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계IV

드라는 그 목소리가 들리자 마자 시간을 멈췄지만, 그 구체가 발산한 마법적인 무언가에 잡혀 꼼짝도 할 수 없었다. 심지어 마법도 모두 무시하던 그 강력한 힘으로 드라의 주변이 일렁이듯 변하고, 그 후 새까만 우주에 자신이 떠 있는 것을 발견할 수 있었다.
“이······이게? 무슨?”
드라가 입은 강화복은 우주복의 역할도 겸하고 있었기에 우주에 떠 있다고 당장 목숨에 영향은 없었다. 하지만,
“설리반?”
“본체와의 연결이 끊어졌다. 지금의 나는 이 강화복에 남겨진 작은 부분일 뿐이다. 만일을 대비해 악마를 끌어들이는 것으로 추정되는 몸에서 발산되는 특수한 주파수는 모두 중화시키기 시작했다.”
“하아~ 그래. 잘했어. 그리고, 태청이는?”
“저는 여깄습니다. 주인님.”
태청검은 들고나왔기에 지금의 드라에게는 태청이와 설리반밖에 없었다.
‘틱~’
소환받지를 사용해 보았지만, 반지도 동작하지 않았다.
“여긴 어디지?”
“적어도 방금까지 있던 우주는 아닙니다. 주변에 보이는 성계의 모습 어디에도 관측되었던 우주와 유사함이 발견되지 않습니다.”
설리반의 말에 드라도 고개를 끄덕였다. 마지막에 구체가 했던 말을 듣고는 이곳이 그 라엘이 왔던 우주, 마계라고 불리던 곳이라는 걸 어느 정도 추측하고 있던 참이었다.
“돌아갈 방법은 있을까?”
“마지막에 그 구체가 사용했던 에너지 장을 분석해서 재구현하면 가능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그만한 에너지도 없을 뿐 아니라 이대로는 생명 유지 기능이 먼저 고갈될 가능성이 큽니다.”
“그래······혹시 주변에 거주할 수 있는 행성이 있을까?”
“1억 킬로미터 안에 거주 가능 행성이 보여집니다. 강화복에 있는 추진 기능을 사용하면 3개월 이내에 도착할 수 있으리라 생각됩니다.”
“가자. 그럼.”
‘푸쉬시시시~’
강화복에 있던 추진체를 사용해서 이동을 시작한 드라는 설리반, 태청과 상의해서 이 우주로 전이되었던 에너지 장을 분석하라고 이야기한 뒤 선도 수련을 계속했다. 이 우주에는 이전 우주보다 훨씬 더 농후한 자연의 기가 있었고, 우주조차 그 기의 농도가 높았다. 드라는 그 기와 시간 회귀를 이용해서 한 달도 되지 않아 축기기 대원만에 도달할 수 있었다. (죽음으로 인한 회귀는 이 우주에서도 동작했다. 다만 죽어도 이 우주에 차원 이동한 직후로 돌아갈 뿐이었고, 그 이전으로 돌아가지는 못했다)
“이야······이게 겁이야?”
드라가 마주한 이 우주에서, 그것도 우주공간에서의 겁은 놀랍게도 우주공간에서 만들어진 우주 소용돌이였다. 그 우주 소용돌이의 구성요소가 수천 개도 넘어 보이는 운석 덩어리들과 그사이에 번쩍거리는 수만 개는 되어 보이는 번개였지만, 색다른 면이 분명히 있었다.
“저거 실체가 있는데, 부숴도 될까?”
“겁은 부서지지 않습니다. 충분한 겁을 치를 때까지 강해지기만 할 겁니다.”
태청의 말에 드라는 고개를 끄덕인 뒤 말했다.
“아무래도 저 겁을 치르는 동안 강화복이 멀쩡할 리가 없어 보이니까. 벗겠어.”
“우주공간에서 인간의 몸은 오래 버티지 못합니다.”
“괜찮아. 내 몸은 그냥 인간의 몸도 아니고, 기를 호흡하면 굳이 숨을 쉬지 않아도 되겠더라고.”
드라는 자기 몸이 우주에서도 괜찮다는 것을 태청의 말을 듣고 몇 번 실험해서 알고 있었다. 그리고 자기 몸은 회복이 되지만, 강화복은 부서지면 이 우주에서 수복이 쉽지 않았기에 강화복과 불리된 드라는 우주 번개 소용돌이 속으로 몸을 던졌다.
“크크크~ 간지럽구나!”
드라가 입을 벙긋거리며 말했지만, 대기가 없는 우주에서는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소용돌이 속의 번개가 드라의 몸에 내리꽂혔지만, 드라는 조금도 영향받지 않고 그 소용돌이 속 중심으로 들어갔다.
“호오······여긴 공기도 있고 심지어 조용하네?”
놀랍게도 그 우주 소용돌이의 중심은 고요한 사당과 같았고, 대기도 존재했다.
그렇게 중심분에 가부좌를 틀자, 주변의 소용돌이가 거세게 돌아가면서 번개가 강력하게 치기 시작했다.
‘파즈즈즛~’
아까보다 두 배는 강해진 번개가 드라를 강타했다. 드라는 씨익 웃으며 말했다.
“별것 아닌데?”
이미 드라의 몸은 금선체의 힘을 담고 있는 데다, 설리반의 도움으로 몸 전체를 나노봇으로 개조 강화했었다. 거기에 태청과 리치의 도움으로 세맥까지 나노봇을 이용해서 방호력과 마나, 기 전달력을 높일 수 있는 초미세 마법진, 선술을 이용한 법술을 이용해 개조한 터라, 단순한 금선체가 아닌 미래 기술과 선술, 마법이 조화된 초마도 금선체가 된 셈이었다.
