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냥꾼이 미쳤다

무료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판타지

집요
작품등록일 :
2024.06.10 16:59
최근연재일 :
2024.07.13 19:20
연재수 :
35 회
조회수 :
1,670
추천수 :
7
글자수 :
171,345

작성
24.06.16 19:20
조회
38
추천
0
글자
11쪽

습격

DUMMY

고풍스러운 무늬가 천에 금빛으로 새겨져 있는.

천으로 된 주머니.

방금까지 자신들을 공격했던 노인의 지갑이었다.


“그런 의미에서. 안에 뭐가 들었는지 구경만 해볼까?”

“음..”


광훈은 팔짱을 끼며 말을 아꼈다.

남의 물건을 훔친 건 맘에 들지 않았지만.

먼저 자신들을 공격한 것은 그 노인.

게다가 그 정도의 실력자는 오랜만이었다.

그런 자가 가지고 있던 물건이라.


‘궁금하긴 하네.’


부욱.

주머니를 벌리고 보이는 것.

그건 동그란 단약 세 알이었다.

주머니 안에 들어있는 단약은 각자 다른 색을 띠고 있었다.


“단약? 난 또 엄청난 아이템이라도 있을 줄 알았는데. 요즘도 단약을 지어먹는 사람이 있나?”


실망한 듯한 도준은 입을 삐죽 내밀었다.


“뭐 아는 거 있어?”

“흠, 단약은 첨 보는데. 잘 모르겠다.”

“그럼 일단 챙겨만 놓을까.”


약을 챙기고, 어느새 걷다 보니 감염된 워울프가 있다는 산에 도착하게 되었다.

중간에 예상치 못한 사건이 있기는 했지만.

이곳까지 나오게 된, 본래 목적은 사냥이었다.

그것도 지금까지 아무도 처치한 적 없다는 괴수, 감염된 워울프를 잡는 일.

어느새 주위는 어둑어둑해지고 있었다.


‘분명 노란 눈이었지.’


팀장이 보여준 사진 속 괴수, 감염된 워울프.

늑대 같은 모습에 주홍빛 산성 액체가 전신을 흐르는.

그야말로 ‘괴수’라 칭할만한 징그러운 비주얼이었다.

그리고 자신은 이 녀석을 이미 만난 적이 있었으니.

며칠 전, 산꼭대기에서 헌터를 구할 당시에 눈을 마주친 괴수.

놈은 분명 사진처럼 진하고 노란 눈을 가지고 있던 터였다.


“어우우!”


얼마 지나지 않아, 알 수 없는 짐승의 소리가 여기저기서 들려왔다.


“아무래도 여기에 간이 캠프를 설치하는 게 낫겠지?”

“그래. 오늘은 여기까지. 산속은 내일 들어가자.”


화악.

광훈은 짐을 내려놓으며 모닥불을 피웠다.


‘녀석을 만난 시각은 분명 밤.’


밤에 활동하는, 야행성이란 소리.

이를 고려한다면.

움직임이 적은 낮에 녀석을 추격하는 게 더 낫다는 판단.

게다가 이곳은 북한이었다.

높은 건물이 많던 서울과 달리.

산이나 공터처럼 괴수가 도망칠 공간이 많아.

장기간의 사냥도 충분히 고려해야 될 요소였다.


‘아침이 밝는 대로 흔적을 쫓아. 사냥 한번 찐하게 해봐야지.’


고블린 같은 잡다한 하위괴수를 제외한다면.

여기 와서 하는 제대로 된 첫 사냥.

벌써 가슴이 두근거린다.

한동안 제대로 된 사냥을 하지 못해 몸이 근질근질하던 참이었기에.


광훈은 간이 텐트를 치며 불을 피웠다.

불씨에 손을 대며 쬐려던 그 순간.

그는 손을 멈칫하더니 재빠르게 자리에서 일어나 우뚝 섰다.


“커엉!”


저 앞 산 쪽에서 짐승이 짖는 소리가 나더니.


