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만 사는 도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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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daystar
작품등록일 :
2024.06.08 02: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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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8.15 15: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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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7.25 1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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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계VII

DUMMY

아르키안이 마련해둔 100명이 들어가도 넉넉할 천막 안에는 온갖 고기를 향신료를 더해 조리한 것들과 곡식을 이용한 샐러드가 휘황찬란한 금,은 접시에 담겨 있었고, 온갖 미주를 들고 미녀들이 대기하고 있었다. 서역과의 무역의 중심지였던 대월지는 민족적으로도 서양의 피가 반은 섞인 듯, 미녀들의 눈동자 색이 금빛, 푸른빛, 회백색 등 다양했고, 옷의 노출도 또한 꽤나 높았다. 십여명의 무녀가 아슬아슬한 옷을 걸치고 전통춤을 추고 있었고, 그 앞에 놓여진 가장 큰 술상에 아르키안, 아르키안의 여동생,드라 이렇게 세 명이 가까이 앉아 있었다.


“드시오 소교주! 천마신교와 대월지의 동맹이 이루어진 오늘. 성대한 축하로 앞으로의 무한한 발전을 기원합시다.”


아르키안의 여동생 아리아는 조용히 드라의 잔에 술을 따랐고, 그 술을 들어 건배를 나누었다.


“내 동생 아리아는 대월지 최고의 재녀이자 최고의 미녀라오. 오늘밤 소교주와 밤을 보내어 우리의 동맹을 축하하길 바라오.”


아르키안의 말에 드라는 아름다운 아리안의 모습을 보면서 침을 꿀꺽 삼켰다. 전생에도 이생에도, 아니 이 중원의 세상에서도 아직 총각인 그였으니. 아리안이 아르키안의 말에 얼굴을 붉히며 조용히 술잔을 기울여 마셨다. 그렇게 술자리가 새벽까지 이어진 뒤 파했고, 커다랗게 신방으로 꾸며진 천막에 아리안과 드라 둘만 남게 되었다.


“저어···제가 못마땅 하신가요?”


아리안의 말에 드라는 고개를 저은 뒤 말했다.


“솔직히 처음이라서 이래도 되는지 모르겠습니다.”


“들어본 적 있습니다. 중원의 사람들은 혼인한 이와만 잠자리를 갖는다고···”


그랬다. 대월지의 풍습은 유목민들의 풍습이었고, 유목민들 대부분이 모계 사회다. 여성이 원하면 누구와도 잠자리를 갖고, 아이는 부족의 사람들이 함께 키운다. 물론, 대월지 왕가의 경우에는 그 남성의 선택에 있어서 왕가 친족을 벗어나지 않기는 하지만, 그래도 모계사회에 자유로운 풍습인 건 사실이었다. 오늘 밤을 같이 지낸다고 해서, 또는 아리안이 드라의 아이를 갖는다고 해서 결혼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었다. 결혼을 하려면 아리안이 승락하고 드라는 대월지에게 그에 상응하는 재물을 바쳐야 할 것이다. 이 경우에 그 재물은 아마도 흉노의 선우, 묵특의 목이 될 가능성이 크지만.


“그래서가 아닙니다. 제가···”


“그러면 안아주세요.”


드라의 얼굴을 올려다보는 아리안의 눈은 별빛을 머금은 듯 아름다웠고, 드라는 그 눈빛 속에서 하룻밤을 불태웠다.

다음 날 아침이 밝자마자 아리안은 천막을 떠났고, 드라는 아쉬움에 빈자리를 더듬었다.


“천국이었어.”


“경하드립니다. 주인님.”


“시끄러.”


눈치 없이 끼어드는 태청이를 나무라자, 태청이가 살찍 삐진 목소리로 말했다.


“역시 이 세상은 동혈의 세상인 거 같습니다.”


“그래?”


태청이가 이 중세 중국의 세상을 보고 동혈의 세상이거나 또다른 이계일 가능성이 있다고 했었고, 꽤 긴시간 동안 조사를 통해 태청이가 결론을 낸 모양이었다. 동혈의 세상이라는 건, 법술을 통해서 만들어낸 세상으로 마엘의 반지 속에 있는 커다란 별 빛을 담은 보석 속에 이 세상이 있다는 것이었다. 이계와 다른 점은, 만약 그 반지를 통해 이계를 온 것이면, 그 반지가 부서지더라도 이 세상은 멀쩡할 것이지만, 동혈의 세상이라면, 그 반지가 부서진다면 이 세상도 부서지는 것이었다.


