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냥꾼이 미쳤다

무료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판타지

집요
작품등록일 :
2024.06.10 16:59
최근연재일 :
2024.07.13 19:20
연재수 :
35 회
조회수 :
1,675
추천수 :
7
글자수 :
171,345

작성
24.07.06 19:20
조회
22
추천
0
글자
10쪽

선택지

DUMMY

오왕초는 산을 오르더니 느닷없이 우뚝 멈추고 말았다.


“아저씨. 왜 그래요? 갑자기 멈추고.”

“..아무것도 아니다.”


그 옆에 서 있던 김동동.

둘은 함께 임시기지로 향하던 길이었다.


‘아. 그걸 말 안 해줬군.’


다 핀 담배 연기가 피어 올라가며.

그는 뭔가 염려를 하는 듯 살짝 인상을 찌푸렸지만.

알 바 아니라는 듯 그대로 산을 다시 오르기 시작했다.

머릿속을 빠르게 지나간 그 염려란.


‘스톤임프의 구역이 사라진다.’


이 말인즉슨 주변의 다른 괴수들 역시 나타날 수 있다는 거였으니.

마침 그가 알고 있는 주위에서 돌아다니는.

유랑을 하는 것 같은 괴수 무리가 있었던 거였다.


“흠, 뭐 스톤임프무리가 사라졌다고, 바로 피난처쪽을 점령하러 오진 않겠지...”


게다가 그 괴수들의 등급은 4에서 높게 쳐줘야 3.5정도.

방금 3등급의 스톤임프를 잡은 둘이라면 충분히 파훼할 수 있을 터.


‘..광훈이라는 녀석 제법 강해보이더군. 녀석이 있다면 괜찮을 터.’


그리고 그의 예측은 빗나갔다.


***


뭔가 데자뷰인양.

익숙한 장면이었다.

자신을 두고, 광훈이가 어딘가 사라져버리는.

그런 경험은.


민도준은 썩은 미소를 지으며.

허망하다는 듯 앞을 바라봤다.


‘어쩌냐..저거..’


불과 몇 분 전.


아리랑.

광훈이 임프를 잡을 때 사용했던 총의 파츠였다. 

그게 불러일으킨 나비효과.

갑옷을 그대로 박살 낼 만큼 강력한 화력, 그리고 반동을 지녔지만.

하나 더, 그가 간과하고 있던 게 있었으니.


“콰아앙!”


그 파츠를 단 순간.

총기 발사음이 몇십배는 더 커졌었다는 거였다.

말 그대로 주위의 산을 넘어.

평야까지 들릴 정도로.


“끼룩?”


오왕초가 괜한 걱정이라며 생각하며 넘기려던 그 순간.

동시에 괴수 세 마리가 고개를 들었고.

이제는 광훈, 도준이 있는 피난처 쪽으로 전력 질주를 해오고 있었다.


푸다다다!

타조처럼 생긴 모습.

살짝 더 클 뿐, 생긴 것도 별반 다르지 않다.

하지만 푸켓몬을 연상시키듯.

멀리서도 놈들을 식별할 수 있는 특징이 있었는데.

놈들의 몸에는 이글거리는 불꽃이 군데군데 나 있었다.

그리고 놈들의 눈빛 역시 화가 난 것처럼.

이글거리고 있었다.


‘붉닭..?’


“야, 광훈아. 저기 뭐 오는데? 어, 광훈아?”


도준은 그를 부르며 망원경을 가방에 넣었지만.

아무리 주위를 둘러봐도 그는 보이지 않았다.

저 멀리 참호에 가까이 가자.

드디어 광훈이 보였지만.


“광훈아 장난치지 마라...”

“응? 왜?”

“아니, 지금 상황에 그 칩인지 뭔지 테스트를 보러 떠난다고? 나만 두고?”

“엥? 뭐 이쪽으로 오나 봐..치직.”


그는 밝은 미소와 손으로 인사를 하더니.

그대로 뿅하고 밝고 푸른 빛과 함께 사라지고 말았다.

떠나는 목 뒤에는 칩이라 불렸던 물건이 붙어 있었다. 


“김광훈 너 지금 뭐가 오는지. 알고 사라진 거지.”


물론 이미 떠난 그가 대답할 수 있을 리가.


딱 기가 막힌 타이밍.

신이 장난이라도 치는 듯한 우연의 일치였다.

그가 사라지자마자 빠른 속도로 세 마리의 타조모양의 괴수가 다가오고 있었던 거였다.


“···.”


오왕초가 광훈에게 준 칩.

아직 자세히 알 순 없었지만.

낚시꾼들이 만든 물건으로.

걸어놓은 ‘암호’ 를 해제하기만 한다면.

종류에 따라, 아이템, 기술, 정보까지.

여러 가지를 얻을 수 있다는 거였다.

그리고 확실한 것 하나는.

