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만 사는 도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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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daystar
작품등록일 :
2024.06.08 02:27
최근연재일 :
2024.08.15 15: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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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6.26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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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쪽

인연과 헤어짐 V

DUMMY

그리고 일주일 뒤, 꼬맹이와 기사들이 드라의 저택에 들이닥쳤다.


“아니 그러니까 영주님이 돌아가신 건 안타깝습니다. 그런데 왜 저를 찾아오신 거냐구요.”


“그대가 검술에도 뛰어나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결투재판에 나서 다오.”


“아니 제가 기사도 아니구요, 그걸 왜 저한테···”


꼬맹이 알스테드의 뒤에 서 있는 현기사단장 세바스찬에게 눈빛으로 물었다. 이게 무슨 일이냐고.


“도련님 잠시 이 자와 제가 독대해도 되겠습니까?”


“세바스찬 경의 뜻대로 하시오.”


꼬맹이와 호위인 여자 기사가 물러나자 세바스찬이 머리를 긁적이며 말했다.


“니가 마틸다가 그러던데 5급 기사정도는 우습게 이길 거라고 하더라?”


“나참···”


이게 어떻게 된 일이냐면, 영주의 독살을 두고 형제 간에 시비가 붙었다. 서로 명확한 증거도 없고, 작위 계승문제도 있었기에, 결국 왕국의 사자가 파견되어서 신성한 ‘결투재판’을 열게 되었다.

결투재판은 양측의 대리인이 세 명을 내세워서 승/패가 가려질 때까지 싸운 뒤 그 결과로 재판을 정하는 것이다. 그야말로 지면 영주 독살죄, 이기면 영주가 되는 앨리전인 셈이다.


알스테드의 형은 알라민이라는 자로, 심계가 깊고 타 영지에 지인이 많아서 이번에 지인들의 힘을 얻어서 외부의 기사를 데려온 모양이었다.

그리고 알스테드의 대리인은 세바스찬과 여자 기사 리디아였다. 마지막 대리인 한 명을 정하는 데 있어서 마틸다의 정보로 나를 찍은 모양이고.


“마틸다가 오늘 알라민쪽에 잡혀간 건 아시죠?”


“안다. 그래서 꼭 이번 결투재판을 이겨야 해.”


하필이면 오늘 아침 마틸다가 영주 살해에 동참했다는 누명을 쓰고 알라민쪽에 잡혀갔기에 드라는 밤에 구출하러 갈려던 차였다. 그녀를 구해서 오룡궁에 숨겨둘 생각이었는데,

이렇게 되면 그 도망치는 계획을 최후의 계획으로 삼고, 일단은 결투재판을 이겨야 할 듯싶었다.


“후우··· 이기면 뭐 해줄 건데요?”


“알스테드 도련님이 단승귀족을 내려 주시기로 했다. 그리고 내가 선봉에 설 거라서 너는 나설 차례가 없을 수도 있어.”


단승귀족, 준남작이라고도 불리는 작위. 비록 받은 사람만 귀족으로 취급받는다고 해도, 미개한 중세 사회에서 작위는 엄청난 의미를 지닌다. 자작이 내려줄 수 있는 단승귀족은 2~3개 정도이다.

이미 문장관이 받았으니, 왕국 간의 전쟁이 아니고서는 아마 수십년 내에는 이 영지에서 받을 수 있는 마지막 작위이리라.


“좋아요. 일단 해보죠, 뭐.”


그렇게 승낙한 뒤 3일째 되는 날, 결투 재판이 거행되었다.


“와···씨··· 도시 사람들 다 몰려왔네.”


도시의 가장 큰 광장 가운데 결투재판을 위한 평대가 마련되었고, 그 주변으로 빽빡하게 모여든 시민들이 보였다. 이 도시 시민 뿐 아니라 주변 마을, 멀리서 온 시민까지도 있는 듯, 적어도 2~3만 명이 넘은 인파가 모여서 장관이었다.


평대 옆에 마련된 단상위로 화려하게 차려입은 왕국의 사자가 올라가서 큰 목소리로 외쳤다.


