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냥꾼이 미쳤다

무료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판타지

집요
작품등록일 :
2024.06.10 16:59
최근연재일 :
2024.07.13 19:20
연재수 :
35 회
조회수 :
1,669
추천수 :
7
글자수 :
171,345

작성
24.06.24 19:20
조회
27
추천
0
글자
11쪽

비기

DUMMY

‘역시..이놈은 진짜다.’


임시기지의 팀장, 조민호는 돌아온 헌터들을 맞아주며 흡족한 듯 입꼬리가 올라가 있었다.


“제군들, 훌륭하군. 호위 임무를 이렇게 깔끔하게 마치다니.”


이제 이곳 임시기지에 온 지 일주일도 지나지 않았다.

그렇지만 왠지 모르게 그는 김진, 장석보다.

새로 온 신참, 등급도 낮은 김광훈에게 시선이 갔다.


“허 참. 이상하군.”


왜인지는 모르겠지만.

그라면 어떤 임무를 시켜도 어떻게든 해결할 것 같다는 예감.


뽈뽈뽈.

한편 당사자, 광훈은 아무것도 모른 채.

주변 계곡에서 씻고 있었다.

그는 침통하게 입을 삐죽 내밀었다.


“아...”


항상 사냥만 할 수 있다면 만사형통.

모든 게 행복한 사나이 김광훈.

그가 이렇게 기분이 좋지 않은 이유.


“아빠, 미안.”


임무를 하며 너무 심하게 싸웠던 걸까.

아니면 그 전, 감염된 워울프를 잡으며 거칠게 다룬 탓일까.


“쩡!”


항상 들고 다니던 총을 든 순간.

이상한 소리를 내며 엽총이 반으로 쪼개지고 말았던 거였다.


“···.”


처음 아버지에게 사냥을 배우며 받은 엽총.

물론 비록 처음 받았을 때와 생김새는 매우 달랐다.

이미 누더기처럼 이곳저곳이 깨져있고.

덧댄 듯 각종 괴수의 뼈, 자원들로 튜닝되어 있었으니까.

10년간 험난하게 사냥을 하다 보면 헌터뿐만 아니라.

무기에도 여러 사연이 깃드는 법이었다.


“광훈아, 너 어차피, 주먹만 있으면 되는 거 아니냐? 크크.”

“흠, 그래도..”

“정 허전하면, 딴 무기 쓰지 그래? 무기점가면 사냥용 총 많더라 야.”


광훈은 도준이 그에게 장난스럽게 던진 말이 떠올랐다.

물론 다른 무기를 사거나, 없어도 사냥하는 데 문제는 없겠지만.

이건 그런 문제가 아니었다.

낡디 낡은 엽총.

이건 그가 아버지에게 받은, 굳이 따지자면 고향을 기억하게 해주는 물건이었던 거였다.


“..그래도 나름 정들었는데.”


만약 여기가 한국이라면 상관이 없었다.

거기에는 광훈이 사용하던 작업실이 있었으니까.

수리하고, 나름대로 튜닝까지 할 수 있었을 테니.

하지만 여기는 전기조차 통하지 않는 UT-5였다.


터덜터덜.

침울하게 양쪽 손에 부서진 총 조각을 쥐고 기지로 돌아온 광훈.

마침 임무도 마치고 온 터라 잠이나 한숨 자려던 참이었다.


“잠깐!”


침낭에 누우려던 그때, 누군가가 광훈을 불렀다.


뽀글뽀글한 머리에 안경.

눈에 띄는 특징 덕에 알 수 있었다.

그는 도준에게 감염체의 핵을 받아서 한참 작업하던 임시기지의 기술자였다.


“아! 그.. 누구시더라..”

“안녕하십니까! 챈들러 박, 그냥 챈들러라 불러주세요.”


말 빠르게 대답하더니만.

옷으로 안경을 닦고는.


획!

어느새 광훈의 손을 들어, 거기에 있는 박살 난 엽총 조각들을 살피던 사내.


“오! 이 웨폰.. 꽤 오래되었군요. 옷으로 따지자면 헝겊이나 다름없어요.”

