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만 사는 도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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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daystar
작품등록일 :
2024.06.08 02: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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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8.15 15: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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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7.20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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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계II

DUMMY

태청이를 허리춤에 달고는 가벼운 발걸음을 옮겨 휴화산을 내려갔다. 휴화산의 아래에는 오래된 허름한 마을과 같은 것이 있었다. 집은 모두 화강암과 같은 돌로 만들어진 마을에는 라엘족처럼 보이는 자들이 오가는 모습을 보이고 있었다.


“흠······아무래도 이 모습으로 내려가는 건 좀 그렇지? 설리반 부탁해.”


드라의 옷의 형태로 남아있던 설리반의 나노봇들은 얇게 펴져서 드라의 외양을 라엘족처럼 바꾸어 놓았다.


“이거 펠릭스가 빙의되었던 그 디어사이드인가 하는 놈을 닮은 거 같은데 괜찮을까?”


“라엘족의 고유 주파수를 체크해서 주변에 디어사이드의 본체가 없는 것을 확인해 두었습니다. 라엘족들 기억에서 추출한 라엘족 언어 실시간 번역을 귀 안쪽에 착용해 두었습니다.”


설리반의 말에 고개를 끄덕인 드라는 당당하게 라엘족의 마을로 향했다.


“제발 이것만은······”


“감히 마엘님에게 바쳐지는 것을 아까워한다는 말이냐?”


“이것마저 없으면 저희는 이번 계절의 끝에 모두 죽습니다.”


마을의 광장에서 촌장으로 보이는 자가 거대한 거한에게 고개를 조아리며 부탁하고 있었다. 거의 4미터는 되어 보이는 라엘족 거한은 촌장의 부탁에는 아랑곳하지 않는 듯 자기 말만 계속 이어갔다.


“저항하는 것은 힘이 있어야 하는 것이다. 너희가 세금을 바치길 거부하려면 힘이 있어야지. 하지만 너희는 힘이 없으므로 요구된 대로 바칠 뿐이다.”


드라는 광장에 모여있는 이들 가운데 슬쩍 끼어든 다음 옆에 있는 라엘족에게 물었다.


“무슨 일인가요?”


“아······여행객이시로군요. 매 주기 있는 세금 협상입니다. 올해는 마엘님께서 사천왕 중의 수장 드라키님을 보내오셔서 곤란하게 되었어요.”


“세금을 내면 되는 거 아닌가요?”


“세금을 모두 내어버리면, 저희 마을은 이번 계절의 끝에 반 이상 굶어 죽어야 합니다. 이전의 다른 징수관들은 모두 사정을 보아 협상해 주셨지만, 원칙을 중시하는 드라키님이 하필 올해의 징수관으로 오셔서······”


“전에는 저분이 징수관으로 온 적이 없었나요?”


“수십 주기 전에 오신 적이 있었는데, 그때 마을의 반이 굶어 죽었더랍니다.”


“허어······”


드라는 라엘족, 아니 악마들도 세금을 바치고 그것으로 인해 굶어 죽기도 한다는 말에 탄식을 토했다. 인간의 사회랑 다를 것이 없어 보였기 때문이다.


“드라키님 제발 사정을 보아주십시오. 내년에는 할당량을 모두 바칠 터이니······”


“더 이상 내 시간을 지체하게 하지 말아라. 나는 다른 마을에도 들러야 하니.”


드라키가 자신의 품에서 주먹만 한 주머니를 꺼내 촌장 앞에 던졌다.


“채워와라.”


촌장은 울상이 되어서는 주머니를 가지고 마을의 창고 같은 곳으로 향했다.


“저 주머니는 뭐요?”


드라가 묻자, 마을의 꼬마로 보이는 녀석이 그것도 모르냐는 식으로 핀잔주며 말했다.


“뜨내기라지만 저물대도 몰라요?”


“저물대?”


