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태창으로 이세계 성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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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장어
작품등록일 :
2024.06.10 12:27
최근연재일 :
2024.07.12 19: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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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6.17 1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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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7화

DUMMY

7화




눈앞에 달빛을 받아 희미하게 보이는 형체는 끔찍하기 짝이 없었다.


거대한 몸체, 폭력성과 쇠를 긁는 듯한 목소리 때문만은 아니었다.


그저 그것의 겉모습이 너무나도 징그럽기 때문이었다.


그것은 마치 인간이나 동물의 사체를 녹여 덕지덕지 붙여 만든 듯한 몸체를 하고 있었고, 재료가 무엇인지 알려주려는 듯 뭉쳐진 피부에는 희생자들의 눈, 코, 입들이 불규칙하게 붙어있었다.


양손과 양발에는 발가락 대신 사람의 머리가 달려있었고, 머리가 있어야 할 부위에는 수많은 대가리가 따개비처럼 붙어있었으며 그사이에 새까만 심연을 닮은 빛이 두 눈처럼 박혀있었다.


나는 구토감이 올라오는 것을 가까스로 참았다.


한가하게 연수 반사 따위에 시간을 소비할 수 없었다.


"도대체 이 괴물은 뭡니까?”


"수도원에서 준비한 마지막 수 같아요. 마을은 물론, 파견단까지 모두 없애서 입막음하려는 것이겠죠.”


카르카는 낭패인 듯한 표정을 짓고는 성기사를 바라봤다.


"기사님, 저거 이길 수 있으세요?”


성기사는 굳은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끔찍한 사기를 모아 뭉친 것 같군요. 거기다 실체를 갖고 있는 것을 보아 사실상 저희 전력으로는 무리입니다. 실체를 가진 악령, 악마라고 불리는데 최소한 주교급 이상의 리더와 중대급 파견병력이 투입되는 것이 정석입니다.”


기사는 어째서인지 나를 보며 대답했지만, 카르카는 그런건 상관없었는지 말을 이었다.


"저희 병력으로는 이론적으로는 불가능하다는 말씀이네요. 하아, 이 정도로 절체절명의 위기를 바란 건 아닌데···”


말을 마친 그들의 시선이 나로 향했다.


내가 성자라서 기대하는 부분이 있는 것일까?


하지만, 저 끔찍한 모습과 기괴한 비명은 내 계획과 결심한 모든 것을 내려놓기 충분했다.


그저 벗어나고 싶었다.


이렇게 죽기 싫었다.


괴물은 어째선지 건물이나 사람들을 건드리지 않고 곧장 우리 쪽으로 걸어왔다.


마치 도시로 내려온 목표가 따로 있는 것처럼.


내가 도망가도 이 녀석은 나를 쫓아올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나는 당장이라도 도망가고 싶은 발걸음을 멈추고 내가 할 수 있는 것을 해야만 했다.



‘상태창’


[캐릭터 상태창]


이름 : @#%&₩##!% &*...


레벨 : 35


직업 : #%@%~*@&#₩#%···


나이 : 1세


특성 : 악마화(불완전)


스킬 : 시체 먹기, 공포


상태 : 분노



괴물은 상태창은 여태 봤던 것들과 조금 달랐다.


물론 평범한 사람과 같은 것도 이상하겠지만, 이름과 직업 부분이 수백수천 개의 글자가 겹쳐있는 것처럼 새까맣게 보였다.


하지만, 알 수 있는 정보에서 희망적인 부분이 있었다.


[악마화(불완전)]


나는 마음을 다잡았다.


서브 퀘스트의 난이도는 겨우 C등급밖에 되지 않았다. 앞으로 해결해야 할 메인 퀘스트의 난이도가 SSS인 것을 생각해 봤을 때, 여기서 포기할 수는 없는 일이었다.


'해보자, 나를 위해 하는 거야. 하자. 하자!'


나는 두려운 마음을 다잡기 위해 노력했다.


아마도 내 외견은 평소와 다르지 않을 것이다. 평생을 연기하며 살았던 인생이라, 놀라거나 당황할지라도 평소의 표정과 같이 변화가 없었다.


파견단은 내 말을 기다리다, 먼저 다가온 괴물을 상대하고 있었다.


카르카는 신성한 기둥을 만들어서 우리를 보호하는 방어막을 생성했고, 성기사는 보호막 너머로 뛰쳐나가 갖고 있던 메이스를 휘둘렀다.


그의 메이스는 어떠한 신성한 기운이 맺혀있었는데 그 또한 그의 스킬 중 하나겠지.


보호막이 아직 우리를 지켜줄 테지만 언제까지 지속될 수 없는 법.


나는 기도하며 보호막을 유지하는 카르카에게 물었다.


"악마화가 되면 퇴치하기 힘든 이유가 뭡니까?”


"악마화가 되면 사기가 육체를 갖기에 신성력의 일정 부분 내성을 갖게 됩니다. 그렇기에 같은 힘을 같은 악령보다 많게는 배의 신성력이 필요해요.”


