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도 입문 VIII

“저 단로를 오전, 오후를 두 명이 나눠서 쓰시구요. 단로 아래에서 구결을 외우는 것과 동시에 제가 알려드린 심법을 연마하시도록 하세요.”
드라가 말하는 심법이란 마도기사 호흡에서 시작해서 태청심법으로 끝나는 무협과 신선도, 그리고 판타지가 짬뽕된 녀석이다. 다행히 둘 다 마도기사 호흡은 입문 이후 꽤 능숙해진 상황이었고, 태청심법은 검성 적양이 단전을 만들어낼 수 있도록 기사 연공법과 믹스한 버전이었다. 덕분에 거기에 연기기 수련법문을 더하면, 단전도 만들고 연기기 1성 입문도 가능한 묘한 것이 만들어진 상황이었다.
물론 드라가 도와서 단전을 만들어줄 수도 있으나, 드라가 지금 목표로 하는 건, 자신 없이도 자동 성장하는 신선들의 일파를 만들려고 하는 것이다. 물론, 학노자가 있었던 세계처럼 다양한 신선파가 생겨날 것인지는 알 수 없지만, 자생이 가능한 교파를 만들어 두면 언젠가는 쓸모가 있을 거로 생각한 것이었다.
우노와 투아가 오전, 오후 수련하는 동안 드라는 리치를 방문해서 마법을 익혔다. 이미 3서클까지도 구사가 가능한 상황이므로, 배울 것이 많았다. 그리고, 밤에는 드라가 돌아와서 단로를 사용해서 수련하다 밤 11시 정도에 스스로의 심맥을 끊어서 회귀했다.
그렇게 자해를 동반한 압축 수련 끝에 2년 뒤에 연기기 대원만을 너머 겁을 마주할 때가 왔음을 느꼈다.
드라는 학노자가 남긴 두 번째 목합을 열어, 가장 위의 단약을 손에 들었다.
축기기에 들기 위해 맞이할 겁을 버티는 데에 도움이 될 뿐만 아니라 먹어서 흡수하는 순간, 드라는 바로 겁을 맞이하게 될 터였다.
“조금 찝찝한 단약이지만, 지금으로서는 어쩔 수 없지.”
학노자의 기록에 따르면, 겁은 하늘에서 떨어지는 천겁(주로 번개), 땅에 파묻히게 되는 지겁, 그리고 타인에 의해 맞이하게 되는 인겁, 이렇게 세 가지로 나눠진다고 했다. 인간은 주로 천겁을 겪고, 마물은 인겁, 언데드와 같은 강시술이나 독술을 주로 다루는 자들은 지겁을 겪는다고 했으니, 드라는 천겁을 맞이하게 될 터였다. 그래서, 학노자의 도관 앞 넓디넓은 광장에 정좌하고 단약을 삼켰다.
‘우읍?’
멀리 도관 안에서 우노와 투아가 불안한 눈빛으로 보고 있는 게 시야에 들어왔고, 사지백해로 뻗어나가는 강렬한 단약의 힘에 아찔함을 느꼈다.
‘콰르르릉!’
소리가 나중에 들렸고, 그 전에 하늘에서 떨어진 천겁에 드라의 시야가 암전했다.
『저주 대상의 죽음이 감지 되었습니다. 회귀합니다. 오늘 남은 횟수는 10회 』
“아······뭘 해볼 사이도 없이 뒤졌네.”
천겁은 하늘, 아니 세계가 세상의 순리에 역행해서 수명을 늘리고 세상의 힘을 가지려고 하는 수선자를 벌주는 것이라고 했다. 세상의 순리를 역행한 정도에 따라 강해진다고 했는데, 드라의 경우에는 연기기 12성 대원만(가득 참)을 한 방에 태워죽이는 천벌이 내려왔으니, 아마도 드라가 가지고 있는 세계급 신의 저주도 여기에 한몫을 한 게 아닌가 싶었다.