“탁탁탁!”


어둠 속에서 무언가가 빠르게 이쪽으로 달려오는 소리가 들려온다.


“훅.”


불을 발로 꺼버리며.

숨을 참고 귀에 전해 들어오는 감각에 집중한다.


‘발소리로 느껴지는 것은 한 마리. 사족보행.’


제법 가까운 위치.

달려오는 방향을 보니, 목표는 아무래도 정해진 모양이었다.


“···.”


곧 소리를 따라 고개를 돌리자, 눈에 들어오는 것.

그건 어둠 속에서도 반짝이는 익숙한 노란 눈 한 쌍이었다.


“크르릉!”


캠프 근처에 녀석이 들어오자.

도준이 놓아둔 램프에 괴수의 모습이 드러난다.

낙타처럼 달린 혹에서 시작된.

주황빛 액체를 질질 흘리고 있는 늑대와 같은 형상.

팀장이 보여준 사진 그대로였다.


‘감염된 워울프다.’


괴수가 달려가는 곳.

노리는 것은 단연 옆에서 캠프를 치고 있는 민도준이었고.

그는 상황도 모른 채 텐트를 치고 있었다.


“척!”


망설일 새는 없었다.

할 수 있는거라곤.

바닥에 놓았던 엽총을 빠르게 들어 올리고.

조준할 시간도 없었으니, 손에 총이 안착하자마자.

곧바로 방아쇠를 당기는 수밖에.


“타탕!”


‘좋아.’


총을 발사하며, 가볍게 손목을 돌렸다.


확실한 감각.

이대로라면 분명 맞는다는 느낌이 왔기 때문이었다.


“퉁!”


하지만.

총알은 바닥에 튕기더니 그대로 어둠 속으로 사라지고 말았다.

놈을 향해 총알이 날아가던 순간.

녀석은 광훈이 총을 겨눈 그 미세한 움직임을 읽기라도 한 걸까.


“타탓!”


도달하기 직전.

지그재그로 몸을 뒤틀더니, 궤적을 전부 피해버리고 만것이었다.


촤아악.

그대로 뒷발을 뒤로 빼고.

밀리는 관성을 잡아내기까지.

대충 봐도 한두 번 싸워본 실력은 아니었으니.


“오호?”


총을 피하긴 했으나.

다행이라고 해야 할까.

쏜 게 아무런 효과가 없던 건 아니었으니.


“크르르!”


눈을 부라리고 있는 녀석의 시선은 옮겨져 있었고.

공격 덕분에 목표가 광훈으로 바뀐 모양이었다.


치이익!

녀석의 몸에서 액체가 떨어지자 땅에서 불꽃이 튀고.

타는 소리가 진동한다.


“치익!”


뚝뚝 떨어지는 액체와 불꽃.

액체가 떨어져서 사라질 때마다.

주위가 밝아졌다가 어두워진다.

그 순간마다, 광훈과 감염된 워울프는 서로의 위치를 파악하듯 눈을 고정했다.

숨을 쉴 수도 없는 긴장.

그리고 침묵이 스쳐지나가기만 벌써 수차례.


“..칙!”


바닥에 떨궈진 액체가 꺼지며 사방이 어두워지는. 그 찰나의 타이밍.

불꽃이 고요함을 깨뜨리는 순간.

서로의 눈을 직시하던 두 마리의 생명체.

둘은 짐승처럼 동시에 몸을 움직여 앞으로 솟구치듯 달려 나갔다.


“후우욱!”


발소리가 교차하며 거리는 순식간에 좁혀진다.

먼저 발톱을 휘두르며 입을 벌리는 것.

그건 워울프의 쪽이었지만.


“채앵!”


광훈은 반사적으로 엽총으로 이를 막아내며.

옆구리를 향해 주먹을 내리찍었다.


“읏.”


꽤 타격을 입혔을거라 생각했지만.

남은 거라곤 자신의 손에 남은 끔찍한 고통뿐이었다.


“팍!”


