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 없던 술사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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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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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6.11 08: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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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8.26 1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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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7.03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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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루베의 환영술(1)

DUMMY

“진한에요? 혼자?”

반유민 과장이 놀라 물었다.


당연히 혼자 가야 한다. 무슨 일이 생길지 모르니까.


이 사람들까지 지키기에는 무리다. 영담호에서 체력을 써버린 탓에 아직 기력이 돌아오지 않았다.


“유 선생은 내일 출근···이 아니군요. 난 보고서 써야 하는데.”

반유민이 한숨을 내쉬었다.


“무슨 일 생긴 거죠?”

송자림이 들고 있던 나무 막대를 까딱거렸다. 은장도를 묶었던 그 막대이다.


죽은 나뭇가지라 귀력을 빨아들이지도 못했는데, 왜 가져 왔을까.


아직 마르지 않은 나뭇가지를 썼다면 싸우는 동안 귀력을 머금었을 것이다.

악귀나 요괴의 정수까지는 못 삼키지만, 아쉬울 때는 쓸만하다. 적어도 송자림이 가져온 마른 가지보다는 훨씬 낫다.


좋은 구실이 떠오르지 않았다.

“뭘 좀 알아보려고요.”


“흐음, 귀령송환사가 알아볼 일이라···.”

송자림이 웅얼거리자 반유민은 크큭 코웃음을 지었다.


“우리 팀이 진짜 특수관리과다워졌어. 호호.”

“끝판왕이지.”


내 말에는 대답도 하지 않고 두 사람은 꿈에 부풀었다. 앞으로 특수관리과가 천하무적이 될 거라는.

그들이 무슨 말을 하든 내 갈 길을 가면 되지만.





진한 터미널에서 내려 잠시 사람들을 둘러보았다. 떠나고 들어오는 사람들로 북적거렸다.

나는 사물함에 다른 짐을 넣고, 폰만 꺼내 들었다.


환영에서 본 간판 중에서 찻집 간판을 골라 찾아갔지만, 근처에 공사장은 보이지 않았다.

그다지 큰 건물이 아니었는데.


택시에서 내려 가만히 거리를 돌아보았다.

환영으로 본 도시는 심하게 왜곡되어 있었다.


내가 본 가게들이 실제로는 전혀 가깝지 않았다. 검색할 때 상세 주소까지 확인하지 않았더니만.


두 번째 가게를 찾아 모퉁이를 돌았다.


육 차선 도로가 곧게 뻗어있어 차들이 빠르게 지나갔다. 건널목에 서서 네거리를 돌아보았다.


공사가 중단된 건물은 보이지 않았지만, 도로 건너편에 두 번째 가게, 식당 간판이 보였다.


신호를 기다리며 식당 문을 바라보는데, 그 앞으로 한 여인이 지나갔다.


하얀 머리카락이 가장 먼저 눈에 띄었다. 키가 작고 마른.

‘백여우?’


태양 아래 하얗게 빛나던 백여우의 털이 생각났다. 영수(靈獸)치고는 작았지만, 아주 영리했다.


그녀는 빠른 걸음으로 식당 옆 골목으로 들어갔다.

얼굴을 보니 주름이 깊지 않다. 오십 대 초반?


‘백아···.’

나는 신호가 바뀌자마자 힘껏 달렸다. 그녀가 사라진 골목으로 뛰어 들어갔다.




백여우가 아닌 줄 알면서도, 햇빛에 반짝이는 흰 머리카락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여자는 가끔 멈춰서서 지도를 확인하고 골목을 돌아보았다. 길을 찾느라 내가 뒤에 있는 것도 모르는 듯했다.


그렇게 골목을 몇 개 지났는데, 바로 앞에 커다란 건물이 나타났다. 대지 면적으로는 지하철 역사라고 해도 믿을 정도였다.


그 앞에서 여자가 멈춰 섰다.


‘여긴···?’

내가 찾던 바로 그 건물이다. 공사가 중단된.


이렇게 크지 않았는데?

아···. 내가 본 건 일부분이구나.


