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태창으로 이세계 성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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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장어
작품등록일 :
2024.06.10 12: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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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6.29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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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화

DUMMY

18화




‘뭐라고?'


엄청난 경우의 수 중에서 해결 방안이 단 하나밖에 없다는 것도 놀라운데 그 방법을 선택할 확률이 1퍼센트밖에 되지 않는다고?


그 선택이 무엇이든지 죽는 것보다 낫지 않을까?


‘신력은 악을 멸하는 힘이라고 했는데 어째서 녀석을 없애기 힘든 거냐?'


[현재 귀하의 능력과 신력값으로는 퇴치하기에 턱없이 부족합니다.]


[퇴각을 권고드립니다.]


‘도망치라고? 상황을 이렇게 벌려놓고 혼자 도망가라는 거야?'


[말씀드리지 않아도 도망칠 가능성이 매우 높지만, 빠른 결정을 통해 퇴각 성공률을 높이기 위해 말씀드리는 것입니다.]


‘개 같은 소리 말고, 어서 해결 방안이나 말해.’


[유일한 방법은——]



***



나는 검색창의 설명을 듣고 할 말을 잃었다.


이전과 같이 검색창의 말이 모두 맞다는 것만 확인했다.


[——이상입니다. 말씀드린 내용을 실행하시겠습니까?]


‘···아니, 하지 않겠다.’


나는 신력탄을 생성해 악마를 향해 쏘았다.


악마는 신체가 산산조각 나면서 폭발했다.


일행들이 위험에서 빠져나왔지만, 그것은 근본적으로 해결되지 못한 것을 모두 알고 있었다.


목이 졸렸던 카르카와 장필을 숨 고르느라 여념이 없었고, 발더르도 쓰러진 채로 몸을 추스르고 있었다.


그렇게 잠시의 휴식이 끝나기도 전에 주위의 멀쩡한 조각상들이 터졌다.


곧이어 피떡이 된 카멜레온은 상처 하나 없는 모습으로 멀쩡하게 서 있었다.


놈은 손목을 돌리고, 목을 좌우로 움직여 우두둑거리는 관절 소리를 내며 내게로 다가왔다.


“성자의 힘이 무한하지 않다는 것을 알고 있다. 나도 되살아날 수 있는 횟수가 조각상만큼으로 정해져 있으니, 누가 더 오래 버틸 수 있는지 내기해 볼까?”


다가오던 악마는 발목에 무언가가 걸린 듯이 잠시 걸음을 멈추었다.


그의 발목에 걸린 것은 발더르 손이었다.


발더르가가 내게 다가가지 못하도록 악마의 발목을 잡은 것이었다.


“흐음, 그전에 이놈들부터 마무리해야겠네.”


놈은 발더르의 손목을 붙잡고 그대로 위로 들었다.


발더르의 몸은 힘없이 들려서 좌우로 흔들거렸다.


악마는 마치 장난감을 갖고 놀듯 몇 번 이리저리 흔들다가 휙 하고 던져버렸다.


그리고, 다쳐 쓰러진 카르카와 장필의 머리를 들어 올려 서로에게 부딪쳤다.


그들은 아무런 힘도 쓰지 못했다.


그것은 포식자와 피식자간의 차이만큼 두드러졌고, 일행이 느끼는 절망감은 그것보다 컸으리라.


하지만, 그들의 눈빛만큼은 살아있었다.


온몸이 망가지고, 얼굴은 피와 먼지로 뒤덮였지만, 부어오른 눈에는 희망이 어려있었다. 그것의 원인이 어디서부터 시작됐는지는 어렵지 않게 알 수 있었다.


성자라는 버팀목이 있기에, 의지를 굽히지 않고 목숨 바쳐 싸울 수 있는 것이다.


그런 의기가 내게 전해질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악마는 그런 감정을 비웃기라도 하듯이 놀이의 강도는 더해져만 갔다.


충분히 죽일 수 있음에도 장필의 양팔을 잡아 뜯고 버려두고, 이미 정신을 잃은 카르카를 잡고 빙글빙글 돌리더니 쓰러진 발더르를 향해 던졌다.


