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화 : 부치지 못한 편지

민혁 : 강만섭 씨!!!
데이비드 : 20m안에 있어. 얼른 찾아!
민혁 : 강만섭 씨이이!!!
만섭 : 뭐꼬?!!!
조금 떨어진 곳 움푹 파인 참호 속에서 만섭이 민혁의 부름에 대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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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혁은 부름에 대꾸하는 만섭을 향해 달려갔다.
빗발치는 총탄 속에서 몸을 날려 참호로 굴러 들어가는 민혁.
‘두두두두’
‘탕! 탕!’
민혁 : 허억, 허억 ... 강만섭씨?
만섭 : 뭔데?!
멀리서 쏟아지듯 밀려드는 중공군들.
만섭은 민혁을 잠깐 흘겨보고는 전방을 향해 총을 마구 쏘아댔다.
‘탕! 탕! 탕!’
민혁 : 가, 강만섭씨 맞으세요?!
만섭 : 우짜라고?! 누꼬?!
중공군들의 파상공세.
데이비드는 그들을 엄호하느라 정신이 없었다.
민혁 : 저, 강장수 어르신 아시죠?
총알이 빗발치는 전쟁터 속에서 민혁은 자신도 모르게 강장수를 어르신이라고 표현해 버렸다.
강장수의 이름을 듣자 그제야 민혁을 똑바로 바라보는 만섭.
만섭 : 장수?
민혁 : 네, 강장수 어르신 ... 아! 그게 아니라 ... 강장수 씨가 ... 아, 아니 어린애 장수요!!
만섭 : 우리 아를 아시오?!
민혁은 다급한 전쟁터 상황 속 어디부터 설명해야 할지 몰라 말을 머뭇거렸다.
머뭇거리는 민혁을 힐끔 보고서 재촉을 서두르는 데이비드.
데이비드 : hurry up Lee!! I can't hold them off much longer! (이민혁! 더 이상 막기 힘들어! 빨리!!)
민혁은 데이비드의 다급한 영어 외침을 알아들을 수 없었지만, 서두르라는 뜻인 건 확실히 알 수 있었다.
민혁 : 시간이 없으니 사실대로 얘기할게요! 강만섭씨, 당신은 여기서 죽을지도 몰라요!
민혁의 말을 들은 만섭은 자신이 죽는다는 믿기 힘든 말에 눈이 휘둥그레졌다.
만섭 : 뭐, 뭐라꼬?!
민혁 : 전 당신을 살리려고 온 거 아니에요!! 강장수, 당신 아들 때문에 왔어요! 강만섭씨가 돌아오지 않아서, 강장수씨가 평생을 지금 집에서 살게 됩니다. 당신을 계속 기다리면서요!!
만섭 : 이, 정신 나간 놈이가?!!
만섭의 황당한 반응에도 진지한 표정으로 일관한 민혁은 다급히 하고 싶은 말을 계속해서 내뱉었다.
민혁 : 마당에 심어놓은 나무 있죠?! 강만섭씨가 심고 온 그 나무. 강장수 어르신 그 나무에 평생을 집착하면서 살고 계세요!! 나이가 80이 다 돼가면서요!
만섭은 믿을 수 없다는 듯 민혁을 의심의 눈초리로 쳐다보았다.
만섭 : 이 미친놈이 뭐라카노?!!
그때, 민혁은 춘자에게 받았던 감자를 한 알과 편지를 꺼내 만섭에게 건넸다.
민혁 : 믿어주세요!! 장수 어머님께서 주신 겁니다!!
만섭은 감자와 편지를 건네받고는 민혁을 한 번 쳐다봤다.
만섭 : 미친 자슥이 뭐라카노 ...
감자를 껍질째 한입 베어먹어 보는 만섭.
긴박한 상황에 빠르게 씹던 속도는 맛을 음미할수록 점차 느려지기 시작했다.
만섭 : 하 ... 이기 우리집 감재 맞네 ...
민혁 : 믿, 믿기지 않겠지만 저는 미래에서 왔어요!!
민혁이 자신의 정체를 사실대로 고백하자 데이비드는 소리를 질렀다.
데이비드 : LEEEEEEE!!! 뻑킹 크레이지!! 너 소르치 완전히 무시할 줄 알았어!!
