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태창으로 이세계 성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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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장어
작품등록일 :
2024.06.10 12: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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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7.12 19: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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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6.18 1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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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화

DUMMY

8화




카이던의 상태가 바뀌었다.


[ 상태 : 기대감 -> 즐거움 ]


"잠시만이라도 저 괴물을 무력화시킬 수 있겠습니까?”


"네가 말하는 게 얼마나 말도 안되는 일인지 알고나 있니? 악마화된 육체를 무력화시켜달라고?”


"여, 역시 힘든 겁니까?”


"당연하지. 퇴치만큼 힘든 것이 무력화라고. 그걸 할 수 있는 자는 전 세계에서 다섯 손가락 안에 꼽을 거야.”


"젠장, 정말 그렇다면 저 파편 세례를 뚫고 가는 수밖에 없나?”


"네가 원하는 건, 저 괴물 앞에 가까이 가는 것이냐?”


그렇게 말하면서 보지도 않고 날아오는 파편 덩어리를 외곽으로 쳐냈다.


"예, 제 신력을 사용하려면 아주 가까이 있어야 합니다. 그리고···. 잠시나마 괴물에게 닿을 시간이 필요합니다.”


나는 남은 기회가 한 번뿐이라는 사실을 말하면 안 될 것 같았다.


"아주 가까이라, 그렇게만 한다면, 저 시체 골렘을 소멸할 수 있다는 건가?”


"현재 저희가 가진 가능성 중에서는 가장 높다고 볼 수 있죠. 거기다가 당신의 [그림자 유령]이라면 거의 확정적으로 소멸시킬 수 있죠.”


내 말에 표정이 굳어지다 갑자기 박장대소를 했다.


"크하하하, 확실한 뭐가 보이긴 하는가 보군? 그렇지? 하지만 모든 것을 볼 순 없는 모양이야. 좋아, 해보지. 너도 이대로 있는 것보다는 훨씬 낫겠지.”


카이던의 알 수 없는 소리에 귀담을 정도로 나는 여유롭지 못했다.


"그럼 정신 잘 붙들고 오게나.”


그 말이 들리는 순간 시야가 암전됐다.


[ 그림자 유령 ]


설명 : 그림자 세계를 통한 좌표이동술.


눈을 뜨자, 어디선가의 얕은 불빛이 내 앞의 시야만 겨우 밝혔다.

주위는 어둡고, 감정 또한 그에 맞춰 부정적으로 변하는 것 같았다.


아니, 원래 상태로 돌아온 것 같은 느낌이 든다.


불쾌하고, 절망적인 감각이 전신을 옥죄여왔다.


아무런 소리도, 냄새도 느껴지지 않고, 무언가를 잃어버린 느낌.


하지만, 무의식적으로 발을 내디뎠다.


왜 걷는지는 알 수 없지만, 그게 맞다는 생각이 들었다.


한걸음, 한걸음이 무거웠다.


땅은 마치 내 몸무게를 이겨내지 못하는 듯이 움푹 팼고, 거기서 진득한 검은 연기가 올라왔다.


애써 연기를 피해 움직이려 했지만, 곧 모든 방향에서 연기가 밀려 들어왔다.


나는 연기를 마시는 게 처음에는 불편할 거로 생각했지만, 실제로는 아무렇지도 않았다. 아니 오히려 편해지는 것 같았다.


그렇게 걷고 있을 때,


익숙한 목소리가 들렸다.


"우리 아들~? 엄마랑 교주님 뵈러 가야지?”


검은 연기는 어느새 엄마 형태로 보였다.


"야, 저 새끼 사이비 다닌대.”


"말 걸지 마, 정신병자야!”


유일하게 믿었던 친구 형태로 보였다.


"진짜 한 번만 부탁하자, 삼촌 한 번만 살려준다고 생각하고, 사인 한 번만 해주라, 이안아.”


해외로 도망간 삼촌 형태로 보였다.


수많은 형태가 나에게로 쏟아진다.