곧 뼈와 뼈가 부딪혀 부서지는 끔찍한 소리와 함께 쾌활한 목소리가 울렸다.


“오, 맞췄다!”


[상태 : 사망]


[상태 : 사망]


상태창은 두 명의 죽음을 알렸다.


놈의 장난감으로 쓰이며, 아무런 상처조차 주지 못했다.


허무하고 무의미한 죽음이었다.


나와 상관없는 사람들이다.


지금이라도 도망가야 해.


나는 원래의 세계로 돌아가는 것이 목표 아닌가?


악마는 내 반응을 살피더니, 재미없다는 듯이 바닥을 강하게 밟았다.


푸직!


[상태 : 사망]


그렇게 마지막 남은 일행까지 곤죽이 되었다.


"이제 슬슬 후회되나?”


나는 힘없는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할게. 이제 네가 말한 그 방법밖에 없잖아? 한다고.”


“크크큭, 이미 늦었다. 선택할 기회는 이미 지나갔다고 성자님.”


"미안하지만, 너한테 한 말 아니거든?”


"뭐라고?”


카멜레온의 표정을 읽을 순 없었지만, 아마도 당황한 표정 같았다.


나는 녀석의 반응을 무시한 채,


검색창이 마지막 수단이라고 말한 내용을 상기했다.


[유일한 방법은 아래 스킬을 사용하는 것입니다.]



[신의 강림 (Divine Descent)]


발동 조건 : 생명력이 거의 소진된 상태


설명 : 자신의 모든 생명력을 태워 신을 강림시키는 최후의 수단을 사용한다. 시전자의 생명을 희생하여 강력한 신력을 일으키며, 신의 일부를 직접 이 땅에 내려오도록 합니다. 신의 강림은 주위의 모든 것을 신성한 영역, 즉 신역으로 변화시킨다.


신역 : 신역 내에서는 신의 보호와 축복이 강하게 작용하여 아군에게는 강력한 회복과 강화 효과를 주고, 적에게는 무시무시한 피해와 약화 효과를 준다.



페널티 : 시전자의 생명 소멸.



스킬, 신의 강림은 시전자가 남은 모든 생명력을 태워 신의 일부를 직접 강림시키는 것이다.


강림한 신의 일부로 주위는 신역으로 변해 아군에게는 긍정적인, 적군에게는 부정적인 효과를 주는 공간이 형성된다.


검색창이 이런 끝판왕급 스킬을 내가 사용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한 이유는 시전자의 목숨을 앗아가기 때문이다.


이기심으로 뭉친 나는 다른 사람을 위해 희생하는, 이러한 선택을 하지 않을 것으로 판단했겠지.


"태창아, 생명력 1퍼센트를 제외하고 모두 신력으로 바꿔줘.”


검색 능력으로 대화를 할 수 있었으나, 입에 착 감기는 상태창의 줄임말, 태창이라고 불렀었다.


하지만, 이를 소리 내어 부른 건 이번이 처음인 것 같았다.


[생명력이 거의 소진된 상태입니다.]


[스킬 : 신의 강림 사용조건을 충족하였습니다.]


[신의 강림을 사용하시겠습니까?]


"응.”


대답한 순간, 내 주위로 신성한 의지가 남긴 빛들이 모여들었다.


빛은 서서히 내 몸에 깃들고 잠시 후, 얼굴의 모든 구멍에서 빛이 터져 나왔다.


성스러운 빛들이 몸 주위에 일렁거리며 범위를 넓혀갔다.


곧이어 넓어진 빛무리는 위로 쏘아지듯 발사되어 천장을 뚫고 하늘까지 올라갔다.


그 모습을 본 악마는 무언가가 잘못되어간다는 것을 깨닫고 다급히 내게 달려들었다.


하지만 하늘까지 뻗어나간 빛무리에 닿는 순간, 놈의 피부가 녹아내렸다.


악마는 녹은 피부를 감싸쥐며 급히 뒤로 물러났다.