“어디 아무도 없는 곳에 쳐박혀 살다 왔대요? 비루한 행색을 보니 근본 없는 수선자같은데, 남의 마을의 불행을 비웃으려고 왔으면 썩 꺼져요!”


꼬마의 말이 더 비꼬는 투가 되자, 드라가 살짝 짜증이 몰려왔다. 모르면 알려주면 될 것이지, 이 꼬마 녀석의 비꼬임은 도를 지나쳤다고 생각이 들었기에.


“오냐. 꼬맹이 너 내가 기억했다.”


드라는 씨익 웃으며 광장을 떠나 마을을 돌아보았다. 태청이 조금 한적한 곳으로 자리를 옮기자 말을 걸어왔다.


“주인님. 저물대는 수선자들이 가지고 다니는 가방입니다. 다른 세계로 연결되어 있어서 엄청난 양의 물건을 넣고도 조금의 무게도 느껴지지 않게 해주는 법보죠. 이 세계에는 수선자들이 꽤 많은 모양입니다. 저 드라키라는 악마도 강력한 수신자로 보였습니다.”


“악마들이 수선을 해? 악마도 신선이 될 수 있나?”


“될 수 있습니다. 인간뿐 아니라 심지어 물건이나 짐승도 신선이 될 수 있습니다. 그 길은 달라도 결국 신선이라는 역전의 길이 허락된 존재들이 생각보다 많습니다.”


“흠······그래······ 그러면 이곳 악마들의 세상에서 강력한 자들은 수선자들이라고 봐도 되겠군.”


태청과 대화를 대충 마무리한 드라는 마을을 둘러보았다. 여러가지 다양한 물건들을 팔고 있었고, 수선자들이 필요한 물건도 조금씩 보였다.


“이건 얼마요?”


“그건 하품 영석 100개 정도입니다.”


드라가 좌판에 깔린 부적으로 보이는 물건을 보고 묻자 가게 주인이 대답했다.


‘영석이라는 게 화폐인 모양이군.’


“이 마을에 혹시 도박장도 있나요?”


가게 주인이 손가락으로 가리킨 곳에는 꽤 커다란 돌로 만들어진 전각이 있었다. 설리반의 번역에 의하면 ‘금화루’ 정도의 이름인 모양인데, 어째서 중국풍의 이름이 느껴졌다.


입구를 들어서자, 한 노인이 드라를 마중 나와서 물었다.


“무슨 일로 오셨습니까?”


“운을 좀 시험해 볼까? 해서 왔는데······”


노인이 드라를 위아래로 훑어보더니 곤란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돈이 없어 뵈는데, 돌아가시오.”


드라는 곤란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어디, 이걸 맡기고 돈을 빌릴 순 없을까요?”


태청을 내밀자, 노인은 태청을 면밀히 살펴보고는 말했다.


“이것은 본명 법보가 아니오. 이걸 잃어버리면 수명까지 줄어들 터인데, 그래도 괜찮겠소?”


드라는 담담히 고개를 끄덕였다.


“기다려보시오. 내 잘 이야기해 드릴 터이니.”


드라가 십여 분 기다리자, 노인은 작은 목 패 하나와 희미한 빛이 나는 구슬과 같은 것을 30개 내밀었다.


“입장료를 제하고 하품 영석 30개요. 다시 법보를 찾고 싶으면 하품 영석 50개를 가져오면 될 거예요.”


“운은 어디서 시험할 수 있을까요?”


드라의 말에 노인은 말없이 뒤의 계단을 가리켰다.

드라는 계단을 통해 2층으로 올라갔다. 거기에는 주사위 같은 것을 굴리는 자를 둘러싸고 모여서 돈을 거는 자들이 십여 명이 모여있었다.

드라는 구경하는 자들 사이에 들어가서 게임 룰을 한참을 살펴보았다.


게임 룰은 간단했다. 4면체 주사위 2개를 굴러 눈이 몇 개가 나올지를 맞히는 도박이었으며, 숫자마다 정해진 배당이 있었다.


