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몸속에 벌레가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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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llcell
그림/삽화
윤(cellcell)
작품등록일 :
2024.06.13 15:42
최근연재일 :
2024.06.27 21:50
연재수 :
31 회
조회수 :
3,258
추천수 :
98
글자수 :
190,826

작성
24.06.13 16:46
조회
2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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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글자
21쪽

셔틀 (1)

DUMMY

누구나 다니는 특별할 것 없는 학교, 하지만 내겐 안 좋은 의미로 특별하다.


1교시가 끝나면 여지없이 구타가 시작된다.


바로 지금처럼,


-퍽!!!


둔탁한 타격 소리와 함께 내 목은 부러질 듯 꺾인다.


뒤통수는 인두라도 댄 듯 얼얼하다.


하지만 난 화를 내기는커녕 어색하게 웃으며 뒤돌아본다.


고개를 돌린 그곳엔 언제나 한 놈이 서 있다.


그의 이름은 최원근, 소위 짱이라 불리는 놈이다.


그놈은 사람을 패고 무엇이 그리 당당한지 어깨를 한껏 펴고 서 있었다.


‘하...씨발 놈.....’


교실 중앙 맨 앞자리에서 버젓이 행해진 폭력이니, 반 아이들의 시선이 쏠리는 게 정상이었다.


하지만 그들은 당연하다는 듯 시선을 주지 않았다.


내가 비굴하게 웃으며 뒤돌아보자, 그는 오만한 얼굴로 날 내려다보며 말했다.


"야! 씹천민. 늘 먹던 거로 사와.“


난 그의 명령에 저절로 눈을 아래로 내리깔고 대답했다.


"응. 금방 갔다 올게."


놀랍게도 놈은 날 본명으로 불렀다.


신천민,


‘하늘 천’에 ‘백성 민’을 따 하늘의 백성이란 의미로 만들었단다.


뜻풀이가 좋으면 무엇하겠는가?


가장 천한 계층을 이르는 말과 동음이의어인 것을.


'에휴~ 지금은 쓸데없는 생각을 할 때가 아니지.'


내게 주어진 시간을 고작해야 3분이다.


햄버거를 먹을 시간이 부족하면 분풀이할 것이 분명했다.


나는 필사적으로 발을 놀려 온몸에 바람을 잔뜩 품고는 고작 햄버거를 사서 돌아왔다.


교실로 돌아가면 맨 뒷자리 창가 쪽 자리에선 늘 원근이와 일진 패거리들이 모여 시시덕거리고 있었다.


‘개자식들···.’


솔직히 난 이런 명문 사립 고등학교에 따돌림이 있을 줄 몰랐고,


또 이런 일이 내게 생길 줄은 더더욱 몰랐다.


내게 이런 상황에 닥치기 전까지만 해도 따돌림은 약한 놈, 못난 놈, 소위 말해 찌질한 놈이 당하는 건 줄 알았다.


하지만 내 착각이었다.


그것은 마치 사고처럼 갑자기 찾아왔다.


그 시작은 고작 입학식 날 최원근과 어깨를 부딪쳤기 때문이었다.


이후에 아빠가 없다는 것과 가난하다는 것 등을 빌미로 그의 행동이 더 강화되었을지도 모르지만,


시작은 정말인지 너무도 사소한 이유, 아니 구실이었다.


'하긴 테슬라 CEO 일론 머스크도 어릴 적 괴롭힘을 당했다는데.. 과연 누가 이런 상황을 예상할 수 있을까?'


"헉..헉 원근아 여기 사 왔어."


난 상납한 햄버거를 그가 집어 든 것을 확인하고 나서야 자리로 돌아왔다.


그런 나를 옆자리에 앉은 기환이가 걱정스러운 듯 쳐다보고 있었다.


그와 만난 건 2학년이 되고 나서, 그러니까 고작 3개월 전이다.


우정을 나누기에 무척 짧은 기간이지만, 그는 현재 나의 유일한 친구이자 버팀목이었다.


난 그런 그를 보고 괜찮다는 의미로 미소지으며 고개를 살짝 끄덕였다.


'휴~ 오늘은 무사히 넘어갔네.. '


내가 안도한 그 순간,


"으아아아악~! 이런~!! 씨발~!!!"


