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냥꾼이 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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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요
작품등록일 :
2024.06.10 16: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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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7.13 1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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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6.18 1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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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염

DUMMY

서서히 떠오르는 햇빛을 등지고.

광훈과 도준은 산을 올랐다.

둘이 향하는 곳은 워울프들을 감염시킨 사건의 근원지라 할 수 있는 곳이었다.


“광훈아, 그나저나 놈은 어떻게 찾을 거야? 또 동물한테 부탁해야 되려나.”

“흠, 그게..힘들거 같은데. 지금 이 주위에는 동물들이 한 마리도 없어.”

“어라, 왜?”

“죄다 도망쳐버렸거든.”

“헉. 그럼 어쩌냐. 못 찾겠는거 아녀?”

“민도준, 내가 누군지 잊었어?”

“갑자기? 네가 뭔데.”

“에헴. 나 이래 봬도 사냥꾼이야 임마.”


광훈은 사냥꾼이라는 말에 힘을 주더니.

주변을 유심히 살폈다.


헌터 이전에 사냥꾼.

지금은 이 두 단어가 동일시되는 세상이지만.

광훈은 실제 짐승을 다루는 사냥꾼을 먼저 접했기에 사냥을 대하는 방식 자체가 달랐다.


땅의 발자국.

쓰러진 풀.

감염된 워울프에게서 났었던 시큼한 냄새까지.


‘흔적은 충분해.’


밤을 새우며 사투를 벌여서일까.

날이 밝아 빛이 내리쬐자.

밤에는 보이지 않았던 감염된 워울프들의 흔적이 드러났다.


괴수 역시 한 마리의 짐승.

이 말인즉슨 자신들만의 거처나, 지내는 영역이 있다는 뜻.

그들의 흔적을 역으로 쫒아가다보면 감염의 근원지가 어딘지.

대충 가닥이 잡힐 것 같다는 예감.


“이쪽으로. 저기 보이는 동굴 쪽인 것 같아.”


민도준은 이제 막 헌터가 된지 얼마 되지 않은 참.

그에게는 모든 순간이 배움의 기회였으니.

후회하는 순간도 있었지만.

그는 자신도 모르는 새 빠르게 성장하고 있던 참이었다.


‘오..’


고블린을 처치할 때는 괴수를 상대하는 감을 잡았다면.

밤새 워울프들을 피해 도망치면서 강한 멘탈과 경험을 챙길 수 있었다.

게다가 괴수를 쫓는 미세한 팁들까지.

지금 광훈 옆에서 바로 직관하게 되었으니.

거의 1대1 전문 강의나 마찬가지.

그는 이미 F급 헌터 수준에서 빠르게 멀어지고 있었다.


‘흔적은 동굴 바로 앞에서 이어지고, 그대로 내부로 연결된다.’ 


쓰읍!

광훈은 동굴 앞에서 멈추더니 숨을 들이마셨다.

아까보다 심한 악취.

사냥꾼의 직감이 강하게 말해준다.

분명 워울프를 감염시킨 장본인은 이 안에 있다고.


“준비됐지?”

“..준비 안 됐다 해도 들어갈 거잖아.”

“크크, 어케 알았냐? 고뿔도 단번에 빼는 게 좋다 하니까. 그럼, 바로 들어가 보자고.”


***


임시기지의 팀장, 조민호는 통조림을 까서 팀원과 나누어 먹으며 혀를 찼다.


“···.”


말라비틀어진 참치가 입 안에서 맴돌자 입 안이 짭짤해지며.

밥이 간절해졌다.

하지만 이곳 임시기지에 더 이상 제대로 된 밥은 없었다.


“이게 마지막 식량이라.. 이건가?”

“..죄송함다. 저희라도 빨리 나가서 본부에 지원요청을.”

“아니다. 감염된 워울프가 주위를 배회하는 한. 더 이상의 팀원을 잃을 순 없지.”

“하지만.. 이번 주는 이상하게 공격을 안하지 않았슴까?”


감염된 워울프.

일반적인 워울프에 비해 몇 배는 강한 힘과 호전성을 지닌다.

그리고 영역을 침범하지 않으면 공격하지 않는 워울프와 달리.

녀석들은 기계처럼 주기적인 간격을 두고 먼저 공격을 해오며, 자신들을 점차 옥죄여오고 있었다.


‘그러게, 이상하군.. 슬슬 공격을 올 때가 되었는데?’


녀석들은 마치 누군가에게 지시받는 것처럼 각져서 움직였고.

처음에는 식량창고를 노렸지만.

이후 헌터들이 거세게 저항하자.