“신기하군. 그 작은 반지 속 세상이 이런 현실과 똑같은 곳이라니.”


“천지의 조화를 흉내내서 만드는 것이라 그렇습니다. 이정도의 크기에 이정도 세밀함을 흉내내려면 금선이상 아니 도조에 가까운 존재가 만든 것이 분명합니다.”


“그런데, 이게 이계가 아니라는 건 어떻게 알아낸거야?”


“만약 이계라면 이곳에 영기와 더불이 미세한 선기가 있어야 하는데, 선기가 전혀 없고, 별자리를 이루는 별이 너무나도 인위적입니다. 28숙을 그대로 따와서 만들기는 했지만, 그 외의 별자리가 너무 한미합니다. 이런 세상이 자연적으로 만들어졌다고 보기엔 인위성이 너무 강해요.”


“그···렇군. 그래도 내 눈에는 정말 현실처럼 보여. 아리안도···”


“현실과 차이점은 선기나 인위적인 자연 뿐입니다. 여기 있는 생명과 인간들은 정말 인간과 다르지 않습니다. 다만 이 동혈 속 세상의 순환에 갇혀 있는 점만 다르죠.”


“흠···정말 믿기 어렵군. 이런 세상을 만들어낼 수 있는 능력이 있다니···”


드라의 상식으로는 현실을 창조하고 그걸 반지의 보석 속에 둔다는 건 이해할 수 없는 일을 너머 신화의 이야기였던 것이다.


“아마도, 이 동혈의 세상에 마신혼이 있는 건 이 동혈의 세상이 마신혼을 가두기 위한 감옥일 수도 있을 거 같습니다.”


“그래?”


태청에 의하면 마족의 최고위의 존재인 마신과 신선의 최고위 존재인 도조는 서로 상극이어서 서로 싸우고 있는 경우가 많고, 이 동혈을 만든 것으로 보이는 도조는 마신혼의 주인과는 상극일거라 추측되어 태청의 예상은 이 동혈 세상 자체가 마신혼의 감옥일 것이라는 쪽이었다.


“아마도 마엘이라는 자가 이 동혈 세상을 손에 넣었지만, 마신혼을 꺼내지 못해서 주인님께 부탁한 것으로 보여집니다.”


“흠··· 말이 되긴 하는데, 그래도 뭔가 찜찜한 구석이 있긴 해. 당장 고민할 건 아니겠지만 말이야.”


드라가 한가롭게 침대에 누워 뒹굴고 있는데 천막 밖에서 소리가 들려왔다.


“소교주님. 1좌입니다.”


“어? 그래. 왔어? 들어와.”


비밀 임무를 맡겼던 1좌가 은밀하게 복귀한 것이었다.

1좌가 조용히 스며들듯 천막 안으로 들어와 부복했다.


“방석 위에 편히 앉어.”


“어찌 제가 감히···”


“감히 내 말을 무시하는 건 괜찮고?”


“아닙니다.”


무뚝뚝한 표정의 1좌는 살짝 곤란한 표정을 짓더니 정좌하고 앉았다. 백옥같은 피부, 짙고 선명한 눈썹. 분명히 수천명의 미녀가 이 녀석을 보면 모두 연심을 품을 것이고 이 녀석이 얼굴을 찡그리면 그 미녀들의 대부분 가슴을 졸일 것이다. 그야말로 타고난 초미형의 인간. 드라의 몸과는 이복사촌이지만 교주의 친혈육으로 인정받지 못하고 성은 커녕 이름도 받지 못한 인간.

드라가 그림자와도 같은 이 인간을 양지로 꺼내서 선술을 전수했다. 이 인간은 정말 신이 만든 최고 걸작임이 분명한 듯. 배우는 선술을 모두 손쉽게 흡수하더니 벌써 연기기 12성 대원만에 근접해 있었다. 겨우 1년도 안된 시간에 말이다. 물론 드라의 선술을 마도 기사의 방식으로 강제 주입하고 태청의 지식을 이용한 영단으로 기운을 북돋았다고는 하지만, 2좌인 지설리가 겨우 연기기 6성인 걸 감안하면 이 녀석은 이 세계의 특이점이라 할만 했다.


