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만 사는 도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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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daystar
작품등록일 :
2024.06.08 02: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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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8.15 15: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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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01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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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계XIV

DUMMY

“열쇠가 사람이겠군요. 이 비석이 있던 이 천마신교에서 태어난 자 중의 하나가 열쇠가 되었을 겁니다. 그리고 그 열쇠가 죽으면 다음 열쇠가 정해지는 형태로 계승됐을 거고요. 지금의 열쇠는 이름이 없는 자로서 뛰어나지만 비운의 겁을 당하고 있을 거 같군요.”


“아···그런 사람 하나 압니다.”


드라의 말에 카엘도 고개를 끄덕인 뒤 말했다.


“당장 출발해서 데려오겠습니다.”


카엘이 1좌를 데리러 간 동안, 드라는 단대인에게 궁금한 점들을 물었다.


“어떻게 열쇠를 추정하신 건가요? 풍수? 그건 뭐죠?”


“풍수는 일종의 사물 간의 관계를 읽는 방법입니다. 특히나 영기나 선기가 관련되면 한쪽으로 치우친 현상이 나타나기 마련이고, 그러면 반작용으로 반대쪽 현상이 발현되죠. 이런 상극의 현상과 또한 그런 현상들끼리의 상생을 통해 일어나는 조화를 읽고 이해하는 작업이지요.”


“좀 어려운 이야기이긴 한 것 같습니다만, 대충 무슨 의미인지는 알 거 같군요. 그 조화를 알려면 많은 경우를 이해하고 경험한 뒤 적용하기 위한 훈련이 필요하겠군요.”


“맞습니다. 저도 스승님께 맞아가면서 수천 년은 수련했더랬지요.”


“수···천년이요···”


드라는 신선들의 완전히 다른 시간 감각에 놀랐다. 마치 수천 년을 수년처럼 이야기하였으니.


“참. 선계에는 신선들이 많다고 들었습니다.”


“그렇습니다. 인지하는 건 능력에 달린 일이지만, 제가 알기로도 수억 명은 넘을 것이고, 진선들의 이름을 새기는 비석만 해도 수억 개는 넘는다고 들었습니다. 비석 하나에 새겨지는 이름이 수만 개이니, 수억은커녕 훨씬 더 큰 숫자일 테지요.”


“엄청나군요. 선계에는 범인은 없습니까?”


“선계도 천계와 지계로 나누어집니다. 지계에는 진선 하나당 다시 수억 명의 범인과 그만큼의 국가도 존재합니다.”


“상상이 안 되네요. 선계는 대체 얼마나 넓은 곳입니까? 단일 행성인가요?”


“선계는 수십만개의 행성으로 이루어진 곳입니다. 행성마다 다른 대라가 통치하고, 그런 행성들을 다시 수십의 도조가 모여 큰 방향을 정합니다.”


“엄청나군요. 그럼 선계는 하나의 우주라고 봐야겠군요?”


“그렇습니다. 이곳 마계보다도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큰 곳이죠. 마신들의 영역도 존재합니다.”


“들을수록 엄청나군요. 그러면 선계에 있는 도조들과 마신들은 싸우지는 않나요?”


“너무나도 오래전 시간이 시작될 무렵, 영역을 나누고 서로 불침의 맹약을 맺었다고 들었습니다. 그리고 선계의 우주는 너무도 광활해서 서로 다투지 않아도 거의 무한할 정도의 공간이 존재합니다. 거기에 도조와 마신을 제외하고도 다른 세력들도 꽤 많이 존재합니다.”


“선계가 다른 우주와 다른 건 뭔가요 그럼? 그냥 우주랑 다를 바가 없어 보입니다만.”


“선계가 모든 우주의 뿌리 같은 곳입니다. 선계에서 어떤 큰 변화가 일어나면 나머지 우주들에도 모두 영향을 준다고 하더군요.”


“오···그래요? 그건 몰랐네요.”