녀석을 밀어내며 손을 확인하자.

주황색 액체에 닿은 손은 따끔거리고, 화상에 입은 것처럼 상처가 나 있었다.


‘예상은 했다만 역시 그런 건가.’


녀석이 두르고 있는 것은 산성으로 된 뜨겁고 끈적한 액체.

게다가 그것은 방패와 같은 역할도 동시에 해주는지, 데미지가 거의 들어가지 않는 모양이었다.


“콸콸!”


수통에 있던 물을 대충 찌그려 겨우 상처를 진정시켰다.

채 물을 다 붓기도 전.

또다시 녀석이 뛰어오르며 발톱을 할퀴려 달려들고 있었다.


“툭.”


들고 있던 엽총을 떨구며, 녀석의 움직임에 온 정신을 기울인다.


“앗!”


괴수 뒤에 서 있는 민도준의 기겁한 표정.

이빨을 타고 뚝뚝 떨어지는 주황색 침.

이것들이 눈에 겹쳐서 보였다.

이윽고 마지막으로 드러나는 건 송곳니 두 개.

그게 자신의 목을 물어뜯으려 하는 모습이었다.


“휙!”


광훈은 있는 힘껏 고개를 숙이더니.


즉시 목을 들어 타점을 눈으로 확인했다.

이내 보이는 건, 자신 위로 뛰고 있는 녀석의 생살이었으니.


“퍼어어엉!”


그대로 오른쪽 손목을 붙잡고.

그는 녀석의 배에 강력한 주먹, 한방을 그대로 날려버렸다.


“끼룩!”


외마디 비명.

그대로 녀석은 잠깐 비틀거리나 싶더니, 픽하고 쓰러져 나갔다.


‘후..’


녀석의 외형을 봤을 때.

액체가 나오는 혹의 위치는 등 위.

그렇기에 배 쪽은 액체가 없을 거라는 도박수.

김광훈은 뼛속까지 헌터.

그 이전에 말 그대로 ‘사냥꾼’이었으니.


‘사냥감의 습성과 특징을 주의 깊게 관찰하고 헌팅한다.’


헌터라면 모두가 아는 내용.

너무나 진부한 이야기라 실제로 지키지 않는.

이 기본개념의 중요성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녀석의 외형을 파악해 즉각 사냥 방식을 바꾸는 유연함까지.


이는 한창 싸우는 도중.

5초도 되지 않는 시간에 내려진 결정이었다.


“후우, 김광훈. 괜찮냐?”

“휴, 조금 놀랐네. 먼저 공격해올 줄은 몰랐는데.”

“애, 죽은 거 맞지?”

“응 확실해. 주먹에 느낌이 왔어.”


민도준은 이제야 좀 진정이 된 듯 녀석의 사체를 쿡쿡 찔러보며 말했다.


“뭐야. 생각보다 싱거운데?”

“그러게. 생각보다 너무 쉬워.”

“뭐 다행이라고 해야 하나.”

“흠..뭔가 개운하지 않은데.”


도준은 안심한 듯 불 주위에 앉았지만.

광훈은 아무리 생각해도 석연치 않은 부분이 많았다.


“왜 이리 답답하지.”


‘까다로운 괴수인 건 맞지만, 겨우 이 정도로 헌터들이 고전했다고?’


썩어도 준치라고.

아무리 남들이 욕을 해도.

헌터라는 직업은 최소한, 각자 힘이 있고 싸울 줄 안다는 것.

게다가 임시기지에는 헌터가 한두명도 아니었다.

그가 생각하기에 녀석은 그들이 충분히 잡을 수 있을 정도의 괴수였던 거였다.


“..야. 광훈아 저거..”


그때, 민도준이 목소리를 살짝 떨며 손가락으로 무언가를 가리켰다.


“후우우우..”


방금 자신이 죽인 워울프의 사체 뒤.

어느새 그곳에서는 놈과 똑같이 생긴, 감염된 워울프가 나타나 있었다.


그것도 수십마리나.