“금일 결투재판은 신성한 티르의 이름을 빌어 치러지며,···”


길고긴 신들에게 바치는 헌사와 결투재판의 취지, 그리고 재판이 미치게될 결과에 대한 이야기가 이어졌고, 관중들은 그 이야기에 귀기울이다가 이야기가 끝나자 환호했다.


‘우와아아아아아!!!’


그야말로 명운을 건 결투, 목숨이 걸린 결투. 결투재판이 끝나면 두 형제 중의 한명은 목이 잘릴 것이기에, 또한 그들의 영주가 결정되는 일이기에 흥분했다.


‘미개한 중세놈들. 진짜 사람이 죽는 일인데 너무 좋아하네.’


이 미개한 중세놈들은 사람의 목이 달아나는 일이 최고의 스포츠다. 심지어 목이 잘려서 내뿜어지는 피에 빵을 찍어 먹는 변태 새끼들도 수두룩 했으니.


“아르민 공의 선봉 헤르타스 경! 알스테드 공의 선봉 알스테드 경!”


호명된 기사가 평대 위로 올라와서 서로 검을 뽑아 예를 취했다.


‘어? 저 헤르타스라는 새끼. 알리스터에서 내 목을 배던 그 기사놈이잖아?’


드라가 상대 기사를 알아본 것처럼, 알스테드도 아는 사이였던지 둘 사이의 대화가 오갔다. 멀리서 잘 들리지는 않았지만, 서로 덕담을 나누는 건 아닌 것으로 보였다.


그리고 바로 치뤄진 결투에서 알스테드는 분전했지만 오른쪽 어깨를 찔리고는 패배했다. 헤르타스는 4급 기사 중에서도 상급, 곧 3급을 바라보는 자였고, 알스테드는 그에는 조금 못미쳤기에 어쩔 수 없는 결과였다. 분한 표정의 알스테드였지만, 결과는 결과일 뿐.


그리고 그 다음 차봉인 여기사 리디아가 헤르타스대와 대결을 벌였지만 마찬가지로 분패했다. 리디아는 5급 기사 상급이었지만 벽을 넘지 못했다. 결투는 승자가 연전을 벌이는 구조였으므로, 이렇게 되면 결과가 기울었다고 봐야할 것이었다.


“와···진짜 너무하네. 나설 차례가 없을거라면서요?”


“미안하다 드라. 너만 믿는다.”


“네가 해줄 것이라 믿는다.”


각각 세바스찬과 알스테드가 미안한 표정으로 이야기했고, 알스테드는 다리를 떨고 있었다. 지면 알스테드만 목이 달아난다. 대리인은 대리일 뿐, 약간의 명성에 오명은 생길지라도 죽지는 않으니까.

늘 오만한 표정이었던 꼬맹이가 겁먹고 있는 모습이 보기에 좋지 않았다. 비록 좀 짜증나는 꼬맹이지만 사리에 밝고 미래가 기대되는 녀석이었으니까.


‘뭐··· 밑천을 좀 드러내야겠네···’


단상에 올라가면서 직전의 두 결투를 회상해 보았다. 이전처럼 동작이 보이지 않는 정도는 아니었고, 마도기사의 호흡 정도면 충분히 피하거나 막을 수 있어 보였다.


‘우우우우우~’


이미 한쪽으로 기울어진 결투인 탓에, 드라가 평대에 올랐을 때는 야유가 쏟아졌다. 얼핏보아도 기사라기 보다는 모험가에 가까운 외모인 드라는 민중의 입장에서는 패배가 당연시되는 약자였던 것도 더해졌다.


“헤르타스라고 한다네. 자네의 이름은?”


“드라.”


“미안하지만, 자네는 기사가 아닌 듯 하군. 이쪽의 사정 때문에 의뢰주로부터 너만은 꼭 살려보내지 말라는 이야기를 들었다.”


“그러시던가.”


드라는 헤르타스의 말을 비웃어넘기고는 폭이 좁은 검인 태청검을 뽑아 어깨에 불량스럽게 걸쳤다.