“그래서 간 일은 어찌되었지?”


“소교주님이 우려하신 바대로 입니다.”


“아니 내가 뭘···”


원래 1좌인 이 녀석도 감씨성에 같이 올 예정이었다. 그런데 묵특선우에 대한 이야기를 듣더니 수상하다면서 자기가 조사를 해보아도 되겠냐고 했다. 그래서 보내주었을 뿐인데, 우려하신 바를 드라가 알리가 없다.


“선술을 익힌 자들이 묵특의 병영에 꽤나 많이 보였습니다.”


이 녀석은 특이하게도 상대방이 선술을 익혔는지, 수준이 어느정도인지, 어떤 선술인지를 아주 멀리서도 인지하는 능력을 깨우쳤다. 드라가 가르친게 아니다. 선술을 익히면서 스스로 깨우친 것이다.


“그래···”


“소교주님의 위엄에 비할바는 아니지만, 저와 견줄만한 자들도 상당히 많이 보였고, 특히나 강한 자가 몇 명··· 멀리서도 느껴졌습니다. 하마트면 들킬뻔하여 즉시 도망쳐왔습니다.”


“잘했다. 1좌. 가서 쉬도록.”


“존명!”


1좌 녀석은 드라의 짧은 칭찬에 감격한 얼굴이 되어서는 부복하여 절하고는 물러났다.


“1좌 녀석 지나치게 유능한데···”


“주인님의 말씀이 맞습니다. 이런 척박한 동혈 세상에서 다시 태어나기 힘든 인재입니다.”


“그거 참··· 우연일까?”


드라는 잠시 1좌를 생각하다가 멈추고 일어났다.


“아무래도 내가 좀 나서야겠어.”


“주인님, 이곳에서 지나치게 힘을 사용하시면 동혈의 인과가 뒤틀립니다. 자칫하면 세상이 붕괴할 수도 있습니다.”


“알아. 하지만, 1좌의 말대로라면 그 놈들을 그대로 두어도 동혈의 인과가 뒤틀릴 수 있는 거 아니야?”


“그···럴 수도 있습니다.”


드라가 그 동안 자신이 직접 힘을 행사하지 않으려고 한 것은 태청이의 조언 때문이었다. 마신혈을 찾기도 전에 세상이 붕괴해서는 곤란했고, 드라의 영기가 이미 원영기에 접어들어서 동혈 속 세상이라면 이 세상의 인과를 비틀리게할 수도 있었기 때문이었다. 비록 도조가 만들었지라도 동혈속 세상의 한계는 명확해서 원영기 정도의 정순한 영기가 제 힘을 모두 사용하면 부서지거나 최악의 경우 공멸할 수도 있다고 태청이가 조언해주었다.


“그러면 다녀오자.”


드라는 그 동안 사용하지 않았던 보법을 펼쳐 1좌가 말해준 묵특의 병영으로 향했다. 약 4시간여만에 무려 천킬로미터 거리에 있는 묵특의 본영에 도착할 수 있었다. 드라는 묵특의 병영의 병사 하나를 납치해서 옷을 갈아입고는 병영으로 잠입해서 돌아다녔다.


“수상하긴 하군.”


분명 라엘족이 쓰는 언어를 갑주에 새긴 자들이 묵특의 병영에서 돌아다니는 게 보였다.


“마엘이 보낸 자들일까?”


“그럴 수도 있지만, 아닐 수도 있습니다. 다만, 축기기 정도의 녀석들 가운데 두 명 정도는 결단기로 보여지는 자들이 있습니다.”


“호오··· 결단기라··· 마엘이 결단기라고 했었지?”


“그렇습니다.”


“그러면 마엘이 보낸 게 아닐 수도 있겠어. 어쨌거나 한 두녀석 붙잡아서 취조를 해보는 게 좋겠지.”


드라는 하수신의 보법으로 은밀하게 움직여서 축기기로 보이는 녀석 하나를 납치한 뒤 병영을 빠져나와 멀리 떨어진 동굴로 숨었다.


‘짝! 짝!’


“일어나라.”


드라가 뺨을 때리면서 깨우자, 축기기인 녀석이 눈을 뜨고는 물었다.


“누구냐. 단대인의 사람이냐?”


“단대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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