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태창으로 이세계 성자

무료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게임

김장어
작품등록일 :
2024.06.10 12:27
최근연재일 :
2024.07.12 19:06
연재수 :
26 회
조회수 :
789
추천수 :
27
글자수 :
148,124

작성
24.06.15 12:00
조회
42
추천
1
글자
13쪽

5화

DUMMY

5화




수도원장이 부임한 후부터 악령이 출몰했다는 사실은 수도원장이 이 사건이 연관되어 있다는 의심을 확신으로 만들었다.


하지만, 부임하자마자 무언갈 바로 시작할 정도라면, 분명 혼자서 벌인 일은 아닐 것이다. 이미 판을 깔아준 윗선이 있겠지. 처음에는 악령의 퇴치를 하면서 주민들에게 받는 물질적인 보상이나, 명예 같은 것을 원할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가 이 사건의 머리가 아니고 일련의 짜인 계획의 하나의 부품에 지나지 않을 거라는 확신이 들었다.


그렇다면 파견단에 보인 고압적인 태도가 이해가 간다. 증거만 없다면 윗선에서 해결해 줄 수 있다는 것이겠지.


파견단이 이상함을 눈치채고도 쉽게 포기한 이유도 비슷한 이유일까?


생각이 깊어질수록 이성은 손을 떼는 것이 맞다고 외쳤다.


“아쉽긴 하지만, 신력을 통한 대규모 전도 계획은 다른 도시에서 해야겠네. 굳이 이곳일 필요는 없으니까 말아.”


이 이상 깊이 관여한다면, 내 목숨이 위험해질 수도 있다.

살자고 하는 일에 죽을 위험이 있다면 피하는 게 당연한 이치.


그렇게 완전히 마음을 접고, 내일 매장지를 볼 필요 없이 바로 떠나기로 마음먹었다.


그렇게 정하고 나니 왠지 소년 얼굴 하나가 떠올랐다가 사라졌다.


“······어쩌라고.”


나는 침대로 쓰러지듯 누웠다.


창문 밖에는 파랑새가 지저귀고 베개와 이불은 푹신했다.


하지만 시골 침대보다 불편한 것 같았다.


그때,


눈앞에 익숙한 창이 떠올랐다.



[서브 퀘스트]


파견단의 도움을 받아, 토리아 수도원의 숨겨진 악행을 밝혀내고 징벌하라.


난이도 : C


제한 시간 : 3일


보상 : 상태창 강화



서브 퀘스트라···언젠간 나올 거로 생각했기에 그다지 놀라진 않았다.


하지만, 이 타이밍에 퀘스트가 등장했다는 것은 분명 사건 해결이 왕국 개종에 도움이 된다는 말이겠지.


‘그런데 파견단의 도움을 받아야 한다는 건가?’


나는 주위를 둘러보고는 특이한 것을 발견했다.


“···귀찮게 됐네. 이러면 할 수밖에 없잖아?”


왠지 모르게 올라가는 입꼬리를 의식적으로 내렸다.



* * *



다음날이 되고 수도원의 사제 두 명과 함께 매장지를 찾았다.


최근에 파헤쳐진 흔적과 무언가 태우고 난 잔해들이 뒤엉켜있는 구덩이에는 역시나 이렇다 할 증거는 남아있지 않았다.


다시 돌아온 수도원에서 우리를 맞이한 것은 미묘한 웃음을 띠는 원장이었다.


“원하시는 것을 찾으셨는지요?”


“아뇨, 말씀대로 매장지를 잘 수습하신 모양이네요? 아무것도 찾을 수 없었어요.”


“하하하, 아무래도 저희 사제들이 확.실.히. 처리했나 봅니다. 그럼, 이제 더 이상 볼일이 없으시겠군요?”


“예, 파견 임무가 끝났으니, 더 이상 머무를 이유가 없지요. 이안 사제님은 어떻게 하실 건가요?”


“저도 떠나야지요. 몇 가지 물어볼 게 있어서 그것만 물어보고 떠나려고 합니다. 먼저 살펴 가시지요.”


“···그렇습니까? 그럼, 저희는 이만 물러가겠습니다. 신의 축복이 함께하길. ”


그 말과 함께 떠나는 여사제를 성기사와 종자가 따라나섰다.


원장은 그들이 시야에 사라지는 것을 보고 말을 꺼냈다.


“물어볼 게 무엇입니까? 사제님?”


