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인과 고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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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나는산
작품등록일 :
2024.06.11 10:44
최근연재일 :
2024.06.24 20: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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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6.22 19: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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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

DUMMY

전에 놈이 말했듯 살인에 대한 그 어떤 책임이나 처벌은 없었다. 세상 사람들은 평소와 같이 지냈고 내게 죽은 사람들은 그들의 기억 속에서 자연스레 사라졌다. 그들은 마치, 자신만 괜찮으면 상관없다는 듯 남의 죽음에 전혀 관심이 없었고 그들 자신도 벽 속에 갇혀 스스로를 바라보지 않았다.


나는 그런 생각을 하다 곧 있을 살인대상을 찾으러 세상 밖으로 나갔다. 밖으로 나간 난, 커피를 내어주기 위해 쪼그려 앉은 가냘픈 여자가 아니라, 움직이고 생동하는 사람들을 보고 있다. 난 움직이는 사람들을 바라보며 온종일 생각했다. 그 생각은 골수가 터지고 내장이 뽑혀 나간 차가운 시체의 모습이었다.

그런데 어느덧 밤이 되고, 내 머릿속에서 놈과 한 약속이 떠올랐다.


조건 1. 반드시 하루에 한 명씩 살인하기


난 내게 죽을 사람의 피부에서 터져 나올 혈액과 살점, 그리고 그 후를 상상하며 미친 듯이 웃다, 갑작스레 급해지기 시작했다.

시간은 밤 9시. 하루의 남은 시간은 고작 3시간.

난 지금부터 3시간 안에 나를 위해 죽을 사람을 반드시 찾아야 한다.

하지만 나를 무심히 스쳐 가는 사람들.

세상으로 나온 난, 어디서 누구를 죽여야 할지 혼란스럽기만 했다. 그리고 내 품 있는 날카로운 칼날도 어디로 향할지 몰랐다. 그렇게 방황만 하다 어느 적막한 골목에 들어섰다. 거긴 분주한 거리와 달리 고요함만 있었다. 그런데 저기 멀리서 나를 지나가려는 한 여자가 보인다.

홀연히 나를 지날 수도 있는 여자.

아무것도 모른 채 여자는 내 앞으로 점점 다가온다. 난 아무도 없는 골목에서 그 여자의 복부에 칼을 내던진다.

살려달라는 말도 하지 못한 채 ‘헉 억’이라는 외마디를 남기고 죽어가는 여자.

난 다시 그 여자의 복부를 난도질한다. 그리고 망치와 다른, 날카로운 칼날의 질감이 내 손에 전해져온다. 그런 질감 때문이었을까? 아니면 벌려진 복부의 상처 때문일까?

난 여자의 벌어진 빨간 상처를 보고 나의 페니스는 미친 듯이 꿈틀거렸다. 그리고 결국 빳빳이 당겨져 바지가 견딜 수 없을 정도로 커졌다. 난 바지 사이로 튀어나온 페니스는 나도 모르게 벌어진 상처 사이로 들어가고 거기서 느껴진 질감에 극한의 쾌감을 느낀다. 그러나 아직 죽지 않은 여자는 나의 페니스가 상처 사이로 들어가자 고통에 몸부림치며 살려 달라 애원한다. 하지만 난 살려달라는 여자의 신음소리에 더욱 흥분해 더욱 빠르게 허리를 움직였고, 결국 그녀의 내장에다 하얀 정액을 뿌린다. 그렇게 사정을 한 후 그녀를 다시 바라봤다. 그녀는 죽어있었고 그녀의 복부에는 피가 섞인 붉은 정액이 흘러넘치고 있다. 난 붉은 정액을 보며 태어나서 처음으로 극한의 오르가즘을 느꼈다.

이전과 다른 미칠 것 같은 절정의 느낌

집에선 볼 수 없었던 죽은 자의 표정과 거친 호흡

그리고 거기에 흥분해 정액을 분출하는 나의 페니스


그런데 갑자기 죽어있는 그녀의 음성이 내 머리를 감싼다.

적막한 골목에서 울려 퍼지는 여자의 음성.