‘쉽군’


드라의 입장에서는 아주 쉬운 도박이었다. 회귀 한번에 무조건 1회 게임을 이기는 것이었으니.


“네 점 눈에 하품 영석 30개.”


드라가 모든 재산을 걸자, 주변의 구경꾼들이 웅성대기 시작했다.


“세 점입니다.”


드라가 모든 것을 잃고 회귀했다.


“세 점 눈에 하품 영석 30개.”


당첨되어 7.5배인 225개를 보상으로 받았다. (4점짜리 주사위 2개를 굴려 나올 수 있는 경우의 수는 모두 16개이고, 그중에 단 2개의 경우에만 세 점 눈이 나올 수 있다. 1/8 확률이므로 8배를 보상으로 줘야 하지만, 도박장에서 수수료로 0.5배를 떼먹고 있는 셈이다.)


그리고 또 드라가 전 재산을 걸었다가 잃고 회귀했다.


첫 번째에 풀베팅, 그리고 또 두 번째도 풀베팅했다.


“다섯 점 눈에 하품 영석 225개.”


또 당첨되어 하품 영석 855개를 보상으로 받았다. (5점짜리는 1/4 확률이므로 4배 보상이어야 하나, 3.8배 보상을 받았다)

그렇게 회귀를 통해 하품 영석 32,062개를 보상으로 받아야 하는 순간이었다.


“잠깐 따라오시오.”


구경꾼들도 처음 보는 자의 믿을 수 없는 행운에 웅성거리고 있는 도중, 2미터가 넘는 거한이 나타나 드라를 데려갔다. 그렇게 간 곳은 3층의 창문이 없는 꽤 넓은 방이었다. 희미한 불빛이 신비스러운 분위기를 자아내고 있었다. 그 방의 한가운데 커다란 소파와 같은 곳에 고혹적인 다리를 가진 여성형 라엘족이 앉아 있었다. 서큐버스라고 불리는 노출 심한 악마의 모습과 유사해 보였다.


“앉으시지요.”


드라에게 자리를 권했고, 드라가 앉자, 안내해 온 덩치는 방문을 닫고 사라졌다.


“너무 긴장하시지 마시지요. 어떤 방법을 쓰셨는지 몰라도 내리 8번의 골패를 전 재산을 걸어 이기셨더군요?”


서큐버스처럼 생긴 여성 라엘은 드라의 법보, 태청을 탁자 위에 내밀면서 말했다.


“운이 좋았을 뿐입니다.”


“운이라······그래요. 어떤 수법을 쓰셨는지 저희가 알아내지 못했으니, 운이라고 하죠. 하지만, 애초에 저희에게 빌린 돈으로 저희에게 그렇게 많은 피해를 주셨으니, 이 법보를 돌려받으시고 여기에서 그만해주셨으면 합니다.”


정중한 말과는 달리 여성 라엘의 눈은 차갑기 그지 없었다. 드라가 빈틈을 보이면 언제든 죽일 각오를 하고있는 눈이었다.


“뭐······좋습니다. 그러면 제 영석은······”


‘탁~’


여성 라엘은 작은 주머니를 던지듯 내밀었다.


“하품 영석 2만 개 정도 가격의 저물대입니다. 안에는 일만 개의 하품 영석이 들었으니, 그것으로 만족하셨으면 하네요.”


드라는 태청과 저물대를 재빨리 챙긴 뒤, 고개를 살짝 숙여 감사를 표한 뒤 도망치듯 빠져나왔다.


‘성공이다.’


굳이 도박장과 사생결단을 낼 것은 아니었다. 저물대를 하나 구하고 영석을 좀 벌어볼까? 했었는데, 목적을 달성했으니.

마을을 돌아보며 필요할 것 같은 도구들과 지도 등을 하품 영석으로 사고 마을을 떠나려던 참이었다.


‘쿵!’


드라의 앞에 드라키라고 불리웠던 징수관이 길을 막고 서 있었다.


“저기······지나가도 될까요?”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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