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행우주 관리국, 강제출근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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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orona
작품등록일 :
2024.06.13 04:57
최근연재일 :
2024.07.05 2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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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6.13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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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화 : 만남

DUMMY

2021년 12월, 소박 눈이 내리는 어느 골목길.


이민혁은 편의점 앞에서 심호흡하며 옷매무새를 고치고 있었다.

퇴근길마다 이 편의점에서 담배를 사는 것이 그의 유일한 낙이었다.

사실 담배가 아닌 다른 낙이었지만 말이다.



'딸랑'



윤정 : 어? 민혁씨 안녕하세요!



윤정은 단번에 민혁을 알아보고 그의 이름을 불러주었다.

이전에 사원증을 목에 건 채 퇴근한 적이 있었는데 그때를 놓치지않고 그의 이름을 외운 윤정이었다.

민혁은 특별히 자신을 반기는 윤정이 고마웠지만 쑥쓰러운 마음에 내색하지 못했다.



민혁 : 저기 ...



윤정은 민혁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그가 피는 담배를 테이블 위에 올려놓았다.



윤정 : 이거 맞죠?



민혁 : 아, 네!



묘한 분위기가 흐르는 두 사람.

민혁은 카드를 빨리 내밀지 않았고, 윤정역시 빨리 계산하고 싶지않은 눈치였다.



민혁 : 여기요.



윤정은 카드를 건네받고는 입술이 살짝 삐져나와 조금 뾰로통한 채 결제했다.



민혁 : 아, 안녕히계세요.



윤정 : 저기 민혁씨!



빠르게 담배를 챙겨 나가려는 민혁은 자신을 부르는 윤정에 심장이 쿵쾅거리기 시작했다.



민혁 : 네?



윤정 : 담배 ... 줄이세요! 몸에 안 좋잖아요!



민혁 : 네, 고마워요.



윤정의 걱정에 민혁은 도망치듯 편의점을 빠져나왔고, 윤정은 민혁의 카드를 손에 꼭 쥔 채 그의 뒷모습을 바라보고 있었다.

편의점을 나온 민혁은 가슴이 여전히 쿵쾅거렸고, 담배만 챙겨 집을 향해 빠른 걸음을 옮겼다.



(이민혁 이 등신아! 고마워요? 고마워요가 뭐냐!)



민혁은 윤정과 길게 대화할 기회를 놓친 것을 크게 자책하고 있었다.



(그래 너는 평생 그냥 그렇게 살아라. 연애할 자격도 없는 놈이야!)



자책과 한탄 속 어느새 집 앞에 도착한 민혁.

터벅터벅 힘없이 계단을 올라가 가방을 뒤져 현관 카드키를 찾았다.



(맞다 카드!)



현관 카드키를 찾다보니 편의점에 결제 카드를 놓고 온 것이 떠오른 민혁.



(이 기회조차 날리면 그땐 난 정말 등신이겠지?!)



집까지 걸어오는 동안의 자책과 한탄을 만회할 기회, 그리고 윤정과 자연스러운 대화의 기회라고 생각한 민혁은 현관에서 몸을 돌렸다.


그때, 계단 윗층 불이 켜지지 않은 어둠 속에서 누군가 민혁을 불러세웠다.



??? : 이민혁.



민혁 : ... 누구세요?



낯익은 듯하면서 또 낯선 목소리, 민혁은 순식간 긴장에 휩싸였다.



??? : 잠깐 시간 좀 내지.



천천히 계단을 내려오는 남자.

눈빛과 분위기는 달라도 그 남자는 한눈에 알아볼 수 있는 이민혁 자기 자신이었다.



민혁 : 뭐, 뭐 이게 무슨...?



검은색 정장 위에 검은 코트와 검정 구두를 신은 또 다른 민혁.

그는 놀라 기겁하는 민혁과 다르게 차분했다.



다른민혁 : 내가 시간이 없는데, 잠깐 들어가서 얘기 좀 하지?



또 다른 민혁은 정장 겉옷을 벌려 하얀 와이셔츠 품 안에 선명한 핏자국을 보였다.