민혁이 자신의 정체를 밝히자 몰려오던 중공군의 수는 순식간에 곱으로 늘어났다.
데이비드는 옆에 있던 기관총을 잡고 중공군을 향해 난사하기 시작했다.
‘두두두두!!’
만섭 : 뭐라카노!! 모르겠다 ... 이기 우리 집 감재가 맞고! 참말로 당신 말이 맞으모 ...
만섭은 품에서 편지를 한 통을 꺼내 민혁에게 건네주었다.
만섭 : 아니다! 내가 와죽노!! 우리 장수 봐야제!! 우리 춘자 봐야제!! ...
말을 마친 만섭은 중공군을 향해 다시 총격을 가하기 시작했다.
‘탕! 탕!’
민혁 : 이게 뭔가요?!!
만섭 : 나가 와죽노?! 재수 없는 소리 말고 ... 그거 가지고 끄지라!!
민혁은 만섭에게 건네받은 편지를 보았다.
‘경상북도 영양군 ...’
가족에게 보내는 것으로 보이는 만섭의 편지.
민혁은 이것이 자신이 할 수 있는 최선임을 직감했다.
민혁 : 데이비드!! 이제 됐어!!
민혁의 외침에 기관총에서 내려와 민혁에게 달려오는 데이비드.
데이비드 : 끝났지?
민혁 : 어. 됐어. 이걸로 됐을 거야.
민혁은 만섭에게 받은 편지를 손에 꼭 쥔채 말했다.
데이비드 : 그럼 빨리 꺼져!
민혁 : 자, 잠깐만 ...
민혁은 선글라스도 끼지 않은 채 워프 엔진 홀로그램을 켰다.
신기한 홀로그램까지 보게되는 만섭.
만섭 : 대체 무슨 일이고?! ...
민혁의 손을 덜덜 떨리고 있었고, 어떤 버튼을 눌러야 이곳에 오기 직전 세계축으로 돌아가는지 알 수가 없었다.
그 모습을 보며 잠시 기다리던 데이비드.
데이비드 : 비켜!
데이비드는 민혁을 대신해 민혁의 워프 엔진을 작동시켰다.
민혁 : 뭐, 뭐야?!
‘...사아아아’
민혁 : 끄억!!
데이비드가 대신 조작해 준 민혁의 워프 엔진.
차원의 균열로 강제 점프하는 민혁.
그리고 그런 민혁과 데이비드를 넋이 나간 채 지켜보는 만섭.
데이비드는 민혁이 사라지고 혼잣말을 내뱉었다.
데이비드 : This guy's turned into a total fuck-up (이새끼 병신 다 됐네.)
민혁이 사라지자, 거짓말처럼 후퇴하는 중공군들.
만섭은 후퇴하는 중공군들을 바라보며 환호했다.
만섭 : 하아, 하아 ... 그라제!! 내는 여서 못 죽는다카이!! 우리 춘자랑 장수 두고 내가 우에 죽노!!!
데이비드와 눈이 마주친 만섭.
만섭 : 뭐가뭔지 몰라도! 뉘신진 몰라도 참말로 고맙심더!!
환의에 찬 만섭과 다르게 아무런 표정 없이 홀로그램 정보창을 보는 데이비드.
데이비드 : Man-seop Kang, you should have been dead 15 minutes ago.
만섭 : 에? 뭐라꼬예?
‘탕!’
들고 있던 권총으로 만섭의 머리를 관통시키는 데이비드.
만섭은 그 자리에서 즉사했다.
데이비드 : 당신 15분 전에 죽어야 했다고.
데이비드는 곧바로 워프 엔진을 작동시켜 누군가와 음성 통화를 연결했다.
데이비드 : Lee is no longer the Lee we used to know. His true identity is clear now. (이민혁은 더 이상 우리가 알던 이민혁이 아니야. 정체가 확실해졌어.)
??? : What should we say to Park? (박상현한테 뭐라고 할까?)
데이비드 : "No need to reveal this valuable information just yet. Let's keep it a secret for now and make the most out of the situation. (이 좋은 패를 알려줄 필요는 없겠지. 당분간 비밀로 하고 상황을 최대한 이용해 보자고.)
