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만 사는 도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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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daystar
작품등록일 :
2024.06.08 02: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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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7.04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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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쪽

선도 입문 III

DUMMY

“이거 회귀해도 수련한 게 계속 쌓이는 모양인데······”


겨우 한 달이었다. 물론 하루에 10번씩 반복했으니, 실제로는 300일이지만, 이렇게 빠르게 연기기 2성에 도달할 줄 몰랐었다. 분명히 회귀해도 수련한 결과가 쌓여야만 가능한 것이다. 아마도 신선도 자체가 신체만 수련하는 게 아니라, 수련을 통해 영혼이 수련되는 부분이 있어서일지도 몰랐다.


“이건 리치에게 물어봐도 모르겠네. 어쩔 수 없지.”


청동 솥 아래가 이 계의 기를 모으는 자리여서 수련으로 쌓이는 기가 두 배인 데다, 학노자가 준비한 단약의 힘으로 겨우 300일 남짓에 연기기 2성이 된 것이지만, 그래도 지금의 속도를 학노자가 보았다면 정말로 땅을 치고 통곡할 일이었다. 자신의 기회였을 수 있으니까.


“역시 신선도 수련이 좋기는 하네. 뭘 먹지 않아도 된다니······”


학노자가 마련해 둔 천년도 넘은 벽곡단을 찾아서 먹기는 했지만, 거의 먹지 않아도 배가 고프지 않았다. 신선도의 수련으로 대자연의 기를 흡입하면서 노폐물을 배출하고 기를 흡수해서 생체 에너지를 만들어내고 있었던 것이니까.


거의 1년 가까이 그곳에서 수련을 한 결과 연기기 12성에 도달할 수 있었다. 원래라면 180년이 걸렸을 일이지만, 10번의 회귀, 청동솥의 묘용, 그리고 학노자의 피땀이 어린 준비물인 단약의 효과였다.


“아······이거 단전이 너무 커진 거 아닌가?”


드라는 자신의 배를 쓰다듬었다. 겉으로는 차이가 없어도 지금 복부의 1/2은 단전이 부풀어 올라 채운 상태다. 이제 벽곡단도 안 먹고 있었다. 오히려 먹으면 부담스러운 느낌이었으므로.


“연기기 12성이 되면 겁을 준비해야 한다고 했지.”


그렇다. 신선도에서는 큰 단계를 넘어갈 때마다 그 세계의 주인이 부여하는 죽음의 시련을 겪어야 했다. 신선도 자체가 그 우주가 가지고 있는 법칙을 역행하는 것이었으므로.


“뭐 당장은 다음 단계로 갈 필요는 없어 보이니까. 연체술을 수련해 볼까.”


애초에 드라는 신선이 되는 게 목적이 아니었다. 당장 살아남고 싶었고, 신선도가 그 길이었을 뿐. 굳이 겁을 마주해서 죽을 위협을 겪을 필요는 없었다.


“어······잠깐만······겁을 맞고 죽어도 회귀가 되나?”


왠지 궁금했지만, 굳이 실험해 보고 싶지 않았다. 그랬다고 죽으면 말짱 도루묵이니까.


드라가 태청검을 뽑아 태청심법을 운용하면서 태청검법을 펼쳐내었다. 이전에 이해는 가지만 구현하지 못했던 동작들, 이제 무림 고수가 와도 부러워할 내공을 가진 드라였다.


‘후우우욱~’


허공에 그어진 검선이 한동안 남아 그 베어짐을 기억하고, 드라의 검이 별빛 검강을 담아내었다. 흐르는 것이 검의 길이고, 검의 길에 공간이 베이고 새로운 공간이 생겨났다.


‘철컥!’


“수련할 필요도 없이 이 정도면 조무래기 악마 정도는 해결할 수 있겠군.”


기억 속 악마들의 위력을 가늠해 보고는 확신을 가진 드라는 세상으로 나가기로 마음먹었다.

