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행우주 관리국, 강제출근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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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orona
작품등록일 :
2024.06.13 04:57
최근연재일 :
2024.07.05 2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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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6.13 0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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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화 : 워프 엔진

DUMMY

진지한 분위기 속 수진과 다르게 계속해서 말끝을 흐리는 민혁에 수진은 점점 짜증이 나기 시작했다.



수진 : 뭐예요 그 비리비리한 말투는? 노출 위험도 무릅쓰고 도와줬건만!



민혁 : 아, 그 화장실이 급해서 ...



수진 : 참나, 일단 이게 제가 알고 있는 전부예요. 나머지는 나중에 또 얘기하고 ... 화장실이나 빨리 가보세요!



민혁 : 그럼 시, 실례!



수진은 언짢은 표정과 함께 민혁을 보내주었다.

진짜 똥이라도 마려운 듯 허겁지겁 방을 나가는 민혁.




-----




급하게 회의실에서 빠져나온 민혁은 윤정부터 찾았다.

위조된 수렵 면허와 공문 서류를 먼저 챙겨놓은 윤정은 먼발치 기둥 뒤에 숨어 민혁을 기다리고 있었고, 그 모습이 한눈에 들어온 민혁.

민혁은 윤정을 향해 손을 흔들었다.



윤정 : 팀장님이랑 무슨 대화 나누셨어요?



민혁 : 내가 부탁한 일이라고, 박상현 코드 번호에 관해 얘기하던데? 코드 확인이 안된다구.



윤정 : 코드 번호요? 코드 번호가 뭐지?



민혁 : 너도 뭔지 모르는 거야?



윤정 : 네, 아무래도 까마귀 내부 일은 저도 자세히는 몰라서 ...



윤정은 갑자기 하던 말을 멈추고 민혁의 표정을 살폈다.

방금 임무 브리핑에서 드러난 다소 빈약한 경력이 의식된 윤정이었다.

그 사실을 알게 된 민혁 역시 윤정을 대하는 태도가 약간 편해진 느낌이었고, 윤정은 그런 민혁이 조금 얄밉게 느껴졌다.



윤정 : 왜 그런 눈으로 쳐다보세요?



민혁 : 으음? 뭐가?



윤정 : ... 됐어요. 선배 워프엔진 에너지 충전해야 되니까 따라오세요.



민혁은 윤정을 조금 더 놀려보고 싶어졌다.



민혁 : 근데 윤정이 너 혹시 총 쏴본 적 있어?



윤정 : 저희도 작전 수행할 때 권총 정도는 쓰거든요?!



버럭 화를 내는 윤정이었다.



민혁 : 아니, 이번에 엽총이라잖아? 엽총이면 장총 아니야? 권총이랑 장총은 다른 것 같아서 ...



윤정 : 하! 그럼 선배는요?



민혁은 대답을 기다렸다는 듯 씨익 웃었고, 불길한 예감이 든 윤정.



민혁 : 군대 다녀온 대한민국 남자 중에 총 안 쏴본 사람이 어딨어? 그것도 ‘엽총’하고 똑같은 길다란 ‘장총’



뻔하고 흔한 대한민국 남자의 군부심.

눈썹 위가 꿈틀거리는 윤정이었다.



윤정 : 하! 그래요? 그럼 그 엽총으로 호랑이, 그것도 사람 잡는데 아주 냉혹하다는 3마리 전부 혼자 잡아보세요! 전설이라 불리는 민혁 선배가 전부 때려잡는 동안, 저는 뭐 어디서 푹 쉬고 있을 테니까요!



그제야 현실을 파악한 민혁.



민혁 : 미, 미안. 그냥 농담 한 번 해봤어 ...



윤정 : 하루 만에 많이 편해지셨네요? 장난칠 여유도 있고. 엽총 사정거리는 얼마나 되는지, 또 그걸로 호랑이는 어떻게 잡아야 하는지 잘 알지도 못하면서 말이죠!



민혁 : 여기 민혁이 말해줬어. 권윤정 너를 찾아가라고. 너가 도와줄거라고 ...



불리할 때는 항상 다른 민혁이 했던 말을 전해주는 민혁.

그 말은 윤정의 불만이나 화가 사라지는 마법과 같은 말이었다.



윤정 : 됐어요.