환영에서 본 것은 골격만 세워진 빌딩 지하, 어두운 구석. 흙더미. 그게 전부였다.



새로운 번화가를 만들려는 야심 찬 계획이었는지, 지금의 번화가와는 조금 떨어져 있다.


5층까지 골격도 세우고, 3층 외벽까지 마무리했는데, 오래전에 중단되어 여기저기 녹이 많이 슬었다.


내 키보다 높은 철책으로 사방을 둘러막았다. 커다란 현수막이 철책을 따라 깃발처럼 펄럭였다.


‘출입금지’

‘유치권 행사중’

‘사유지 침입 제한’


샤또 플렉스 건설 현장이라는 팻말은 색이 바래 글자가 제대로 보이지도 않았다.


여자는 철책을 따라 둘러보다가 벌어진 틈을 찾아냈다. 틈 사이로 안을 기웃거리더니 한쪽 발을 뻗었다.

저기로 들어가려고?


“위험합니다!”

나는 여자를 불러세웠다.


“에구, 깜짝이야!”

여자가 흠칫 놀라 돌아보았다.


흰 머리카락만 빼면 백여우와 전혀 달랐다. 하긴, 사람이 백여우와 닮을 수가 없지.

가까이에서 보니 햇빛 때문에 눈가의 주름이 더 깊어 보였다.


“귀신도 그렇게는 안 나와. 아효.”

여자는 가슴을 쓸어내리며 숨을 들이마셨다.


“안에 뭔가 있습니다. 들어가면 안 됩니다.”


환영이 맞다면 수루베의 기운이 느껴져야 하는데, 괴이한 기운이 가득 차 있었다.


꺼림칙한 검은 안개가 철책 안쪽에서부터 건물 전체를 덮고 있다. 사람에게는 보이지 않겠지만.


요괴 무리는 아니다···.

잡귀가 수십 마리, 이번에는 센 놈들이다. 놈들 때문에 수루베의 기운도 가려졌나.


“자네가 더 위험해. 난 찾을 사람이 있어서.”

여자가 철책 안으로 발을 집어넣으려다 말고 돌아섰다.


“어, 잠깐···.”

그녀는 몸을 돌려 나와 마주 보았다. 고개를 들어 내 눈을 똑바로 바라보았다.


“뭐하십니까?”

“이 기운···. 혹시 내가 찾는 분인가··· 요?”


여자의 목소리가 바뀌었다. 낮고 느리고 예의 바른 말투였다.


“예?”

“한 달 전쯤 남부에 가지 않으셨나? 유물수집상에 들렀죠?”


여자가 눈을 가늘게 떴다.

구름 사이로 햇빛이 비쳐들자 눈동자의 빛이 맑게 바뀌었다.


‘평범한 사람은 아니군.’

그녀는 유하준 속의 나를 보려 하고 있다.


남부, 내가 유하준의 몸으로 깨어난 곳이다. 이곳에 와서 처음으로 잡귀를 소멸시킨 곳.

이 여인도 거기 있었던가.


“귀한 분이 시간을 건너온다고 들었어요. 이번에는 꼭 만나야겠기에···.”


여자는 두 손을 모으고 한 걸음 물러났다.

“맞죠? 현무족의 주술사···.”


나를 알아보다니, 상당한 실력이다. 그녀가 신통한지, 그녀에게 알려준 누군가가 영험한지.


“누구에게 들었습니까?”

“저를 이끄는 신장이 알려주었습니다.”


“신장?”

“십이지 신장 중의 하나일 겁니다. 대대로 토우에 깃들어계시지요.”


십이지 신장을 모시는 술사가 있다고? 그들이 사람을 부리던가?


“십이지라면 열둘이나 되는데 그중에서 무엇입니까?”

“그건··· 알아보지 못했어요.”

그녀는 미안해하며 고개를 저었다.



십이지 신장이라···.

신귀도 열두 신장의 모습으로 땅에 내려왔다고 했다.

그것도 아주 오래전이다.


신성한 산, 거룩한 제단에서 뿔피리를 받았을 때 그 소리도 함께 들렸다. 신귀가 열두 신장의 모습으로 땅에 내려왔다고.