“아직 마도호홉도 시작하지 않았는데······”
이미 네 번의 강화된 번개가 드라를 내리쳤지만, 드라는 웃으며 번개를 맞았다.
“조금 더 노력해 보라고, 마계 우주?”
‘번쩍!’
지난 축기기에 들어설 때의 마지막 번개에 맞먹는 초강력 번개가 드라에게 내리꽂혔다.
“어~! 이제 좀 시원하다! 더! 더! 더해보라고!”
여덟 번째 번개였다.
열번째 번개부터는 드라가 마도호흡을 시작했고, 열두 번째 번개는 조금 아슬아슬했지만, 선술과 마법, 그리고 마도호흡까지 이용해서 버텨낼 수 있었다. 그 직후 드라의 온몸에서 무지개와 같은 찬한 빛을 내더니, 드라의 머리 위에 아주 작은 꼬마 드라가 생겨났다.
“이게······그······”
“원영신입니다.”
태청의 말에 작은 꼬마 드라, 원영이 고개를 끄덕였다. 드라는 자신이 둘이 된 것 같았다. 자신의 눈으로 보는 세상과 원영신이 보는 세상 두 가지가 동시에 보였고 둘의 몸을 따로 움직일 수도 있었다.
“이제 그 원영신만 죽지 않으면 드라님은 언제든 다시 살아날 수 있습니다.”
“그래?”
드라는 자신의 죽음회귀와 원영신은 어떤 관계가 될지 궁금했다.
드라는 즉시 기혈을 폭주시켜 죽은 뒤 회귀했다.
“어? 원영신이 그대로 있어?”
겁을 마주하기 전으로 돌아왔음에도 자신의 단전에서 놀고 있는 원영신이 보였다.
“어? 드라님 겁을 넘기지 않으셨는데 어떻게 원영신이 있으시죠?”
드라는 그제야 자신의 영혼과 상관있는 것은 회귀해도 그대로임을 떠올렸다. 원영신은 자신의 영혼에 축적한 기가 더해진 존재였으므로 당연한 결과였다.
“원영신은 따로 수련도 가능하다고 했었지 태청아?”
“맞습니다. 몸을 대신해 대자연의 기를 축기기에 모아둔 영단을 재료로 영혼이 직접 움직이는 존재가 원영신입니다. 따로 수련도 가능하고, 그 경과가 지금의 몸에게도 영향을 줍니다.”
“좋은데?”
“좋죠. 그런데 원영신을 이루기가 그만큼 어렵습니다. 그런데 저 겁은 어떻게 하시겠어요?”
“또 해야지. 원영신은 태청이랑 강화복과 여기서 기다려.”
그리고 달려간 드라는 다시 겁을 넘겼고, 원영신이 하나 늘어났다.
“드라님? 어째서 원영신이 두 개나 있으시죠? 원영신 하나 이상을 만들기란 하늘의 별 따기와 같아서, 다른 수련 공법으로 연기기 처음부터 다시 수련해야 할 터인데······”
“그냥 돼. 여기서 기다려.”
그렇게 드라는 열 개의 원영신을 만들었고, 드라의 단전에는 열 개의 원영신이 모여 서로를 멀뚱멀뚱 쳐다보고 있었다.
“전부 수련시켜야겠어.”
원영신 전무 드라와 영기체가 동일하게 구성되어 있었기에, 단전 안의 비좁은 공간에 구겨 넣은 뒤 수련을 시켰다. 이 우주에 넘쳐나는 마나와 기를 흡수해서 10배의 위력으로 항시 수련 모드가 가동하게 된 것이었다.
“이건 전무후무한 일입니다. 드라님.”
태청의 말에 드라는 웃으며 말했다.
“내가 좀 그렇지. 저기 보이는 저 붉은 행성이 그건가 설리반?”
“그렇습니다. 그런데, 대기의 농도가 높아 돌입시 엄청난 열이 발생할 듯합니다. 강화복을 열을 방사시키고 추락 속도를 줄이는 형태로 변형시키겠습니다.”
설리반의 강화복은 나노 로봇의 집합체였으므로 형태를 바꾸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 그렇게 바뀐 강화복은 마치 윙슈트처럼 생기게 되었고, 드라의 등에는 아마도 낙하산 형태로 펼쳐질 수 있는 가방이 생겨났다.
‘쉬이이이이익~’
드라가 대기에 진입하자 발과 다리를 펼쳤다. 그 사이의 막이 생겨나 대기의 저항을 받아 미끄러지듯 드라가 대기 속으로 들어갔다.
‘콰아아아아~’
“이······거 나 얼마의 속도로 날고 있는 거야?”
“소리 속도의 3배입니다.”
엄청난 충격이 드라의 머리를 때리고 있었지만, 이미 원영신을 이룬 드라의 금선체는 충격 정도는 쉽게 흘려내었다. 다만, 강한 풍압에 얼굴이 기괴하게 일그러진 정도랄까.
“마하 3인 거네. 이야······ 세상이 그냥 스쳐 지나가고 있······”
그렇게 3시간을 비행한 끝에 활강을 통해 속도를 줄여 도착한 곳은 어느 휴화산의 분지였다.
‘착~’
나노봇으로 만들어진 낙하산을 펼쳐 강하한 드라의 발에는 차가운 분지의 호수가 닿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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