민혁 : 이게 대체 무슨, 아니 ... 누구세요!



다른민혁 : 딱보면 몰라? 시간이 없다니까!



다른 민혁은 민혁의 가방을 뺐어 카드키를 찾아 꺼냈다.



민혁 : 뭐하는 ... 도대체 ... 이게 무슨?!



'삐빅'



현관이 열리자 먼저 집으로 들어가는 다른 민혁.

민혁은 어쩔 수 없이 다른 민혁을 뒤따라 들어갔다.


다른 민혁은 입구 옆에 놓인 냉장고를 열어 생수를 꺼내 방으로 들어갔다.

그 행동이 너무나 자연스러운 나머지 민혁은 정말로 그가 또 다른 자기 자신인지 혼란스러웠다.



다른민혁 : 아무리 골라 찾아도 그렇지 이쪽에 나는 한결같이 쫄보새끼 같더라.



다른 민혁은 생수를 들이켜며 컴퓨터 앞에 놓인 의자에 앉았다.

민혁은 카드키를 찾고 돌려받았던 가방을 양손에 꼭 쥔 채, 그를 따라 자신의 방으로 들어섰다.

방주인은 뒤바뀐 듯해 보였다.



다른민혁 : 뭐해 빨리 앉아. 시간 없어. 너 남이 네 침대 앉는 거 싫어하잖아?



다른 민혁은 민혁에게 의자 옆 침대를 가리켰다.

다른 사람이 자신의 침대에 앉거나 눕는 것을 극도로 싫어하는 본인의 성향을 누군가에게 말한 적이 없던 민혁은 다른 민혁이 자기 자신임을 점점 더 확신하게 되었다.



민혁 : ... 뭐에요 이거?



다른민혁 : 뭐긴 뭐야. 나는 너고 너는 나지. 정확히는 ... 나는 다른 곳에서 왔고. 뭐 다른 차원, 그런 영화 못 봤어?



민혁 : 영, 영화요? ... 그럼 저 지금 위험한 건가요?



다른민혁 : 내가 뭐 죽이기라도 할까봐? 푸하하, 도플갱어를 만나면 죽는다 그런거?



민혁 : 뭐가 뭔지 하나도 모르겠어요 ...



다른 민혁은 생수를 벌컥벌컥 들이켜 빈 통을 만들어 구겨버린 뒤 뚜껑을 닫았다.

그것 역시 평소 민혁의 버릇과 똑같았고, 민혁은 자신만의 버릇을 똑같이 행동하는 다른 민혁을 넋 놓고 쳐다볼 수밖에 없었다.



다른민혁 : 사실 부탁이 있어서 왔어.



민혁 : 부탁이요?



다른민혁 : 시간이 없다고 했지? 간단하게 얘기할게. 나는 평행우주 속 다른 차원의 너야. 그리고 그런 시간의 흐름과 역사를 관리, 조정, 때로는 개입하는 평행우주 관리국이라는 곳에서 일하고 있어.



이미 더 이상 놀랄 것도 없다는 듯, 민혁은 가만히 앉아 다른 민혁의 말을 듣고 있었다.



민혁 : 평행우주 ... 관리국이요? 그, 그런데요?



다른민혁 : 너가 나 대신 거기서 일을 좀 해줬으면 해.



민혁 : 네에?



다른 민혁의 어이없는 제안에 민혁은 황당했다.



민혁 : 그게 무슨 말이에요?! 지금 직장도 잘 다니고 있고... 그리고 평행우주 관리국이라뇨? 지금 그쪽도, 이런 상황도 너무 당황스러운데 그런 얘기를 들으면 뭐라고 해요 제가.



다른민혁 : 직장? 나이 스물 아홉에 연봉 2200? 그게 잘 다니는 거야? 내가 하나 알려줄까? 너 평생 차도 못 사. 너 나이 마흔쯤, 양아치 같은 사장 아들래미가 너 대신 과장 자리 꿰차고 들어와서 널 갈굴꺼고. 그 뒤로는... 하아.