드라는 학노자가 남겨놓은 양방향 전송진을 찾아내어 고묘를 빠져나왔다.


“벌써 일 년이나 지났구나.”


잠시 지난 10년 같은 일 년을 돌이키고는 드라는 씨익 웃었다.

짧지만 긴 시간. 그게 드라의 가장 강력한 무기인 셈이었으니까.

학노자 고묘의 전송진은 커다란 호숫가의 동굴 속이었다. 그곳에서 나와서 한참을 달렸더니, 수도가 멀리 보였다.


수도는 기억보다 훨씬 더 번창해 있었다. 아마도 이전의 왕은 암군이었던 듯, 꽤나 거리가 죽어있는 느낌이었다면, 돌아다니는 사람도 겨우 일 년 사이에 두 배는 늘어난 것 같았고, 거리도 깨끗해져 있었다. 드라는 정문을 통해서 들어온 게 아니라 슬쩍 담을 넘었지만(도적은 원래 이렇다) 수도의 입구에는 엄청나게 긴 진입행렬이 펼쳐져 있었기도 했다.


“저기였던가?”


나중에 드라가 돌아올 때 그레이엄과 만나기로 한 안가를 찾아갔다. 그리고 한 시간 정도 기다렸더니, 그레이엄이 나타났다.


“드라! 살아 있었나?”


“그럼 내가 죽기를 바랐나요?”


“그럴 리가! 잘 돌아왔네. 그 악마 놈들은 어떻게 되었어?”


반갑게 맞이해주는 그레이엄을 보고 지난 1년간 큰 문제는 없었던 것으로 보여 드라는 한 편 마음을 놓았다. 수련을 위해 1년의 공백기를 가졌지 않는가. 뒤에 남겨진 사람들에 대한 불안감이 없었던 것은 아니었다.


“함정에 빠져 한동안은 돌아오지 못할 겁니다. 그리고 돌아오면 또 다른 해결책도 있고요.”


학노자의 분묘는 적양의 분묘보다 훨씬 더 사악한 곳이었다. 12마리 악마 새끼들도 1년 이상 붙잡혀 있을 터.


“자네가 없던 동안에 수많은 일이 있었네만, 궁금한가?”


“당연하죠. 1년 넘게 세상과 떨어져 있었는걸요.”


“일단 여왕 폐하를 알현하러 같이 가시게.”


“여.왕.폐.하요?”


드라는 그 단어만으로 지난 1년간 괜찮은 쪽으로 일이 잘 풀렸음을 확신했다.


드라는 정식 알현이 아니라 여왕의 비밀 정원의 뜰에서 독대, 아니 그레이엄과 그림자에 숨어 있는 로열기사단과 함께였지만, 아무튼 독대 같은 걸 할 수 있었다.


“살아 돌아와서 다행입니다.”


“와······여왕 폐하. 정말 몰라보겠습니다.”


그 인형 같던 공주가 옷과 화장 덕분인지 일국의 왕녀라는 카리스마를 뿜어내고 있었다.


“그만. 나와는 평대를 허락한 사이다. 나서지 말도록.”


나의 말에 로열가드가 움직이려 하는 게 느껴졌고, 즉시 여왕이 제지했다.


“이제 입장이 있다보니 그대와 가벼운 말조차 나누기 어렵군요.”


“별말씀을요, 평민이나 다름없는 제게 이런 귀한 시간을 내어주신 것만으로 감사합니다.”


학노대에게서 귀족스럽게, 아니 신선스럽게 말하는 방법도 배운 터였다.


“지난 일 년간 무슨 일이 있었는지 궁금하시지요?”


드라는 고개를 끄덕였다.


“드라님이 지난 일 년간 무슨 일이 있었는지 알려 주실 수 있는 것만이라도 알려 주시는 것으로 교환 어떠신지요?”


