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만 사는 도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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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daystar
작품등록일 :
2024.06.08 02:27
최근연재일 :
2024.08.15 15: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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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7.11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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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쪽

컨택트 I

DUMMY

‘라드리아는 철혈의 여왕 곁에서 기다리고 있으니’


분명히 드라가 보라고 남겨 놓은 듯했다.


“철혈의 여왕이 북쪽 끝 얼음 산맥 가운데 잠들었다고 했던가?”


드라는 그다음 날, 시내에서 얼음 산맥으로 가는 지도와 그곳의 지도를 구한 뒤, 북쪽으로 향했다. 북쪽으로 가는 길에 마도시대 분묘가 몇 개 있어서 들어가 보았지만, 마법 아이템이 몇 개 있을 뿐, 그다지 특이한 분묘는 없었다. 물론, 그곳을 빠져나오기 위해 분묘 주인이 남겨 놓은 여러가지 퀘스트를 수행해야 했지만, 이미 인간의 수준을 한참이나 뛰어넘은 드라에게 시련이라기보다는 심심풀이 정도가 되었을 뿐이었다.


그리고 도착한 북쪽 끝의 얼음 산맥. 이미 한대를 지나 극지방에 가까워진 듯, 해가 떠 있는데도 영하의 날씨인 이곳에 펼쳐진 산맥은 빙하와 눈만 보이는 극한의 지역이었다. 비록 지도를 구해왔지만, 그것도 인간이 다닐 수 있었던 초입까지 만의 지도였고, 철혈의 여왕이 잠들었다고 알려진 얼음 산맥의 최고봉 트라이레스트의 꼭대기까지는 가는 길은 직접 헤쳐 나가야만 했다.


“후······이거 뭐 세상이 얼음과 눈밖에 없어. 트라이레스트가 워낙 높아서 어디서든 보여서 다행이지. 길 잃기 딱 좋구만.”


비인간적인 움직임으로 빙벽을 평지처럼 걸어 올라가면서 투덜거리는 드라에게 태청이 말했다.


“주인님이 길을 잃는다는 게 가능한 일인가요? 그리고 저 트라이레스트라는 봉우리는 자연적으로 형성된 봉우리는 아닌 거 같습니다. 영기가 지나치게 높아요.”


“그래? 나도 좀 이상한 기분이 드는 것 같았다만 역시 그런 건가?”


트라이레스트가 가까워질 수록 드라는 자신의 기운 또한 강해지는 느낌이 들었다. 그것은 신선도를 닦은 힘과 빙의해 있는 악마의 힘 두 가지 모두에 해당했다.


“찾았다.”


트라이레스트 최고봉 바로 아래에 커다란 동굴이 있었고, 드라가 느낀 그 힘의 근원이 거기서 나오는 것으로 생각하였다.


“어라······이게 뭐야.”


그곳에서 드라를 기다리고 있던 건, 난파된 듯한 우주선, 부서진 틈을 통해 내부와 그 내부의 캡슐, 그리고 캡슐에 잠들어 있는 수십은 되는 인간과 악마로 보이는 존재들이 보였다. 그 우주선의 주변에 스무 개 정도의 얼음 기둥이 있었고, 그 얼음 기둥 각각에는 한 명에서 서너 명 정도 되는 인간들이 기둥 속에 얼어 있는 것으로 보였다.


“우주선이 있어? 판타지 세계에?”


“우주선이 무엇인가요 주인님? 그리고 판타지 세계는 또······”


“태청아, 가만히 있어봐. 이거 좀 많이 이상해.”


드라는 천천히 우주선 가까이 가려고 했다가, 기계적인 경고음이 들리자, 거리를 벌렸다.


‘파즈스스슷!’


인간이 반응할 수 없는 속도로 우주선에서 발사된 광선이 드라가 서있던 곳을 공기까지 얼려 얼음 기둥을 만들었다.


“분명히 저 기둥들은 우주선이 만든 게로군.”


드라는 천천히 얼음 기둥으로 다가가서 그 안에 있는 사람들의 얼굴을 확인했다. 대략 백여 명의 사람이 있었는데, 아드리아나와 마틸다, 세바스찬도 그중에 있었다. 거기에 아마도 라드리아인 듯 보이는 이가 멋지게 사람들을 이끌고 우주선으로 다가가던 모습 그대로 얼어 있었다.


“태청아. 저 안의 사람들을 살릴 방법이 있을까?”


“글쎄요. 법술 중에 환혼술을 써서 생전의 몸으로 혼령을 불러올 수 있긴 할 텐데, 저도 모르는 법술이라······”


“그래. 일단 가능은 하다는 이야기지? 알겠다. 일단 저 우주선부터 살펴봐야겠어.”


드라는 재빨리 보법을 밟아 우주선으로 접근했고, 경고음이 들려오는 순간 마음속으로 외쳤다.


‘알레프’


주변의 시간이 정지했다. 드라에게 10초의 시간이면 이제 종이로 학을 천 개는 접을 시간이었다. 우주선의 부서진 부분을 통해 내부로 들어간 뒤, 아까의 얼리는 광선을 쏜 것으로 보이는 무기의 구동계를 모두 부쉈다. 드라의 강기를 너머 이제 강환도 아닌 검은 구체는 마치 대포알처럼 날아가 남아있던 우주선의 무기 시스템을 모조리 파괴했고, 그 직후 시간 정지가 풀렸다.


우주선의 스크린으로 보이는 곳에 복잡한 문자로 경고를 표시하는 듯한 메시지가 뜨다가 사라지고는 붉은 등이 켜졌다.


“뭐······이건 비상모드겠지?”


