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롤로그

여기는 2072년 네오 서울.
63빌딩 정도 높이의 건물 수백 채가 빼곡히 밀집된 서울 중심가의 지상은 되려 지옥이었다.
높은 건물들에 가려져 365일 해가 뜨지 않는 이곳.
햇빛 한 점 들어오지 않는 어두컴컴한 지상은 이제 법과 질서가 없는 무법지대와 같은 곳이었다.
게다가 다국적 난민들이 살고 있어 경찰조차 오기 꺼리는 이곳 험지에서 임무를 수행하는 두 사람.
윤정과 민혁은 가쁜 숨을 몰아쉬며 누군가를 쫓고 있었다.
민혁 : 허억 허억, 어디로 갔지?!
세 갈래 길에 도착한 두 사람.
윤정 : 선배, 이대로는 놓치겠어요!
민혁 : 기다려 봐!
민혁은 손목의 워프 엔진을 작동시켰다.
(...사아아아)
차원의 균열을 열고 나오는 또 다른 민혁.
복장부터 헐떡이는 가쁜 숨까지 모든 게 똑같은 또 다른 민혁은 이곳의 민혁을 보자마자 짜증부터 냈다.
또다른민혁 : 허억 허억, 뭐야 씨 지금 바빠 죽겠는데!!
민혁 : 나 1분 후의 너야! 놓쳤어!
또 다른 민혁은 단번에 모든 상황을 이해했다.
고작 60초 후의 상황이었기에.
또다른민혁 : 후우 ... 10분만이다? 그리고 내 쪽도 도와줘.
민혁 : 알았어, 일단 잡자고! 윤정아 저쪽! 나는 이쪽! 그리고 넌 저쪽!
세 갈래 길에서 흩어지는 세 사람.
차원의 균열에서 나타난 또 다른 민혁은 제일 오른쪽으로 달려 나갔다.
또 다른 민혁이 향한 빌딩 사이 골목.
열심히 달려가는 그를 유심히 지켜보는 한 남자.
그는 주변 곳곳에 숨어 상황을 지켜보던 이들에게 신호를 보냈다.
또다른민혁 : 허억, 허억! 도대체 어디로 튄 거야!
갑자기 어디선가 몰려나와 또 다른 민혁을 막아서는 괴한들.
옷차림으로 보아 거리의 난민들이었다.
또다른민혁 : 너희 뭐야?!
난민들은 각목, 야구 방망이, 삽 등 간단한 무기가 될 만한 것들을 손에 쥐고 있었지만, 무기를 들고 있는 손은 덜덜 떨리고 있었다.
그러던 중 난민 대표로 보이는 자가 앞으로 나와 또 다른 민혁에 말을 건넸다.
난민대표 : 여, 여기서 멈춰주시면 안 되겠습니까?
그는 수많은 외국인 사이에 몇 없는 한국인이었다.
또다른민혁 : 그럴 순 없어. 불법체류로 싹 다 처넣기 전에 꺼져! 너도 한국인이라고 무사하진 않을 텐데?
난민대표 : 저희도 더 이상 물러날 곳이 없습니다.
또다른민혁 : 그쪽은 고작 수백 인데, 이쪽은 서울 시민 200만 목숨이 달려있어서 말이야 ... 양보가 안 되겠는 걸?
난민대표 : 그렇다면 ... 어쩔 수 없군요.
난민 대표의 말이 끝나자마자 민혁을 둘러싸기 시작하는 30명의 난민들.
민혁은 품에서 권총을 꺼내 들었고, 곧바로 난민들에 총격부터 가했다.
‘탕! 탕! 탕탕!’
허벅지, 종아리와 같이 움직임에 방해가 되는 부위만 골라서 총격을 가하는 또 다른 민혁.
그의 사격 솜씨는 정확하기도 정확하지만, 무엇보다 과감하고 빠른 판단이었다.
난민들 : 으악!!
쉽게 달려들지 못하는 난민들.
하지만 총소리를 들은 주변 난민들이 더욱 몰려와 또 다른 민혁의 주위에 모여들고 있었다.
총상을 입은 난민 한 명을 인질로 붙잡고 탄창을 교체하는 또 다른 민혁.
또다른민혁 : 제길, 이럴 시간 없다고!!
난민대표 : 모두 뭐해?! 쳐!!
또다른민혁 : 잠깐!!!