“이거 곤란한 걸······”
지금 단약을 먹고 바로 겁을 치르긴 했지만, 이대로면 드라는 계속해서 자신도 모르게 영기를 쌓고 있었으므로, 언젠가는 단약을 먹지 않고도 자동으로 겁을 치르게 될 터였다. 그러면, 계속 죽은 상황이 벌어질 것이고, 그건 저주의 끝을 의미했다. 그 저주의 끝이 무엇인지는 몰라도 결코 좋은 것은 아닐 것이라 예상되는 터.
“으으음······학노자, 아니 태청이를 깨워야겠어.”
학노자가 빙의해서 깨어난 태청검의 에고. 드라가 태청을 영기를 담아 불러서 깨웠다.
“태청아.”
“으음······주인님이시군요. 어쩐 일이 신지요?”
“겁에 대해서 상의를 좀 해봐야겠어.”
그렇게 태청과 상의해서 겁의 강도를 줄이는 여러가지 방도를 실험해 보았다. 그러기를 6개월이 지났다. 실제로는 1800번의 시도를 한 셈이지만, 첫 번째 천벌을 피하니까 두 번째에는 더 강한 천벌, 세 번째에는 더 강한 천벌이 내려왔다. 태청의 말에 의하면 이 정도 천겁은 연기기가 아니라 그 다음 다음 단계인 원영기의 끝에서나 겪어볼 정도의 겁이라고 말했다.
“컥!”
겨우 11번째 겁을 버티고 12번째 겁에 죽고 회귀했을 때, 드라는 자신이 내일부터는 단약을 먹지 않아도 겁을 겪게 될 것이라는 걸 알았다.
“태청아 겁의 최대치가 12번이라고?”
“맞습니다. 주인님. 12번이 하늘이 내릴 수 있는 최대치입니다. 지금에 이 공간은 아주 작은 세계이기 때문에 12번의 겁을 내리는 것도 힘겨울 것입니다.”
“아······여기 이 계라고 그랬지. 나 내일부터는 단약 안 먹어도 겁이 내릴 듯하다.”
“어, 그러면 내일이 겁을 넘어야할 최후의 날이로군요.”
“그래. 니가 알고 있는 건 전부 이야기해 준 거지?”
“그렇습니다. 12번의 천벌이라니 이미 전설적인 겁을 겪고 계신 겁니다.”
천벌은 1회가 지나면 거의 두 배가량 강해졌다. 2배를 12번하면 처음에 내려친 천벌의 약 4096배가 강해진다. (드라가 열심히 종이에 쓰면서 계산한 결과다) 11번째 천벌을 견뎠으니, 2048배짜리를 버틴 셈이다.
‘어디보자. 피뢰침도 써먹었고, 리치 놈에게 배운 마나쉴드도 썼고, 태청이가 알려 준 부적 술까지도 써먹었는데······이제 뭐가 남았지······’
드라가 고민하고 있을 때, 태청이 뭔가 생각이 난 듯 말했다.
“주인님. 제가 학노자와 마인, 그리고 빙의되었던 원래 몸인 펠릭스의 기억을 정리하던 중 재미있는 걸 하나 찾았습니다.”
“뭔데?”
“악마의 힘을 빌리면 재생력이 오르고 거의 반쯤 불사가 되더라고요.”
“알지. 그런데, 빙의되면 내가 나일 수가 없으니, 논외야.”
“그게······학노자의 기억에 있던 역빙의 법술을 쓰면, 천벌의 고통을 빙의해 온 영혼에게 씌우고 그 영혼을 역빙의로 다룰 수 있겠더라구요. 이미 펠릭스라는 자에게 악마빙의를 시킨자들이 그 비슷한 술법을 쓰는 것 같았습니다.”
“뭐? 그래? 천벌을 떠넘기고 악마를 조종해? 그게 가능하단 말이지.”
“주인님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안정적으로 조종할 수 있는 거겠지?”