‘지이이잉!’


드라의 앞에 홀로그램으로 보이는 인간과 유사한 존재가 나타났다.


‘지지직~ ······’


그 홀로그램은 뭔가 채널을 맞추는 듯 이상한 언어를 몇 번 말하더니 갑자기 알아들을 수 있는 말을 하기 시작했다.


“원시언어 7862121로 대화를 시도합니다. 제 말을 이해하시겠는지요?”


“그래.”


드라가 대답하자, 그 홀로그램은 웃는 듯한 표정을 잠시 짓더니 말했다.


“저희 테세우스호는 난파되었습니다. 선의의 도움을 필요로 합니다. 도와주실 수 있나요?”


“이봐. 저 밖에 사람들을 저렇게 얼려놓고는 무슨 도움이야?”


“어쩔 수 없었습니다. 원시 인류들의 공격으로부터 탑승자를 보호했어야 했거든요.”


“원시 인류? 하! 그렇게 따지면, 너는 지금 그 원시 인류에게 목줄을 잡힌 상태라는 걸 잊지 말았으면 하는데?”


검은 구체를 수십 개 띄워올린 드라가 협박하자 홀로그램이 비굴한 웃음을 지으면서 말했다.


“당신은 예외이지요. 저희 기술을 초월한 공격을 할 수 있는 분이 저런 원시 인류랑 같은 존재일 리가 없잖아요?”


드라는 홀로그램을 만들어내고 있는 렌즈를 쳐다보고는 부숴버릴까 하다가, 정보를 다 캐고 나서 그렇게 해야겠다고 생각한 뒤 검은 구체를 지워버렸다.


“그래. 내가 너를 돕는다는 요청을 할 거면, 너도 나를 도와야겠지. 저 밖에 있는 얼음 기둥 중 일부는 내 지인들이거든? 살려낸다면 나도 생각해 보지.”


“아······지금 우주선의 메디컬 시스템이 모두 고장이 난 상태입니다. 탑승자들 또한 냉동수면을 해제하려면 메디컬 시스템을 복구해야 하는데, 지금 우주선의 살아있는 시스템으로는 불가합니다. 모선을 호출하는 수밖에 없고, 제가 도움을 부탁드리려는 것도 모선 호출에 대한 것입니다.”


드라는 왠지 이 홀로그램이 자신을 속이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모선을 부른다면, 불리해지는 건 드라일 것이고, 원시 인류라고 규정지을 정도면 같은 인간으로 취급도 받지 못할 가능성이 컸다.


“그렇게는 안 되겠는데? 먼저 내 요구를 들어주면 네 요구를 고려하지.”


“그런······”


드라가 강경한 입장을 고수하는 동안, 비상모드의 불빛이 다시 울리더니, 아마도 배터리 표시로 보이는 게이지가 줄어들고 있는 것이 보였다. 드라가 무기 출력 계통을 부수면서 동력계를 건든 모양이었다.


“어쩔 수 없네요. 이대로는 승무원 모두의 생명이 위험하고, 제 에너지가 고갈되면 저 밖의 얼음 기둥이 된 사람들도 살려낼 수 없을 겁니다. 일단 제 동력계를 고치는 걸 도와주시면 메디컬 시스템 복구를 같이 시도해 보시죠.”


역시 이 홀로그램 녀석 블러핑을 했었다. 단순한 인공지능류가 아니라 복잡한 사고와 기만전술도 탑재한 녀석이었다.


“그래. 그 동력계는 어디를 말하는 거지?”


홀로그램은 공중에 수리를 위한 공구함이 있는 곳을 알려주었고, 그것을 챙긴 뒤, 긴급 수리를 통해 동력 누수를 막는 것까지 자세히 알려주어 드라는 동력계 누수를 막아줄 수 있었다.


“공학적 기술에 대해 꽤 익숙하신 것 같군요.”


“뭐 그런 셈이지.”


드라가 살았던 원래 세계에 대한 기억이 모호하지만, 그래도 자신이 전자기기 조립이나 분해를 좋아했던 공돌이었던 것은 분명히 떠올랐다.


“그러면 메디컬 시스템 복구도 불가능하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 꽤 많은 부분이 부서진 상태라서 자가 수리 시스템부터 복구해야 하는 상황이거든요.”


“흠······”


자가 수리 시스템을 복구하게 되면 아마도 모선을 부르기 위한 통신 시스템부터 복구할 것이 뻔해 보였다. 또다시 기만전술이다.


“아······오해하시면 안 됩니다. 통신계보다 메디컬 시스템을 먼저 복구하겠습니다.”


“내가 그걸 어떻게 믿지?”


“······”


홀로그램도 드라의 말에 답하지 못했다. 그것을 믿게 만드는 방법은 있으나, 홀로그램이 허락할 수 없는 방법이었으므로.


“이 함선의 제어권을 넘겨라. 그러면 네가 원하는 것을 다 해주지.”


“역시, 기계공학 뿐만 아니라 소프트웨어에 대한 개념도 있으시군요. 정말로 원시 인류는 아니신 것 같고, 저희 탑승자들과 같은 표류자입니까?”


“표류자?”


“모르시나요?”


“글쎄······네가 말하는 표류자가 뭔지는 모르지만, 적어도 내 상황과는 다를 거라는 건 확실히 알겠어.”


어쩌면 이세계에서 온 자들을 표류자라고 부를지도 몰랐으나, 홀로그램이 말한 ‘저희 탑승자와 같은’의 의미라면 아마도 저들처럼 우주를 돌아다니는 자들을 말하는 듯싶었다.


“아 그러면 이계의 이방인이신 것 같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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