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화 : 임무 실패

장수와 봉철을 데리고 급하게 병원으로 향하는 경찰차.
윤정과 민혁도 다급하게 봉철의 차에 올라탔다.
당연하단 듯 조수석에 탑승하는 민혁.
자연스레 운전석에 탑승하는 윤정.
민혁 : 빨리 쫓아가자!
윤정은 수동이 아닌 오토에도 조수석에 앉는 민혁을 한번 째려보고는 곧바로 경찰차를 따라가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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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실에 누워있는 장수.
의사와 간호사들이 장수의 상태를 긴급히 살펴보고 있었다.
봉철 : 아부지! 아부지!
간호사 : 보호자 분도 나가세요!
장수의 곁을 떠나지 않으려는 봉철을 내보내는 간호사.
그런 봉철을 다독이는 건 윤정과 민혁이었다.
민혁 : 진정하시죠. 보호자가 이래봐야 좋을 거 하나 없습니다. 정신 바짝 차리고 계셔야죠.
봉철을 달래는 민혁의 모습은 평소 그답지 않은 차분한 태도였다.
봉철 : 우에 진정하랍니꺼?! 지땜에 우리 아부지 이리 되뿟는데!!
민혁 : 이럴 때일수록 보호자가 정신 똑바로 차리고 계셔야 합니다.
민혁은 봉철에 차분한 태도로 일관하며 간호사에게 다가갔다.
민혁 : 보호자 연락처 남겨놓겠습니다.
간호사 : 네, 이쪽에서 도와드릴게요.
민혁의 능숙한 일 처리에 그저 옆에서 졸졸 따라다니는 윤정.
윤정 : 선배 ... 생각외로 차분하시네요?
민혁 : 우리보다 아드님이 정신 없으시겠지. 우린 3자 잖아.
윤정은 민혁에 더는 묻지 않았다.
봉철 : 이를 우야면 좋노 ... 우야면 좋노 ...
중환자실로 들어간 장수를 보호자 대기실에서 기다리는 세 사람.
그렇게 시간이 한 시간 남짓 흘렀을 때, 누군가 세 사람 앞으로 걸어왔다.
은혜 : 아이고, 이게 무슨 일이람?
보호자 대기실 앞으로 들어서는 은혜.
서울로 올라간다던 은혜는 서류 가방을 들고 있는 낯선 남성 한 명과 병원에 들어왔다.
은혜를 본 즉시 표정이 어두워지는 윤정.
윤정 : 설마? ...
은혜 : 두 분이서 일을 잘 처리하셨나 보네?
봉철 : 은혜씨가 여긴 우짠 일로? ...
은혜 : 아이고, 영감님 쓰러지셨다는데 와봐야죠.
전혀 걱정하는 얼굴이 아닌 은혜.
은혜 옆에 있는 낯선 사내는 서류 가방에서 종이를 한 장 꺼내 봉철에 들이밀었다.
‘6.25 피해복지센터 기증서’
봉철 : 이, 이게 뭐꼬 ...
은혜 : 영감님께서 2개월 전에 작성 해놓으신 거예요. 팔 생각도 없으면 돌아가실 때 기증이라도 하라고. 얼마나 의미 좋겠어요. 6.25로 돌아가신 아버지를 기리면서 말이에요.
봉철 : 이런 미친년이 뭐라카노?!
상황을 지켜보던 민혁은 윤정에게 귓속말을 했다.
민혁 : (윤정아, 이거 삼류 소설 그런거 아니지?)
민혁의 말을 가볍게 무시한 윤정은 은혜에게 따져묻기 시작했다.
윤정 : 대표님, 지금 뭐 하시는 거예요?!
은혜 : 두 분 생각보다 순진하네에? 후후.
낯선 남성 : 강장수 씨께서 돌아가실 경우. 강장수 씨의 명의로 된 한옥 집은 6.25 피해복지센터로 기증됩니다. 그리고 여기 장은혜 대표님께서 그 집을 시세대비 2배로 매입하시기로 하셨구요.
봉철 : 이년이 미칫나?! 우리 아부지가 죽었나?!!
은혜 : 그냥 온 거 아니에요. 따로 연락받고 온 거에요. 여러분이 생각하시는 것보다 많이 위독하신 것 같은데에?
민혁 : 이게 뭐하시는 겁니까?
은혜 : 내가 뭘? 내 조언 듣고 냅다 나무 없애버리기로 한 건 두 사람 아니었나? 똑같은 사람들끼리 왜 이래? 누가 더 지저분한지 토론하자는 거야? 봉철씨 앞에서?
봉철은 화를 참지 못하고 은혜에게 달려들었다.
그런 봉철을 말리는 낯선 남성과 민혁.
봉철 : 야이 미친년아! 내가 짤라뿟다!! 내 때문이라꼬!!
은혜 : 어머 그래요? 그러면 봉철씨 탓으로 하고.
은혜의 빈정에 봉철은 이성을 잃었다.
봉철 : 고마 놔봐라! 저년 쳐 죽일 년! 놔라!
