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화 : 관리국의 주말 (1/2)

민혁 : 감사합니다!
민혁의 감사 표현에 흡족해하는 준상.
준상 : 근데 조금만 더 기다려 줄래? 원래 워프 엔진은 사용자가 바뀐 적도 없고, 이전 착용자의 기억이 흘러들어온다는 얘기는 어디서도 없던 일이라 데이터 좀 가져가고 싶은데?
민혁 : 그렇게 하세요!
윤정은 대화에 참여하지 않고 가방을 뒤적이며 ‘에스프레소’를 확인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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준상이 민혁의 워프 엔진을 살펴보는 동안, 윤정은 에스프레소를 유심히 살펴보았다.
윤정 : 야, 이거 괜찮은 거야?
준상은 워프 엔진 데이터에 집중해 윤정의 말을 듣지 못했다.
순식간에 몰두하는 엄청난 집중력, 천재성과 더불어 그런 집중력이 그를 초고속 팀장으로 만들어 준 원동력이었다.
윤정 : 유준상! 이거 괜찮은 거냐고?
그제야 윤정을 쳐다보는 준상.
준상 : 나도 모르지! 너희 요원들 소르치 대비해서 집중력, 판단력, 신체능력 ... 또 뭐 하여간 엄청나게 올려주니까 기절도 막아주겠지.
다소 무책임한 듯한 말을 내뱉는 준상이었다.
윤정 : 선배가 기절하면 뒤치다꺼리는 내가 다 해야 하니까 그러지!
언제나 짐짝 취급되는 자신이 민망해진 민혁.
민혁 : 윤정아 ... 그냥 챙겨가자 ...
준상 : 나 데이터 빨리 뽑게 말 좀 그만 걸어줄래? 주말인데 하루 종일 이러고 있을 거야?
민혁 : 자, 잘 쓰겠습니다!
윤정은 가방에서 물러났고, 민혁은 빠르게 가방을 챙겨 들었다.
민혁은 가방을 챙기며 윤정에게 말했다.
민혁 : 내가 또 기절해서 너한테 피해줄 수는 없잖아 ...
윤정은 아무 말도 없었다.
몇 분 동안 정적이 흐르는 연구소.
준상의 타자 두들기는 소리만이 넓은 연구소 안을 가득 채우고 있었다.
그렇게 아무 말이 없던 세 사람.
윤정 : 맞다! 워프 엔진 작동법.
민혁 : 응?
윤정 : 기다리는 동안 워프 엔진 작동법 알려줄게요.
윤정은 자신의 워프 엔진을 두 번 두드려 홀로그램을 열었다.
민혁 : 조금 이따가 나도 착용하고 알려주면 안 돼?
윤정 : 주말이잖아요. 저녁 약속도 있고 저도 바빠요.
민혁 : 까먹을 것 같아서 그러지 ...
윤정 : 어차피 한 번에 다 못 알려줘요. 간단한 거 몇 가지만 알려드릴 테니까 보세요.
준상은 여전히 민혁의 워프 엔진에서 데이터를 추출하는 데 집중했고, 윤정은 민혁에게 차분히 설명을 시작했다.
윤정 : 이렇게 하면, 통신할 수 있어요. 여기서 이것도 누르면 화면도 같이.
민혁 : 응 ...
윤정 : 이거는 이렇게 ... 그리고 이렇게 ...
민혁 : 응 ...
얼추 이해해 보려 노력하는 민혁.
윤정은 차분히 설명하지만 처음 써보는 홀로그램 조작법이 익숙지 않은 민혁은 그것이 너무나 어려운 숙제 같았다.
그렇게 십여 분이 지나자 마침내 데이터 수집을 끝마친 준상.
준상 : 다 됐어. 여기.
민혁은 건네받은 워프 엔진을 다시 착용했다.
‘착 착 착 착!’
준상 : 기억이 흘러 들어온다라 ... 뽑아낸 데이터로 내가 확인해 볼게. 이런 경우는 처음이라 나도 굉장히 신기하네.
준상의 눈은 호기심으로 가득 찼다.
워프 엔진을 돌려받은 민혁은 윤정에게 배운 것을 써보기 위해 화면을 두드리려 하는 그 순간.
‘삐빅, 지이잉’
그때, 누군가 연구소로 들어왔다.
그녀의 이름은 제니퍼.
푸른 눈의 서양 사람인 그녀는 준상이 팀장으로 있는 A팀 연구원이었다.
제니퍼 : 와우! 오늘 주말, 뭐 해요우?
조금 어눌하지만 나름 한국말을 사용하는 제니퍼.
준상 : 하이, 제니퍼~ 얘네가 급하게 워프 엔진 점검이 필요하다고 해서 ... 주말인데 말이야.
제니퍼 : 그런 거 나한테 맡겨, 유 아 마이 캡틴.
한국식 문화가 장착된 제니퍼.
갑작스러운 제니퍼의 등장에 난감해하는 윤정과 민혁이었다.
하지만 두 사람과 다르게 준상은 능글맞은 태도로 제니퍼를 대했다.