그 암호를 해제하려면 가상의 공간으로 들어가야 한다는 것.


“..이 상황 뭔가 이미 겪어 봤던 것 같은데. 쩝.”


이곳 UT-3에 와서 처음 겪은 일.

그건 고블린 두 마리와 사투를 벌였던 거였다.

그리고 그때나 지금이나 광훈이는 역시 없었다.


“키익?”


옆에 남은 거라곤.

가방을 잔뜩 메고 뻘쭘하게 서 있는 새끼고블린 한 마리.

게다가 광훈이 없으니 말도 안 통한다.


“휴우..”


도준은 지체할 시간이 없었다.

저 멀리 달려오는 세 마리의 괴수.

놈들은 분명히 이쪽으로 오고 있었다.


‘아직 거리가 있다. 승산이 있어.’


예전의 고블린을 상대할 때와 지금의 도준은 달랐으니.

그에게는 든든한 활이 있었고, 믿음직한 화살이 있었다.


“스스슷!”


김광훈이 사냥하는 방법.

그건 자신이 지닌 초인적 힘과, 동물과의 소통을 통해.

압도적으로 찍어누르는 것.

아무리 헌터경력이 짧다 해도 알 수 있었다.

이런 방식의 사냥은 다른 헌터가 따라 할 수 있는게 아니란 걸.


‘내가 할 수 있는 건 이거밖에 없다. 한땀한땀. 정교하게.’


생각할 수 있는 건 이거였다.

가지고 있는 지식과 기술을 총동원해.

마치 도둑질을 하던 때처럼.

하나의 전투에서 최선을 다하는 수밖에 없었다.


‘파레트.’


눈은 오드아이.

손에는 활을 들고.

정신은 동요하지 않는다.


“약점은, 저기군.”


놈들의 약점은 불길이 없는 가슴과 다리.

그리고 가장 푸르게 빛나는, 취약점은 머리였다.


“트리플 샷!”


푸슈슉!

세발의 화살이 일제히 날아간다.

밤을 새워가며 스스로 익힌 기술 트리플 샷.


그냥 감으로 쏠 수도 있었지만.

그건 그의 방식이 아니었다.

약점을 확인하고, 최대한 가능성이 높도록 사냥을 자신의 판으로 만들어간다.

그게 도준의 사냥이었다.


따닥!

아무래도 거리가 거리인지라.

한 녀석에게.

두발밖에 맞지 않았지만.


“털썩!”


머리에 맞은 녀석은 두방으로도 꽤 상처를 입었는지.

오다말고 그대로 고꾸라졌다.


“좋아, 다음은.”


도준은 등 뒤로 손을 움직이다가 멈칫, 하고 말았다.


“아, 맞다.”


‘화살은 무한한계 아니었지.’


이미 스톤임프 처치할 때 써버렸고.

그 전에 사공을 피하면서 뛰느라 흘린 것도 꽤 되었으니.

손에 잡히는 건 겨우 화살 하나뿐이었다.

놈들을 전부 처치하기엔 역부족.


“고, 고봉이라고 했나?”

“키이익?”


도준은 당황하더구먼, 뭔가 퍼뜩 생각났는지.

고봉에게 뭔가 작전을 시키려는 듯 손짓, 발짓을 하며 열심히 설명을 해나갔다.


만약 모르는 사람이 이를 본다면.

한심하게 쯧쯧 했을 테지만 어쩔 수 없었다.

추해보이고, 정신 나간 것처럼 보이지만.

고봉과는 말이 통하지 않았고.


“끼에엑!”


저 괴수 놈들은 더 화나서 날뛰면서 달려오고 있었으니까.

그리고 도준이 생각하고 있는 이 계획은.

조그만 새끼고블린이 도와줘야만 할 수 있는 일이었다.


“케헤헤!”


고봉은 망원경이 없기에.

저 멀리 괴수들이 오는 걸 모르고 있었으니.

어안이 벙벙한 채.

입을 벌리곤 인간, 도준이라는 놈이 갑자기 광대짓을 하는 걸 코를 파며 바라봤다.


***


광훈은 밖의 상황은 전혀 모른 채.

안으로 들어왔다.


“둠칫둠칫.”


심지어 아까 총을 쏠 때.

어깨가 들썩였던 그 기분을 되살리며.


“크, 아까 기분 좋았는데 말이지. 돌아가면 챈들러한테 더 만들어달라고 해야겠어. 다른 파츠도 있으려나?”


재현하듯 휘파람을 불며, 춤을 춰보기까지.

아주 여유만만이었다.


물론 천천히 나중에 칩을 해제해도 되겠지만.

그건 성미에 맞지 않았다.


‘걸리는 게 있으면 단번에 해치워버리는 게 낫지. 암, 그렇고 말고.’


그리고 가상현실이란 게 뭔지 궁금하기도 했었다.


“좌아악.”