등 뒤 창가 쪽에서 거친 욕설 소리와 함께 책상을 내려치는 요란한 소리가 났다.


-꽝!!


이 목소린 분명 원근이 목소리였다.


난 고개를 돌려 무슨 일인지 확인하려던 찰나,


내 고개가 미처 다 돌아가기도 전에, 등 뒤로 신경질 섞인 달음질 치는 소리가 먼저 내 귓가를 파고들었다.


-다.다.다.다.다!


본능적으로 몸을 움츠러들었다.


아니나 다를까.


난 등 뒤에서 느껴지는 그의 거친 발길질에 의자에서 떨어져 책상을 품에 안고는 바닥에 패대기쳐지듯 쓰러졌다.


-퍽!! 콰당!!


원근이는 무언가 잔뜩 화가 나서 욕지거리를 하며 계속 날 구타했다.


-퍽!퍽!퍽!


"이 시발 새끼가!! 바퀴벌레가 들어가 있는 햄버거를 줘!? 뒤질라고. 이 개새끼가!!"


!!?


이건 또 무슨 날벼락이란 말인가!?!?


내가 준 햄버거에 재수 없게도 벌레가 들어가 있었던 모양이다.


‘하..... 이 운도 지지리도 없는 놈... 어째 그런 걸 골랐을까...’


상식적으로 생각해도 비닐 포장지에 밀봉된 햄버거였으니 내 과실이 아니었다.


난 변명도 필요 없는 일에 필사적으로 변명했다.


"내.내가 그런 거 아니야...!윽 제조사..윽..윽.”


내가 아무리 변명을 해도 그의 손과 발은 멈추지 않았다.


-퍽!퍽!퍽!퍽!


난 금세 그가 그저 분노를 풀 대상이 필요하다는 걸 알아차렸다.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그저 빌고 또 빌면서 최대한 방어하는 것뿐이었다.


“내..내가 잘못했어..! 컥허!.. 미안해!! 미안해.”


그는 내 고독한 외침은 들은 체도 않고 계속해서 마수를 뻗어왔다.


억울함에 금방이라도 눈물이 왈칵 쏟아져 나올 것 같았다.


하지만 울어버리면 겨우 쌀알만큼 남은 마지막 자존심마저 꺾일 것 같아 억지로 어금니를 꽉 물어 삼켰다.


그러다 문득 그의 발길질 틈 사이로 일부러 시선을 돌려 외면하는 다른 아이들이 보였다.


그들의 침묵을 볼 때면 무너진 마음이 한 번 더 무너진다.


처음엔 구타와 조롱이 더 견디기 힘들었다.


하지만 시간이 갈수록 날 진짜로 갉아먹은 것은 이 지독한 고립이었다.


이 모든 일이 내 잘못인 듯, 내가 태어난 게 문제인 듯, 자꾸만 자신을 의심하게 된다.


'아니야.. 내 잘못이 아니야... 저들이 나쁜 거야.. 약해지지 말자... 무너지지 말자... 지지 말자...그래도 내 편이 하나는 생겼잖아....’


발을 동동 구르며 안절부절못하는 기환이를 보였다.


금방이라도 휩쓸려 버릴 듯 위태로운 마음에 겨우겨우 닻을 내렸다.


난 그저 몸을 웅크려 최대한 몸을 보호하며 구타가 끝나길 기다렸다.


-띵동댕동


2교시 시작을 알리는 종소리가 울리고 나서야 원근이는 구타를 멈췄다.


“아오~ 씹천민 이따가 보자...”


원근이는 가뜩이나 부리부리한 눈을 부라리며 으름장을 놓고 자리로 돌아갔다.


내가 비틀대며 일어서자 기환이는 나를 다급히 부축하며 걱정스럽게 말을 걸었다.


“괘.괜찮아?”


‘이런.. 이 바보 같은 놈... 학교에서는 말 걸지 말라니까... 또 못 참고..’


난 일부러 냉정하게 그의 손의 뿌리 치며 말했다.


“비켜! 참견 마!”


물론 진심도 아니고 기환이도 내 진의를 알고 있었다.


난 나 때문에 기환이에게 피해가 가게 될까 봐 무서웠다.


아니 정확히는 유일한 친구마저 내게 등을 돌릴까 봐 두려웠다.


그래서 기환이에게 학교에서는 말하지 말자고 했다.


