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만 사는 도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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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daystar
작품등록일 :
2024.06.08 02: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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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13 0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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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선 V

DUMMY

“아···같은 존재는 아니시군요.”


“같은 존재는 아니지만, 어렴풋이 그들이 존재함을 알고, 그들이 겪은 일들을 알고 있다. 그것은 왜 물어보는 것이냐?”


“제가 원래 있던, 아니 중간에 있던 우주의 일인데 말이죠.”


드라는 지난 세월에 일어난 리치가 있는 우주의 이야기를 말한다음 물었다.


“신들이 바라는 게 뭘까요?”


“흠···아마도 우주의 존재 가능성을 아끼기 위해 대청소를 감행한 모양이다.”


“우주의 존재 가능성이요?”


“그래. 선계 우주에서 파생된 모든 우주는 선계 우주에서 넘쳐 흐르는 부산물을 받아들여서 정화하고 사용하는 일종의 하수처리장이다.”


“예? 하수처리장이요?”


“그래. 이 선계는 정적인 우주이기 때문에 계속해서 생겨나는 에너지와 가능성을 다른 우주에게 떠념겨야만 한다. 그걸 다른 이들은 ‘영향’을 준다라고 미화하는 모양이지만, 그건 그냥 하수구에 버리는 쓸모없는 가능성들이다.”


“워···그렇게는 생각도 못했네요. 하지만 그게 있어서 다른 우주에게 도움이 되는 거 아닌가요?”


“그렇지. 그리고 그 우주가 그 넘쳐난 에너지와 가능성을 잘 소화해서 선계로 그 결과를 잘 보내어준다면, 그 우주의 존재는 선계 우주에서 공급을 받아 계속 존재하게 된다. 반대의 경우, 그 에너지와 가능성의 공급이 줄어서 우주의 성장이 멈추고 다시 수축되어 사라진다.”


“그냥 사라지나요?”


“펑하고 생겨나고, 펑하고 사라지지. 메아리 정도는 남을 수 있겠지만, 그게 선계 우주 밖의 하수 처리 우주들의 운명이다. 끊임없이 증명하고 생존을 위해서 싸워야 하지. 심지어는 우주 끼리도 싸워서 생존을 다투기도 한다. 비록 그런 경우는 드물기는 하지만.”


“우주끼리도 생존을 위해 다툰다니 그건 정말 생각도 못했던 것이네요. 그 결과를 보낸다는 게 혹시 등선하는 건가요?”


“뭐, 우주에도 위계가 있어서 최하위계에서 선계로 오기 위해서는 네가 말한 그 등선과 같은 과정을 수십번을 거치기도 하는 모양이다만, 큰 의미에서는 그게 맞는 말이다.”


“세상에 쉬운 게 없군요. 그런데, 제가 등선을 했는데 어째서 그 우주에서···”


“네가 그 우주에서 바로 등선했었나?”


“아! 다른 우주로 갔을 때였네요.”


“그런 모양이다. 아마도 그렇다면 다른 하수처리 우주도 마찬가지인 상태일거다. 그 중에 등선하는 자가 나오지 않는다면, 해당 우주로서는 존재 자체를 걸고 등선자를 만들기 위해 그런 짓을 하게 되는 것이지.”


“그렇겠군요. 생존의 문제이니··· 그러면 하수처리 우주들의 존재의의는 등선자를 만들어내는 것과 선계의 유지를 위한 처리소인거였군요.”


“그런 이야기다.”


“그런데 등선자가 왜 그렇게 중요하죠? 어차피 하수처리를 위해서라도 그 우주들이 필요한게 아니었나요?”


“흠···선계 우주는 코스모스, 즉 질서의 우주다. 그러한 하수처리 우주에 쌓이는 것은 카오스라고 할 수 있지. 그 혼돈이 증폭되어 그런 우주가 카오스의 지배를 받게되면 그 영향이 선계로 넘어오게 된다. 그 때에 선계를 지키기 위해서는 너와같은 비상 계획이 필요한 것이고, 그 전에 싹을 자르기 위해서는 당연히 소멸 프로세스를 발동시키는 수 밖에 없다.”


