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만 사는 도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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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daystar
작품등록일 :
2024.06.08 02:27
최근연재일 :
2024.08.15 15: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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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0,6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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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7.02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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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쪽

선도 입문 I

DUMMY

“도전자는 흑기사 펠릭스 드라가르!”


“우우우우우~”


검정색 갑주를 걸친 자가 무대로 올라오자, 관중으로부터 야유가 쏟아져 나왔다. 드라도 세바스찬에게 들어본 적 있는 이름이었다. 현재의 기사단장은 2급 기사이자 로열가드인 아젠틴 드라가르 경이다. 로열가드는 국왕을 지키는 자로, 왕위계승전에 참가할 수 없다. 그렇기에 저 높은 자리에서 두 왕자, 그리고 공주와 함께 이 대전을 지켜보는 중이었다. 그 로열가드 아젠틴의 아들이자, 배덕자가 펠릭스였다. 빼어난 재능이 있었으나, 수많은 악행으로 드라가르 가문에서 추방되었고, 지방의 귀족들 사이를 전전하면서 악행의 크기를 키운 자였으나, 이번 왕위 계승전에서 초대된 것은 어쩌면 필연이었으리라.


“오랜만이오 영감.”


“네 놈. 여기서 만나 게 될 줄 알았다. 그 때 네 놈의 목을 쳤어야 했건만.”


그레이엄의 외동딸을 성추행해서 자살하게 만든 자가 펠릭스였다.


“아······아직도 마음에 담고 있었오? 내 비록 영감의 딸을 강제로 취하기는 했지만 좋아하는 마음은 진짜였다오. 영감이 그걸 인정해 주지 않아서 그녀가 그렇게 떠난 건, 내 탓이 반, 영감 탓이 반이란 말이오.”


“시끄럽다. 오늘은 네 목을 베어 리사의 영전에 바치리라.”


“흥. 내 리사를 생각해서 목숨만은 살려주리다.”


‘부우우웅! 후웅!’


소도 마스터 그레이엄의 푸른 오러가 피어올랐고, 1급 기사로 알려진 펠릭스의 검에서는 흉측한 검붉은 색의 오러가 피어올랐다.


‘아쓰읍······느낌이 안 좋은데······’


분명히 빙의된 아틸라에게 느꼈던 느낌이 펠릭스의 오러에서 느껴졌다. 그때만큼 확실하지는 않지만, 동질의 느낌.


‘콰앙! 콰앙! 콰앙!’


오러의 충돌의 여파로 사방에 공기가 터지는 파열음이 났다.

분명히 소드마스터인 그레이엄의 낙승을 예상하던 모든 이의 표정이 경악으로 바뀌었다.

방어형의 오라 피워 올린 그레이엄이 수세에 몰린 것이다.


“저······저······말이 되?”

“그러니까. 소드마스터가 밀린다고? 그것도 방어와 패링의 오러가?”


같은 소드마스터라면 그레이엄이 밀리는 일은 있을 수 없었다. 그레이엄의 방어 위주의 검술은 팽팽한 싸움 속에 틈을 찾아 찌르는 검이었고, 푸른 오러는 패링으로 검을 튕기니까. 그런데 검붉은 오러를 두른 펠릭스의 검은 튕기지도 않았고, 그레이엄이 틈을 찾을 수도 없었다.


“네 놈······이건 정상적인 기사의 검이 아니구나.”


“흘······정상적인 기사의 검을 고집하는 영감은 닿을 수 없는 경지겠지. 자 이만큼 놀아주었으니, 이제 푹 쉬시구려.”


‘파아아아앙!’


펠릭스의 검에서 기세가 일변했다. 검붉은 오러가 2미터가량 치솟더니 주변의 빛조차 빨아들여 어둡게 만들었다.

또한 펠릭스의 눈이 검붉게 타올랐다.


“아 진짜. 예감이 틀리는 법이 없네.”


“커헉!”