꼭 필요한 말이 있으면 입 모양으로, 그러니까 구화술로 대화하거나 문자나 카톡으로 주고받았다.


하지만 때때로 기환이는 그 약속을 망각하는지 이렇게 말을 걸어왔다.


난 기환이를 뿌리치고 재빨리 자리를 정리하고 아무 일이 없었다는 듯 앉았다.


곧이어 선생님이 들어왔다.


-드르륵


2교시는 김미희 선생님이 가르치는 국어 시간이다.


이 선생님은 미스코리아에 나간 적도 있다고 했다.


입상한 것은 아니지만 분명 꽤 미인이었다.


혈기 왕성한 시기인 만큼 다른 수업은 몰라도 이 수업만큼은 아이들의 집중력이 올라갔다.


물론 난 예외였다. 그럴 여유가 없었다.


특히나 오늘같이 맹금류가 내 뒤통수를 파먹는 듯한 따가운 시선이 느껴지는 날은 더했다.


‘쉬는 시간 되면 작정하고 또 때리겠지···?’


한숨이 절로 나왔다.


난 이렇게 벼랑 끝으로 몰릴 때면 아주 가끔, 도피 방법을 썼다.


그건 수업하다 말고 정신을 잃은 척 쓰러지는 방법인데, 내가 겸상적혈구 빈혈증 유전병 앓고 있었기에 가능한 방법이었다.


그 병은 스트레스 상황에서 적혈구가 겸상으로 변하는 병으로 아주 심하면 기절했고, 병원 가서 수혈을 받아야 했다.


그래서 내가 아픈 척 쓰러지기만 하면 제법 쉽게 조퇴를 받을 수 있었다.


원근이 놈도 내가 진짜 아픈 줄 아는지 당분간은 숨 고르기에 들어갔다.


이 병은 말하자면 최후의 생존 전략이었다.


난 은밀히 기환이에게 구화술로 도망간다는 걸 알리고 그럴듯하게 쓰러졌다.


-털썩!


내 몸은 진짜로 정신을 잃었다는 듯, 그대로 낙하해 바닥에 세게 부딪혔다.


-쿵!!


“어머!!”


선생님은 외마디 비명을 지르고 놀란 토끼 눈으로 내게 다가왔다.


뭐 솔직히 이런 미인 선생님이 다가와 걱정해주니 좋긴 했다.


하지만 얻는 것이 있으면 잃는 것도 있는 법, 보통 쓰러진 사람은 건드리지 않는 것이 정상이다.


그런데 이 선생님은 어디서 무얼 잘못 배웠는지 뺨을 무척 세게 때린다.


-짝!!짝!!짝!!


이게 정말 너무 아프다.


분명 가냘픈 손인데, 무슨 곰이 앞발로 후려치는 것 같았다.


처음에 진짜로 쓰러졌을 때도 그녀가 지금처럼 앞발을 들어 후려쳤고, 정말 정신이 깨어나는 기적을 체험했다.


"천민아 정신 차려! 정신 차려!"


난 터져 나오려는 비명을 간신히 참고 능숙하게 연기하며 말했다.


"흠...여긴.. 아 제가 또....죄송해요.. 빈혈 때문에......."


선생님은 가슴을 쓸어내리는 시늉을 하며 말했다.


"그 빈혈 때문에 선생님이 애 떨어지겠다."


내가 알기론 결혼도 임신도 안 했다.


게다가 과목도 국어, 조금은 이상한 선생님이다.


나의 쓸데없는 생각과는 관계없이 그녀는 계속 말을 이어나갔다.


"담임선생님께 말해 놓을 테니 조퇴하렴."


"예...."


난 시무룩한 척 대답하곤, 가방을 들고 교실을 나왔다.


교실을 나가는 길을 따라 원근이의 시선도 따갑게 박혀왔다.


난 교문을 다 나올 때까지도 비틀거리며 아픈 척 연기를 했다.


‘에휴~ 출석이 내신에 영향 미칠 것을 생각하니 속이 쓰리네.. 하지만 살기 위한 어쩔 수 없지.’


난 곧장 병원으로 향했다.


물론 진짜 기절한 것도 아니니 수혈은 받지 않았고 두통에 대한 진단서만 받았다.


학교에 진단서를 제출하기 위해서였다.