그러고는 그저 내가 내뿜는 기적을 가만히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하늘까지 올라간 빛무리는 하나의 통로가 되어 어떠한 의지가 내려오는 것을 느꼈다.


무언가에 홀린 것일까.


내가 스스로 자아를 가지고 의지대로 행동하고 있지만, 모든 것이 이미 정해지고 짜인 순서대로 이루어지는 것처럼 느껴졌다.


시야는 가깝고도 멀고, 중첩되기도 하고, 지금이 현재인지 미래인지 과거인지 헷갈렸다. 모든 것이 뒤죽박죽인 것 같지만 사실은 하나의 결과로 연결되어 있고, 그 모든 것을 스스로 정하고 바꿀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모든 것은 나의 뜻대로.


전능감.


신의 의지가 내게 깃들었다.


"유일신의 이름으로 명하노니, 이 땅은 신역이 되리라!”


홀 내부의 벽과 천장이 황금빛으로 변하며, 벽에는 고대의 신화를 묘사한 벽화가 그려졌다.


바닥은 신비로운 문양이 새겨진 고대의 돌바닥으로 바뀌고, 홀 중앙의 샹들리에는 마치 신성한 빛을 발산하는 듯한 느낌을 주는 크리스탈로 변했다.


홀의 중심에는 커다란 제단이 생겨났고, 그 위에는 신성한 불꽃이 타오르고 그에 따라 홀의 공기는 맑고 신비로운 향기가 퍼지며, 주변에서는 조용한 성가대의 노랫소리가 들려오는 것 같았다.


제단을 통해 흘러나오는 노랫소리가 쓰러진 사람과 조각상에 닿자, 일어날 수 없는 기적이 일어났다.


죽었던 사람이 멀쩡히 깨어나고, 조각상으로 변한 사람이 되돌아왔다.



***



“이게 대체 어떻게 된 거지? 내가 어떻게 살아있는 거지?”


발더르는 주위를 둘러보고 깜짝 놀랐다.


어떻게 된 일인지, 신관의 사제들이 모두 이곳에 모여 있었기 때문이었다.


“사제님, 이게 어떻게 된 것입니까?”


발더르는 그중 가까이에 있던 사제에게 물었다.


“모두 성자님께서 내리신 기적 덕분입니다.”


사제는 아직도 성스러운 빛을 뿜어내는 곳을 가리키며 말을 이었다.


“조각상으로 변해 죽을 날 만을 기다리던 자들도, 파괴되어 죽은 사람들, 그리고 여러분들까지. 모두 성자님께서 되살리셨습니다.”


“그, 그건 말도 안 됩니다! 이렇게까지의 대규모 기적이라니!”


“크흑, 그렇죠. 말도 안 되는 것입니다.”


카르카가 손으로 이마를 감싼 채 일어났다.


“카르카! 괜찮은 건가?”


“지금은 저보다 성자님을 걱정해야 해요.”


“그게 무슨 말인가?”


“이 정도의 대규모 사자 소생, 거기다 저주 해제까지···. 이런 일을 할 수 있는 기적은 단 하나밖에 없어요. 발더르 경.”


발더르는 카르카의 말에 무언가가 떠올랐다.


“서, 설마, 성자님께서···?”


카르카는 힘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주위를 보세요. 이미 이곳은 신역 선포가 진행되었습니다.”


발더르는 그제야, 홀 내부의 모습이 달라졌다는 것을 눈치챘다.


“진정 우리 같은 자 때문에 최후의 보루까지 쓰게 된 것인 건가?”


발더르는 자신의 무력감에 주저앉고 말았다.


“얼굴 펴고 일어나요. 우리를 위해 목숨을 바치신 분께 그런 얼굴로 마지막 인사를 드릴 건가요?”


카르카는 발더르에게 손을 내밀었다.


“마지막 가는 길을 우리가 지켜드려야 하지 않겠어요? 어서 일어나요.”


그들은 함께 성자가 있는 곳으로 걸었다.


다가갈수록 포근하고 성스러운 기운이 진해지는 것 같았다.