“어라? 기술자이신 줄 알았는데, 무기류도 꽤 잘 아시나 봐요.”

“무기? 아! 웨폰이라면 제가 아메리카 살 적에 아버지가 건트레이더여서. 대충은 알고 있습니다.”

“오, 대충이라는 건 혹시?”

“그저 어셈블링, 디스맨틀링 정도?”

“..?”

“오우, 미안해요. 분해, 조립, 강화정도는 충분히 할 수 있어요.”


광훈은 겉과 속이 별다르지 않았고.

원체 머리에 복잡한 생각은 많지 않아 투명한 사내였다.

그리고 이번에도 역시, 표정을 숨기는 게 힘들었다.

지금 그의 표정은 순식간에 기대에 차, 밝아지고 있었다.

얼굴을 보자 의미를 알아차렸다는 듯.

챈들러가 코를 쓱 훔치며, 총에 손을 가져다 댄다.


“후후, 미스터 광훈. 제가 이 총을 손봐줘도 되겠습니까?”


빵끗!

챈들러에게 일을 맡기고, 광훈은 미소를 지으며 기지 밖으로 나왔다.


“..but, 완전히 고치려면 여기에 있는 재료로는 부족해요. 몇 가지 자원을 구해다 주시겠어요?”


그가 부탁한 자원을 구하기 위해서였다.


멀리 나갈 필요도 없었다.

챈들러의 말에 따르면 주위 절벽 근처.

그곳 주위에 있는 동굴에 들어가면 된다고 했었다.


“휴! 정말 다행이야.”


심적으로 여유가 생긴 상황.

마침 임무도 하나 해결한 참이라, 몸도 자유롭다.


‘그나저나. 언제부터 내가 이렇게 자유로웠었지?’


시설도 안 좋고, 먹을 것도 부족하다. 

하지만 여기에 오고 유일하게 좋은 점이 하나 있다면.

그건 바로 비교적 자유롭게 사냥을 할 수 있다는 거였었다.

그리고 이게 그가 자유롭다고 느낀 가장 큰 이유.


“어?”


만약 여기에서 성과를 올려, A급으로 복귀한다면.

생기게 될 일.

그중 확실한 것 하나는 꼰대 같은 헌터본부가 그를 내버려 두지 않을 거라는 점이었다.


‘여기에 있는 게 오히려 좋은 거 아니야?’


라는 생각이 순간 들기도 했지만.

광훈은 알고 있었다.

언제가 될지는 모르지만.

활약을 펼치면 펼칠수록.

그들은 자신을 다시 불러, 손안에 두고 싶어 하겠지.


“역시, 싹 갈아엎어야 속이 편하겠어.”


스스로 다시금 다짐했다.

언젠가 헌터본부를 싹 갈아엎어 버리겠다고.


“그나저나 주위에 아무도 없으니까 좀 심심한데. 괴수라도 안 나타나나.”


그리고 한참을 뒤져봐도 절벽에는 동굴이라고는 코빼기도 보이지 않았다.


‘..마치 소설처럼 짐꾼+설명충 캐릭터 한명 있으면 편할 텐데 말이지.’


그렇게 무심코 생각하던 광훈의 눈앞에 한 녀석이 나타났다.


“키싯!”


원하던 짐꾼이 나타난 거였다.

정확히 말하자면 한 ‘명’ 이 아닌 한 ‘마리’ 였지만 말이다.


“오옹! 바로 여기 있었네?


놈의 정체는 우리들의 반가운 친구, 고블린이었다.


“이,인간? 어떻게 말이 통하는 거지 키엑!”


놈은 기겁하더니 도망치려 했지만.

광훈이 이를 곱게 보내줄 리가 없었다.

살짝 발을 걸자 놈은 그대로 고꾸라지고 말았다.


치이익!

바닥에 엎어지는 놈이 일어나는 걸 천천히 위에서 쳐다보는 광훈.


“안녕?”

“케에엑!”

“흠, 왜 고블린이 여기까지 온 거지? 그것도 혼자서?”


고블린은 원체 무리생활하는 하위급 괴수.

의아하던 광훈은 앗, 하며 말을 멈추고, 입을 다물 수밖에 없었다.