준상 : 윤정이가 나랑 동기라 그런지 내가 이지(easy) 한가 봐? 동기니까 해주는 거지. 안 그래 권윤정?
윤정 : 그, 그렇죠.
윤정은 애써 웃었다.
제니퍼 : 윤정, 그래도 이런 일. 앞으로 나한테 말해. 캡틴 할 일 아냐. 잇츠 더 위켄드 투데이 롸잇?
윤정 : 네, 알았어요 ...
제니퍼 : 그쪽은 ... 민혀크? ...
제니퍼는 윤정 옆에 있는 민혁을 알아보는 듯했다.
민혁 : 헤, 헬로우.
준상 : 제니퍼, 서로 아는 사이야? 이민혁이라고 이 바닥에서 아주 전설적인 사람이지.
제니퍼 : 오우, 민혀크! 뤠져어어언드! 오브 콜스 아이 노우!
민혁에 악수를 청하는 제니퍼.
민혁은 얼떨결에 악수를 받았다.
제니퍼 : 리멤벌? 우리 한번 봤어요오.
민혁은 윤정의 눈치를 보았고, 윤정은 살짝 고개를 끄덕했다.
민혁 : 내가 한 번 본 사람도 기억하고 그래야 하나?
까칠하게 답하는 민혁.
제니퍼는 그런 민혁의 반응에 웃음으로 답했다.
제니퍼 : 하하하하! 얼라윗 얼라윗~ 여전히 무서워. 민혀크 스틸 스캐얼~
웃음을 참으며 둘의 대화를 지켜보던 준상이 끼어들었다.
준상 : 근데 제니퍼, 주말에 여긴 무슨 일이야?
제니퍼 : 자료 놓코 가써요.
준상 : 그래? 역시 제니퍼. 열심히 하네.
제니퍼 : A팀 컴페티션 이즈 투 하드~
말하던 도중, 민혁 손에 들린 ‘에스프레소’ 가방을 본 제니퍼.
제니퍼 : 왓 더?! 캡틴! 댓츠 댄져러스! 아직 안 돼!
제니퍼는 민혁이 들고 있는 가방을 보자 기겁하며 막아섰다.
준상 : 괜찮아. 어차피 임상 실험도 필요했는데, 이민혁이면 괜찮아.
제니퍼 : 워우 ... 쏘 댄져러스!
염려하는 눈빛으로 민혁을 바라보는 제니퍼.
그런 제니퍼의 눈빛에 민혁도 걱정이 앞섰다.
준상 : 제니퍼. A팀 원칙 잊었어?
제니퍼 : 아이 노우 아이 노우 ... 팀 멤버 방해 안 돼. 간섭 안 돼. 아이 노우!
난감해하는 제니퍼.
그런 제니퍼의 반응에 윤정은 약물이 어떤 효과가 있는지 의문스러웠지만, 지금은 자리를 벗어나는 게 우선이라고 생각했다.
윤정 : 저기, 팀장 ... 님. 저희 이만 가볼게요.
준상 : 그래. 수고들 해.
민혁 : 감사했 ...
윤정 : 선배!!
감사 인사를 하려 했던 민혁을 멈추는 윤정.
윤정 : 빨리 가요.
민혁은 하던 말을 멈추고 윤정을 따라 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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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소에서 나와 엘리베이터를 기다리는 두 사람.
윤정은 천장에 설치된 작은 구멍을 바라보며 말했다.
윤정 : 선배, 저 구멍 보이죠?
민혁 : 응.
윤정 : 저게 cctv에요.
민혁 : 얼핏 보면 모르겠다.
윤정 : 몰래 설치한 것도 아니에요. 미관상 안에 집어넣은 거지 사람들 다 알아요. 그래도 다행이네요. 이제는 이렇게 편하게 얘기할 수 있다는 게.
민혁 : 그러게 ...
엘리베이터를 기다리는 동안 잠시 정적이 흐르는 두 사람.
민혁 : 이제 뭐 해?
윤정 : 쉴 건데요?
민혁 : 그렇구나 ...
윤정 : 왜요?
민혁 : 아니야 ...
윤정은 말을 머뭇거리는 민혁에게 답답함을 느꼈다.
윤정 : 저기 ... 뒤에 말 좀 끝까지 하세요. 왜요?!
민혁 : 아니, 워프 엔진 조작법 아까 설명 들었는데, 너무 어려워서.
윤정 : ... 지금 써보세요.
민혁 : 응?
윤정 : 지금 해보시라구요.
민혁은 가방을 내려놓고 워프 엔진이 달린 손목을 올려 화면을 두 번 두드렸다.
무수히 많은 버튼이 나오는 홀로그램.
윤정 : 통신 알려줬죠? 통신해 보세요.
민혁 : 이, 이건가?
민혁은 공중에 띄워진 홀로그램 버튼을 눌렀고, 즉시 윤정의 워프 엔진에 신호가 들어왔다.
‘삐빅, 삐빅’
윤정 : 잘하네요.
윤정은 자신의 워프 엔진을 두 번 두드려 민혁의 통신을 꺼버렸다.