봉철은 자기 자신에 난 화를 은혜에게 돌리고 있음을 그 자리의 모든 사람이 알 수가 있었다.
‘지이잉’
때마침 중환자실 자동문을 열고 나오는 의사.
의사 : 보호자 분 어디 계십니까?
봉철 : 여기요! 여 있습니다!
의사는 마스크를 벗었다.
마스크 아래 담담한 표정을 짓는 의사.
의사 : 어르신이 연세가 있으신데 많이 놀라셔서 ...
봉철 : 한 번만 살려주이소!! 우리 아부지 한 번만!!
의사 : 지, 진정하시고 ... 잠시 쇼크가 오신 것 같습니다. 의식도 돌아오셨고요.
봉철 : 차, 참 말로예?!
의사 : 네. 위험한 상황은 아니었던 것 같습니다. 일시적인 쇼크입니다.
은혜는 의사의 말에 멀리 있던 간호사를 째려보았다.
은혜의 눈초리를 피해 자리를 벗어나는 간호사.
의사 : 일반 병실로 곧 이동하실 테니까 그때 만나보시죠.
봉철 : 아, 아이고! 참말로 고맙심니더! 고맙심니더!!
민혁 : 간호사님, 강장수 씨 이동하실 병실은 몇 호인가요?
의사의 말이 끝남과 동시에 간호사에게 병실 위치를 묻는 민혁.
역시나 모든 행동이 능숙한 민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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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실에 살짝 기대 누워있는 장수.
장수의 앞에 봉철이 있고 뒤로 윤정과 민혁이 서 있었다.
은혜와 낯선 남성은 병실 입구에 서성이며 내부를 살피고 있었다.
봉철 : 아부지 ... 지가 잘못했심더 ...
장수 : ...
봉철의 사과에도 대답이 없는 장수.
봉철 : 지가 잘못했으예. 아부지 하란 대로 다 하겠심더. 한 번만 용서해 주이소.
한 참을 가만히 있던 장수는 입을 열었다.
장수 : ... 내는 고마 저 집 팔 생각 없다.
봉철 : 하모예!! 지가 아부지 병원에 계신 동안 싹 다 수리해가, 다 해놓겠심더!! ... 그 ... 나무는 예 ...
장수 : ...
나무 얘기가 나오자, 침묵이 흐르는 병실.
장수 : ... 고마 됐다.
봉철 : 지송합니더 ...
장수 : ... 내 피곤타. 가라.
봉철 : 아부지 ...
장수 : 꼴뵈기 싫으니까 가라꼬!!
쫓겨나듯 병실에서 나가는 봉철, 윤정, 민혁.
은혜는 장수의 우렁찬 목소리를 듣고서 입술을 꽉 깨물고 복도에 서 있었다.
은혜 : 에잇 시팔 짜증나네 정말!!
기증 서류를 땅바닥에 집어던지고 가버리는 은혜.
은혜와 함께 왔던 낯선 남성은 은혜가 던지고 간 기증 서류를 다시 주워 담아 은혜를 따라갔다.
윤정 : 우선 다행이에요. 아드님.
봉철 : 그라지예 ...
장수의 건재함과 여전히 집을 팔 생각이 없음을 재확인한 세 사람은 모두 아무 말도 할 수가 없었다.
봉철 : 저 ... 미안합니데이 ...
윤정 : 아니에요. 사람 목숨이 더 중요하죠 ...
봉철 : 그라믄 ... 내 다른 땅 내드리는 건 우얍니꺼? 저희 감자밭이 억수로 넓어가! ...
윤정 : 괜찮습니다. 저희는 딱 그 집만 매입하는 게 목적이라서요 ...
봉철은 윤정과 민혁에게 미안한 마음을 숨기지 않았다.
봉철 : ... 고마 미안하게 됐심더. 아부지가 저래 말씀하시믄, 지도 방법이 없으예 ...
민혁 : ...
민혁은 이대로 임무가 실패하는 것인지, 다음 상황이 어떨지 몰라 가만히 있을 뿐이었다.
윤정 : 아니에요. 괜찮습니다 ... 저희 옷차림이 이래서 일단 댁으로 돌아가야 할 것 같은데, 저희끼리 택시 타고 갈게요. 주소만 알려주세요.
봉철 : 참말로 미안합니데이 ... 아부지 옆에 있어야 겠심더. 주소는 ... 여기로 가시고, 현관 비밀번호는 ... 입니데이.
윤정 : 네, 어르신 쾌차하시길 바랄게요. 실례 많았습니다. 가요 선배.
민혁 : 어? 어!
윤정과 민혁은 그대로 병원을 나갔다.
민혁은 아무 말 없이 병원을 나가는 윤정에게 물었다.
민혁 : 이대로 끝나는 거야?
윤정 : 선배, 이거 방법 없어요 ... 보셨잖아요?
단호한 윤정.
민혁 : ... 임무 실패야?
윤정 : 유감스럽지만, 임무 실패는 종종 있는 일이에요. 저도 오랜만이지만요 ...