민혁을 쉴 틈 없이 몰아붙이는 다른 민혁.

갑자기 모든 것이 의미 없다는 듯 한숨을 쉬며 말을 멈추었다.



다른민혁 : 시간 없으니까 이쯤 하자. 제일 적합한 나를 찾는데 시간을 너무 많이 썼어.



민혁 : ... 제 미래를 다 알고 있나요?



다른민혁 : 그런 거 의미 없어. 지금의 너는 미래가 정해져 있지만, 내 제안을 받아들이면 그 뒤로는 누구도 네 미래는 알 수 없게 돼. 하지만 너가 내 제안을 거절한다면... 방금 내가 얘기한 것들이 정해진 채로 살아가겠지.



민혁 : 아무리 그래도 지금 상황은 도저히 납득가질 않아요.



다른민혁 : 그럼 시간 얼마나 필요한데? 5분? 10분?



민혁 : 아니, 무슨 5분 10분 같은 소리를 해요!



그때 민혁의 눈에 들어온 다른 민혁 몸에 묻은 핏자국들.

대답하기 난처했던 민혁은 화제를 돌리려 다른 민혁의 몸 상태를 물었다.



민혁 : 지금 많이 다친 거 아니에요? 병원부터 가봐야 하는 거 아니에요?



민혁의 말을 들은 다른 민혁은 태연하게 겉옷을 열어 셔츠를 내보였다.



다른민혁 : 아, 이거 내 피 아니야.



민혁 : 네? ... 그러면 어쩌다?



다른민혁 : 우리가 평행우주에 개입할 때 나타나는 소르치(sorte) 현상이라는 건데. 하아, 진짜 설명할 시간 없다니까?



민혁을 다그치는 다른 민혁.

다른 민혁의 압박에 잠시 고민하던 민혁은 어렵게 입을 열었다.



민혁 : ... 뭔지도 모르는데 몸에 피까지 묻는 일을 어떻게 해요! 저는 지금 삶에 만족해요. 거절 할게요. 죄송해요.



민혁의 정중한 거절에 다른 민혁의 낯빛은 순식간에 바뀌었다.



다른민혁 : 뭐 그럴 것 같았어.



다른 민혁은 벌떡 일어나 품에서 무언가 꺼내려 자켓 속주머니에 손을 집어넣었다.

겁에 질린 민혁은 사정하듯 물었다.



민혁 : 뭐, 뭐에요?! 거절하면 저는 그냥 아무 일도 없는 거 아닌 건가요?



다른민혁 : 네 기억을 지울 수도 없는데 어떻게 없던 일이 돼?



민혁 : 설마?!



다른 민혁은 민혁에게 성큼성큼 다가갔고, 민혁은 눈을 질끈 감았다.



'지지지지지직!!!'



다른 민혁은 품 안에서 꺼낸 전기충격기로 민혁의 목을 지졌다.



민혁 : 으그그그극! ...



다른민혁 : 그래, 누가 미쳤다고 이런 일을 앉은 자리에서 결정하겠어? 난 애초에 너한테 선택권을 줄 생각도 없었어.



민혁 : 으그그그 사, 살려주...



다른민혁 : 미안하지만 나도 어쩔 수 없어. 너가 나라면... 언젠가 이해해 줄 거야.



전기충격에 움직일 수 없는 민혁의 손목에 무언가 강제로 채우며 다른 민혁은 말을 이어 나갔다.



다른민혁 : 도착하면 권윤정부터 찾아. 기억해. 권윤정이야.



권윤정이라는 이름을 듣자마자 편의점 윤정이 떠오르는 민혁.

순간 민혁은 당장 전기에 감전된 고통보다, 윤정에게 고백 한 번 못 해본 후회가 더 크게 밀려오고 있었다.



민혁 : 으으, 유... 윤정씨...



민혁이 고통 속에서 힘겹게 윤정의 이름을 내뱉자, 다른 민혁은 미간을 찌뿌리며 묘한 표정을 지었다.