“원장님. 제가 왕년에 원장님 같은 분을 많이 만나봤거든요. 저는 딱 보면 압니다. 누가 구라를 까는지, 누가 진실을 감추는지 말이죠. 하지만 저는 떠나려고 합니다. 파견단도 없는 곳에서 저 따위가 뭘 할 수 있겠습니까? 안 그렇습니까?”


“말씀 계속하시죠.”


“듣자 하니, 원장님 생각보다 인망이 좋더군요. 대단하고 훌륭한 사람이라고 어떤 이가 말하는 걸 들었습니다.”


“···쓸데없는 얘기 말고 본론을···”


“부임 첫날 사건, 당신 짓입니까?”


“······.”


“여기는 저희 둘밖에 없습니다. 저는 진실을 알고 싶을 뿐입니다. 듣는 즉시 귀찮게 하지 않고 곧바로 떠나겠습니다.”


“하아···어디서 무얼 듣고 오신 지 모르겠습니다만, 우리 수도원은 해당 사건과 관련이 없습니다. 이런 소리하실 거면 나가세요.”


“저는 분명 기회를 드렸습니다. 사실만 말해준다면, 그 즉시 떠나겠다고 말이죠. 그런데 원장님께서는 제가 도시에 계속 머물기를 바라시는 것 같군요?”


“마음대로 생각하시죠. 하지만, 도시에 계속 머무를 일은 없을 것 같군요”


원장은 비릿한 미소를 지으며 말을 이었다.


“ 자의로든, 타의로든 말이지요.”


그 말을 끝으로 사제는 수도원을 떠났다.


원장은 사제가 그대로 도시를 떠났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지만, 그의 단호한 의지를 봤기에 그러지 않을 거라는 것을 확신했다.


“사제님들, 아무래도 해야 할 일이 하나 생겼네요. 예전 친구들과 아직 연락하시나요?”


말을 들은 사제들은 대답 대신 씩 웃어 보였다.



* * *



토리아 대도시 여관 2층 숙소에 익숙한 세 명이 모여있었다.

이 장면만 보면 마치 어제의 데자뷰로 느껴질 만했다.


“그래서, 그분은 정말로 떠나셨나···?”


성기사의 목소리는 실망감이 가득 찼다.


“원장과 대화를 나눈 후로 아직은 도시에 있지만 곧 떠날 것 같아요.”


신성한 기운이 감싸는 두 눈은 허공을 바라보며 말했다.


“···원장과의 대화는 어땠나?”


“제 스킬은 새의 눈을 빌려온 거라고 몇 번이나 말씀드렸잖아요. 내부의 대화는 들을 수가 없다고요.”


“생각보다 큰 도움이 안 되는군.”


“도움이 안 된다면 그만 보도록 할게요. 안 그래도 신성력에 부담되는 스킬이었는데 잘됐네요.”


카르카의 퉁명스러운 말에 성기사가 평소에는 볼 수 없던 당황한 표정을 지었다.


“크흠, 거 성자님이 도시를 나갈 때까지는 봐야지. 안 그런가?”


“저는 별로 그러고 싶은 마음이 없는데요?”


“내가 아까 한 말은 사과함세. 계속해 줄 수 있겠나?”


“아, 안돼!”


카르카의 외침에 성기사의 미간이 좁혀졌다.


“자네···생각보다 속이 좁구먼···?”


“그, 그게 아니에요! 지금 사제님이 위험해요!”


“뭐야?! 대체 어떤 놈들이···수도원 놈들이구나!”


“아, 아니 말도 안 돼···사제님이 파랑새를 보고 저희에게 도와달라고 말하고 있어요.”


“자네 파랑새로 도울 수 있는 방법이 있나?”


“아니, [참새 : 진리의 시선]은 그저 보는 것밖에 할 수 없어요. 거기다 빈민가 구역이라 여기서 거리가 너무 멀어요!”


그들은 곧바로 숙소에서 나와 빈민구역으로 달렸다.



* * *



나는 수도원장과 한 차례 실랑이를 마치고 도시 빈민구역 쪽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아무리 내가 파견단과 엮여서 자중한다. 하지만, 이렇게 선전포고까지 했는데도 가만히 있을 리가 없을 것이다.


무엇인가 조처하겠지.


아마 그 조치가 자의든 타의든 도시 밖으로 내쫓는 것이 될 것이다.