그들의 시야에 성자의 뒷모습이 보였다.


그리고 그의 앞에는 공포에 전신을 부들부들 떠는 악마가 서 있었다.


“사라져라, 악마여.”


나긋하게 내뱉은 그의 언어에는 놀란만한 힘이 담겨있었다.


카르카는 단순한 의지와 소리만으로 신력을 쓸 수 있는 현재의 성자가 무엇보다도 신에 가장 가까운 존재라고 생각했다.


“키에에엑! 말도 안 돼! 이럴 순 없어!”


카멜레온 악마는 성자의 말 한마디에 가루가 되어 사라졌다.


일행 모두를 죽음에 닿게 한 악마라고 하기에 너무나도 허무한 죽음이었다.


“성자님···.”


카르카의 목소리에 성자는 뒤돌았다.


성자의 시야에는 사제와 성기사가 보였다.


“어째서 저희 같은 자들을 위해 희생하셨나이까?”


발더르는 부복하며 절규했다.


“저희보다 신께 받은 임무를 중하게 여기셨어야죠! 목숨보다 소중한 것이 임무라 하지 않으셨나요? 어째서···.”


카르카 또한 울먹거리는 목소리를 감추며 말하다가 주저앉고 말았다.


하지만 그의 대답은 예상과도 너무 달랐다.


“즐거웠던 것 같다···.”


“네?”


“정말 오랜만에 사람들과 즐겁다는 감정을 느꼈다. 그래서 그랬던 것 같다.”


“성자님···!”


발더르는 흐르는 눈물을 막을 생각이 없었고, 카르카는 뒤를 돌아서 눈물을 훔쳤다.


"죽기 전에 말해도 괜찮겠지. 나는 다른 세계에서 왔어. 기적과 스킬이 넘치는 이곳과는 달리, 그곳은 과학과 기계가 발달한 곳이야. 그곳에서 나는 그저 평범한 사람이었어. 아니, 사실은 나쁜 사람이었지. 이기적이고 남에게 해를 끼치는, 정말로 나쁜 놈이었지.


지금 돌아보면, 그때의 나는 참 부끄러워. 내 이기적인 행동들은 모두 어쩔 수 없는 선택의 결과라고 생각했어. 그로 인해 많은 사람들이 상처받았고, 나는 그들의 고통을 외면했지. 하지만 이곳에 와서 조금씩 생각이 달라졌어. 이곳에서는 나의 마음이 단순히 나를 위한 것이 아니라, 다른 사람들을 돕는 데도 쓰일 수 있다는 걸 알게 됐어.”


“성자님······.”


“너희들에게 마지막으로 줄 수 있는 것이 있어.”


성자는 손을 모아서 빛나는 조그마한 구체를 만들었다.


그리고 그것은 두 개로 갈라져서 카르카와 발더르의 몸속으로 들어갔다.


그들은 청량한 기운과 함께 용솟음치는 강력한 신성력이 느껴졌다.


“이, 이건···? 엄청난 기운이 느껴집니다!”


“신력의 조각이다.”


“시, 신력이란 말씀이에요? 말도 안 돼!”


카르카는 자신이 받는 것을 믿을 수 없었다.


신력은 오직 예언의 성자나 교황의 것.


신력은 원래 타인에게 양도가 불가능한 것이지만, 현재의 성자는 반신에 가깝기 때문에 엄청난 신력 손실을 감수하고 신력의 티끌 같은 일부를 전할 수 있었다.


“일부지만 신성력이 풍부한 너희에게는 쓸모가 있을 것이다.”


그렇게 마지막 신력까지 쥐어짠 성자의 몸은 점점 희미해져 갔다.


그에 따라 선포된 신역 또한 조금씩 금이 가며 무너졌다.


“성자님, 저희는 성자님을 잊지 않고 반드시 임무를 목숨 바쳐 수행하겠습니다. 생과 사가 이어졌으니, 다시 만날 때까지 평안히 지내십시오.”


발더르가 흩어지는 성자를 향해 부복했고, 따라서 카르카 또한 부복하며 성자의 마지막을 배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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