윤정은 성큼성큼 앞서 걷기 시작했고, 민혁은 윤정을 뒤따랐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내리며, 기둥과 여러 복도를 돌고 돌아 다다른 곳.


그곳은 워프 엔진 연구소였다.

투명하고 거대한 통유리 벽 내부는 각종 장비가 즐비해 있었고, 하얀 가운을 입은 연구원들이 여러 명 보였다.

연구원들은 각자 바쁘게 무언가 몰두하고 있었고, 단 한 명만이 윤정과 민혁의 방문을 알아챘다.



준상 : 왔어?



다른 이들처럼 하얀 가운을 입고 있는 연구원 A팀장 유준상.

통통한 체형에 윤정과 엇비슷한 키의 준상은 엄지와 중지로 안경을 치켜세우며 둘을 반겼다.



윤정 : 민혁 선배 워프 엔진이 방전됐어요.



준상 : 그래? 워프 엔진 완전히 방전되려면 시간축 점프 5번, 세계축 점프는 100번 이상해야 되는데 ... 흐음, 너 원래 이민혁이 아니구나?



(?!!)



깜짝 놀란 민혁은 다급히 윤정을 쳐다봤다.

윤정도 준상의 발언을 전혀 예상하지 못한 듯 놀란 표정이 역력했지만, 준상은 되려 차분히 말을 이어 나갔다.



준상 : 아, 윤정이는 까마귀도 아닌데 시간축 얘기는 하면 안 됐나? 크큭, 뭐 어때? 나중에 까마귀 들어가면 되지.



말을 마치자마자 다시 한번 엄지와 중지로 안경을 치켜세우는 준상.

누구나 놀랄만한 민혁의 진짜 정체보다, 말해서 안 될 사안이 더 신경 쓰였던 준상이었다.



준상 : 줘봐.



준상은 멀뚱멀뚱 서 있던 민혁의 손목을 걷어 올려 워프 엔진을 한 손에 덮었다.



착 착 착 착 착!



어떤 짓을 해도 풀리지 않던 손목 끈이 워프 엔진 본체 쪽으로 서서히 사라지고, 손목 끈이 사라진 워프 엔진만 남아있었다.



준상 : 시계 줄이 나노머신 입자들이라, 사용자가 손바닥으로 전체를 덮으면 이렇게 착용이 풀리는 거야. 알겠지?



민혁 : 어, 저를 어떻게 ...



윤정 : 팀장님, 뭐에요?! 어떻게 아시는 거예요?!



준상 : 크큭, 니들 바보냐?



준상은 민혁의 워프 엔진을 박스처럼 생긴 기계 안에 넣었다.



삐릭 ... 삐릭 ... 삐리릭!



기계는 잠시 뒤, 숫자와 문자가 잔뜩 적힌 화면을 띄었고, 준상은 그것을 읽기 시작했다.



준상 : 원래 이민혁보다 3살 어리네? 세계축은 ... 뭐 엄청 차이나네, 이 정도면 어린 시절 배경도 많이 달랐겠는데? 부자였거나 거지였거나, 가족이 여럿 더 있었거나 아예 없었거나.



민혁은 가족 얘기에 표정이 잠시 움찔했다.



윤정 : 팀장님! 팀장님은 어떻게 아시는 거냐구요?! 그보다 ... 어쩌실거에요?



준상 : 뭘 어째. 민혁이가 이 정도로 판 벌이는데 아무 준비도 안 했을까? 워프 엔진 충전 할 때마다 숨기려고 했어? 나 아니었으면 너희는 지금 들켰던 거야. 에휴, 권윤정 이 헛똑똑이.



역시나 안경을 치켜올리는 준상.

준상은 기계 상자에서 꺼낸 워프 엔진을 민혁에게 건냈다.



준상 : 손목 위에 올리고 손바닥으로 덮어봐.



착 착 착 착 착!



다시 손목에 감싸지는 워프 엔진.



준상 : 내 역할은 어디까지나 이거야. 그 이상은 알잖아 위험한 거. 이민혁 미친 영웅 놀이에 동참 할 생각은 없어. 내 목숨 살려준 거 은혜만 갚는단 마인드. 오케이?



윤정 : 미, 믿어도 되는거죠?



준상 : 야, 지금 바로 보고 안 하는 걸로도 어떻게 될지 모르는데 무슨. 걱정하지 마.