다른민혁 : 역시... 만났구나? 그럼 쉽게 찾을 수 있을 거야. 너랑 나와 마찬가지로 얼굴이 똑같으니까. 다만 너가 알고 있는 권윤정하고 성격이 비슷할지 모르겠네?



민혁 : 으그그극 ...



다른민혁 : 마지막으로, 명심해. 무슨 일이든 일어날 수 있어. 어떤 일이든 벌어질 수 있어. 네 멋대로 판단하지 마. 모든 가능성을 열어둬. 그래야...



'삐빅 삐빅 삐빅 삐빅!'



방금 민혁의 손목에 채운 물건에서 알림 소리가 크게 울리며 다른 민혁은 말을 멈췄다.



다른민혁 : 이제 정말 시간이 없어. 조금 아플꺼야.



'치지지지직!!!'



민혁 : 으아아악!!



민혁의 목에 다시 한번 전기충격을 가하는 다른 민혁.

민혁은 그대로 기절해 버렸다.




-----




시간이 얼마나 흘렀을까.

깊은 산속 한가운데 쓰러져있는 민혁.

검은색 코트와 검은 정장, 피가 묻은 와이셔츠까지 다른 민혁이 입고 있던 옷을 그대로 입은 채 흙바닥에 널브러져 있는 민혁이었다.



'짹짹짹! 짹짹짹!'



민혁 : 으으...



깊은 산 속 새 울음소리에 정신을 차리는 민혁.

민혁은 다른 민혁의 전기충격기에 당했던 목덜미를 만져보고는 따끔거려 정신이 번쩍 들었다.



(앗 따가워. 어떻게 된 거지? 여기는 어디야?)



민혁은 어딘가 이상함을 느꼈다.

기절하기 전까지 분명 12월의 추운 날이었는데, 깨어난 숲속은 푸른 초록 잎으로 가득했고 날씨 또한 한 여름과 같이 뜨거웠다.


민혁은 당장 코트부터 벗었다.

코트를 벗고 나니 정장이 살짝 크게 느껴지는 민혁.

다른 민혁과 자신의 체격이 다소 차이가 있음을 새삼 체감한 민혁이었다.

손목에 강제로 채워진 무언가는 더이상 작동하지 않는 듯 보였다.

이내 민혁은 다시 한번 주변을 둘러보았다.


그때 저 멀리 산 꼭대기 위에 중세 시대에서나 볼법한 거대한 성이 민혁의 눈에 보였다.

인적이라고 찾아볼 수 없는 깊은 숲속에 뜬금없이 자리한 거대한 성.

민혁은 기절하기 직전 다른 민혁이 했던 말이 떠올랐다.



"명심해, 무슨 일이든 일어날 수 있어. 어떤 일이든 벌어질 수 있어"



민혁 : 하아, 나 정말 어떡해야 돼.



자연스레 발걸음을 거대한 성 쪽으로 옮기는 민혁.

당장에 누군가 도움을 줄 수 있다면, 저 거대한 성에 가보는 것 말고는 방법이 없어 보였다.

물론, 윤정을 만날 수 있을 거란 기대감이 아예 없지도 않았던 민혁이었다.


계속해서 산 정상을 향해 걸어 올라가는 민혁.

어느덧 한쪽 팔에 코트를 걸치고 다른 한쪽 손에 자켓을 들고는 가쁜 숨을 헐떡거리고 있었다.



(허억허억, 거의 다 왔다.)



겨우 성 입구에 다다른 민혁.

멀리서 보아도 거대한 성을 코앞에서 보니, 고층 빌딩을 여러 개 합쳐놓은 듯한 거대한 위용에 입이 벌어졌다.

누가 만들었을까보다 어떻게 만들었을지라는 생각이 먼저 드는 아주 거대한 성이었다.

그때, 성문 옆에 인터콤에서 목소리가 들렸다.



인터콤 : 민혁선배? 민혁선배에요?!



고풍스러운 중세 시대 고성에 어울리지 않은 인터콤.

갑작스러운 사람 목소리에 놀란 민혁이었지만, 대답을 피하지 않았다.



민혁 : 음, 일단 제가 이민혁이 맞긴 맞는데요?