다행히 학교도 그저 진단서 첨부가 필요할 뿐이지 수혈의 진위는 중요하지 않은 듯했다.


병원에서 일을 마치고 집으로 발길을 돌렸다.


집으로 돌아가는 버스 안, 스치듯 지나가는 풍경이 주마등처럼 지난날의 악몽을 상기시켰다.


이 악몽의 시발점, 그것은 2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갔다.


대학교수였던 아빠는 연구인지 뭔지 한다며 떠난 후 실종됐다.


그리고 무슨 짓을 저지른 것인지 우리 가족이 알지 못한 막대한 빚이 이었다.


심지어 사채까지 말이다.


도저히 내 기억 속의 아빠가 저지른 짓이라고 믿고 싶지 않았지만 현실이었다.


그 빚이 집안을 풍비박산 내기 시작했다.


드라마 속에서나 보던 빨간 딱지가 붙었고 할머니는 충격에 돌아가셨다.


엄마는 아빠의 실종을 체 실감하기도 전에 생업에 뛰어드셨다.


결혼 후 경력이 단절된 엄마가 할 수 있는 일은 몸을 쓰는 일밖에는 없었다.


그런 고단한 일을 2잡 3잡 가리지 않고 하셨다.


가족이 당장 내일 먹거리를 걱정해야 하는 상황이었기에 엄마는 묵묵히 견뎌내셨다.


그 모습을 보며 나 역시 생계에 대해 고민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난 더 이상의 학교생활은 사치라고 생각했다.


딱 중학교만 졸업하고 그 후엔 아르바이트하면서 검정고시라도 볼 생각이었다.


그런데 중학교 생활이 끝날 무렵 무너진 하늘에 한줄기 동아줄이 내려왔다.


이곳 명문 사립고에서 파격적인 조건으로 입학을 먼저 제시했다.


전액 장학금은 물론 꽤 많은 금액의 생활비도 지급하고 심지어 특정 대학에 간다면 그곳에서의 대학 생활도 보장하겠다는 파격적인 제안이었다.


물론 중학교 시절 학생회장도 했고 또 공부를 잘하긴 했다.


하지만 그걸 고려하더라도 이런 파격 제안은 들어본 적 없었다.


단, 특혜를 비밀로 해야 한다는 이상한 단서 조항이 있었지만,


그 당시 난 찬밥 더운밥 가릴 처지가 아니었다.


그런데 마냥 좋을 줄만 알았던 이 특혜가 도리어 족쇄가 될 줄이야.


나도 하루에도 수만 번씩 도망치고 싶었다.


하지만 장학금은 어느새 우리 집 수입에 없어서는 안 될 부분이 되어있었고,


난 특혜를 포기하고 전학 간다는 선택은 차마 할 수 없었다.


게다가 원근이 놈의 아빠가 국회의원이었고 또 놈들 패거리 중에 학교 이사장 아들이 있어 더더욱 공론화할 수 없었다.


그래서 난 단 한 번의 신고도 하지 않았다.


경찰은 물론 선생님에게도 내색조차 하지 않았다.


물론 학교가 내 편이 되어 줄 수도 있지만, 그런 모험하기엔 내 현실은 너무 시궁창이었다.


난 어쩔 수 없이 돈이라는 악마와 계약해 내 영혼이 갉아 먹히는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딩동 다음 정거장은 OOO 삼거리입니다.


‘아참 내려야지.’


난 정거장에서 내려 비탈길을 걸어 올라가기 시작했다.


여기서 한 15분 정도 걸어 올라가 보며 집이 보인다.


현재 우리 집은 방 2개 달린 15평 정도의 판잣집이다.


큰방은 동생과 엄마가 썼고 작은 방은 내가 썼다.


이곳은 아빠가 아주 어릴 적 할머니와 단둘이 살던 집이라고 했다.


물론 이 집은 우리 형편에는 과분했다.


솔직히 팔고 더 작은 집으로 가는 게 수지 타산에 더 맞았다.


하지만 엄마는 아빠가 돌아올 곳이 있어야 한다며 최소한 이곳만은 지켜야 한다고 했다.


‘도대체 무슨 미련이 남은 것일까? 그 사람 때문에 우리가 이 고생을 하는데.’


난 방으로 들어가자마자 옷을 벗었다.


벗은 몸은 늘 멍투성이였고 더없이 초라했다.