대요괴와 놈을 따르는 무리를 집어삼킬 신귀를 애타게 기다렸건만, 그때는 누구도 신귀를 보지 못했다.

정확히 어떤 모습인지, 어디 있는지 아무도 몰랐다.


뿔피리를 소환했을 때는 이미, 아홉 주술사가 아니었다. 두 명이나 목숨을 잃은 뒤였으니까.



‘아무래도 그 신귀 중의 하나일 것 같은데···.’

보통의 십이지 신장이라면 구태여 나를 찾으라 명령하지 않았겠지. 내가 누구인지 모를 테니까.


내가 현무족의 주술사임을 알고 있다면··· 확실하다. 열두 신귀 중의 하나이다!

꽉 막힌 가슴에 숨통이 트였다. 한 줄기 빛이 쨍하고 비쳐들었다.


“그 신장과 어떻게 소통합니까?”

“꿈에서만 들려요. 열두 살에 처음 부름을 받고, 지금까지 네 번밖에 안 되지만요.”


“왜 나를 찾으라 했을까요?”

“도와드리라 하시더군요. 사람의 몸은 한계가 있으니까요.”


여자가 허리를 깊이 숙였다. 하얀 머리카락이 눈부실 정도였다.

“내가 돕겠습니다.”


아군 하나는 확보했군.

신력이 어느 정도인지는 모르나 앞으로 도움이 될 것이다. 신귀가 선택한 술사라면···.



“권시나입니다. 호는 큰맘입니다.”

“그럼, 다들 큰맘 선생이라 부르겠군요.”

“예. 그렇죠. 선생님은 뭐라고 부를까요?”


“가라뫼. 현무족의 대주술사 가라뫼였죠. 지금은 유하준입니다.”

“예. 가라뫼님.”

“유하준 입니다만.”


그래도 권 선생은 가라뫼라고 몇 번이나 중얼거렸다. 장단까지 맞추니 시조를 읊는 것처럼도 들렸다.


“여기는 무슨 일로 오셨나요?”

그녀는 철책 앞에서 물러나 짓다 만 건물을 올려다보았다.


“할 일이 있어서요.”

그녀는 일을 끝냈지만, 나는 이제부터 시작이다. 지하까지 내려가 수루베의 그림을 찾아야 한다.


“위험하니까 돌아가십시오. 나중에 지송박물관으로 찾아오세요.”


나는 틈이 벌어진 철책을 우그러뜨려 사이를 더 벌렸다. 비스듬히 몸을 돌려 철책 사이로 들어섰다.


“아니에요. 저도 도울게요.”

권 선생도 가방을 돌려 메고 나를 따라 들어왔다.


“분명 도와드리라고 불렀을 거예요.”

그녀는 철책 안으로 들어와 옷에 묻은 먼지를 털었다.


“가라뫼님을 찾는 것이 목적이었다면 박물관을 보여줬겠죠. 신장님이 이 건물을 보여준 건, 여기서 가라뫼님을 도우라는 계시입니다.”

그녀는 결의에 찬 표정으로 사방을 둘러보았다.




공사장은 을씨년스러웠다. 띄엄띄엄 줄을 맞춘 기둥 사이로 휘이잉 서늘한 바람이 지나갔다.

바람이 불 때마다 흙바닥에서 먼지가 풀풀 일어났다. 오래 묵은 흙냄새도 올라왔다.


바람 소리가 신음처럼 들렸다가 누군가를 부르는 것처럼도 들렸다. 방향에 따라서는 흐느끼는 소리가 되기도 했다.


“아무것도 없는데요.”

권 선생은 발꿈치를 들고 한 걸음씩 조심스레 걸었다.


“그래도 저기··· 이런 곳에는 귀기가···.”


나는 손을 들어 그녀의 말을 막았다. 내 손짓에 따라 그녀는 제 자리에 멈춰 섰다.


스스스.

쉬이익.

바람과는 다른 소리. 잡귀들이 움직이기 시작했군.


‘술력이다. 잡아먹자.’

‘너무 강한데?’