“원래 몸이 주인님 것이니까요. 거기다 축기기로 올라서게 되시면 빙의된 영혼은 더더욱 통제력을 잡을 수 없게 됩니다.”
“그래. 진행시켜.”
그렇게 해서 학노자가 타인의 몸을 빼앗기 위해 만들었던 역빙의 법술과 모종의 단체가 사용한 악마 빙의술을 하루 회귀의 한도인 10회 사용하여 결국엔 해내게 되었다.
“해냈어.”
몸에 빙의된 악마를 억누른 채로 드라가 말하자, 태청이 말했다. 회귀한다는 사실은 태청이 알고 있지만, 회귀했다고 말하지 않으면 태청은 회귀 사실을 알 수 없었다.
“와. 주인님 대단하십니다. 어떻게 하루 만에······”
지금의 태청은 성공한 마지막 회차만 기억하니까, 드라가 9일 동안 실패해서 우노와 투아, 그리고 태청까지 몇 번이나 죽인 것을 몰랐다. 그리고, 빙의했을 때 가장 큰 오산이 있었는데, 세계급 신의 저주가 있는 몸에 빙의된 녀석은 본체의 힘에 버금가는 힘과 영력을 가지고 있어서 그것을 억누르기 위해 천벌을 막기 위해 준비했던 마법부터 부적술까지 모두 사용해야 했다.
“뭐, 여러가지 일이 있었지만, 결국 해냈으니까.”
드라는 자신의 몸에 넘쳐나는 영력과 머릿속에 울려대는 악마(펠릭스에게 빙의했던 디어사이드를 빙의시킨 상황이었다)를 애써 무시하면서 하루를 지낸 뒤, 정오가 되었을 때 단약을 삼켰다.
‘콰르르릉! 콰지지직!’
첫 번째 천벌이 내리쳤지만, 이젠 간지럽지도 않았다. 준비한 마법, 피뢰침, 부적술까지 빌리지 않아도 어느새 여섯번째 천벌까지는 맨몸으로 받아낼 수 있었는데, 이제 악마까지 빙의하고 보니 몸에 넘쳐나는 에너지로 열번째 천벌을 쉽게 넘겨내었다.
“주인님 가능성이 있어 보입니다.”
“그래. 아직은 견딜만해.”
하늘이 새하얗게 빛나더니 열한 번째 천벌이 내리쳤다.
‘콰아아아아아아!’
낙뢰같이 떨어진 천벌은 드라가 앉아 있던 곳 주변을 삭제하듯이 날려버렸고, 드라는 잠시 허공에 부유하고 있었다.
“하하하! 이제 마지막 천벌이렸다!”
드라는 악마를 표면으로 끄집어내었고, 드라의 눈이 검붉게 타올랐다.
다음 순간, 무음의 묵빛번개가 내려치더니 드라를 검게 감싸고 수축하기 시작했다.
“카카카카카! 나는 반신을 죽인자! 디어사이드다! 하늘의 힘 따위! 크아아악!”
디어사이드의 몸에서 뻗어나온 검붉은 오라와 묵빛번개가 부딪히고, 그 파편이 튀어 올랐다. 파편이 드라의 몸에 닿을 때마다 삭제되듯 지워지고는 순식간에 재생되기를 반복했다. 디어사이드는 그럴 때마다 현상계에 강신한 힘이 지워지는 듯 약해졌지만, 동시에 묵빛번개도 기세가 수그러들고 있었다.
그렇게 무식한 재생력과 삭제력의 싸움이 며칠을 계속되더니, 묵빛번개와 디어사이드의 모습이 어느 순간 사라지고, 드라의 눈이 맑은 눈으로 돌아왔다.
‘쩌적!’
드라의 표피가 갈라져서 벗겨지고는 황금빛이 찬란하게 빛나는 몸이 드러났다.
“주인님! 금선체를 이루셨군요. 경하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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