몇 주 전부터 약삭빠르게 기습하며 본부에 보내는 정보병을 통제하기 시작한 거였다.


“팀장님. 생각해보니 저희의 실력으로도 워울프 한마리 정도는 충분히 잡을 수 있지 않슴까?”

“..이건 평범한 워울프들의 머리론 생각할 수 없는 일이다.”

“네?”

“아마, 놈들을 감염시켜 꼭두각시로 만든 녀석이 따로 있겠지.”

“..그건.”

“그리고 그놈을 죽이지 않는 한, 아무리 감염된 워울프들을 잡더라도 끝이 나지 않을 거다.”


우물우물 통조림을 긁어먹던 부하는 답답한 듯 젓가락을 멈췄다.


가뜩이나 이곳은 전기가 통하지 않아, 정보병이 죽어버리면 답이 없다.

한두마리라면 모를까.

많은 수의 감염된 워울프를 잡는 것도 힘든데.


‘그게 끝이 아니라니.’


오히려 한 마리를 처치하면, 다음 날 감염된 워울프가 두 마리가 더 늘어서 오는.

그야말로 답이 없는 상황.

겨우 팀장이 생각해낸 파훼책이란, 감염시킨 근원지를 찾아 제거하는 거였지만.

여기까지 진행할 수 있는 헌터가 있을 리 없었다.


“이를 어쩐담..”


조민호는 누군가의 숨소리가 뒤에서 들려 고개를 돌려보았다.

그곳에는 숨을 헐떡이며 순찰하던 부하가 발이 빠져라 달려오고 있었다.


“헉헉! 팀장님, 밖에 나갔던 신입 헌터 두 명이..”


그의 말투를 듣자마자 알 수 있었다.

그간 몇 년 넘게 노련하게 헌터로 살아남으며 얻은 감이 말해주고 있었으니.


‘쯧쯧. 결국 죽었구먼. 그 젊은 두 녀석.’


며칠 전 새롭게 이곳으로 발령받은 두 명의 헌터.

그들은 오자마자 즉시 감염된 워울프를 소탕하고 오겠다며 멋대로 뛰쳐나가고 말았었다.


뒤에 이어질 말은 보나 마나.

시체 두 구로 발견되었다는 정보겠지.


“진정하게. 그리고 지금 같은 시기에 안 좋은 소식은 팀원들에게 전하지 말도록.”

“네?”

“음? 신입 둘이 죽었다는 소식 아닌가?

“헉, 아닙니다! 아무래도 직접 보시는 게..”


이윽고 조민호는 자리에서 일어나 고개를 갸우뚱하며 임시기지 입구로 향했다.


‘뭐지? 지금 같은 상황에 좋은 소식이 들어올 리 없는데?’


“그게 정말이야! 그 자식들이..”

“뭐어? 구라까지 마, 사냥에 성공했다고?”


웅성웅성.

이미 분위기가 소란스럽다.

이윽고 조민호는 걸어가며, 호들갑을 떨며 스쳐 지나가는 소리에 귀를 기울였다.


“사냥에 성공해?”


설마 며칠간 밖에서 살면서 생존한 건가, 그 두 녀석?

그래봐야 겨우 주위에 돌아다니는 몬스터나 사냥해왔을 터.

성과를 올리기 위해 헌터가 쉬운 몇 마리의 괴수를 처치하고 온다.

흔한 일이었다.

요즘에 이르러서는 목숨을 걸고 위험하게 헌팅하고 싶어 하는 자는 없었으니까.


‘뭐, 그 정도겠지.’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조민호는 입을 떡하니 벌리고는 경악을 금치 못했다.


“어..어떻게..”


그의 시선이 꽂힌 곳에는 주황빛의 밝은 구체를 들고 있는 민도준.

그리고 감염된 워울프의 너덜너덜한 가죽을 두르고 있는 김광훈이었다.


‘헉.’


눈을 비비며 다시 봐도 꿈이 아니었다.

그들은 분명 감염된 워울프를 잡고, 그대로 돌아온 거였다.


의문을 가진 건 조민호가 다가 아니었으니.

놀라며 쉴 틈 없이 사람들이 그에게 질문을 하고 있었다.


“녀석들을 완전히 소탕해버렸다고요?”

“당신들 정말 F급 맞아?”

“아니, 힘들진 않았습니까?


광훈은 간략하게 마지막 말에만 대답하며 등에 메고 있던 워울프 거죽을 툭 던져놓았다.


“힘드냐고요. 엥? 너무 재밌었는데요?”


조민호는 사람들을 헤치며 둘을 데리고 천막으로 들어왔다.