“원래는 선계의 상위인 우주가 있었다는 전설이 있기는 한데, 지금은 모든 우주가 선계와 어떤 식으로든 이어져 있다고 합니다. 그리고 다른 우주에는 없는 선기가 있죠. 다른 우주는 기껏해야 영기 정도가 있지만, 선계에는 영기보다 수천 배는 응축된 선기가 존재합니다.”


“그랬군요. 선기라는 말은 들어봤는데, 아무 데서도 볼 수 없었더니, 선계에만 있는 거였군요.”


“맞습니다. 선기는 오직 선계에만 존재합니다. 어째서인지 영기는 영석에 담을 수 있지만 선기는 담을 수도 없고, 오직 생명체의 몸에 깃들게만 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다른 우주에서는 선기를 볼 수도 없는 것이죠. 진선이 되면 영기로는 부족하고 선기가 꼭 있어야만 적절한 수련이 가능합니다.”


“그러면 진선은 선계를 떠나길 싫어하겠군요.”


“맞습니다. 진선 이상의 수련을 하는 자라면 선계만이 진정한 세계라고 느끼게 됩니다. 다른 우주는 하찮게 느껴지죠. 저도 그랬으니까요.”


“그렇게 바람직한 생각은 아닌 거 같습니다만··· 그런 상황이면 그렇게 느낄 수 있겠군요.”


“보통은 그래서 진선들은 선계를 제외한 다른 우주의 생명체조차 우습게 여깁니다. 같은 지적인 존재로 보지도 않아요.”


“일종의 우주 간 차별이로군요.”


“맞습니다. 그래서 진선들이 다른 우주에 가서 수련을 위해 범인들의 목숨을 아무렇지 않게 희생시키거나, 말로 형언할 수 없는 짓을 벌이기도 합니다. 그렇게 해도 진선들은 실제로 업이 거의 쌓이지도 않아요. 오직 선계에서 일어난 일만 큰 업을 발생시키죠.”


“생각보다 커다란 차별이 존재하는군요. 그런데 이상하네요. 어차피 진선들도 다른 우주에서 오는 게 아닌가요?”


“아주 오래전에는 그랬다고 합니다만, 지금은 진선들의 대부분이 선계에서 태어난 범인들이 수련을 통해 진선이 됩니다. 그래서 더더욱 다른 우주, 보통은 범계라고 부릅니다만, 범계를 하찮게 생각하는 거죠.”


“그런 게 존재할 거라고는 생각지 못했네요. 좋은 걸 알려주셔서 감사합니다.”


“아닙니다. 저도 영락하고 선계에서 추방 직전까지 몰린 데다, 이곳 지환의 세계에서 새롭게 여러 가지를 경험하지 않았다면 같은 생각을 하고 있었을 겁니다.”


오랜 기간 지환의 세계에서 많은 일을 겪은 듯, 단대인의 눈에는 서글픔과 현명함이 비치는 듯했다. 그 후로도 선계와 선도에 대해 다양한 것을 물어볼 수 있었고 드라에게는 뜻깊은 시간이었다. 지금까지 제대로 된 스승이 없었기에 자신이 가는 길이 맞는지, 앞으로 어떤 일이 벌어질지는 더더욱 알 수 없었다. 태청의 원래 몸인 학노자도 결단기 후기 정도밖에 되지 않았으니 이미 원영기에 오른 드라에게는 단대인은 정말로 큰 정보의 창고였다.


일주일이 지날 때쯤, 1좌와 카엘이 나타났다.


“소교주님! 강녕하셨습니까?”


“덕분에. 오느라 고생했다.”


“어디든 부르시면 당연히 갈 것입니다.”


드라는 신뢰가 넘치는 표정의 1좌에게 충격적인 이야기를 담담하게 설명해 주었다. 1좌는 모든 이야기를 듣고도 조금의 흔들림이 없었다.


“소교주님께서 명하시면 따를 뿐입니다.”


‘맞아. 이 녀석 이런 놈이었지. 뒤돌아보지 않는 직진의 1좌.’


드라는 속으로 감탄하고는, 단대인과 함께 1좌를 만나 어떻게 해볼 것인지 논의해 보았다.