그녀는 보호막을 유지하며 대화하는 것이 힘든 건지, 보호막을 유지하는 것 자체가 힘든 일인지, 이마에 땀이 송골송골 맺혀있었다.


"만약에 악마화가 불완전하다면 바뀌는 게 있습니까?”


내가 찾아낸 괴물의 유일한 약점이라 할 수 있는 부분을 전달했다.


"불안정하다면, 신성 저항이 다소 낮을 거예요. 혹시 저 괴물의 악마화가 불안정하다고 말하고 싶으신 건가요?”


대화를 이어가는 중에도 괴물의 무식한 휘두름에 성기사의 방패가 부서지는 소리와 함께 땅이 꺼지는 소리가 나며, 상황은 점점 기사가 불리해지고 있었다.


전력 차이를 생각하면 성기사는 오히려 잘 버텨주는 것이리라.


"네, 일단 믿기 힘드시겠지만, 그렇습니다. 방법이 있을까요?”


"···이것저것 가릴 시간이 없네요. 악마화가 불완전하다면 방법이 하나 있어요. 제가 가진 가장 강력한 신성 공격으로 영육을 분리하는 거에요. 완전히 악마화된 적에게 쓰면 찰과상 정도밖에 나지 않지만 말이죠. 다만, 그 공격을 시전하려면 준비시간이 필요해요. 이 보호막을 유지하지 못하는 것도 당연하구요.”


"제 걱정은 하지 마세요. 어차피 이놈을 처리하지 못한다면, 이러나저러나 죽을 목숨 같으니까요.”


카르카는 고개를 끄덕이더니 그대로 주문을 외기 시작했다.


동시에 주위의 얇은 막이 사라졌다.


성기사는 전투 속에서도 상황을 인지했는지, 아까보다 철저히 방어 위주의 전투를 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방패도 부서지고, 크고 작은 상처 때문인지 이전보다 더 힘겨워 보였다.


버티면 이긴다.


그렇게 생각하면서 내 상태창을 봤다.


[신력 : 12]


신력은 악을 멸하는 데 특화돼 있다고 했지.


악마화된 적에게도 큰 데미지를 줄 수 있을까?


우연이지만, 리브나에서 악령을 퇴치했었다.


하지만 신력을 어떻게 써야 하는지도 모르고, 저런 괴물에게 단 한 번의 실수는 죽음과 직결되기에 신력을 사용하기 꺼려졌다.


그렇게 상태창을 보고 있을 때,


"성자님! 피하십시오!”


눈앞에 괴물의 주먹이 날아오고 있었다.


이대로 피하기는 이미 늦었다. 거기다 이대로 피하면 카르카 사제가 그대로 공격당하게 된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에서 날아오는 주먹은 바로 앞까지 닥쳐왔다.


“하앗! [빛의 보호]!”


쿵.


감은 눈을 뜨니 익숙한 보호막이 괴물의 주먹을 막고 있었다.


카르카가 시전하던 스킬을 멈추고 다시 보호막 스킬을 사용한 모양이었다.


하지만 이전과 달리 보호막은 마치 배터리가 다 된 손전등처럼 반투명하게 깜박였다.


뭔가 이상함을 느끼고 바라본 카르카는, 눈과 입에서 선혈이 흘러나오고 있었고, 얼굴을 하얗게 질려 정상적인 상태가 아니었다.


급격하게 스킬을 운용한 탓일까?


쓸데없이 나를 보호하려다가 그런 것인가?


젠장, 나 혼자 도망가면 목숨을 부지할 수 있을까?


괴물이 나를 목표로 한다고 해도 이들이 시간을 끌 동안에 멀리 도망가면 되지 않을까?


성기사가 내 쪽으로, 필사적으로 달려오는 것이 보였다.


이들은 어째서 나를 이렇게 지켜주려는 걸까?


남을 위한 희생같이 무가치한 것은 없다.


그들 또한 자신에게 이익이 되는 것이 있으니 나를 살리려 하는 것이겠지.


그래, 그들이 나를 살리려는 이유는 성자이기 때문이다.


내가 성자이기에, 절망적인 상황에서도 전투를 이어가고 몸을 헤치면서까지 나를 지키는 것이다.


내가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믿기 때문에.


괴물의 주먹은 쉬지 않았고, 보호막은 조금씩 금이 가면서 깨지는 것이 육안으로도 보였다.


앞으로 몇 번이면 깨질 것이고, 나와 카르카 사제는 죽겠지. 그리고 그다음은 성기사가 죽겠지.


나를 제외한 다른 사람의 죽음은 큰 상관이 없다.


여태까지 그래왔고, 그게 당연하고, 그래야만 했다.


나는 전생에 죽음의 직전까지 갔던 것 때문인지, 이세계로 온 것 때문인지, 헛된 배려에 감동했는지 모르겠지만···


정신 나간 생각이 들었다.


이들을 구하고 싶었다.


성악설을 믿는 사람으로서 이런 마음이 드는 것이 매우 거슬렸다.


하지만, 이미 몸은 움직이고 있었다.


“뭐하세요! 위험해! 사제님!”


카르카의 외침을 무시하고 나는 보호막 밖으로 손을 뻗었다.