분명 떠나기 전에 자세한 사정은 이야기하기 힘들다고 말했고, 다만 이 세계의 선의에 반하지 않는다고 구라를 쳤던 탓에 아직도 여왕은 드라가 세계를 구하는 비밀결사나 용사쯤으로 여기고 있는 모양이었다. 물론, 모든 악마들을 유인하는 집어등 같은 신세지만, 결국 그 용사 비스름한 행동을 하고있는 건 맞으니까, 큰 틀에서 거짓말은 아닌 셈이다.


“그러니까 악마를 부린 대가로 두 왕자 파벌은 전원 숙청 또는 추방, 그리고 여왕이 되신 후에 쇄신을 통해 세수가 세 배가 늘고 작은 전쟁을 두 번이나 이겨서 영토가 늘어났다고요? 이야······강철 여왕이라고 불러드려야겠군요.”


“과분한 칭호지요.”


“어? 진짜 그렇게 불려요?”


“항간에 그렇게 불린다고들 하더군요.”


드라는 고개를 끄덕인 다음, 그동안 계속 궁금했던 것을 물었다.


“저에 대해 어디까지 알고 계시는가요?”


“해빙턴 고묘의 도굴범이자, 알리스터 도적 길드의 생존자, 그리고 어디보자······스타인벅 영주의 친우이자, 본 여왕의 가장 신뢰할 수 있는 동맹······또 뭐가 있을까요?”


‘뭐야······웬만한 내 행적은 다 알고 있네.’


실제로도 그랬다. 여왕은 권력을 얻고 나서 드라의 행적을 조사하고 또 조사했다. 스타인벅은 드라의 친우였다는 이유만으로 세금을 면제받고, 알리스터의 영주는 여왕이 직접 보낸 이가 영주대리로 운용하고 있었다. 그들을 통해 지난 1년간 드라의 모든 행적을 조사하고 또 조사했다.


“거의 다 알고 계신 거 같은데······”


“에이······거짓말두요. 제가 드라님을 조사하면서 알게 된 건. 제가 아는 드라님의 모습은 실제의 모습의 1/10도 안 된다는 거였어요. 심지어 스타인벅에서 악마 빙의가 먼저 있었고, 그 사건을 해결한 것도 드라님이시요? 대사제까지 동원해서 악마의 흔적을 조사했었답니다.”


“아······그것까지 알아내셨군요. 참······”


“스타인벅 인근의 고묘 입구에서 악마의 흔적이 끊어진 것으로 보아 드라님이 고묘에 악마를 가두신 게 아니실지요?”


“허······이거 여왕 폐하가 두려워지기 시작했습니다.”


“별말씀을요. 나라를 이끄는 처지에서 어둠 속에서 이 나라를, 나아가서 이 세계를 지키고 계신 분을 늦게 알게 되어 죄송할 따름입니다.”


“아하하······뭘 그렇게까지 말씀하실 건 아닙니다.”


“12악마도 제가 알려드린 그 고묘에 가두신 것이겠지요?”


“저 도망가도 되겠습니까?”


드라는 여왕 폐하가 정말 무서웠다. 이 중세시대의 스토커니까.


“걱정하시지 마시지요. 그에 관한 비밀은 무덤까지도, 아니 왕가 대대로 지켜드리겠습니다. 언제든 미력한 도움이라도 필요로 하시면 도와드리겠습니다. 자.”


여왕이 황금 재질에 푸른 사파이어 눈을 가진 사자가 새겨진 네모난 패를 내밀었다.


“이건 뭔가요?”


“언제든 왕실의 모든 권력을 동원할 수 있는 증표입니다. 기사단의 어떤 이라도 알아볼 수 있고, 중신들 모두에게 묻지 말고 따르라고 교육해 두었으니 언제든 필요하실 때 내밀면 됩니다. 이 왕가가 지속되는 한 드라님을 지지하겠습니다.”


“아하하······뭘 그렇게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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