민혁 : 감사합니다 ...



감사함을 표하는 민혁에 준상의 눈이 동그랗게 커졌다.



준상 : 오오! 이민혁한테 ... 아니, 이민혁 얼굴에서 감사하다는 말을 듣다니. 이 정도면 남는 장사다야. 크큭.



(난 여기서 도대체 얼마나 싸가지가 없던 걸까.)



윤정 : 작전시간 얼마 안 남았어요. 저희는 이만 가볼게요.



준상 : B동 연구소 완전히 날아간 거 알지? 여기 A동 아래로 가서 점프해라.



윤정 : 가요 선배.



민혁 : 응.



(미치겠다 ... 이제 진짜 임무 시작인가?!)



연구소 아랫층 ‘워프존’에 도착한 두 사람.

임무 투입을 기다리는 많은 요원들이 보이고, 민혁이 도착하자마자 수 많은 요원들 사이 웅성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뭐야 이민혁이네?!)


(어제 복귀했다던데?)


(어제 복귀했는데 바로 임무라고?)


(작전에 미친 새끼, 여전하네)



남자 요원은 민혁에 대체로 적대적인 듯 보였다.



(피투성이로 복귀해서 권윤정이 껴안고서 왔다는데, 민혁 씨 괜찮은가?)


(권윤정이 불여시 같은 년이라니까? 민혁 선배는 카리스마지, 저건 그냥 싸가지야.)


(근데 민혁 선배가 부사수로 고른 게 권윤정이라잖아?)



여자 요원들 역시 윤정에 적대적이었다.



사람들의 웅성거림이 전부 들리는 윤정과 민혁.



윤정 : 신경 쓰지 마세요. 선배 커리어나 실력이 독보적이라 뒤에서 저래 놓고 앞에서는 한마디도 못 해요. 지금 여기에 선배가 눈치 볼 사람 한 명도 없으니까, 혹시 누가 말 걸면 최대한 싸가지 없게 굴면 돼요.



그때, 남자 요원들 사이에서 제법 덩치 좋은 사내가 민혁에게 다가왔다.



대성 : 야, 이민혁.



윤정은 민혁에게 속삭였다.



윤정 : (어제 본부 로비에 김대명 기억하시죠? 김대명 친형이에요. 그냥 반말로 싸가지 없게 굴면 되요.)



대성 : 어디서 처맞고 질질 끌려왔다더니 멀쩡하다?



민혁 : 너였으면 실려 왔을 것 같은데?



(풉!)



표정 하나 안 바뀌고 받아치는 민혁.

둘의 대화를 지켜보던 다른 요원들도 웃음을 참지 못했고, 이번에는 윤정도 웃음을 참지 못했다.



대성 : 우하하하! 싸가지 여전하네? 걱정되서 그러지이, 보니까 얼마나 못 쳐먹고 작전 뛰었으면 몸뚱이가 좀 작아진 것 같은데?



평소 민혁에 라이벌 의식을 갖고있던 대성은 조금 왜소해진 민혁의 체격을 단번에 알아차렸다.

대화에 위험함을 감지한 윤정은 대성을 막아섰다.



윤정 : 선배님, 저희 작전 투입시간 다 되갑니다.



대성 : 얼마짜린데?



윤정 : 열흘 보고 있습니다.



대성 : 그래 잘 다녀와라. 다치지 말고.



대성은 윤정의 요구에 예상외로 별말 없이 둘을 보내주었다.

대성이 비켜선 넓은 공간에는 작은 방 크기의 원형 통이 여러 개 설치되어 있었고, 윤정과 민혁은 그중 하나에 들어섰다.

윤정은 워프 엔진 사용이 처음인 민혁에게 설명을 시작했다.



윤정 : 설정된 세계축으로 이동하는 걸 점프라고 해요. 엔진이 작동을 시작하면 허공에 균열이 생기면서 그곳에 강렬하게 빨려 들어가는 느낌이 들어요. 블랙홀 같이.



민혁 : 아프진 않아?



윤정 : 네, 조금 어지러운 정도에요. 참고로 점프는 어디서나 아무 때나 할 수 있지만, 빨려 들어갈 때 주변 물체나 사람이 같이 빨려 들어갈 수도 있어서 임무 시작할 때는 이렇게 워프존이라는 작은 방에서 안전하게 출발해요. 워프 엔진 하나의 입력값이 보통 사용자 한 명 몫보다 조금 넉넉한 정도라 물체는 괜찮을지 몰라도 사람이 같이 빨려 들어가면 위험해요.