신력을 쓰는 방법은 모른다.


빌어먹을 유일신이라는 놈은 아무것도 모르는 나를 대뜸 이세계로 보내버렸기 때문이다.


나는 유일하게 신력을 썼을 때를 되새기며 보호막을 때리고 돌아가는 괴물의 주먹을 붙잡았다.


며칠 전 꾀병인 줄 알았던 소년의 어깨에 내 손이 닿자마자 자동으로 써진 신력.


과연 이번에도 원하는 대로 될까?


오히려 이대로 죽어버리면,


‘신이라는 놈의 계획이 박살 나는 게 아닐까?’


라는 생각이 드니 웃음이 날 것 같았다.


그런 생각을 할 때쯤,


내 손이 그것에게 닿았다.


그것의 주먹은 불에 올려진 마시멜로처럼 순식간에 녹아내렸다.


검은색 점이 한곳으로 모이는 듯싶더니 엄청난 속도로 끈적한 검은 연기를 뿌려댔다.


곧이어 주인을 잃은 사기 덩어리는 공중에서 소멸했다.


“@##@$@#$$@#&$%#&”


인간의 성대로는 나올 수 없는 기괴한 것 소리가 들렸다.


하지만 나는 저것이 괴물이 고통에 몸부림치며 내는 비명이라고 확신했다.


“마, 말도 안 돼! 손길 한 번으로 오, 오른팔을 정화했어? 진짜 신력이라고?”


카르카는 시전하던 보호막도 잊어버리곤 꿇던 무릎이 풀려버렸다.


“역시 예언의 그분이시구나! 언제나 믿고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성자님!”


성기사는 메이스에 맺힌 성스러운 기운이 더욱 강해지고 있었다.


하지만 나는 그 칭찬을 들을 정신이 없었다.


[신력을 소모하여 악령을 퇴치합니다.]


[ 신력 12 -> 6 ]


한 번의 일격에 신력 절반이 날아가 버렸기 때문이다.


불완전하지만 악마화된 녀석이라 그런지 엄청나게 신력을 잡아먹는구나.


이렇게 되면 남은 신력으로 단 한 번의 기회만 남았다.


단 한 번에 일격으로 녀석을 없애야 한다.


하지만 괴물은 더 이상 당해주지 않는다는 듯이 나와 멀찍이 떨어져서 건물의 잔해들을 던지기 시작했다.


성기사는 급히 스킬을 써서 신성한 기운으로 만들어진 방패를 소환했다.


방패는 괴물이 던진 잔해를 손쉽게 막아줬지만, 성기사의 표정은 어두웠다.


“전투 중에 신성력을 너무 많이 소모했습니다. 이제 [신성한 방패]도 한 번 정도밖에 쓸 수 없습니다. 성자님.”


성기사가 말하고 있을 때, 카르카가 힘없이 쓰러졌다.


다가가 상태를 보니 아직 살아있지만, 체력이 한계에 다다라 기절한 것 같았다.


“제기랄, 제가 신력을 쓰기 위해서는 저것과 접촉이 필요합니다. 방법이 없겠습니까?”


괴물은 건물잔해를 던지면서 조금씩 이동하더니 도시민들의 시체를 한 움큼씩 집어삼켰다.


거리가 있고, 어두운 밤에 달빛으로만 보이는 장면임에도 사람의 시체를 게걸스럽게 먹는 장면은 충격적이었다.


하지만 그 뒤에 벌어지는 일에 나는 말문이 막힐 수밖에 없었다.


시체를 먹고 난 후의 괴물의 오른손은 마치 아무 일이 없듯이 다시 자라났기 때문이다.


그 모습에 더 이상 방법이 없다는 것을 느꼈는지,


“죄송합니다, 성자님. 최선을 다해서 길을 터보겠습니다. 도망치십시오.”


성기사는 파리한 안색으로 앞장섰다.


성큼성큼 걸어가는 그의 모습에서 결연한 의지 같은 것이 느껴졌다.


나는 그의 말이 본인의 시체를 미끼로 삼아 살아남으라고 들렸다.


“진짜 이 방법밖에 없는 겁니까? 정말로?”


나는 성대가 벌써 상했는지 쉰 목소리로 다그쳤다.


“죄송합니다. 미진한 저를 용서하십시오. 짧지만 모시게 돼서 영광이었습니다, 성자님.”


성기사는 단념한 듯 말하고 괴물을 향해 몸을 날리려 할 때,


“아니, 기사님께 묻는 게 아니에요.”


나의 말에 달리다 말고 나를 돌아보려는 성기사.


하지만, 곧 중심을 잃고 그대로 쓰러졌다. 그리고 그 옆에는 무표정한 청년, 아니 청년과 같이 생긴 중년 남자가 서 있었다.


“회에서도 나를 이렇게 부려 먹는 자가 없는데 말이야. 하지만 재밌어, 너. 날 불렀나, 애송이?”


여태껏 사람들의 목숨이 오락가락해도 코빼기도 비치지 않던 파견단의 종자이자 암영회의 집행자인 카이던 나이트폴이 모습을 드러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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