물론 나는 떠날 생각이 없으니 높은 확률로 타의가 되겠지.


그러면서 틈틈이 상태창을 살피며, 살의를 띈 자들이 있나 점검했다.


빈민 구역의 낡은 지붕을 선회하는 파란색 참새를 봤다.


[참새 : 진리의 시선 (시전자 : 카르카)]


설명 : 참새의 영을 소환해 대상을 관찰한다.


파견단은 아직 돌아가지 않았다.


어제 숙소 창가에 머물던 파랑새와 같은 것이었다. 그들은 어떤 이유에선지 저 파랑새로 나를 감시하고 있었다.


수도원과 대립하는 것을 보면 최소한 그들과 한패는 아닐 것인데.


나를 감시하는 이유는 나를 성자 사칭범으로 생각하기 때문인가, 아니면 수도원장의 비리를 캐내기 위해서인가?


어떤 이유에서든지 해야 할 일은 한가지 뿐이었다.


이 사건을 해결하는 것. 그것뿐이었다.


그리고 나는 그 파랑새를 이용해 이놈들의 실체를 파견단에 밝혀서 그들로 인해 벌을 받게 하는 전략을 세웠다.


그렇게 잠시 상념에 빠져있을 때 귀에 익은 목소리가 들려왔다.


“이안 사제님, 아직도 같은 마음인 거요? 지금이라도 떠난다고 말하면 바로 보내드릴게요~”


수도원에 있던 두 명의 사제가 나를 골목으로 몰았다.


생긴 건 한 성깔하게 생겨서 정말 사제인가 싶었던 그들은, 수도원장이 이런 일에 쓰려고 데리고 있었던 모양이다.


아마도 힘쓰는 일들은 이놈들이 전담했겠지.


내 뒤로는 벽이 막고 있고, 앞으로는 깡패 사제들과 그 친구들이 몰려들었다.


“사제님이 초행길이라 잘 모르시나 본데, 대낮에 이렇게 위험한 곳을 돌아다니다 보면 큰일 납니다?”


“맞아요. 빈민 구역은 하루 벌고 하루 사는 인생이라 뒤가 없거든. 그냥 있어 보이면 때리고, 찌르고 튀는 거야~”


“두 사제님이 아주 잘 아시네요? 이곳 출신이신가 봅니다?”


“······그래, 너같이 곧 죽어도 입 놀리는 애들이 있지. 하지만 그거 아니? 그런 놈들도 죽기 직전에는 빌빌거리면서 살려달라고 한다?”


“크크크, 항상 그랬지. 너는 다를까? 궁금하네~”


사제들과 비슷한 인상의 사내 네다섯 무리가 조금씩 나에게 다가왔다.


“죽기 전에 하나 물어나 봅시다.”


“···응? 뭐, 뭘 한다고?”


“이곳에 일어난 사건, 수도원에서 벌인 짓이죠?”


“곧 죽을 건데 그런 게 궁금하냐?”


“곧 죽을 거면, 궁금증이라도 풀어야 억울하지 않을 거 아닙니까? 혹시 모르지 않습니까. 억울하게 죽어서 악령이 돼버릴지?”


“크크, 사제가 악령이 되는 것도 재밌겠지만, 뭐 죽기 전에 선물로 줄 만한 이야기는 해주지. 일련의 사건들은 우리가 한 게 맞아, 다 원장이 시킨 일이지만 말이야.”


“무슨 목적입니까? 악령을 계속 나오게 하는 것이 수도원에 어떤 이득이 있죠?”


“당연히 돈이겠지. 멍청아. 자기 집에서 나온 악령 잡아달라고 은화 수십 개씩 싸 들고 오는데 말아. 아주 황금알을 낳는 거위라니까? 아니, 은알이라고 해야 하나? 크크크”


“돈이라···역시 당신들은 아무것도 모르는군요.”


“뭐? 이씨 이제 궁금증 풀렸지? 잘 죽어라.”


“파견단 여러분! 잘 들으셨죠? 이제 증거도 있으니까 도와주세요!”


“뭐!? 파견단!?”


사제들은 깜짝 놀라서 주위를 살폈지만, 근처에는 지저귀는 파랑새뿐이었다.


“에이씨, 깜짝이야. 아무것도 없잖아?”


“그걸 속냐? 나는 전혀 안 놀랐어.”


“개소리하지 마. 그런 놈이 내 뒤에 붙어있냐?”