인터콤 : (이민혁 선배야! 뭐하고 있어 빨리 팀장님 불러!) 선배 잠시만요!



인터콤 목소리는 다분히 상기된 목소리였고, 민혁은 누군지 모를 자신을 반기는 따스한 음성에 안도했다.



인터콤 : 선배 고생 많으셨습니다! 금방 열어드릴게요! 임무 나가계시는 동안 일이 좀 있어서 출입 절차가 복잡해졌습니다.



민혁 : 네, 괜찮아요. 천천히 해주세요.



인터콤 : 에이 선배, 저 대명입니다. 몇 개월 못 봤다고 서운하게 존댓말은. 아하하하!



민혁은 혼란스러웠다.



(반말을 해야되나? 어떻게 해야되는거야?)



민혁 : 어 그,그래. 오랜만이네...



인터콤 : 오! 웬일로 욕부터 안 박으시고, 선배도 저 많이 보고 싶었나 봐요? 아하하!



다른 민혁이 이곳에서 어떤 위치인지, 어떤 캐릭터인지 도무지 알 길이 없는 민혁은 다시 한번 고민했다.



(욕을 해야 되나?)



민혁 : 야, 야이 새끼야! 빨리 열어. 목, 목마르니까!



(이 정도면 적당했겠지?)



인터콤 : 네에 네에. (엇 팀장님! 지금 이민혁 팀장 ... 아니, 이민혁 요원 복귀했습니다!)



대명은 인터콤에서 누군가에게 깍듯하게 민혁의 소식을 전했다.



인터콤 : 민혁씨 고생했어요. 까마귀 애들이 소르치(sorte) 달고 복귀해서 연구소가 반이나 날아갔거든? 그래서 좀 번거롭게 됐어요. 피곤할 텐데 조금만 기다려요. 윤정이가 데리러 갈 거예요.



민혁 : 윤정씨요?!



갑작스러운 윤정의 이름에 민혁은 가슴이 두근거렸다.

다른 민혁의 언질에 기대했지만, 윤정을 이렇게 빨리 만나보게 될 줄 상상도 못했던 민혁.



인터콤 : 이건 오지랖이겠지만, 윤정이한테 잘 설명해 주세요. 민혁씨 그렇게 되고, 제일 힘들어했던 게 윤정이니까. 부사수한테 그런 식으로 행동하는 사수는 없어요. 민혁씨.



민혁 : 아, 알겠습니다.



무슨 일인지, 어떤 일이 있었는지 아무것도 모르는 민혁은 그저 알겠다고 밖에 대답할 수가 없었다.

그때, 거대한 성문 옆 작은 문을 열고 나오는 윤정.


편의점에서 보던 윤정과 사뭇 다른 날카로운 눈매, 달라붙은 검은 정장 위로 보이는 탄탄한 몸매가 눈에 들어온 민혁.

목이 마르고 어수선한 상황에서도 보일 건 보이는 민혁이었다.



윤정 : 선배!



빠르게 다가오는 윤정.

민혁은 가슴이 터져버릴 듯했지만 애써 침착함을 유지하려 안간힘을 썼다.

윤정은 가쁜 숨을 참고 있지만, 이곳까지 한걸음에 달려왔다는 걸 숨길 수 없는 듯 거친 숨을 몰아쉬고 있었다.



윤정 : 선배 왜 말도 없이...!



가까이서 민혁의 얼굴을 보는 윤정은 뭔가 이질감을 느낀 듯 말을 멈췄다.

그러고 아무 말 없이 민혁을 위아래로 훑어보았다.


민혁을 훑어보는 윤정의 시선은 몸 중간중간 잠시 멈췄고, 피가 묻은 와이셔츠에 잠시 시선이 멈췄다.

이내 싸늘해진 윤정의 표정.



윤정 : 피곤하실 텐데 일단 들어가요.



민혁 : 어, 그래.



(뭔가 무서운 윤정씨네. 도움은 어떻게 받으라는 거지?)