난 애써 그 모습을 외면하고 스마트폰으로 사진을 찍어 클라우드에 저장했다.


당장은 무기력하게 아무것도 못 하지만, 졸업 후에 제대로 된 복수를 할 계획이었다.


난 새파랗게 물든 몸에 파스를 뿌렸다.


-치~치익~


"으~아야야 따가워."


따갑다고 발작하는 찌질한 내 모습에 순간 다시금 우울함이 나를 덮쳐왔다.


‘하~.... 왜 이렇게 힘드냐....’


2학년 들어와서 기환이 덕분에 조금 괜찮아졌는데, 다시 전처럼 우울함이 조금씩 내 뇌를 좀 먹는 것 같았다.


-짝!


난 재빨리 볼을 세수하듯 쳤다.


‘아니야. 먹히지 말자!’


난 긴 팔에 긴바지를 입어 몸을 최대한 가렸다.


그리고 우울함을 조금이라도 떨쳐내기 위해 텔레비전을 켰다.


텔레비전에서는 뉴스가 흘러나오고 있었고,


새로운 벌레에 대한 소식이 전해지고 있었다.


“다음 소식입니다. 전 세계적으로 갑자기 늘어나고 있는 벌레에 관한 소식입니다.”


손가락 1마디 정도의 크기에 크다면 크고 작다면 작은 벌레, 최근에 새로 발견된 종이란다.


12개의 다리에 징그러운 외관을 가진 벌레였다.


뉴스에 따르면 전 세계적으로 해수건 담수건 물이 있는 곳이면 어디든 빠르게 증식 중이라고 했다.


어떤 사람들은 그것들이 이상기온이나 환경 파괴에 의한 돌연변이라고 경고했고, 또 어떤 이들은 이집트의 재앙이 다시 실현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난 저 뉴스 때문이 아니더라도 요즘은 정말 세상이 멸망했으면 좋겠다고 생각이 들었다.


그저 멍하니 꽤 오랜 시간을 네모 상자에 빠져있었다.


저녁때쯤 되자 현관문 열리는 소리가 들렸다.


-철그렁 철그렁 끼익~ 철컹!


올 사람은 뻔했다.


내 늦둥이 여동생,


칠흑을 담은 듯한 까만 눈동자의 큰 눈과 만두 같은 볼에 귀여운 생명체인 천혜가 들어왔다.


동생의 이름은 하늘의 은혜라는 의미로 지었다.


내 이름과는 달리 좋은 의미와 좋은 이름이었다.


천혜는 겨우 초등학교 1학년으로 당연히 진작 집에 돌아왔어야 정상이지만, 방과 후 돌봄 프로그램 덕분에 늦게 집으로 돌아왔다.


다행히 아직 어린 천혜는 당연히 내가 셔틀이나 하는 찌질한 인물인 줄 몰랐다.


물론 엄마도 마찬가지였다.


난 가족에게 걱정거리를 늘리고 싶지 않았다.


귀여운 동생을 보자 몸이 저절로 낫는 기분이었다.


난 귀여운 동생에게 달려가 꼭 안고 볼을 비비며 말했다.


"오구 오구~ 우리 이쁜 천사 왔져?"


"우힝~ 저리가! 나 이제 애기 아니거든 이제 초등학생이라고!"


천혜는 나를 슬쩍 밀치며 말했다.


난 그런 동생을 놔주지 않았다.


천혜는 유난히 아빠를 잘 따랐는데. 아빠가 없어지자 부쩍 어른스러워지려고 노력 중이었다.


빨리 커서 아빠를 찾으러 간다나 뭐라나...


‘그깟 아빠가 뭐라고...’


"시져. 시져."


난 천혜를 더 힘껏 꼭 끌어안았다.


아픈 몸이 회복되는 기분이 들었다.


내가 놓아주지 않자 곧 천혜도 포기하고 힘을 빼고 고사리손으로 내 등을 살포시 토닥여주었다.


그러면서 내가 집에 있는 게 걱정되는지 물었다.


"또 아파서 일찍 온 거야?"


난 동생에게서 전해지는 따뜻한 온기에 어쩐지 눈물이 왈칵 쏟아질 것 같아 황급히 입술을 물어 삼키며 농담으로 얼버무렸다.


"아니야.. 아니야.. 그냥.. 그냥.. 우리 천혜 보고 싶어서 일찍 왔지..."