‘저 여자는 괜찮다.’


천장에서 두런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사람에게는 들리지 않는 소리이다.


소리는 못 들어도 귀기를 느꼈는지, 권 선생은 가방에서 노란 종이와 붉은 종이를 한 움큼 꺼냈다.

노란색 종이에는 붉은 글씨가, 얇고 붉은 종이에는 검은 글씨가 적혀있다.


권 선생은 기둥과 벽을 따라가며 띄엄띄엄 붙였다. 테이프를 찍찍 뜯어 붙이는 모습을 보니 괴리감이 들었다.


그래도 부적이 효과가 있는지 천장에 붙은 잡귀들이 더 이상 내려오지 않았다.


‘부적을 제법 쓰는구나. 하지만···.’

부적은 화조족의 하날야가 최고였다. 그녀는 빛으로 부적을 만들었다.


그녀가 받은 특별한 주술은 추포술이었는데, 그녀의 손끝에서 빛의 부적이 만들어졌다.


손을 움직이면 허공에 노란빛으로 무늬가 그려졌다. 잡귀나 악귀 정도는 단번에 집어삼키고 녹여버렸다.


요괴는 없애지 못해도 놈들을 쫓아가 마비시켰다. 그녀가 빛 그물로 묶어놓은 요괴를 내가 청동검으로 잘라내곤 했는데···.


그 순간을 떠올리니 청동검을 쥔 듯 손바닥이 뜨거워진다.




갑자기 바람이 세게 지나갔다. 기둥에 붙인 부적 몇 개가 바람에 휙 날아갔다.


그 사이로 다른 층에 숨어있던 잡귀들까지 한꺼번에 몰려나왔다. 천장에서, 바닥에서 물컹물컹 솟아 나왔다.


‘오랜만이네. 사람이 들어오다니.’

‘신선한 기운, 좋아.’


나는 바닥에 나뒹구는 쇠파이프 하나를 집어 들었다. 곤봉처럼 짧지만, 가늘면서도 단단하다.


하나둘 모습을 드러내는 희뿌연 덩어리들을 살펴보았다.

여기 있는 것은 모두 잡귀들. 물건에 숨은 것보다 크고 귀력도 세나, 위험할 정도는 아니다.


주먹에 힘을 주었다. 푸른빛이 팔뚝에서 손을 거쳐 쇠파이프로 옮겨갔다.

푸른 기운이 파이프를 감싸고 일렁였다.


“가라뫼님···.”

권 선생은 가방을 끌어안고 더듬거렸다. 바짝 굳어 눈빛마저 흔들렸다.


귀기를 볼 줄 알지만 싸울 줄은 모르는군. 특수관리과의 반유민 과장과 비슷하다.


“부적이 있는 곳으로 더 가까이 가십시오.”

내 말이 끝나기도 전에 권시나가 기둥 뒤로 물러났다.


녀석들을 기다릴 필요 없다. 이따위 잡귀는 단번에 처리해야지.


나는 잡귀를 향해 달려 나가며 파이프를 휘둘렀다. 은회색 파이프가 부웅 붕 소리를 내며 공기를 갈랐다.


‘뀌에엑!’

푸른빛에 닿자마자 귀는 허공으로 스러졌다.

싸울 것도 없다. 닿기만 해도 소멸하니까.


그럼, 여기 가득 찬 이 괴이한 기운은 뭐지? 수루베의 기운을 가린 무언가가 있는데?


잡귀가 만들 만한 규모도 아니다. 목숨을 앗아갈 정도는 아니어도 이곳과 어울리지 않는다.


‘뀌엑! 저놈은 뭐냐!’

‘그걸 쓰자!’

‘맞아, 그거!’

잡귀들이 저마다 소리 지르며 벽과 기둥을 타고 달려 나갔다.


도망가는 잡귀들을 쫓아 힘껏 걸음을 내디뎠다.


순간, 눈앞은 신성한 산, 거룩한 제단이 되었다. 아홉 부족의 깃발이 바람에 펄럭였다.