어느새 보이지 않을 정도의 일 검으로 그레이엄을 무릎 꿇린 펠릭스는 그레이엄의 목뒤 쪽을 쳐서 기절시키고는 거만한 자세로 드라에게 손가락을 향했다.


“너. 올라와라. 그렇지 않으면 이 영감을 죽이겠다.”


“어······나? 나 제일 마지막 차례인데?”


“죽인다?”


“아씁.”


왕가의 검을 잃는다면 무력의 손실뿐 아니라 차후 공주의 왕위 계승에도 문제가 생길 터. 도망가봐야 어차피 쫓아올 테니 다른 선택지는 없었다.


“일단 그 영감 좀 보내주고······”


‘터엉!’


펠릭스가 그레이엄을 발로 차서 부대 밖으로 밀어냈다.


“거 좀 살살 내려주지 그래. 영감 안 그래도 나이가 들어서 허약한데······”


드라가 천천히 무대 위로 올라왔다. 분명 그 앞에도 순서를 기다리는 기사들이 있었지만, 지금의 상황에 그걸 들먹이는 사람은 없었다. 펠릭스가 보여주고 있는 거대한 검붉은 오러는 전설에서나 나오는 그랜드소드마스터 중의 최강. 천위 그랜드소드마스터만이 보여줬다는 그것이었으므로. 강자의 말은 법인 셈이다.


“네 녀석의 피를 먹고 싶다는구나. 나의 애검이.”


“말은 바로 해야지. 애검이 아니라 너한테 빙의된 악마새끼가 그렇게 말하겠지.”


“어? 알고 있었나?”


“악마 새끼 보는 게 처음이 아니라서.”


“그러면 대화는 필요 없겠군. 죽어라.”


‘알레프!’


대화가 끝나기도 전에 드라는 탈출 버튼을 눌렀다.


‘화르륵! 그그긍!’

······


“와씨······그 펠릭스라는 새끼가 빙의했는데······”


드라의 설명을 다 듣지도 않은 리치가 말했다.


“아 그거네. 제국의 재앙 디어사이드(Deicide).”


“디어사이드?”


“신에 준하는 자를 죽여 격을 높인 악마다. 주로 검과 같은 무기를 매개로 현실에 나타나는 녀석인데, 그놈이 8 제국 중의 하나를 덮쳐서 인구의 반을 죽였다. 대략 그때 죽은 자가 2천만 정도였나? 덕분에 내가 마법 연구하기에는 아주 좋은 때였다.”


“어······그게 그놈이었어?”


“그래. 야. 너 죽어야겠다. 여기로 바로 올 거 아니야? 나도 휘말릴 순 없지.”


“야이!”


드라의 시야가 암전했다.


『저주 대상의 죽음이 감지 되었습니다. 회귀합니다. 오늘 남은 횟수는 9회 』


드라는 사자의 결투 당일 아침으로 회귀했다.


“이거 또 외통수네. 악마 새끼들 왜 이렇게 내 주변에만 나타나서······어라? 잠깐만?”


드라가 생각해 보니 이전의 악마 빙의와 이번 악마 빙의 사이에 공통점을 발견한 것 같았다.


“이거 왕자 새끼 중의 하나가 악마 빙의시키는 방법을 아는 모양인데?”


이전의 악마 빙의도 그렇고 이번도 그렇고 둘 다 왕자 진영에게 이득이 되는 형태로 나타났다. 저 악마를 직접 다루고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저 왕자 진영이 바로 악마 본거지인 셈이다.


“그냥 도망칠까?”


드라는 어차피 악마 빙의는 자연재해와도 같았다. 빙의되기 전이라면 모를까 빙의된 이후에 드라가 마주쳐봐야 줄곧 추적당할 뿐이다.


“어? 추적? 잠깐만, 나를 추적하면 더 잘된 거 아닌가?”