“그러니까 이 비문을 읽을 수 있어야 하는데, 그러려면 적어도 결단기에는 올라야 한다는 거군요.”


단대인의 추측은 이러했다. 겉으로 소리내어 읽어서 비문의 힘을 빌리지는 못하더라도, 내면에서라도 읽어내면 봉인이 약해질 것이고, 이것을 반복하면 되리라 생각했다. 하지만, 결단기 정도는 되어야 비문의 힘을 내면의 심상에서라도 구현화 할 수 있는 것이어서 이제 연기기12성, 대원만을 이룬 1좌에게는 갈 길이 멀다는 것이었다.


“힘들겠죠 아무래도?”


단대인의 말에 드라는 고개를 저은 뒤 말했다.


“1좌 녀석을 얕보지 마십시오. 그리고 제겐 단약사도 있습니다.”


그렇게 해서 1좌 키우기 프로그램을 시작했다. 단로를 소환해서 그 아래에 1좌를 넣고 굴렸다. 태청이가 조합해 준 영단에다가 드라의 강제력을 동원한 영기 주입까지 더해서 1년이 지나지 않아 축기기 대원만에 도달했다.


“믿기지 않는군요. 연기기에서 축기기 후기까지 1년이라니···”


정상적인 수련이었다면 100년이 걸려도 짧았다고 할만한 수련이었지만, 1좌는 겨우 1년 만에 도달할 수 있었다.


“그만큼 1좌 녀석이 대단한 겁니다. 아마도, 저 봉인의 영향이 있을 듯하지만, 어쨌거나 1좌는 대단합니다.”


옆에서 드라의 칭찬을 들으면서 1좌는 입가를 씰룩거렸다. 단로 밑에서 수련 중이지만, 자신이 존경하는 드라의 칭찬은 그렇게 좋았던 것이다.


그리고 다시 2년이 지나고 나서, 드디어 결단기에 도달했다. 겁은 마나쉴드와 부적, 결계 등을 동원해서 쉽게 처리할 수 있었다.


“소교주님의 덕분입니다.”


결단기가 되자마자, 1좌는 머리를 땅에 박은 채로 드라에게 절했다.


“아니야. 니가 고생한 덕분이지. 우리는 그냥 살짝 도와준 거야. 앞으로도 목적이 있는 베풂에 지나치게 감사하지 말거라.”


“···알겠습니다.”


1좌는 뭔가 말하려다 말고 드라의 말을 받아들였다.


“자 그럼 해볼까?”


1좌는 비석의 앞에 정좌하고 앉아서 비석의 글자들을 내면으로 읽기 시작했다. 읽는 법이나 내용은 이미 단대인에게 들었던 터라, 어렵지 않게 진행할 수 있었다. 1좌가 읽는 비문의 글들은 살짝 밝게 빛나고 어두워지고를 반복했다. 그렇게 3년의 세월이 흐르자, 드디어 비석의 한 귀퉁이에 갈라짐이 생겨났다.


“앗 갈라졌다.”


옆에서 지켜보고 있던 단대인이 말하자 드라와 카엘, 마엘 모두 몰려와서 그 광경을 구경했다.


‘콰드드드드~’


정말 미세한 갈라짐이었음에도 천지가 진동하는 느낌이 들었다. 이 지환의 세계와 연결되어 있는 비석의 변화이기에 그런 것 같았다.

그렇게 다시 3년의 세월이 흐를 때쯤, 1좌는 결단기 후기에 접어들었고, 눈에 띄게 큰 크랙이 비석에 생겨났다.


‘쿠르르르르~’


정말로 천지가 부서지듯 진동하더니, 비석에서 희뿌연 무언가가 나왔다.


“어라? 니가 여기 왜 있어?”


드라와 그 희뿌연 무언가는 서로를 보고 똑같은 소리로 놀랐다.


“드라? 네가 벌써 원영기에 들어갔어? 그럴 타임라인인가···”


“무슨 소리야. 필모어 니가 왜 여기서 나와? 니가 신마혼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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