또 다른 민혁은 총을 사용할 의지가 없다는 듯 방아쇠에서 힘을 푼 채 권총을 하늘 높이 들어 올렸다.
주춤하는 난민들.
또다른민혁 : 하아, 하아 ... 이럼 안 되는데 ...
거친 숨을 몰아쉬며 말을 머뭇거리는 또 다른 민혁.
또다른민혁 : 젠장! ... 지금 잠실 H38 구역부터 60구역까지 빌딩 하중에 폭탄이 설치되어 있어. 그게 터지면 빌딩들이 도미노처럼 쓰러져서 잠실부터 구로까지 수백만이 사망한다 ...
난민대표 : 그, 그게 무슨 ...
또다른민혁 : 그렇게 되면 너희들도 무사하지 못해! 방해하지 말고 물러나. 시간 없어!
난민대표 : 말도 안 되는 소리! 거짓말하지 마! '그 사람'이 그런 말은 하지 않았어!!
‘삐빅 삐빅 삐빅 삐빅!’
때마침 또 다른 민혁의 손목 위 워프 엔진 알림음.
그리고 앞선 총소리를 듣고 원래 이곳의 민혁과 윤정이 현장에 달려오고 있었다.
‘삐빅 삐빅 삐빅!’
민혁 : 비켜! 물러서!!
윤정 : 물러나!!
난민들을 권총으로 위협하며 또 다른 민혁에게 다가오는 민혁과 윤정.
민혁 : 무슨 일이야?! 괜찮아?
또 다른 민혁 : 벌써 10분이네 ... 미안해.
민혁 : 아니야. 여기는 우리가 마무리할 테니까 빨리 돌아가. 10분 정도 소르치 (sorte) 는 어떻게든 감당할 수 있으니까.
‘삐빅 삐빅 삐빅!’
난민 수십 명에게 둘러싸인 세 사람.
적막이 흐르는 가운데, 또 다른 민혁의 워프 엔진 알림만이 골목의 소리를 채우고 있었다.
또다른민혁 : 그게 아니라 ... 내가 너무 다급해서 얘기 해버렸어 ...
윤정 : 설마?!!
또다른민혁 : 소르치가 좀 크게 올 것 같다 ...
민혁 : 자, 작전 내용 누설했어?!
또다른민혁 : 어 ...
민혁 : 이런 미친놈이!!
또 다른 민혁은 워프 엔진을 두드려 조작했다.
또다른민혁 : 미안!! 우리 쪽 10분 소르치는 내가 커버할 테니까 안 도와줘도 돼. 진짜 미안해!
(...사아아아)
열린 차원의 틈으로 다급히 사라지는 민혁.
난민들은 눈앞에 이런 현상과 전해들은 상황이 믿기지 않아 덤벼들 생각조차 못하고 있었다.
윤정 : 선배, 저 또라이 같은 게 ... 사람들 다 보는 앞에서 ‘점프’했어요.
민혁 : 내, 내가 그렇지 뭐 ...
무기를 버리고 다가오는 난민 대표.
난민 대표 : 방금 폭탄 얘기 ... 사실입니까? ...
민혁은 잠시 고민하더니 사실대로 답해주었다.
민혁 : 네. 사실입니다 ... 윤정아 이렇게 된 거 소르치 준비하자.
윤정 : 하아, 1차 폭발까지 30분 정도 남은 상황입니다! 폭발이 시작되면 여기도 순식간에 전부 빌딩 잔해로 뒤덮입니다.
난민대표 : 정말 그렇다면 ... 우, 우린 어쩌면 좋을까요?
민혁 : 그냥 비켜주시면 됩니다.
난민대표 : 모두 비켜줘!!
난민 대표의 지시 아래 무기를 내리고 물러서는 난민들.
‘퍼어어어어엉!!!!’
그 순간, 멀리서 한 차례 폭발음이 들렸다.
민혁 : 아직 시간이 남았는데?!! 이건 ...
윤정 : 소르치 (sorte) 현상이에요!
폭발음에 혼비백산 흩어지는 난민들.
윤정과 민혁은 오히려 폭발이 일어난 곳을 향해 전속력으로 달려갔다.
민혁 : 이민혁, 이 미친놈이 진짜!!!
윤정 : 선배! 선배는 진짜 구제 불능이에요!!!
민혁 : 나도 알아!!
...
평행우주 관리국.
지금 시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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