“검의 기본도 배우지 못한 애송이인가? 아쉽지만, 의뢰는 의뢰. 고통없이 깨끗이 보내주겠네.”


말이 끝나자 마자, 헤르타스는 기세를 북돋으며 검을 찌르기 자세로 돌진해왔다.


‘텔레포트’


드라가 속으로 마법을 캐스팅한 뒤, 그 자리에서 꺼지듯 사라졌다.


“헙?”


'서걱~'


헤르타스가 돌진 속도를 줄이며 자세를 바꾸려는 순간, 번개같은 검놀림으로 헤르타스의 경동맥을 끊었다.

드라가 나타난 곳은 헤르타스의 바로 뒤. 이미 4급 기사의 빠름을 넘어선 마도기사의 일격이었다. 헤르타스가 몸을 강화했지만 마도기사의 일격 앞에서는 무의미했다.


‘푸쉬쉬쉬쉬~’


잠시의 정적 이후, 경동맥에서 피를 뿌리던 헤르타스는 허망한 표정으로 쓰러지며 말했다.


“어..떻게? 움직임이 보이지도 않았다···”


‘안움직였으니까 안보이지 바보야.’


비웃는 표정의 드라는 정말 대악당의 그것이었기에, 관중들도 환호하려다가 눈을 크게 뜨고 그 장면을 지켜보았다.


‘쿵!’


마도기사의 일격으로 경동맥이 끊어졌을 뿐 아니라 체내의 마나운용까지 꼬인 헤르타스는 바닥에 엎어져 몸을 꿈틀거렸다.


드라는 그런 헤르타스의 등을 무자비하게 밟고 서서는 거만하게 말했다.


“다음 나와.”


‘와아아아아~’


그제서야 정신을 차린 관중이 환호했고, 그다음 기사가 나왔다. 아마도 선봉인 헤르타스가 당연히 다 이길 거라 생각했는지, 그다음 기사도, 마지막 기사도 4급을 겨우 턱걸이한 자들로, 마도기사 호흡 없이도 해치울 수 있었다.


“우와아아아아아~’


그렇게 알라민의 목이 잘렸고, 관중은 환호했다.


“고맙네 드라. 아니 드라 경. 내 은혜는 죽을 때까지 잊지 않겠네.”


꼬맹이 영주 알스테스의 활짝 핀 낯을 보니 오늘의 대거리가 의미 없지 않았다는 생각이 들었고, 저 멀리 마틸다와 세바스찬이 포옹하던 것을 보고는 조금 마음 한 켠이 아파왔다. 그렇게 축제가 벌어졌고, 패자와 그 일당 들은 도시를 떠났다.


저녁 늦게 찾아온 문장관이 단승귀족이 되었음을 증명하는 서류를 전달해주고, 마틸다와 세바스찬은 보이지 않았다. 어디선가 뜨거운 밤을 보내려는 모양이었다.


“아···진짜. 기분이 참 거지같네.”


단승귀족이나, 영주에게 은혜를 입힌 거야 좋은 일이지만, 마틸다가 알스테드와 이제 공인된 커플이 되버린 탓에 입맛이 썼다. 드라는 겉으로 드러내지 않았지만, 짙은 장미향의 마틸다는 자신의 돌아올 곳, 이 세계의 이정표같은 것이었기에.


그렇게 영지의 영주가 바뀌었지만, 오히려 영지는 더 잘 돌아갔다.

이번 결투 재판 이후 깨달음을 얻은 모양인 알스테드는 오라 블레이드의 단서를 찾았다고 방랑을 떠났고, 기사단장 대리가 된 리디아는 남을 가르치는 일을 잘하는 모양이어서 기사단 전체가 열혈 수련모드가 된 모양이다.

그리고, 부패한 자들이 모조리 아르민 휘하였기에 다 사라졌고, 그래도 덜 부패한 자들과 어리지만 현명한 영주 덕분에 불합리한 일이 줄어들어 영지의 인구도 늘어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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