그들의 투덕거리면서도 찬찬히 나와의 거리를 좁혔다.


나는 전투 능력이라곤 하나도 없는 몸이라서 싸울 수도 없었지만, 이렇게 다수에 상대로는 웬만한 전투 능력이 아니면 감당할 수가 없을 것이다.


마치, 파견단의 성기사나, 종자 같은 사람이 아니면 말이다.


“정말 안 도와주실 건가요? 종자 씨?”


나의 차분한 말에 사제들이 고개를 좌우로 돌리려다가 짜증을 냈다.


“아씨, 이 새끼 자꾸 사람을 속이려고 하네? 그냥 죽어라!”


“인제 그만 나오시죠. 종자 아니, 암영회의 집행자님?”


그러자,


아무도 없는 벽에서 사람의 형체 그림자가 몽글몽글 생기더니 곧 익숙한 사람으로 변했다.


“너, 그걸 어떻게 아니?”


그림자에서 나온 사람은 다름 아닌 파견단의 종자, 카이던 나이트폴이었다.


갑작스러운 상황에 나를 제외한 모두가 굳었다.


“일단 살아야 말할 수 있지 않겠습니까? 암영 회의 집행자씩이나 되시니, 이런 잔챙이는 금방이겠죠?”


도시를 걸으면서 상태창으로 보인 것은 파랑새뿐만이 아니었다.


나무, 건물, 사람 등 그림자 사이로 이상함을 느껴 우연히 봤던 상태창에는 종자의 캐릭터 상태창이 떠올랐다. 아마도 나를 감시하기 위한 파견단, 혹은 암영회의 지시일 테지.


이런 좋은 상황을 이용하지 않을 수가 없지 않은가?


나는 계획에 자연스레 녹였던 것이었다.


[상태 : 지루함 -> 기대감]


카이던도 반응이 나쁘지 않았다.


“그래, 일단 처리하고 보지. 마지막 술잔은 아껴먹는 편인 걸 다행이라 여기도록.”


그렇게 말한 뒤 그는 검은 형체가 되어 바닥으로 꺼지듯 사라졌다.


그 행동이 사제들과 깡패들을 혼내주려 하는 것임을 알게 된 것은 수도원의 두 사제와 깡패들이 줄 끊긴 인형처럼 쓰러지며 바닥과 부딪히는 소리로 알 수 있었다.


“자, 이제 어떻게 알게 됐는지 말해라.”


순식간에 쓰러진 그들은 특별한 외상이 보이지 않았지만, 모두 사망한 것임을 알고 있었다.


[ 상태 : 사망 ]


단 한 사람 마지막까지 나에게 수도원의 비리를 얘기해준 사제만 빼고 말이다.


[ 상태 : 기절 ]


‘저놈은 왜 살려둔 거지?’


그렇게 생각할 때, 날카로운 무언가가 목에 닿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지금 딴생각할 때가 아닐 텐데? 너, 뭐 하는 놈이냐.”


“사실, 저는 성자입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1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상태창으로 이세계 성자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26 26화 +1 24.07.12 24 1 11쪽
25 25화 +1 24.07.11 19 1 13쪽
24 24화 +1 24.07.08 27 1 13쪽
23 23화 24.07.05 22 1 13쪽
22 22화 +2 24.07.03 28 1 13쪽
21 21화 24.07.02 21 1 14쪽
20 20화 +1 24.07.01 21 1 13쪽
19 19화 +1 24.06.30 25 1 13쪽
18 18화 +1 24.06.29 21 1 13쪽
17 17화 24.06.28 21 1 13쪽
16 16화 24.06.27 26 1 12쪽
15 15화 +2 24.06.25 22 1 13쪽
14 14화 +1 24.06.24 22 1 13쪽
13 13화 24.06.23 21 1 13쪽
12 12화 24.06.22 24 1 13쪽
11 11화 24.06.21 29 1 13쪽
10 10화 24.06.20 30 1 12쪽
9 9화 24.06.19 28 1 12쪽
8 8화 +1 24.06.18 34 1 12쪽
7 7화 24.06.17 39 1 12쪽
6 6화 +1 24.06.16 34 1 12쪽
» 5화 +1 24.06.15 43 1 13쪽
4 4화 24.06.14 39 1 13쪽
3 3화 +1 24.06.13 47 1 13쪽
2 2화 24.06.12 47 1 12쪽
1 1화 24.06.10 76 2 13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