다른 민혁이 말했던 대로 생각보다 빠르게 만나게 된 윤정이지만, 왠지 모를 그녀의 날카로움에 어쩔 줄 모르겠는 민혁.

둘은 말없이 성문을 통과해 성문 옆 통로로 들어갔다.

순간, 뒤돌아 민혁의 멱살을 잡는 윤정.



윤정 : 너, 누구야!



민혁 : 네?! 저,저, 저는 이민혁인데요?!



당황하자, 즉시 존댓말을 사용하는 민혁이었다.



윤정 : 그러니까 어떤 이민혁이냐고!!



원망에 가득 찬 윤정의 눈빛.

민혁은 그런 윤정의 눈빛이 당황스럽기도 하면서 마음이 아팠고, 도저히 거짓말을 할 수가 없었다.



민혁 : 저, 저는 평범한 직장인 이민혁인데요! 죄송해요!



윤정 : 이민혁 나쁜 놈이 결국!!



민혁의 멱살을 패대기치듯 놓는 윤정.

자신이 짝사랑하던 윤정에게 멱살을 잡히고 패대기쳐진 민혁은 눈물이 날 것 같았지만, 온 힘을 다해 참아냈다.

어떤 윤정 앞이라도 그녀 앞에서는 눈물을 보일 수는 없었다.



윤정 : ... 따라오세요.



민혁은 앞장서서 걷는 윤정을 힘없이 뒤따랐다.

침묵 속에서 몇 분을 걷는 둘.

자신이 이곳의 민혁과 다른 존재라는 걸 단번에 알아챈 윤정으로 덜컥 겁이 난 민혁이었다.



민혁 : 윤정씨. 지금 이런 질문 해도 되는지 모르겠지만, 제가 다른 곳에서 온 이민혁이라는 걸 어떻게 아셨어요?



윤정은 앞서 걷던 걸음을 멈추고 뒤를 돌아봤다.

그리고 민혁 앞으로 성큼성큼 걸어와 얘기했다.



윤정 : 민혁 선배는 당신처럼 남대문을 열고 다니지 않아요.



민혁은 고개를 내려 자기 바지를 내려다보았다.

활짝 열려있는 바지 지퍼.



(이민혁 이 새끼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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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 23화 : 미국 평행우주 관리국 24.07.05 14 0 17쪽
23 22화 : 어린 강장수 24.07.02 13 0 14쪽
22 21화 : 임무 실패 24.07.02 16 0 12쪽
21 20화 : 결심 24.06.29 15 0 10쪽
20 19화 : 찾아낸 방법 24.06.28 16 0 11쪽
19 18화 : 집착, 정신병 24.06.28 25 1 12쪽
18 17화 : 절대로 안 팔끼다 24.06.27 18 2 12쪽
17 16화 : 사업성 임무 24.06.26 23 2 16쪽
16 15화 : 관리국의 주말 (2/2) 24.06.24 18 2 14쪽
15 14화 : 관리국의 주말 (1/2) 24.06.22 27 2 12쪽
14 13화 : 동기의 진급이 나보다 빨랐다 24.06.22 24 3 15쪽
13 12화 : 가장 먼저 해야 할 것 24.06.21 20 3 12쪽
12 11화 : 맥주 한잔 할까 24.06.21 22 3 9쪽
11 10화 : 복귀 24.06.20 33 3 14쪽
10 9화 : 윤정 이곳에 잠들다 24.06.13 35 3 12쪽
9 8화 : 기억의 파편들 24.06.13 42 3 13쪽
8 7화 : 소르치 (sorte) 24.06.13 42 2 14쪽
7 6화 : 호랑이 사냥 24.06.13 30 2 10쪽
6 5화 : 첫 번째 임무 시작 24.06.13 32 3 10쪽
5 4화 : 워프 엔진 24.06.13 29 2 12쪽
4 3화 : 임무 브리핑 24.06.13 37 2 13쪽
3 2화 : 도착! 평행우주 관리국 24.06.13 50 3 16쪽
» 1화 : 만남 24.06.13 57 3 17쪽
1 프롤로그 +2 24.06.13 117 5 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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