얼마나 지났을까


고통이 느껴지지 않았다.


아프지 않다.


부정의 바닷속에서 태어난 물고기처럼 아픔에 무감각해졌다.


그렇게 영원 같은 시간이 흐를 때 쯤 나는 아직도 걷고 있다는 것을 새삼 느꼈다.


걷는다?


나는 왜 걷고 있을까?


어딜 가고 있었지?


아니, 어디로 가야 하지?


의문에 답을 해주듯 저 멀리 작은 빛이 보였다.


이쪽으로 오란 듯이 작게 빛나는 형체를 보며 걸음을 내디뎠다.


한 발짝.


여기는 내가 있을 곳이 아니다.


두 발짝.


밖으로 나가야해.


세 발짝


나가서 망할 괴물을 없애야 한다.


그렇게 네 발짝 디뎠을 때,


작은 점처럼 보이던 빛은 순식간에 모든 어둠을 밝힐 만큼 커다란 빛이 되어 눈앞에 나타났다


"오~역시, 성자는 성자인가? 굉장히 적응이 빠르군?”


"이건 뭐, 뭡니까? 이건 그림자 세계가 아니잖아! 이, 이건···.”


"내면세계다. 본인의 어두운 감정을 모아 세계로 구축한 것. 그것이 그림자 세계다. 심연과의 첫 경험치고는 나쁘지 않은 것 같은데, 한 번 더 할 수 있겠나?”


나는 그의 말에 적잖은 분노를 내보이려다 뭔가 이상한 것을 알아차리고 주위를 둘러봤다.


나는 이전에 있던 곳에서 상당히 먼 곳으로 이동해 있었다는 것을 알게 됐다.


난생처음 죽음과의 사투 속에 정신없는 것뿐만 아니라, 망할 그림자 세계 때문에 혼란스러움이 가중돼서 [그림자 유령]로 이동에 성공했는지 실패에 대해 알 수 없었을 것이다.


하지만 내 바로 앞에 검은 밧줄 같은 것에 묶여 꼼짝도 못 하는 괴물을 보고, 스킬이 성공했음을 깨달았다.


"아, 아니 어떻게?”


나는 검은 밧줄의 시작점을 눈으로 따라가다가 그 시작이 카이던의 그림자에서 나온다는 것을 깨닫고 놀랄 수밖에 없었다.


"뭘 놀라고 그래? 그 유명한 성자님께서는 암영회의 집행자라는 타이틀이 어떤 의미를 갖는지 전혀 모르는군? 크크크”


카이던이 주먹을 쥐자, 그림자 밧줄이 팽팽해지면서 괴물의 구속이 더욱 단단해졌다.


언제까지 놀라고만 있을 수가 없었다.


이 자가 괴물이 등장하고 계속 숨어서 상황을 지켜봤다는 것은 상태창을 통해 익히 알고 있었다.


다른 이들을 고려하지 않는, 이기주의자라는 것에 놀라지 않았다.


그것은 사람이라면 당연히 갖는 본능이기에, 오히려 본능과 거리가 먼 이타주의자들을 보고 놀라야 할 것이다.


하지만,


"······.”


건물은 파괴되어 깔리고, 찢어진 자들과 걸쭉하게 덜 갈 린 시체진흙을 뭉쳐서 만든 듯한 저 괴물을 보고 있자니, 이성과 본능이 뒤섞이면서 무엇이 옳은 것인지 알 수가 없게 됐다.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하자.


차분하게 괴물의 몸에 손을 얹었다.


구속되어 움직이지 못하는 몸체는 피하지 못하고 움찔거림으로 나타났다.


[신력을 소모하여 '불완전한 시체 골렘' 을 퇴치합니다.]


[신력 6 -> -6]


닿은 몸체가 검은 촛농처럼 녹아내리며 작은 구멍이 만들어졌을 때, 구멍 내부에 강력한 인력이 생긴 듯이 괴물의 나머지 부분이 순식간에 빨려 들어갔다.