윤정 : 다른 것도 그렇게 쓰면 돼요.
민혁 : 응 ...
‘띵!’
엘리베이터가 도착했다.
엘리베이터 안에는 편안한 옷차림과 정장 차림인 여러 사람들이 타고 있었다.
탑승하는 두 사람.
민혁을 중심으로 싸한 분위기가 감지되는 두 사람.
분명 다들 대화 중이었지만, 민혁이 탑승하자 대화가 중단된 것으로 예상됐다.
그러던 중 정장을 입은 한 사람이 민혁에 말을 건네왔다.
기중 : 선배님, 저 최기중입니다. 오랜만이에요.
민혁 : 어, 그래.
밀집된 공간에 윤정의 눈치도 볼 수 없는 민혁은 즉시 까칠하게 답했다.
최기중은 그런 민혁의 태도가 익숙한 듯 계속 말을 건넸다.
기중 : 이번 임무 어떠셨어요? 저는 사람 잡는 것보다 짐승 잡는 게 더 어렵더라고요. 예측이 안되서.
민혁 : 난 쉽던데.
민혁은 까칠하게 답하는 자신에게 굴하지 않고 계속 말을 걸어오는 사람이 처음이거니와 그런 기중이 부담스러웠다.
(15층 언제 도착하냐! ...)
기중 : 역시 선배님이시네. 근데 이상한 소문이 돌던데요?
민혁 : 무슨 소문?
기중 : 이번에 작전 시작부터 소르치 현상이 발생했다는데, 진짜예요?
민혁은 어떻게 답해야 할지 몰라 윤정의 눈치를 보았다.
원래 같았으면 당장 나서서 대화를 중단시켰어야 할 윤정이 이번만큼은 이상하리만치 나서지 않았다.
민혁 : 무,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야.
기중 : 그렇죠? 저도 소문으로 들은거라서 ... 역시 당사자가 직접 말해주는 게 ...
‘띵!’
타이밍 좋게 15층에 도착한 엘리베이터.
민혁 : 간다.
기중 : 옙. 고생하십쇼.
가방을 챙기고 내린 민혁과 다르게 윤정은 엘리베이터에 머물러 있었다.
민혁 : 윤정아, 뭐해?
윤정 : 네?
민혁의 부름에 엘리베이터 안 모두가 윤정을 쳐다보았다.
말없이 엘리베이터에서 내리는 윤정.
그렇게 문이 닫히고 윤정은 고개를 숙인 채 가만히 있었다.
민혁 : 왜? ... 나 실수한 거 있어?
윤정 : 저는 23층인데요 ...
민혁 : 아, 그렇구나!
윤정 : 그렇구나가 아니라!!
윤정의 얼굴이 살짝 달아올랐다.
안에 있던 다른 사람들에게 오해받고 싶지 않은 윤정이었다.
윤정 : 하아, 됐어요.
눈치 없는 민혁은 본인이 어떤 오해를 불러일으켰는지 짐작도 하지 못했다.
민혁 : 근데 방금 나한테 말 건 사람은 누구야?
윤정 : 저도 몰라요 ...
민혁 : 그래? ... 내가 실수한 건 없겠지?
윤정 : 그럴 거예요. 근데 작전 시간 소르치 현상 어디에 얘기한 적 있으세요?
민혁은 지난밤 대명과의 대화를 떠올려 봤다.
민혁 : 아니, 여기서 누구랑 대화해 본 적이 별로 없는걸.
윤정 : 저도 아니에요 ... 어떻게 된 거지? ... 같은 세계축까지 감시자가 따라붙은 게 아닌 한, 세계축을 벗어나면 누구도 감시할 수 없어요.
민혁 : 까마귀가 설마?!
윤정 : 아니에요. 까마귀였으면 소문이 안 퍼졌겠죠. 이건 제가 알아볼게요.
윤정은 엘리베이터를 기다리며 버튼을 눌렀다.
민혁 : 응 ...
윤정 : 괜히 함부로 문 열어주지 말고, 돌아다니지도 마세요. 제가 차근차근 알려드릴 테니까.
민혁 : 알았어 ...
금방 도착한 엘리베이터.
엘리베이터 안에는 아무도 없었다.
윤정이 엘리베이터에 탑승하려는 순간 민혁은 윤정을 불러세웠다.
민혁 : 윤정아!
윤정 : 네?
민혁 : 그 ... 저녁에 뭐해?!
윤정 : 저녁 약속 있어요. 대성 선배랑 대명이랑 ... 아까 얘기 했는데.
민혁 : 아, 알았어 ...
윤정은 엘리베이터 열림 버튼을 눌러놓고 잠시 고민하더니 민혁에 말을 건넸다.
윤정 : 내일 시설 소개 해드릴게요. 어제 임무 마치고 지금도 정신 없을 텐데, 오늘은 푹 쉬세요.
민혁 : 응? 고, 고마워!
윤정은 그렇게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갔고, 민혁은 ‘에스프레소’ 가방을 들고 자신의 방으로 돌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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