“선계를 유지하기 위해 모든 하위 우주를 이용해먹는다니, 상당히 비열해 보이네요.”


“원래 생존이 그러하다. 너 또한 필멸자일 때 살아남기 위해 다른 생명체를 먹었을 것이고, 그것과 이것은 같은 것이다.”


“우주의 원리라는 것도 알고보니 별 것없네요. 시시하게.”


“커다란 존재들일수록 간단한 원리가 지배한다. 그리고 그 간단한 원리가 강력하지. 나 또한 그러한 섭리의 일부분이지 않느냐. 시간의 크로노스. 그게 뭐겠느냐. 카오스가 없으면 시간은 흐르지 않지. 그렇기에 그 카오스를 통제하기 위해 만들어낸 것이 바로 나. 시간이다. 아버지 우라노스와 어머니 가이아에게는 변화가 없고 거기에는 시간이 없었다. 그곳에 카오스를 받아들여 변화를 시작한게 바로 나 크로노스지.”


“아···시간이 원래 그런 거군요. 질서의 세계에 주는 통제된 카오스.”


“그래. 나는 그렇기에 단순하게 창조되었고 그만큼 거부할 수 없는 섭리다. 우라노스도 가이아도 결국 나의 지배를 벗어나지 못했다. 그랬기에 내가 7.5등급이 되었다. 아마도 더 많은 카오스가 유입된다면 8등급도 어렵지 않을 것이고, 내가 9등급의 신이 되는 순간이 선계의 종말이 될 것이다. 그래서 네가 나의 대적자이지.”


“어···그런건가요?”


“나의 섭리를 거스른다는 건 그런 것이다. 강력한 섭리의 반발. 그게 가능하다는 건, 애초에 내가 만들어질 때 너라는 제어장치가 생겨난 것이지. 내가 9등급 신이 되는 것을 막는 것. 그게 너의 궁극의 존재이유다.”


“후···저는 전혀 모르겠는데요. 제가 크로노스님을 막는다던가 선계의 종말을 막는다던가···너무 먼 얘기이고 일단은 살아남고 싶을 뿐이에요. 인격이 강제로 제거되는 건 사양하고 싶거든요.”


“그래. 네가 나의 대적자이긴 하지만, 네 인격이 사라지고 도조들의 도구가 되어 나와 대적하기 보다는 네가 성장하여 나의 대적자가 되어주면 고맙겠어.”


“그런가요? 어째서 칭찬받은 기분이 드는 건 제 오해인 거죠?”


“오해인 것으로 해두지. 너의 질문이 해소된 것 같으니 나는 다시 시공간에 흩어져 쉬고 있겠다.”


“감사해요.”


‘스스스스~’


크로노스의 얼굴이 희미하게 흩어진 후 드라는 혼잣말을 했다.


“결국 선계의 우주를 위해 모든 우주가 존재한다라··· 너무나도 인위적이고 이상해. 거기다 코스모스가 카오스를 통제한다고? 카오스가 통제가 되는 것일까?”


카오스의 본질에 대해 점점 더 이해하게 된 드라는 지금의 구도는 뭔가 크게 잘못되어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무엇인지 꼬집어 말할 수 없지만, 그 잘못된 부분을 알게 된다면 지금의 불합리한 우주의 구조와 자신의 운명에 대해 뭔가 변화를 줄 수 있지 않을까 그렇게 생각하다가 다시 잠이 들었다.


‘구구궁!’


다시 잠이 깨었을 때는 장원의 천공에서 강력한 힘이 부딪히고 그 파장이 주변을 출렁이게 하고 있었다.


“어? 누가 온 건가?”


“현재 시간의 도조와 크로노스가 장원의 하늘에서 충돌하고 있습니다.”


해태의 말에 드라는 잠이 덜 깬 표정으로 물었다.


“어째서 깨우지 않았지?”


“크로노스님께서 아마 일주일 이상은 싸움이 지속될 것이니 당장은 깨우지 말라하셨습니다.”


“일주일이나? 후우···설리반?”


“후손이여 불렀는가?”


“지금의 싸움 데이터 쌓고 있어?”


“그렇다.”