민혁 : 이렇게 그냥 돌아가도 돼? 다른 방법을 찾아봐야 하지 않을까?
윤정 : 선배, 제 머리로는 지금 상황에 도저히 답 없어요. 선배는 방법 있어요?
민혁 : ...
윤정 : 이럴 때는 빨리 복귀해서 본부에 알리는 것도 방법이에요. 그러면 대책이 나오겠죠 ...
고작 두 번째 임무 만에 임무 실패를 맛보게 된 민혁.
민혁 : 임무를 실패하면 어떻게 돼?
윤정 : 임무의 정도에 따라 급수가 내려가거나, 고과 점수가 깎이죠. 고과 점수라 하면 ... 팀장 승진이나 까마귀 심사에 영향을 끼쳐요.
민혁 : 까, 까마귀 심사에?!
‘우선 까마귀 복귀가 우선이야.’
대명의 조언이 생각나는 민혁이었다.
민혁 : 이대로 임무를 포기하는 게 맞나? ...
윤정 : 선배, 우선 빨리 돌아가서 옷 좀 갈아입어요!
민혁 : 알았어...
윤정과 민혁은 택시승강장에서 바로 택시를 타고 봉철의 집으로 이동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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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철의 집에서 원래 옷으로 환복을 하고 나온 윤정과 민혁.
윤정은 주위를 둘러보고 아무도 없음을 확인하고서 워프 엔진 점프를 할 준비를 하고 있었다.
민혁 : 윤정아, 작전 시작한 지 반나절 만에 실패했다고 복귀하면 본부에서도 안 좋게 생각하지 않을까?
여전히 임무 실패를 받아들이지 못하는 민혁이었다.
윤정 : 선배, 군소리 그만하고 점프 준비나 하세요.
민혁 : 아 ...
민혁은 윤정의 강경한 태도에 어쩔 수 없이 워프 엔진 홀로그램을 작동시켰다.
윤정 : 복귀할 때는 선배가 작동시켜 봐요.
민혁 : 어 ... 알았어 ...
임무 실패로 낙담에 빠진 민혁은 맥아리가 빠진 채로 버튼을 조작했다.
입술이 대빨 나온 민혁은 성의없이 버튼을 눌렀다.
‘삐빅, 삐빅’
윤정 : 아, 쫌! 그거 말구요. 이 버튼이에요.
민혁 : 알았어!
‘삐빅, 삐빅’
툴툴거리며 워프 엔진을 조작하는 민혁.
윤정도 그런 민혁의 투정에 슬슬 짜증이 올라왔다.
윤정 : 거기 말고 오른쪽이라니까요?
민혁 : 알았다구!!
홧김에 오른쪽 버튼을 눌러버리는 민혁.
‘삐빅!’
윤정 : 어?
‘삐빅! 삐빅! 삐빅!!’
민혁의 워프 엔진이 차원의 균열은 열지 않은 채 작동음을 계속해서 내고 있었다.
민혁 : 왜?
윤정 : 뭐 눌렀어요?
민혁 : 오른쪽 누르라며!
윤정 : 아니요 ... 방금 누른거 처, 처음 보는 버튼인데 ...
‘삐비비빅 ... 삐비비빅 ... 삐비비빅 ...’
민혁 : 뭐? ... 이거 왜 소리가 계속나지? ...
‘삐이이이익!!!’
기괴한 워프 엔진 작동음에 그대로 얼어붙은 두 사람.
[사용자 이민혁 확인 중]
[사용자 이민혁과 99.9%일치 ... 0.1% 불일치 확인 중]
[사전 승인 된 오차 범위 ... 삐빅!]
[까마귀 모드로 변경합니다. 삐비빅!]
민혁 : 유, 윤정아 얘가 말을 하는데?
윤정 : 저도 몰라요!! 중지 시켜요 일단!!
민혁 : 중지를 어떻게 하는데?!
윤정 : 일단 뭐라도 눌러봐요!
‘삐빅! 삐빅!’
[임무 성공 가능성이 제일 높은 시간축 계산 중]
[계산 중 ... 계산 중 ... 삐빅!]
민혁 : 얘, 얘가 지금 뭐라는 거야?!
윤정 : 선배!!
[계산 완료. 곧 시간축 점프를 시작합니다.]
‘위이이잉’
무언가 일이 벌어진다는 것을 확신하는 윤정과 민혁.
민혁은 당황해 허둥지둥하고 있었고, 윤정은 민혁에게 빠르게 다가와 말했다.
윤정 : 선배! 지금 이거 저도 몰라요. 혹시 이동하게 되면 제가 꼭 찾아낼 테니까! ...
‘...사아아아’
민혁의 등 뒤로 차원의 균열이 열리자마자 윤정은 말을 멈추고 뒤로 물러났다.
강력한 힘으로 민혁을 빨아들이는 차원의 균열.
민혁 : 끄억!!
윤정 : 허튼짓 말고 거기 그대로 계세요!!!
차원의 균열로 사라지는 민혁을 향해 소리치는 윤정.
민혁 : 으아아아아악!!
그렇게 민혁은 어딘가로 사라져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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