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만 사는 도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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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daystar
작품등록일 :
2024.06.08 02: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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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8.15 15: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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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6.25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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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연과 헤어짐 IV

DUMMY

드라가 고리대금업자의 창고 근처까지 벽을 타고 접근한 뒤 캐스팅했다.


‘텔레포트’


‘파스슷!’


“이야···.이게 다 뭐냐.”


엄청난 재화가 쌓여 있었다. 금화에서부터 골동품, 그림, 보석··· 아마도 지금 드라가 운용하는 데 필요한 자금 기준으로 몇 년은 사용 가능할 규모로 보였다.


‘디텍트 매직’


지난 한 달 동안 배운 마법 중 하나를 사용해서 재화를 분류했다. 마법이 걸렸으나 비싼 것, 마법이 안 걸린 것.


마법이 걸렸으나 비싼 것들을 모아놓고는 저급마법해제를 시도했다. 그렇게 해제가 되는 것들을 모아서 보따리를 만들고 보니 꽤나 묵직한 상태였다.


“이거랑 나까지 마틸다가 옮길 수 있으려나··· 일단 안 되면 작은 보따리만 챙겨야지 뭐.”


비싸고 부피가 작은 건 따로 작은 보따리를 챙겼다.


‘텔레포트’


창고를 빠져나오자 마자 마나고갈로 드라가 쓰러졌고, 마틸다가 가볍게 드라와 커다란 보따리를 양어깨에 짊어졌다.


“마틸다···무겁지 않아?”


“가벼운데?”


‘아···마틸다가 요즘 마나연공법이 많이 진전되었더랬지···’


그제서야 한시름을 놓은 드라는 잠이 들었고, 마틸다는 하루 정도를 달려서 그 동굴에 도착할 수 있었다.


“자 여기 금화와 은화는 자금으로 쓰도록해.”


“알았어. 사흘 뒤에 돌아오는 거지?”


마틸다는 금화와 은화를 챙겨서 저택으로 먼저 복귀했고, 드라는 나머지 재화들을 오룡궁 창고에 넣고는 이틀을 수련이라고 쓰고 농땡이 부리다가 복귀했다.


그런 식으로 알리스터에 있는 모든 고리대금업자의 창고를 털자, 슬슬 고리대금업자들의 경계가 강화되고 도둑을 잡겠다고 벼르는 모양이었다. 문장관까지 나서서 방문 왔을 정도였으니까.


하지만, 나머지 사라진 재화는 오룡궁에 있었고 그걸 찾아낼 수 있는 자는 없었다. 거기다 고리대금업자들의 당장 쓸 현금이 모조리 사라진 터여서 그들의 신뢰가 급격하게 깎여 나갔고, 하나둘씩 야반도주하는 모양이었다.

(돈이 없어뇌물을 바치지 않는다면 정의로운 기사단이 출동하는 거다)


덕분에 고리대금업자에게 인신매매될 운명이었던 수많은 영지민들이 운명에서 구원되었고, 알게 모르게 고리대금업자들을 털어서 자신들을 해방시킨 의적의 이름이 소문으로 또는 전설처럼 회자되고 있었다.


“우두머리 드라. 들었느냐? 의적이 고리대금업자들을 파산시켜서 영지민들을 구하고 있다는 이야기?”


“아··· 그 비슷한 소문을 듣기는 들었습니다.”


꼬맹이 알스테드가 자기가 소식에 어두운 자를 계몽한다는 듯한 표정으로 말했다.


“그 의적이 사실은 왕가에서 내려온 비밀 부대라고 하더구나.”


“비밀부대요?”


마틸다가 입만 벙긋거리면서 물었다.


‘비밀부대 맞아요?’


그에 드라는 고개를 저었다.


“그래. 각 지역을 순회하면서 악덕 고리대금업자를 처단하기 위해 그런 일을 벌인다고 하더구나.”


“그냥 대놓고 처벌하면 되는 거 아닌가요?”