“그러면 그걸 밤 11시50분이 되었을 때 이미지형태로 압축해서 줘.”


“그렇게 하지.”


“그리고 11시 50분에 나를 우주로 워프시켜줘.”


“그 또한 그렇게 하겠다.”


그렇게 하루가 지날 때쯤 드라는 워프해서 자신의 심맥을 끊었다.


『저주 대상의 죽음이 감지 되었습니다. 회귀합니다. 오늘 남은 횟수는 9회 』


드라는 아직 시간의 도조를 마주치지 않았고, 다른 우주에서의 심맥을 끊었기에 손쉽게 회귀할 수 있었다.


“이노오오옴! 감히 비상 계획을 함부로 사용하다니!”


장원의 하늘에서 노한 음성이 들려왔다.


“시끄럽다 시간의 도조. 너는 나에게만 신경쓰면 된다.”


‘쿠르르르릉!’


다시 힘의 충돌로 시공이 뒤틀리는 듯 했지만, 저택은 크로노스의 노력 때문인지 안전했다.


“자. 회귀하기 전에 설리반 네가 수집한 정보야. 이걸 참고로 지금의 데이터를 동시에 분석해줘.”


이미 드라는 꿈을 통해 리치에게서 영혼에 글자나 이미지를 새기는 방법을 배웠다. 그걸 이용해 자신의 몸에 데이터를 압축한 이미지를 새겼고, 그걸 다시 탁본을 떠서 설리반에게 전달했다.


“오···놀라운 정보로군. 지금 일어나는 일을 제대로 기록해두었어. 이제 분석을 진행할 수 있겠다.”


설리반의 하루치 분석이 끝나면 다시 회귀해서 데이터를 릴레이해주었다. 그렇게 다시 회귀하기를 반복해서 6일째가 끝났을 때, 설리반이 말했다.


“시간의 도조가 쓰는 에너지원과 그 사용법 분석을 완료했다. 이제 출력은 다를 수 있지만, 흉내내기가 가능하다.”


“그러면, 그 에너지를 중화할 수 있을까? 크로노스의 에너지는 중화하지 말고.”


“가능하다.”


“진행해줘.”


“그렇게 하지.”


설리반이 반나절 정도 에너지 중화기를 만들어 가동시키자, 장원 밖의 우주에서 흘러들어온 선기가 원천이되어 사방으로 중화에너지가 전파되었다.


“뭐···뭣? 나의 힘이 사라진다? 그럴리가! 나는 이 우주가 취한 시간 에너지의 지배자다!”


“웃기고 있네. 내가 바로 그 에너지 자체인데, 너같은 지배자를 둔 적 없다.”


‘파즈즈즈즛!’


허공의 공간이 찢어지더니 밝은 빛덩어리가 그 공간의 틈을 통해 사라지는 것이 보였고, 그 직후 허공에 크로노스의 얼굴이 생겨나더니 너털 웃음을 지었다.


“쌤통이구나! 고약한 늙은이! 네 놈이 도망가니 내 수 억년의 응어리가 풀리는 구나! 음하하하하하하!”


드라는 크로노스의 웃음을 조용히 지켜보다가 물었다.


“그냥 보내주신 건가요?”


“그럴리가. 녀석의 시간에 대한 통제권을 반이상 빼앗았다. 이제 녀석은 수십억년을 다시 수선해야 그걸 되찾을 수 있을게야. 그리고 나도 이번에는 가만히 있지 않을 거고.”


“원래 아는 사이셨군요.”


“그렇지. 나를 해킹해서 나의 힘을 자기 뜻데로 따르게 한 괘씸한 녀석이다.”


“그랬군요. 도조라는게 그런 개념인 건가요? 우주의 힘을 해킹해서 사용하는 자들?”


“역천자라는 수선자가 원래 그런 거다. 우주에 주어진 것들을 자기 입맛대로 개조하고 그것과 동화해버리고 숨어버리는 놈들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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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3 귀환 II 24.08.07 52 0 10쪽
62 귀환 I 24.08.06 50 0 10쪽
61 선계 II 24.08.05 56 0 10쪽
60 선계 I 24.08.04 51 0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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