물론 펠릭스 이외의 빙의자가 있다면 이야기가 달라질 수 있었다. 아니, 더 있더라도 악마 새끼들을 한 1년 정도는 무인도로 보내는 방법을 드라는 알고 있지 않는가? 거기서 나오면 또 다른 무인도(라고 쓰고 고묘라고 읽는다)로 보내면 되니까.


“이야······내 목숨만 걸면 되네. 쉽자나? 진행 시키자.”


목숨이 여러 개인 드라가 안 할 이유가 별로 없는 일이었다.

드라는 바로 아드리아나 공주를 찾아가 그레이엄과 함께 작전을 짰다.


그리고 대사제와 준비물을 들고 왕자들 측 대전자가 있는 곳으로 간 뒤, 병사들을 모두 불러 모으고는 말했다.


“오라버니의 대전자 중에 악마 빙의자가 있습니다.”


신들이 직접 힘을 행사하기도 하는 세상이다. 그런 만큼, 악마 빙의에 대해 종교에서 극단적인 정책을 시행하는 것은 물론이고, 이에 관련되면 왕족이건 누구건 대륙에서 공적으로 찍힌다. 그러니, 왕자들은 발뺌했다.


“무슨 누명인가? 이런 식으로 불의하게 왕좌를 탈환하고 싶은가?”


‘둘이 짜고 악마까지 빙의해서 여동생 죽이는 건 불의하지 않고?’


드라는 속으로 그런 생각을 하면서 사악한 표정을 지은 뒤 진행을 지켜보았다.


“오라버니들, 그리고 대전자 모두 이 구슬을 손에 쥐고 자신은 악마에 빙의하지 않았고, 그런 일에 관련된 적도 없다고 말해보세요.”


외통수다. 이 나라의 종교도 하필이면 진실의 신 베리타스가 주신이다. 어디서 감히 악마 새끼 따위가.


‘화르르륵!’


“야이 미친!”


그 순간 두 왕자, 그리고 대전자 모두의 눈이 검붉게 빛났다. 열두 명 모두 빙의자였던 것이다.


드라는 재빨리 그 자리를 벗어나며 외쳤다.


“뒤를 부탁합니다. 그레이엄 경 공주마마!”


아직은 어설픈 제운종을 펼쳤다. 하수신의 보법도 대단하기는 하지만, 마도기사의 호흡에 태청심법이 중심을 잡은 제운종은 비교할 바가 아니었다. 눈깜짝 할 사이 수도의 성벽까지 달려 나간 드라가 숨을 골랐다. 제운종은 폭발적인 질주와 공방을 겸하는 보법이지만, 진기의 소모가 심해 드라의 지금 수준으로는 엉성한 데다 한 번 사용하면 하루는 다시 사용하기 힘들었다.


‘쾅! 쾅! 쾅!’


멀리서 달려오는 12 악마 새끼들이 도심 건물을 초토화하면서 달려오는 게 보였다. 드라는 하수신의 보법으로 재빨리 가까운 고묘로 향했다. 수도에서 가까운 고묘가 모두 다섯 군데가 있었는데, 그중에 가장 가까운 곳을 향해.


‘철컥! 그그그! 철컥! 그그그!······”


이미 하수신의 보법도 완숙해진 데다, 수많은 죽음으로 제국 시절 고묘에 익숙해진 드라는 겨우 세 번의 죽음으로 마지막 관문까지 도달했다. 이 고묘의 주인은 함정 매니아였는지, 해빙턴의 다섯 배는 되는 함정들이 있었다. 그리고 마지막 함정은 사악해서 드라가 두 번이나 죽고 나서야 지나갈 수 있었던 3지선다 퀴즈와 그걸 풀지 못하면 아래가 보이지 않는 절벽으로의 추락이었다.


‘덜컹!’


뒤를 쫓아오던 12마리 악마 새끼들이 모조리 추락하는 걸 보고 나서 마지막 관문을 열었다.


‘그그그긍!’


드라가 입장하자 뒤의 문이 닫혔다.


“아······왠지 이럴 거 같았어.”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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