“쉿. 그런 고리대금업자들은 각 영주들과도 관계를 맺고 있어서 그렇게 했다가는 역풍을 맞을 것인 게야. 참으로 현명한 처신이 아닐 수 없도다.”


‘뭐야. 이 꼬맹이. 왜 쓸데없이 현명한데? 그리고 전혀 사실이 아닌데요.’


“그런 대단한 일이었군요.”


“그렇지. 영주민들도 행복해지고, 영주들도 악업의 고리를 청산할 수 있으니 이거야 말로 선정이 아니겠느냐.”


“그렇군요. 안계가 넓어졌습니다. 좋은 정보 감사드립니다.”


“흠흠···우두머리 드라. 생긴 것과는 달리 건전한 사업을 성실하게 영위하고 있기에 이런 정보를 주는 게다. 그러고 보니, 벌써 내게서 빌려 간 돈을 반이나 갚았더구나?”


“아 네. 우연찮게 이전 사업할 때 빌려주었던 돈을 돌려받은 터라, 빌린 돈을 먼저 갚았습니다.”


“그대가 이렇게 경우에 밝으니 남은 돈의 이자는 면자해주겠노라. 앞으로도 성실히 맡은 바 일을 하도록 하게나.”


“감사합니다.”


잔뜩 거드름을 피우던 꼬맹이 알스테드가 사라진 뒤, 마틸다가 바짝 다가와서 숨결이 느껴질 정도로 가까이 앉더니 물었다.


“오해하고 있는 거지?”


“그렇지. 뭐 오해해서 문제가 해결되면 좋은 거지 뭐.”


마틸다도 고개를 끄덕였다. 저런 오해를 영주 측에서도 하고 있다면 더이상 도둑질을 깊이 파고들지 않을 테고, 남아 있던 고리대금업자들도 자리를 털고 도망갈 테니까. 모든 일이 해결인 셈이다.


마틸다의 장미향 숨결이 느껴지는 진한 키스와 함께 일이 끝났음을 기념했다.


그로부터 한 달 뒤, 모든 대부사업도 잘 돌아가는 데다, 고리대금업자들이 모두 야반도주 하면서 인신매매조직도 자연스레 사라졌다. 이제 꽃길만 걸을 거라고 마음을 놓을 때쯤 그 일이 일어났다.


‘쾅!’


“아씨···문 열려 있는데 또 누구야!”


문을 부수다 싶이 열어젖힌 자는 가죽 갑옷을 입고 장검을 옆에 찬 모험가의 복장이었다.


“네···네가 드라인가?”


“그렇다. 누구냐? 남의 집에 올 때는 기별을 해야···”


“나 알리스터의 도적길드마스터다.”


“네?”


황당한 그의 등장에 드라가 넋을 놓은 순간 급히 달려온 마틸다가 나타났다.


“무슨 일이···어? 마스터?”


도적길드마스터는 마틸다의 목소리를 듣고는 등 돌렸다. 그리고는 팔을 벌린 채로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


“마틸다 내가 왔다!”


“세바스찬!”


마틸다가 와락 뛰어들어 그 품에 안긴 그 모습이 드라의 뇌리에 박혔다.


‘제길··· 저 마스터시키 안 죽었네.’


포옹이 천년만년처럼 길게 느껴졌지만, 드라는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마틸다의 불우한 사정이 있음을 대충 알고 있었고, 그러한 마틸다를 수렁에서 건져준 이가 세바스찬 알리스터. 알리스터 영주 가문의 삼남.

4급 기사이자 전 알리스터 도적길드 마스터. 그리고 마틸다의 연인. 유쾌한 표정의 쾌남. 남자가 보기에도 잘 생겼지만, 아마도 여자들에게는 아주 인기가 많았으리라.


‘어···잠깐만. 저시키 저거···’


드라는 순간 이 세계가 만약 판타지 세계라면 그 세계의 주인공이 될 수 있는 녀석이 바로 세바스찬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에이···아니겠지.’