제단 근처에서 일월족 서내울의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그녀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일월족장이 대요괴에게 몸을 빼앗겼어. 날 죽이러 올 거야. 아홉이 아니면 피리도, 신귀도 부를 수 없어.’


그녀의 형상이 어슴프레 보였다가 흐려졌다. 허공에서 천천히 깜빡거렸다.

’내가 받은 주술을 옮겨놓았어. 제자들이 신성한 산으로 가져갈 거야.‘


그러나 그녀의 제자도, 주술이 담긴 그림도 끝내 오지 않았다.


화조족의 주술사, 하날야가 눈살을 찌푸렸다.

‘언젠가 우리 힘이 필요할 거야. 봉인은 소멸이 아니라서 땅끝 세계가 뒤집히면 결계도 깨질 테니까.’


’주술력을 나누는 건 위험해. 목숨을 나누는 것만큼.‘

아부취의 목소리가 지나가고.


옆에 서 있던 수루베가 똑바로 나를 바라보았다.

’요괴와 싸울 힘은 남겨둬.‘


그래, 그래서 나도 은신처로 돌아왔는데···.



끼루룩.

누군가의 웃음소리에 맞춰 짙은 안개가 다가왔다.


동료들은 사라지고, 눈앞에 현무족장의 시체가 눕혀져 있다.


새로운 족장이 된 그의 아들이 소리쳤다.

‘저 녀석이다! 저놈이 저주로 아버지로 죽였어!’


웃기지 마라. 너야말로 늘 나를 경계했지. 내가 사람들을 부추겨 군장이 되려 한다고 늘 의심하고 시험했어.


또 내 다리를 부러뜨리려고? 이번에는 마음대로 안 될 거다.

나는 사람들 속으로 뛰어들었다.


어느새 내 손에는 청동검이 들려있다. 새로운 족장 앞까지 한달음에 나아갔다.


“이노옴!”

있는 힘껏 검을 휘둘렀다.


젊은 족장의 어깨를 내리쳤는데, 사람의 형상은 사라지고 검만 부웅 떨었다.


검을 휘두르자 서 있던 사람들이 연기처럼 사라졌다.

내 손에 들린 건 청동검이 아니라 쇠파이프였다.


”환영?“

그 이상한 기운이 환각까지 일으켰나?

서늘한 바람이 머리카락을 휘젓고 지나갔다. 주위를 둘러보았다.


여기는 공사장이다.

나는 어둡고 서늘한 흙바닥에 서 있다.


아지랑이처럼 후끈한 기운이 몰려들었다. 그 속에서 스멀스멀 사람들이 일어섰다.


스승님의 목소리가 들렸다.

‘보이는 대로 놔둬라. 어차피 네가 없앨 것들. 두려워하지 마라. 이름도 붙이지 마라.’


‘놈들은 네 분노와 두려움을 먹고 귀력을 키운다. 이름 붙이면 그 이름으로 존재를 굳건히 할 거다.’


나는 눈을 감고 숨을 가다듬었다. 파이프에 다시 푸른 빛이 일렁였다.



”조심해요!“

높고 날카로운 목소리가 울렸다.


환영을 뚫고 잡귀들이 몰려들었다.

귀력이 느껴지는 방향을 따라 파이프를 휘둘렀다.


‘뀌에엑!’

놈들은 소리와 함께 흐물흐물 사라졌다.


남은 잡귀들이 도망치기 시작했다.

어림없다. 나는 뛰어오르며 놈들을 향해 빛을 던졌다.


푸른빛이 쇠파이프를 타고 채찍처럼 날아갔다. 올가미가 되어 잡귀를 사로잡았다.


파이프가 공기를 가르니 흙먼지가 끊임없이 피어올랐다.

짧은 비명이 잇따라 마른 공기를 울렸다.




귀기가 사라지자 어둡고 탁했던 기운도 사라졌다. 기둥 사이로 흐르는 바람도 깨끗하고 선선하다.


그 바람을 타고 땅 밑에서 강력한 기운이 스며 나왔다.

‘수루베···?’


수강족 수루베의 주술력이다. 아홉 주술사 중에서도 환영술을 잘 썼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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