빨려 들어가는 모습은 마치 산채로 회전하며 쥐어짜는 듯했고 그에 따라 주위는 진한 시취 덩어리가 비산했다.


나는 가까이 있었기에 그것을 온전히 다 맞을 수밖에 없었다.


역한 냄새와 함께 한 때 살아있던 것의 파편이라는 심적인 역겨움에 한참이나 구역질을 해댔다.


한참이 지나서야 진정된 나는 카이던에게 물었다.


"당신, 날 도운 이유가 뭐지?”


"뭐야, 사건 해결하자마자 반말하는군. 뭐 성자면 그럴 수도 있겠군. 말했잖는가, 재밌을 것 같아서 도와준 것뿐이라고.”


"당신이 말했지, 악마화된 괴물을 제압하는 것은 퇴치하는 것만큼 어렵다고. 그렇다면 당신은 충분히 이 괴물을 퇴치할 수 있었잖아?”


"뭐, 그렇게 해석할 수 있겠군. 그런데 그게 왜?”


"왜 먼저 나서지 않은 거냐? 그랬다면, 이렇게까지 일이 커지지 않았을 거 아니야?”


"그러니까, 내가 왜 그래야 하는데?”


"그, 그건···사람들을 좀 더 살릴 수 있고···도시 파괴 같은 것을 막을 수 있잖아!”


"그러니까, 내가 왜 그래야 하는데? 너도 그렇게 생각하지 않나···?”


"······.”


반박할 말들은 수 없이 많았지만, 내 이성이 그의 말을 이해하기 때문일까.


나는 말문이 막혔다.


나와 상관없는 사람들을 신경 쓸 필요가 없다.


내가 이상해진 것이 확실하다.


그렇게 생각할 때, 상태창이 떠올랐다.


[서브 퀘스트를 제한 시간 내에 클리어했습니다.]


[보상으로 상태창을 강화합니다.]


[상태창에 검색 기능이 추가 되었습니다.]


검색 기능?


순간 네이버나 구글 같은 인터넷 검색엔진이 떠올랐다 사라졌다.


'이런 것이 일상이 되었으니, 머리 속이 이상해지는 것이겠지.'


비릿한 미소가 나올 것 같았지만, 습관적으로 사람 좋은 미소로 바뀌었다.


"어찌 되었든 도와주신 분한테 할 말은 아니었던 것 같군요. 사과드리겠습니다.”


"···재미없군. 수도에서 기다리고 있겠다. 또 보지.”


카이던은 알 수 없는 말을 하고, 몸체가 그림자 속으로 그대로 사라졌다.


그가 사라지자마자 카르카와 성기사가 깨어났다.


역시 둘의 기절에는 카이던의 무언가 술수를 부린 것이 맞는 것 같았다.


카르카와 성기사는 두통이 있는지 인상 쓰며 머리를 움켜쥐었다. 하지만, 곧 두통 따위가 잊고 눈 앞에 광경에 놀랄 수믿을 수 밖에 없었다.


동이 터오는 새벽빛을 받으며, 사방에 시체 골렘이 터져있었고, 성자는 진득한 잔해로 샤워라도 한 듯한 모습.


믿을 수 없었지만, 성자는 홀로 악마를 퇴치하는 데 성공한 것으로 보였다.


"진, 진짜 퇴치해버리다니···진짜 예언의 성자라고···? 말도 안돼···.”


"들판을 거니는 어린양께서 우리 안에서 활동을 시작했다···”


카르카와 성기사는 온전히 나 혼자 힘만으로 퇴치한 것으로 생각할 수 밖에 없었다.


물론 신력을 통해 오로지 내 힘을 통해 처리하긴 했지만, 망할 그림자 세계가 아니었다면, 카이던이 괴물을 속박해주지 않았더라면 퇴치하기 쉽지 않았을 것이다.


나는 감격하는 그들에게 생각보다 많이 소모된 신력 포인트라도 얻어낼 생각으로 가까이 가려는 도중에 그들과 나 사이에 떠오른 상태창 때문에 발걸음을 멈췄다.