그때, 맑은 기계음이 나더니 눈앞에 처음 보는 홀로그램이 떠올랐다.


[칩의 권한자라면 허가를. 침입자라면 시험을]

[사용자의 식별을 시작합니다..1%...2%..]

.

.

.

[허가받지 않은 사용자입니다. 즉시 ‘암호’를 발동합니다]


촤르르륵!

뭔가 룰렛이 돌아가는 화면이 나오더만.

그곳에 곧 나타난 것은 세 가지였다.

그리고 세 가지는 전부 동일한 모양.

괴수의 모습이었다.


[1단계. 전투암호를 개시합니다]

[와일드보어 30마리를 사냥하시오. (0/30)]


그 순간.

주위에 아무것도 없었던 공간이 풀숲으로 바뀌더니.


“꾸에엑!”

“꾸익!”


거대한 멧돼지 30마리가 일제히 이곳으로 달려왔다.


“오, 저놈들을 처치하면 된다고? 그냥? 사냥하면 되는 거야?”


이미 총을 사용한 전투를 치른 참이라 손이 간질간질하던 참.

오히려 좋았다.

자다가도 펄쩍 뛰는 단어가 ‘사냥’ 이었으니까.


“후으으으읍”


광훈은 준비라도 하는 거처럼 주먹을 뒤로 빼더니.

놈들이 지근거리에 오자.

달려오는 녀석들을 향해 쉬지 않고 주먹을 날려댔다.


퍼버버벅!

수십번의 주먹들이 꽂힌다.


[와일드보어를 30마리를 사냥하시오.(6/30)]

[와일드보어를 30마리를 사냥하시오.(12/30)]

[와일드보어를 30마리를 사냥하..(18/30)]

[와일드보어를..(22/30)

.

.

.

너무나 빠른 속도에 여러 창이 겹쳐서 눈앞에 나타난다.


고향에서 자면서도 잡았던게 멧돼지인데.

아무리 괴수라한들.

전문 사냥꾼.

헌터, 광훈에게는 간식거리에 불과할 뿐이었다.


상황이 정리되자.

눈앞에 또 다른 창이 떠오른다.


“이거 뭔가 게임 같은데?”


[(30/30) 삐빅! 1단계를 통과하셨습니다]

[2단계. 스콜피온 킹을 처치하시오(0/1)]

.

.

.

[2단계. 스콜피온 킹을 처치하시오(1/1)]

[3단계. 지네독충을...]


그야말로 파죽지세.

이 전투 위주의 암호가 힘든 이유.

그건 바로 혼자서 싸워야 한다는 거였다.

그것도 수십마리가 넘는 괴수들과.

하지만 광훈은 사람 자체가 강해서 그런지 별로 힘들지 않았다.


[3단계. 지네독충을 처치하시오(10/10)]


그렇게 순식간에 3단계까지 싸움을 마치고 숨을 돌리자.


[암호해제를 완료하셨습니다]

[‘보상’을 선택해주십시오]

.

.

.

[1. 무리하지 않는 절제의 저력]

[2. 무궁한 유지의 길]

[3. 짧은 일격의 힘]


“어?”


약간의 텀을 두고 마치 시스템 창 같은 이 푸른 창이 제시하는 것.

그건 예상치 못했던 결과, 선택지였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사냥꾼이 미쳤다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공지 연재 시간은 매일 오후 7시 20분입니다. 24.06.10 33 0 -
35 추함 24.07.13 14 0 8쪽
34 실수 24.07.12 12 0 9쪽
33 투기장 24.07.11 14 0 10쪽
32 진입 24.07.10 19 0 9쪽
31 무기 24.07.08 21 0 10쪽
30 위기 24.07.07 19 0 10쪽
» 선택지 24.07.06 23 0 10쪽
28 24.07.05 23 0 10쪽
27 악마 24.07.04 21 0 11쪽
26 파츠 24.07.03 22 0 11쪽
25 조우 24.07.02 24 0 12쪽
24 전기 24.07.01 23 0 11쪽
23 강적 24.06.30 26 0 12쪽
22 엽총 24.06.29 26 0 10쪽
21 오해 24.06.28 32 0 11쪽
20 기행 24.06.26 31 0 12쪽
19 구출 24.06.25 27 0 11쪽
18 비기 24.06.24 28 0 11쪽
17 숙명 24.06.23 32 0 12쪽
16 활약 24.06.22 33 0 12쪽
15 돌발행동 24.06.21 41 0 11쪽
14 호위임무 24.06.20 37 0 10쪽
13 복귀 24.06.19 41 0 12쪽
12 감염 24.06.18 43 0 11쪽
11 복수 24.06.17 35 0 12쪽
10 습격 24.06.16 39 0 11쪽
9 낚시꾼 24.06.15 39 0 12쪽
8 임시기지 24.06.14 40 0 13쪽
7 파레트 24.06.13 46 0 12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