놈들은 둘을 둘러싸고, 어둠 속에서 송곳니를 드러내며 노란 침을 흘리고 있었다.


“씨..”


긴장되어 빠르게 심장이 뛴다.

아무리 민도준에게 뛰어난 적응력이 있더라도.

지금 상황은 공포영화 그 자체.

만약 뛰어난 적응력조차 없었다면 그대로 기절해버려도 정상일 정도의 광경이었다.


“어쭈?”


그리고 광훈 역시 다른 의미로 심장이 빠르게 뛰고 있었다.

원래 괴수라는 것은 천차만별.

특징은 각자 달랐으니.

항상 예상치 못한 일은 벌어지기 마련이었고.

이번에도 역시 마찬가지.


‘맞다. 애초에 워울프는 한 마리가 아니었지.’


‘감염된’ 워울프.

팀장이 보여준 사진 속에, 한 마리만 있어서 착각했지만.

원래 워울프는 무리생활하는 괴수였다.


뚜둑.

광훈은 가볍게 손목을 돌리고는.

도준에게 뒤로 빠지라는 신호를 주며.

맨 앞에서 있는 워울프의 눈을 똑바로 바라봤다.


‘그래. 왜 내가 답답했는지 알겠다.’


“겨우 그 정도로 쉽게 끝나서 시시했던 거야. 그래, 이 정도는 돼야 사냥하는 재미가 있지.”


먼저 기습해서 시간을 줄여주지 않나.

이제는 시시하던 자신을 재밌게 해준다.

게다가 녀석들을 딱 보니, 사냥을 성공하고 나면 얻을 수 있는 자원도 짭짤할 것 같았다.


‘..오히려 좋은데?’ 


뭣 모르는 사람이 보면 기겁할 최악의 상황.

하지만 광훈에게는 정반대였으니.


이미 볼은 흥분해 붉게 상기되고.

램프 불에 눈이 비쳐 노란 안광이 흘러나온다.

씩 웃으면서 돌리는 팔에는 핏줄이 돋아있었다.


그렇게 그는 웃음기를 머금은 채.

주황색 액체를 뚝뚝 흘리고 있는 녀석들에게 반갑게 한마디를 내뱉었다.


“..너희들, 상태가 안 좋아 보이는데..주사 한 대씩 맞아볼래?”


물론.

주사의 원재료는 그의 주먹이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사냥꾼이 미쳤다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공지 연재 시간은 매일 오후 7시 20분입니다. 24.06.10 33 0 -
35 추함 24.07.13 13 0 8쪽
34 실수 24.07.12 12 0 9쪽
33 투기장 24.07.11 14 0 10쪽
32 진입 24.07.10 19 0 9쪽
31 무기 24.07.08 21 0 10쪽
30 위기 24.07.07 19 0 10쪽
29 선택지 24.07.06 22 0 10쪽
28 24.07.05 22 0 10쪽
27 악마 24.07.04 21 0 11쪽
26 파츠 24.07.03 22 0 11쪽
25 조우 24.07.02 24 0 12쪽
24 전기 24.07.01 23 0 11쪽
23 강적 24.06.30 26 0 12쪽
22 엽총 24.06.29 26 0 10쪽
21 오해 24.06.28 32 0 11쪽
20 기행 24.06.26 30 0 12쪽
19 구출 24.06.25 27 0 11쪽
18 비기 24.06.24 28 0 11쪽
17 숙명 24.06.23 32 0 12쪽
16 활약 24.06.22 33 0 12쪽
15 돌발행동 24.06.21 41 0 11쪽
14 호위임무 24.06.20 37 0 10쪽
13 복귀 24.06.19 41 0 12쪽
12 감염 24.06.18 42 0 11쪽
11 복수 24.06.17 35 0 12쪽
» 습격 24.06.16 39 0 11쪽
9 낚시꾼 24.06.15 39 0 12쪽
8 임시기지 24.06.14 40 0 13쪽
7 파레트 24.06.13 46 0 12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