“끄윽! 우리 가족..누가 몰살..키엑!”


순간 울먹이더니 고블린이 비명에 가까운 괴성을 내질렀던 거였다.


‘딱 보니 알겠다.’


여기에 와서 처음 초토화 내버린 고블린 군락.

거기에 속해있던 놈이었다.

그리고 새끼인지 아직 성체에 비하면 한참 어렸다.


“···.”

“..살려 줘라! 나, 여기 잘 안다. 인간들 좋아한다. 정보!”

“오?”


하긴 여기에서 사는 거주자만큼 정보를 잘 아는 자는 없을 터.


‘갈 곳도 없어 보이는데. 한번 데리고 다녀봐?’


이 정도로 어리다면 사람들을 해칠 걱정은 아직 없었다.

게다가 만약 여차하면, 고블린 가족들의 품.

그곳으로 승천시켜주면 되니까.


“그려..니 이름은 오늘부터 춘식이여.”

“케에엑?”

“왜? 싫어?”

“나 있다, 이름. 고스트라무스 봉그레우스 3세!”

“그래? 그러면 줄여서 고봉이라 부르면 되겠네. 따라와 봐 고봉아.”

“키익?”


털썩.

광훈은 그대로 놈에게 자기 가방을 건네주며.

기술자, 챈들러에게 부탁받은 자원을 찾아.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


고블린, 고봉은 지금 상황이 어떻게 된 건지 영문을 모르겠는지 멀뚱히 그를 바라보다가.

본능적으로 뭔갈 느꼈는지.

아니면 따라가지 않을 경우 생길 일이 두려웠는지.


탁탁탁!

말 없이 작은 발로 가방을 매곤, 광훈의 뒤를 따라나섰다.


***


“휘이익!”


탁!

수십, 수백번도 넘게 연습한 활쏘기.

야생에 가까워서 그런지 수많은 별이 하늘에 떠있다.

야심한 밤.

밤을 새우며 팔의 감각에 집중해나간다.


‘그때의 그 느낌.’


도준이 지금 하는 것.

그건 활쏘기 스승이라 할 수 있는 C급 헌터, 김동동이 낸 훈련이었다.

저 멀리 보이지도 않는 표적을 맞춰야 하는 시험.

이걸 하는 이유는 동동이 호언장담을 한 그 ‘비기’ 를 얻기 위해서였다.


“후욱.”


그때 봤던 장면을 상상하며.

쉬지 않고 활시위를 당긴다.


“어이, 열심인데~”


주위에서 사람들이 지나갔지만 제대로 몰입한 도준은 대답조차 할 수 없었다.

온전히 그 실력을 내 것으로 카피하고 말겠다는 집착에 가까운 집중력.

무언가 훔칠 게 생기면 광기에 가깝게 변하는 도준이었으니.

이번에도 그의 스위치가 켜진 거였다.

다른 건 눈에 뵈지도 않는, 초집중의 상태가 수시간째 유지된다.


‘설마..’


심지어 그를 가르친 김동동이 주위를 돌아다니면서 말을 걸어봐도 마찬가지.

그리고 그는 이내 알아버린 사실이 하나 있었다.

바로 자신이 가르친 신참 헌터, 민도준.

그의 재능이 무지막지하다는 거였다.


타악!

처음에는 완전히 다른 곳에 활을 쏴버렸지만.

낮이 지나, 점심을 먹고 오자. 

발사하는 화살들은 어느새 나무에 근접해 있었고.

밤이 되어도 그는 쉬지 않고 있었다.


“벌써 이 정도라니.. 이미 양궁 대회에서 최소 순위권에 들 수 있는 실력이다.”


오늘은 동동이 순찰을 하는 차례.

그는 나무 위에 올라, 사냥용 간이 망원경을 꺼내 이리저리 살피더만.

이내 도준이 밤새 훈련하고 있는 곳으로 시선을 옮겼다.


“따아악!”


그 순간.

망원경을 움직인 순간.

눈을 의심할 수밖에 없었다.


“저..저건.”


동시에 세발을 활에 걸고.

한 번에 발사하는 기술.

세발은 전부 동일한 포물선을 그리고 날아가더니.