하지만 거기 있는 누구도 한 여자의 죽음 앞에 아무런 말이 없다.

불타오르는 나의 몸과 다르게 조금씩 차가워지는 그녀의 몸.

그녀는 홀로 차가운 바닥에 누워있었고 오직 그녀의 복부에 칼을 던진 나만이 그녀의 옆에 서 있다. 하지만 주변 사람들은 한 생명의 죽음을 외면한 채, 각자의 삶을 위해 벽 안 깊숙이 들어가고 있다. 그런 생각 때문일까?

다시, 차가운 시체를 바라보며 등에 달린 천사의 날개는 어느 순간 잘려나가고 차가운 쇠창살이 내 등을 파고든다.


다시 축 늘어진 페니스. 나의 페니스는 하얀 정액과 그녀의 빨간 피가 뒤섞인 채 굳어가고 있다. 난 굳어가는 페니스를 부여잡으며 집으로 돌아왔다. 그리고 또다시 극한의 고독감에 휩싸여 괴로워했다.

처음 보는 한 여자의 무의미한 죽음.

죽어가는 상처들 사이로 집어넣은 나의 페니스.

거기서 느껴지는 질감과 극한의 오르가즘.

타인의 절망을 통해 자유를 얻으려 했지만, 그건 나의 막연한 생각이었을 뿐.

난 그녀의 죽음을 통해 순간적인 쾌락만 있었을 뿐 아무것도 얻은 게 없었다. 그리고 그녀의 복부에서 느껴지는 뜨거운 피가, 역설적으로 나의 몸을 차갑게 했다. 그렇게 누구의 목숨이든 마음대로 빼앗을 수 있지만, 내면의 차가움은 전혀 채워지지 않았다. 오히려 내게서 빠져나간 정액만큼이나 내 몸은 더 차가워지고 있었다. 그리고 그 차가움은 늘어진 페니스뿐만 아니라 나의 온몸을 휘감고 있다.


다음날 아침. 전날에 느꼈던 차가움을 외면하려 전혀 엉뚱한 생각만 했다.

칼로 복부를 찌르는 게 아니라 목을 쳤어야 했나?

칼이 아니라 전처럼 망치로 정수리를 때려야 내 마음이 후련했을까?

살아있는 상처에다 페니스를 집어넣는 게 아니라 죽어가는 그녀의 성기에 집어넣었어야 했나?

난 그런 미친 생각을 하며 차가워진 날씨만큼 얼어있는 내 마음을 느꼈다. 그리고 고독이라는 몸부림 속에 평생 해보지 않은 생각들로 고통스런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이런 미친 생각을 반복하고 있는 내게 겨울의 어둠은 점점 짙어져만 간다.


그런 미친 생각을 하다 이번엔 대상을 바꿔 남자로 정했다. 그리고 도구는 처음과 같이 망치로 정하고 대상을 물색했다. 그렇게 밖으로 나간 난 ‘사람이 많은 가운데서 살인을 하면 어떨까?’하고 생각했다. 나의 살인을 옆에서 직접 본다면 사람들이 ‘각자의 벽 밖으로 뛰쳐나와 꺼져가는 생명에 조금이라도 관심을 주지 않을까?’ 하는 막연한 기대를 가지며.

난 그런 기대를 안고 동네 번화가인 두리백화점으로 갔다. 두리백화점 앞에 도착하니 사람들로 발 디딜 틈 없었다. 그리고 거기 있는 사람들의 표정은 추위 때문인지 움츠려 있었고 각자의 길로 바삐 움직이고 있었다. 난 사람들 사이로 이전 살인과 같이 나를 위해 죽을 사람을 두리번거리며 찾고 있었다. 하지만 전과 다르게 살인 후 죽어있을 시체의 모습은 상상하진 않았다. 그렇게 사람들 앞에서 냉정해진 난 아무 생각 없이 내 앞을 지나가는 남자의 안면을 망치로 내리쳤다. 내리친 망치는 남자의 입을 강타했고 뽑혀진 이빨은 땅바닥에 널브러졌다. 그리고 남자는 입을 부여잡으며 바닥에 쓰러졌고, 난 쓰러진 남자를 다른 사람들이 보란 듯 수차례 망치로 내리쳤다.