애써 부정했지만 마음 한구석에서 피어오른 의구심은 사라지지는 않았다.


그동안 세바스찬 알리스터는 알리스터에서 도망쳐서 엄청난 모험과 위험을 겪었고 자신의 스승인 스타인벅의 기사단장이 위독함을 듣고 찾아뵈러 오던 중에 새로 떠오르는 정직한 대부업자 소식을 들었던 모양이었다.

그래서 자신이 남겨놓은 재물과 정보를 가지고 도적길드를 새로 차렸으리라는 생각으로 달려왔다고 했다.


“에···뭐 그런 셈입니다만···”


“세바스찬. 그 재물은 가져오지 못했어요. 거기에 추적마법이 걸려 있을까 봐...”


마틸다의 말에 세바스찬은 고개를 끄덕이며 긍정했다.


“옳은 판단이다.”


세바스찬은 잠시 눈을 감고 생각하다가 눈을 뜨고 말했다.


“그러면 나는 너희들을 믿고 기사단에 투신하겠다.”


“네? 다시 도적길드마스터를 하는 게 아니구요?”


“그래. 드라와 마틸다 둘이서 나보다 더 잘 해내고 있지 않느냐. 오면서 들었다 고리대금업자들가 사라지고 선량한 대부업자가 자리 잡았다는 말을. 내가 하더라도 이보다 나은 발상을 할 수 없었을 거고, 더 나은 결과를 내지는 못했을 거다. 나는 스승님에게 진 빚을 갚을 동안 기사단에 투신하겠다. 그리고 너희들을 물심양면으로 돕도록 하지.”


“세바스찬···”


세바스찬의 말에 감동한 마틸다의 눈시울이 붉어졌다. 사실 세바스찬 도움 없이 만들어낸 길드이므로 그가 와서 권리를 주장할 수는 없는 게 맞았다. 하지만, 딱히 주장한다고 해서 못할 것도 아닌데, 이렇게 합리적인 결정을 내리는 것을 보면 공명정대한 녀석이다. 마치 주인공처럼.


“감사합니다 마스터.”


“이제 마스터라고 부르지 마라. 이제 너희와 동등한 동업자로 인정받았으면 한다. 드라 너에게도 세바스찬이라고 불리면 좋겠어.”


세바스찬의 말에 드라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고맙다 세바스찬.”


“내가 더 고맙지. 난 바로 스승님을 뵈러 가겠다. 추후에 연락할 일이 있으면 마틸다를 통해서 연락하마.”


가볍게 인사를 남기고 세바스찬은 사라졌고, 마틸다는 여운이 남는 듯, 세바스찬이 사라진 쪽을 한참이나 바라보고 있었다.


‘아···이해는 하지만 기분은 나쁘네···’


그 옆에 있던 드라는 속으로 질투심을 누르고 있었다.


그렇게 돌아온 세바스찬은 기사단장 대리가 되어 기사단에 소속되었고, 5일에 한번씩 등장하는 알스테드의 여자기사 호위와 함께 등장했다.


‘뭡니까 그 자리는?’


꼬맹이의 훈시 도중에 드라는 입만 벙긋거려서 세바스찬에게 물었다.


‘둘째 공자가 사람됨이 괜찮아서 영주로 밀어줄거다.’


마찬가지로 입만 벙긋거리면서 세바스찬이 말했다.


‘아···맞아. 이 꼬맹이 어째선지 현명하지. 그럴만 하네.’


드라도 바로 납득했다. 문답무용으로 베고 달려든 건 경험이 없어서라고 치고, 나머지 발언이나 판단력을 보면 나쁘지 않은 재목이라고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훈시가 끝나고 돌아간 뒤, 며칠이 지나지 않아 전 기사단장의 사망 소식이 퍼졌다. 지난 시간 기사단장이 있어서 이 영지가 망하지 않았던 걸 영지민 모두가 알고 있었기에 다들 애도를 표했다.


그렇게 기사단장이 죽은 다음 날, 영주가 독살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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