따다닥!

표적에 정확하게, 한 번에 박히고 말았던 거였다.


“어..떻게..”


세개의 활을 동시에 쏠 수 있는 힘과 집중력.

게다가 각자의 궤적을 계산해, 마음대로 조종할 수 있는 균형.

마지막으로 정확한 타이밍을 노려서 손을 놔야 하는 인내심까지.

방금 본 광경.

그건 평생 활만 쏴온 자신도 버거워하는 ‘그 기술’이었다.


“어떻게..트리플 샷을 쓴 거지 저 자식?”


상상이나 잘못 본 거면 좋았으려만.

방금의 장면은 두말할 필요 없이 그 ‘기술’이었다.

자신이 알려주려던 비기, 트리플 샷이었던 거였다.


“탁탁”


다음날이 밝자마자.

저 멀리 뿌듯한 듯.

주먹을 쥐락펴락하며 자신에게 다가오는 민도준.


“허억.”


김동동은 그를 피해, 팀장에게 달려갔다.


“오, 동동이 아니냐. 무슨 일이야? 이런 아침부터. 보고할 거라도 있나?”

“..팀장님. 저 사냥 좀 하고 오겠습니다.”

“엥? 갑자기?”

“요즘, 주, 주변에 괴수 많지 않았었죠? 하하.”

“음.. 감염된 워울프가 죽어서 당분간은 괜찮..”

“크, 헌터로서 사람들을 해치는 괴수를 두고 볼 수 없죠. 장기사냥으로, 한 일주일은 다녀와야겠는걸요?

“아니.. 그렇게 오래는..”

“바로 다녀오겠습니다!”


자부심을 가지고, 떵떵거리며 최소 몇년은 걸릴거라 했던 자신이 부끄러워진다.

그 수치심에는 사실 은연 중.

F급이라 그를 무시한 것도 한몫했으니.

기대해서 다가오는 도준.

그에게 겨우, 가문 대대로 내려오는 비기가.

알려주지도 않고, 스스로 깨우친. 

트리플 샷이라 말하기란, 죽기보다 싫었던 동동이었다.


‘..범상치 않다고 예상은 했다만. 생각보다 더 괴물이었잖아?’


후다닥.

그렇게 김동동은 종종걸음으로 도준을 피해 밖으로 나가며 혀를 내두를 수밖에 없었다.

왜냐하면 그는 손목에 있는 시계를 확인하고 말았기 때문이었다.


“미친. 내가 훈련을 시킨 지 일주일도 안 지났다고?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사냥꾼이 미쳤다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공지 연재 시간은 매일 오후 7시 20분입니다. 24.06.10 33 0 -
35 추함 24.07.13 13 0 8쪽
34 실수 24.07.12 12 0 9쪽
33 투기장 24.07.11 14 0 10쪽
32 진입 24.07.10 19 0 9쪽
31 무기 24.07.08 21 0 10쪽
30 위기 24.07.07 19 0 10쪽
29 선택지 24.07.06 22 0 10쪽
28 24.07.05 22 0 10쪽
27 악마 24.07.04 21 0 11쪽
26 파츠 24.07.03 22 0 11쪽
25 조우 24.07.02 24 0 12쪽
24 전기 24.07.01 23 0 11쪽
23 강적 24.06.30 26 0 12쪽
22 엽총 24.06.29 26 0 10쪽
21 오해 24.06.28 32 0 11쪽
20 기행 24.06.26 30 0 12쪽
19 구출 24.06.25 27 0 11쪽
» 비기 24.06.24 28 0 11쪽
17 숙명 24.06.23 32 0 12쪽
16 활약 24.06.22 33 0 12쪽
15 돌발행동 24.06.21 41 0 11쪽
14 호위임무 24.06.20 37 0 10쪽
13 복귀 24.06.19 41 0 12쪽
12 감염 24.06.18 42 0 11쪽
11 복수 24.06.17 35 0 12쪽
10 습격 24.06.16 38 0 11쪽
9 낚시꾼 24.06.15 39 0 12쪽
8 임시기지 24.06.14 40 0 13쪽
7 파레트 24.06.13 46 0 12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