망치에 맞은 남자의 얼굴에선 피가 분수처럼 뿜어졌고, 거리엔 붉은 피 냄새가 진동했다. 그러나 살이 터지고 뼈가 부서지는 둔탁한 굉음에도 지나가는 사람들은 죽어가는 그를 쳐다보지도 않은 채 그저 외면하며 지나갔다.

사람들의 외면에 당황한 나는 곧 미친듯한 광기에 휩싸여 얼굴뿐만 아니라 남자의 온몸을 망치로 내리친다. 거기서 보이는 남자의 죽어가는 페니스. 난 축 늘어져 튀어나온 페니스를 힘껏 내려쳤다. 그렇게 내려쳐진 망치는 남자의 사타구니에 깊게 박히고 거기서 뿜어진 피가 나의 얼굴을 뒤덮는다. 난 얼굴에 묻은 피를 닦고선 다져진 남자의 몸을 바라본다. 그 남자는 그 순간 완벽히 혼자였고 매우 고독해 보였다. 그런 남자를 두고 주위에 아이든 노인이든, 남자든 여자든 그 누구든 간에 아무런 말이 없다. 난 사람들의 차가운 시선 때문인지 숨이 끊어진 남자의 온몸을 다시 한번 망치로 다진다. 그렇게 다져진 남자는 사람의 형태라고는 믿을 수 없을 정도로 망가졌다. 하지만 주변 사람들은 그 남자를 그냥 그렇게 두고 유유히 지나가기만 했다. 난 그런 세상사람들의 모습에 너무 당황했다. 사람이 그냥 죽어있는 게 아니라 다진 고기 마냥 형체도 없이 사라지고 있는데 아무런 말이 없다니?

난 굳어가는 시체를 바라보며 ‘이 세상에 살인은 일상에서 가장 흔한 일 중 하나인가?’ 하는 착각이 들었다. 그런 착각과 혼란 때문일까?

난 망치를 땅에다 던지고 품속에 있는 칼을 꺼내 들었다. 그리고 무심히 지나가는 노인을 붙잡고 물었다.

“사람이 죽어 가는데 왜 아무도 말이 없지? 왜 아무도...”

난 울부짖는 목소리로 노인에게 외쳤으나 노인은 그런 내 손을 뿌리치며 나를 외면하려 했다. 난 다시 뿌리친 손을 부여잡으며 또다시 소리쳐 봤지만, 노인은 아무런 말이 없었다. 난 그 노인을 바라보며 생각했다.

세상 사람들은 누가 죽든 살든 아무런 관심이 없다.

심지어 잔인하게 살해당하고 있는 장면을 직접 보고서도.

난 스스로 절망의 괴성을 지르며 그 자리에 주저앉았다. 그러나 내 앞에 있는 노인과 지나가는 사람들은 오히려 ‘빨리 끝내지 않고 뭐하나’라는 눈치만 줬다.

그런 느낌 때문일까? 순간, 나는 자리에 일어나 노인의 목에 칼을 꽂는다.

또 한 번의 무의미한 살인.

그 노인은 아무 말 없이 바닥에 쓰려졌다. 애초 노인까지 죽일 생각은 없었으나 나로선 어쩔 수 없었다. 나는 추운 겨울 두 명의 사람을 대로변에서 죽이고 절망에 몸부림쳤다. 내가 몸부림친 거리에는 죽은 사람의 살점이 널브러졌고, 굳어가는 차가운 피가 거리를 붉게 물들이고 있다. 하지만 세상 사람들은 그들에게 무관심했고 뿌려진 살점과 붉어진 거리를 짓밟으며 유유히 지나가고 있다.

마치, 붉게 물든 평화로운 오후를 즐기듯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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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고독 24.06.22 22 0 10쪽
» 자유 24.06.22 23 0 10쪽
4 무죄 24.06.21 27 0 11쪽
3 존재 24.06.21 28 0 10쪽
2 고요 - 2 24.06.20 28 0 10쪽
1 고요 - 1 24.06.20 59 0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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