[신력 -6]


[신력이 존재하지 않습니다. ‘신의 성자’ 직업이 비활성화됩니다.]



[캐릭터 상태창]


이름 : 이안 메이너스 (강이안)


레벨 : 5


직업 : 사기꾼 (신의 성자)


나이 : 21세


신력 : -6


전용특성 : 기도, 예배, 예식


전용스킬 : 상태창 보기, 검색


상태 : 당황



아니, 신력이 없다고 성자가 아니게 된다고?


성자가 아니게 된 건 그렇다 쳐도, 사기꾼은 웬 말이냐.


이거 상태창이 강화된 게 아니라 고장 난 게 아닐까?


그 순간, 시스템 창이 허공에 떠올랐다.


[본 시스템은 고장 나지 않았습니다.]


‘···!?’


설마 지금 내 말에 대답한 건가?


[현재 강화된 검색 기능으로 질문에 대한 답변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고장 난 건 본인의 머리가 아닌지 점검해 보시기 바랍니다.]


생각보다 매콤한 맛의 검색기능이 열린 모양이다.


[본 기능은 미각 기능을 포함하고 있지 않습니다.]


[고장 난 건 본인의 머리가 아닌지 점검해 보시기 바랍니다.]


‘······.’


앞으로의 여정이 조금 빡세질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 * *



새벽녘이 지나 하늘이 멀리서부터 밝아오고 있었다.


산속의 수도원까지 빛이 들어오자, 종자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어정쩡하게 생긴 외모와 축 처진 어깨는 그의 평소 성격을 간접적으로 알려주는 것 같았다.


묘하게 굽실거리는 태도는 주위에 아무도 없음에도 몸에 밴 듯이 자연스러웠다.


“아이고, 이런 사제님들이 아직도 안 들어오셨네. 큰일이다.”


멍청한 표정으로 혼잣말하다가 무언가 생각난 듯이 말했다.


“아! 안 들어오는 게 아니라 못 들어오는 거지? 죽었으니까! 역시 나는 아직 부족하다니까~임무도 실패해 버리고···”


종자, 주다스 밀바론은 난감한 표정을 지어 보이었다.


하지만 곧, 웃음기를 띄웠다.


“그래도 귀중한 정보를 얻었으니까, 괜찮을 거야. 종이~종이~펜펜”


그는 흥얼거리며 펜과 종이를 찾았다.


창가에는 언제 왔는지 비둘기가 그를 재촉하듯 빤히 쳐다보고 있었다.


“흐흣, 알겠어요. 빨리할게요.”


그는 종이에 빠르게 글씨를 휘갈기고는 작은 유리병에 담아 비둘기의 왼발에 묶었다.


“진짜로 나타나 버렸네. 우리 밖의 성자가 진짜로 존재할 줄이야.”


종자는 감탄한 듯한 말투로 말했지만, 표정은 전혀 멍청하거나 어정쩡해 보이지 않았다.


오히려 눈과 입의 움직임에서 미묘한 광기가 서려 있었다.


그는 종이 쓴 내용을 머릿속으로 복기했다.


‘골렘 소멸 및 신력 사용 확인. J.’


“J라고 쓰면 다른 사람이랑 헷갈리려나? 아니, 그분이면 충분히 아시고도 남지. 저도 어서 수도로 갈 준비를 해야겠네요. 안 그런가요, 자매님?”


주다스 빌바론은 비둘기가 날아간 방향을 보며 중얼거렸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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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 20화 +1 24.07.01 21 1 13쪽
19 19화 +1 24.06.30 25 1 13쪽
18 18화 +1 24.06.29 21 1 13쪽
17 17화 24.06.28 21 1 13쪽
16 16화 24.06.27 26 1 12쪽
15 15화 +2 24.06.25 22 1 13쪽
14 14화 +1 24.06.24 22 1 13쪽
13 13화 24.06.23 21 1 13쪽
12 12화 24.06.22 24 1 13쪽
11 11화 24.06.21 29 1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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