식은땀이 흐르고 있었다.


“..대단하군. 이미 짐작은 되지만, 혹시 몰라 다시 묻겠네. 감염된 워울프, 최근 한마리도 보이지 않던데.”

“···.”

자네들이 전부 처치한겐가?”

“넵. 그렇습니다.”


직접 본인의 말로 듣자 조민호는 충격에 빠질 수밖에 없었다.

몸에 들러붙은 핏자국을 보니.

그들이 지쳤다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그럼에도 참을 수 없는 호기심이 그를 덮쳐왔다.


“도대체.. 어떻게 잡은거지? 잡아도 잡아도 끝이 없던데.”

“정말 죄송하지만, 저희가 현재 너무나 피로한지라..괜찮다면 내일 말씀드려도 되겠습니까?”


민도준이 옆에서 말하자.

흠흠, 머리를 빗더니 조민호는 인정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이해하네. 하지만, 아무리 여기가 북한이라도. 명령 불복종에 대한 벌은 받아야 하네. 알고 있겠지?”

“넵. 어떤 벌이든 달게 받겠습니다.”


이윽고 두 명이 헌터가 들어와 둘을 끌고 나갔다.

나무로 된 감옥에 둘을 가두기 위해서였다.


그들이 나가자 조민호는 살짝 기대를 섞어, 생각에 잠겼다.


‘설마..몇 년간 성과가 전혀 없었던 이곳 UT-5. 여기에서 봄바람이 부는걸 볼 수 있는 건가.’


하지만 그는 무엇이든 섣불리 판단하지 않는 성격.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겨우 생각을 집어넣었다.


“아니, 그저 운이었겠지. 단정 짓기는 이르다.”


겨우 스스로 되뇌이며.

조민호는 궁금하다는 혀를 다시며 둘이 나간 천막 입구를 한참이나 바라봤다.


갑자기 나타난 F급 헌터가 지금까지 아무도 소탕한 적 없던 괴수를 처치하고 온다라.

이 정도의 사건은 유례가 없었고.

바깥은 왁자지껄하기 그지 없었다.

시끄러운 와중, 물론 모두가 광훈과 도준의 복귀를 좋아하는 사람만 있는 건 아니었다.

추측하며 수군거리는 무리도 꽤 있었으니.


“어떻게 살아온 거지?”

“F급 헌터라잖냐. 딱 보면 알지.”

“오, 뭔데.”

“요행이겠지 뭐.”

“그러면 가죽을 가지고 온 건?”

“..음..그,그거야 뭐. 그냥 돌아오기 멋쩍으니까 죽은 사체 한 구 들고 와서 거짓말 하는 거겠지.”


갖가지 추측이 퍼지고 드디어 대망의 순간.

다음 날 아침이 되자.

헌터 두 명이 사람들을 헤치며 광훈과 도준을 끌고 중앙으로 향했다.

마치 재판받듯, 임시기기 중앙, 공터의 중앙에 둘이 서 있고.

그 주위를 사람들이 적당한 거리를 두고 둘러싼다.


“김광훈 헌터, 그리고 민도준 헌터. 여기에 왜 서게 되었는지는 알고 있습니까.”

“먼저, 저희가 명령을 불복종하고 나간 점. 면목 없습니다. 어떤 벌이든 달게 받겠습니다.”


사과했지만, 사람들이 듣고 싶은 것은 이런 진부한 말이 아니었으니.

어느새 팀장, 조민호 역시 궁금한지 사람들 틈에 끼여 뒤에서 팔짱을 끼고 있었다.


“그래서. 어떻게 놈들을 잡은 겁니까?”

“그게...”


광훈과 도준이 번갈아 가며 있었던 일을 설명하기 시작하고.

보고가 끝나자, 기지에 남은 것은 침묵이었다.

사람들은 눈이 휘둥그레진 채였다.

그런 그들이 동시에 생각하는 건 하나.


‘..또라이가 들어왔구먼. 그것도 두 명이나.’


아직 의구심이 풀리지 않은 듯.

뚱한 표정의 한 헌터가 자리에서 일어나더니 광훈에게 말했다.


“아니, 도대체 여기에 올라오기 전까지는 뭘 하고 산 겁니까?”


민도준은 뻔하다는 듯, 아직 피곤한지 가볍게 하품을 내쉬었고.

시선이 집중하며 궁금해하는 사람들에게.

광훈이 꺼낸 대답은 지극히 심플했다.


“예? 그냥, 사냥꾼하다 왔는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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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낚시꾼 24.06.15 39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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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파레트 24.06.13 46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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