇴마 사무소의 조수로서 악령을 퇴치한것 까지는 받아들일 수 있었지만 날개달린 악마가 하늘을 날아 쫓아오는 것까지는 꿈에서조차 상상해본적 없었다.


오늘이 되고서야 겨우 직시하게된 현실.


발가벗개져 던져진 지금의 자신이 무엇을 할수있단 말인가. 소리치며 도움을 청하는것? 제이는 여전히 묵묵부답이였다.


그렇다면 다 포기하고 악마의 자비를 바래야 하나? 내 인생을 망가뜨린 괴물새끼들한테 무릎꿇으라고? 아니 절대 아니지.


미영은 상자에 있던 말뚝을 꺼내 손에 쥐었다.


악마의 손바닥이 그녀를 향해 더욱더 가까워진 그 순간.


“꺼져! 소대가리야!”


「푸욱!」


생각치 못한 미영의 반격은 그대로 적중했고 손바닥에 구멍을 뚫었다. 택시 밖으로 손을 빼낸 악마는 분노한듯 고래고래 소리질렀다.


[갸아아아!! 주인님께 왕관을!!!]


「드드드득!」


한손으론 부족했다는걸 깨달은 악마는 뚤린 택시의 천장을 넓히기 위해 안간힘을 썼다.


넓어지는 구멍만큼 미영의 두려움도 커졌으나 떨리는 손을 주체할수 없음에도 움켜쥔 말뚝만큼은 절대 놓치 않았다.


손님이 위기에 처한 동안 제이가 놀고있던 것은 아니었다.


유턴을 하고 지하차도로 차를 몬 그는 변속기에 손을 올린다음 오른쪽으로 돌렸다. 그러자 양쪽으로 손잡이가 열렸고 그 안에 있던 빨간색의 버튼이 겉으로 드러났다.


“무임승차는 사절이야 이 씹새야!!!”


「화아아아악!」


제이가 주먹으로 버튼을 내리치자 택시위에 있던 방범등에서 눈부신 빛이 뿜어져 나왔다.


빛은 차량의 안과 밖을 가리지 않았고 잠깐이지만 모두가 시력을 잃었다. 미영과 제이에게는 그저 눈부실 뿐이었지만 사람이 아닌 존재에게는 그렇지 않았던 모양, 바로 코앞에서 일격을 얻어맞은 악마는 탄내를 풍기며 떨어져 나갔다.


「콰아앙! 부스스스···」


악마는 택시에서 떨어짐과 동시에 지하차도의 입구에 들이 받혔다. 제이가 굳이 유턴을 한 이유가 왜인지는 물어보지 않아도 명백히 알수 있었다.


어둠속으로 멀어지는 택시를 노려보며 악마가 일어섰다.


피부는 검게 타고 그을려 이미 흉측한 외모를 더 끔찍하게 보이도록 만들어 주었고, 충격때문인지 꺾여진 날개는 이상한 방향으로 뒤틀려 있었다.


그러나 소머리의 악마는 바론이라 불린 주인의 충실한 부하였다. 부상당한 지금 상태로 쫓아봐야 의미없는 일이었으나 임무에 실패한채 돌아간다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었다. 어둠속으로 발을 내밀려는 그때.


「까~악」


지하차도의 바깥에서 익숙한 새 소리가 들려왔다.


누구나 무시할만한 평범한 까마귀 울음이었지만 악마는 무기를 움켜쥐며 새에 대한 경계심을 드러냈다.


「까~악」


까마귀는 조류 특유의 머리 움직임을 보이며 악마에게 시선을 떼지 않았다. 찰나의 시간이 지나고 악마는 결정을 내린듯 왼손으로 도리깨를 회전시키며 까마귀를 향해 다가갔다.


「푸드드득!」


까마귀가 날아오르자 마자 악마는 지하차도를 향해 몸을 돌렸다. 몇걸음 들리는 발소리 뒤에 검은 코트의 남자가 어둠속에서 모습을 드러냈다.


“멍멍아 네 주인님 어디있니? 아.. 개가 아니라 손가?”


[갸아아아악!!]


소머리의 악마는 도리깨를 휘두르며 재혁에게 달려들었다. 지하차도를 채우는 흉흉한 바람소리는 듣는 사람에게 대단히 위협적으로 느껴질만 했다.


악마를 마주하는 재혁은 손가락을 내민채 움직이지 않았다. 이상하게도 조명이 꺼진 지하차도의 어둠은 그와 주변을 완벽하게 가려주는 중이였다.


「푹푹푹푹푹!!!」


재혁에게 다가서기 몇걸음 전, 악마는 어둠속에서 뻗어나온 날카로운 가시에 온몸을 난자 당했다. 산채로 꿰뚫린 거대한 몸에서는 그에 어울릴만한 대량의 선혈이 쏟아지고 있었다.


“바닥을 잘 보고 다녀야지.”


재혁은 거미줄에 걸린 파리를 내려치듯 대검을 휘둘렀다. 머리부터 반으로 갈라진 악마는 죽음 이후에도 온몸을 찌른 가시에게서 벗어나지 못한채 서서히 바스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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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13화. 깨진 거울 (1) 24.06.19 14 0 13쪽
12 12화. 잠꼬대 (6) 24.06.17 15 0 14쪽
11 11화. 잠꼬대 (5) 24.06.14 17 0 14쪽
» 10화. 잠꼬대 (4) 24.06.12 16 0 11쪽
9 9화. 잠꼬대 (3) 24.06.10 17 0 11쪽
8 8화. 잠꼬대 (2) 24.06.07 17 0 11쪽
7 7화. 잠꼬대 (1) 24.06.05 19 0 10쪽
6 6화. 한 여름밤의 꿈 (6) 24.06.03 18 0 12쪽
5 5화. 한 여름밤의 꿈 (5) 24.06.01 21 0 13쪽
4 4화. 한 여름밤의 꿈 (4) 24.06.01 16 0 10쪽
3 3화. 한 여름밤의 꿈 (3) 24.06.01 21 0 11쪽
2 2화. 한 여름밤의 꿈 (2) 24.06.01 18 0 10쪽
1 1화. 한 여름밤의 꿈 (1) +1 24.06.01 68 1 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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