민혁 : 응 ... 이해했어.



윤정 : 그럼 출발할까요? 먼저 보내드릴게요.



윤정은 민혁의 워프 엔진의 화면을 두 번 두드렸다.

그러자 손목 위로 작은 홀로그램이 나왔고, 허공의 홀로그램에 무언가 입력하는 윤정.

입력하는 손이 무척이나 빨라 뭐가 어떻게 작동하는 건지 전혀 파악이 안 되는 민혁이었다.



윤정 : 다 됐어요. 준비하세요.



윤정의 말이 끝나자, 민혁의 등 뒤로 태어나 처음 느껴지는 서늘함이 느껴졌다.

그 서늘함의 정체가 무엇인지 확인하려고 고개를 돌려 뒤를 돌아보는 순간, 민혁의 몸은 튕겨져 나가듯 강렬한 힘으로 빨려 들어갔다.



민혁 : 으아아아아아악!!



털썩!



1초 남짓한 정말 찰나의 순간, 설정한 세계축으로 도착한 민혁.

자신을 잡아끌었던 강력한 힘의 여파로 발라당 넘어져 버린 민혁이었다.

정신을 차려보는 민혁.

이내 차원의 균열이 열리는 것을 제대로 볼 수 있게 되었다.



... 사아아아



계단 두어 칸 높이 허공 위에 깨끗하게 갈라지는 공간, 신기하리만치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그렇게 열린 공간 사이에서 빠져나오는 윤정.

윤정은 민혁과 다르게 사뿐히 내려앉아 주위를 살폈다.


두 사람은 자동차 도로 위 한복판이었다.

인적없는 도로는 잘 포장된 깨끗한 2차선 도로였지만, 지나가는 사람이나 차량이 한 대도 보이지 않는 전형적인 시골의 어딘가였다.



윤정 : 저희 옷부터 구해요.



그곳엔 몹시 차가운 칼바람이 불고 있었다.

민혁은 자신이 평행우주 관리국으로 끌려가기 전, 한겨울 12월의 날씨였던 것을 잊고 있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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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 24화 : 부치지 못한 편지 24.07.05 12 0 11쪽
24 23화 : 미국 평행우주 관리국 24.07.05 14 0 17쪽
23 22화 : 어린 강장수 24.07.02 12 0 14쪽
22 21화 : 임무 실패 24.07.02 16 0 12쪽
21 20화 : 결심 24.06.29 15 0 10쪽
20 19화 : 찾아낸 방법 24.06.28 16 0 11쪽
19 18화 : 집착, 정신병 24.06.28 25 1 12쪽
18 17화 : 절대로 안 팔끼다 24.06.27 18 2 12쪽
17 16화 : 사업성 임무 24.06.26 23 2 16쪽
16 15화 : 관리국의 주말 (2/2) 24.06.24 18 2 14쪽
15 14화 : 관리국의 주말 (1/2) 24.06.22 26 2 12쪽
14 13화 : 동기의 진급이 나보다 빨랐다 24.06.22 23 3 15쪽
13 12화 : 가장 먼저 해야 할 것 24.06.21 20 3 12쪽
12 11화 : 맥주 한잔 할까 24.06.21 22 3 9쪽
11 10화 : 복귀 24.06.20 33 3 14쪽
10 9화 : 윤정 이곳에 잠들다 24.06.13 34 3 12쪽
9 8화 : 기억의 파편들 24.06.13 41 3 13쪽
8 7화 : 소르치 (sorte) 24.06.13 39 2 14쪽
7 6화 : 호랑이 사냥 24.06.13 30 2 10쪽
6 5화 : 첫 번째 임무 시작 24.06.13 32 3 10쪽
» 4화 : 워프 엔진 24.06.13 29 2 12쪽
4 3화 : 임무 브리핑 24.06.13 37 2 13쪽
3 2화 : 도착! 평행우주 관리국 24.06.13 49 3 16쪽
2 1화 : 만남 24.06.13 56 3 17쪽
1 프롤로그 +2 24.06.13 117 5 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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