통화를 끝마친 데이비드는 곧바로 워프 엔진을 작동시켜 차원의 균열로 점프했다.
참호 속에는 방금까지 환호하던 만섭의 시체만이 있을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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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아아아'
민혁 : 끄악!!
‘철푸덕!’
민혁 : 으으 ...
윤정 : 선배!!
민혁은 원래 임무를 수행 중이던 시간축과 세계축으로 돌아왔다.
민혁 : 뭐, 뭐야?! 어떻게 된 거지?!
윤정 : 선배! 선배 방금 막 사라졌는데!! ...
윤정은 여기저기 흙먼지와 자잘한 생채기투성이의 민혁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무엇보다 민혁의 온몸에서 진동하는 화약 냄새.
윤정 : 선배 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거예요?!
민혁 : 모, 모르겠어. 나 방금 1950년에 있다 왔어 ...
윤정 : 시간축을 점프했다구요?!
민혁 : 그런 것 같은데 ... 이, 이거 ...
민혁은 손에 꼭 쥐고 있는 만섭의 편지를 윤정에게 보였다.
민혁 : 강장수 어르신 아버지, 강만섭씨 편지야!
윤정 : 이걸 어떻게? ...
민혁 : 진짜 죽을뻔 했어 ... 전쟁터에서 강만섭씨를 찾았어.
윤정 : 저, 정말요?
민혁 : 데이비드라는 사람이 도와줬어. 한국인처럼 생겨서 영어를 쓰던데, 다른 나라 평행우주 관리국 사람 같더라.
윤정 : 데이비드요?
민혁 : 응, 알아?
윤정 : 원래 저희쪽 사람이었어요 ... 저도 얘기만 들었구요. 한국에 악감정 가진 사람인데, 선배를 도와줬다구요?
민혁 : 그래? 그 사람 아니었으면 복귀도 못 했을 거야.
얘기를 들은 윤정은 표정이 좋지 않았다.
윤정 : 혹시 선배 워프 엔진 조작 버벅거리는 거 데이비드가 봤어요?
민혁 : 어?
복귀하기 직전에 덜덜 떨리며 제대로 워프 엔진을 조작하지 못한 자신의 손이 떠오른 민혁은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윤정 : 아 ...
윤정은 잠시 말이 없었다.
윤정 : ... 그건 나중에 생각해요. 살아 돌아온 게 다행이에요.
민혁의 온몸에서 진동하는 탄약 냄새로 상황이 얼마나 급박했을지 상상이 가는 윤정이었다.
민혁 : 응 ... 그래도 편지가 있으니까 마지막 방법이라고 생각해 보고 어르신한테 전달해보자!
윤정 : 잠깐만요.
윤정은 생각에 잠겼다.
이 편지를 전달했을 때,나타날 소르치 현상을 염려하는 윤정이었다.
윤정 : 강장수 어르신 아버지는 살렸어요?
민혁 : 모르겠는데? ... 나 돌아오기 전까지는 살아있었어 ... 그럼 설마 여기 현실이 바뀌는 거야?!
윤정 : 아니요. 저번에도 말했지만, 만약 살아 돌아온다 해도 지금 현재는 절대 바뀌지 않아요. 만약 살아 돌아온 평행우주가 있다면 그 시점에서 무한대로 세계축이 파생되는 거지. 돌아오지 않은 지금의 평행우주는 변함없어요.
민혁 : ... 일단 목숨 걸고 가져왔는데 그냥 질러보자! 그리고 만에 하나 소르치 현상 피하는 방법도 알아낸 것 같아!
윤정 : 네?! 어떻게요?!
민혁 : 위험해지기 직전에 점프 뛰어버리면 되는 거 아니야?
윤정의 기대했던 눈빛은 싸늘하게 식어버렸다.
윤정 : 기대한 내가 잘못이지.
민혁 : ...
윤정 : 좋아요. 어차피 복귀 밖에 방법이 없었을 텐데, 한번 해보죠!
‘빵! 빵!’
때마침 집으로 들어서는 봉철의 차량.
봉철은 아직 돌아가지 않은 윤정과 민혁을 보고 경적을 울렸다.
그리고, 차 뒷좌석에는 여전히 꼬장꼬장한 표정을 한 채 강장수가 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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