천혜의 웃기지도 않는 농담에 핀잔을 주며 말했다.


"으이구~ 공부 열심히 해야지! 그래야 좋은 대학가지!"


초등학교 1학년이 하는 소리치곤 공부에 찌든 수험생의 냄새가 났다.


분명 한창 뛰어놀아도 모자를 나이임에도 저런 생각을 하다니 황당하고 슬프고 우스웠다.


“풋.. 그래 알았다..


천혜는 그렇게 말하고 냉정하게 숙제한다며 큰 방으로 들어갔다.


‘그래. 나도 공부나 하자.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이것뿐이니까···.’



*****************************



난 다음 날 새벽부터 일어나 공부에 열중했다.


공부만이 유일한 사다리라는 걸 알고 있으니 말이다.


그리고 최대한 수업 시작시각에 맞춰 들어갔다.


보통 조퇴 신공을 쓴 다음 날은 이렇게 뒤통수가 뜨겁지 않았는데 오늘은 달랐다.


어쩐지 교실은 묘한 긴장감이 흘렀다.


느낌이 좋지 않았다.


‘하~ 이젠 아프다며 조퇴하는 약발도 다 된 건가······. 하긴 바보도 아니고 알 때도 됐지...’


미묘한 긴장 속에 시간은 순식간에 지나갔다.


-띵동댕동


어김없이 울리는 종소리.


1교시 끝을 알리는 종소리가 내 인생의 종막을 알리는 종소리 같았다.


난 잔뜩 긴장한 체 평소처럼 주먹을 맞을 준비를 했다.


그런데 어째서인지 주먹은커녕 원근이가 다가오지도 않았다.


‘뭐..지? 잠잠하니 더 불안한네...’


그의 모습은 마치 먹이를 잡아먹기 위해 잔뜩 웅크리고 신중을 기울이는 맹수처럼 느껴졌다.


'피를 말려 죽일 작정인가..'


입술은 바짝 말라비틀어질 지경이었다.


수업은 속도 없이 계속 진행되지만, 도저히 집중할 수 없었다.


극도의 불안감은 점심이 될 때까지 몸집을 계속 불려 나갔다.


-띵동댕동


그리고 점심시간을 알리는 종이 울렸다.


“기환이 너는 선생님 좀 잠깐 보자.”


담임선생님 시간이었는데. 어쩐 일인지 기환이만 콕 집어서 데리고 나갔다.


기환이와 선생님이 나가자마자, 곧이어 인기척이 뒤에서 느껴졌다.


원근이는 웬일인지 친근하게 다가와 어깨에 손을 착하니 올리고는 물어왔다.


"야! 씹천민! 존나 배고프지."


하지만 난 잔뜩 부풀어 오른 불안함에 본능적으로 어색한 미소를 끌어올리며 대답했다.


“아.아니야.. 나.난 괜찮아......”


-퍽!퍽!퍽!


그는 주먹으로 내 가슴을 북 치듯 치고는 미간을 찌푸리고 말했다.


“고프잖아. 새끼야! 닥치고 따라와. 맛있는 거 줄게.”


난 원근 손에 뒷덜미가 잡혀 반강제적으로 학교 옥상으로 질질 끌려 올라갔다.


‘하.. 불안하다.. 도대체 또 무슨 일을 벌이려는 걸까...?’


옥상 문이 마치 지옥문처럼 열렸다.


그곳에는 이미 일진 패거리가 모여 있었고, 일진 패거리들은 양동이를 둘러싸고 웃고 떠드는 것이 보였다.


“꺼져! 너 나 처먹어 낄낄”


“낄낄. 병신들.


또 무슨 일이 벌어지는 걸까. 알 수 없는 불안감에 난 상황을 파악하려 눈알을 이리저리 바삐 굴렸다.


그들은 옥상으로 올라온 그와 나를 발견하고 반갑게 인사를 건넨다.


“어! 왔어.”


그리고 그 무리에서 한 놈이 양동이를 들고 다가와서 내 배를 살며시 치며 다가와 반겼다.


그는 성찬이라는 놈으로 원근이의 버틀러 같은 놈이었다.


“야! 씹천민! 네가 원근이한테 벌레 먹였다며?? 그럼 너도 똑같이 당해야지. 안 그래?"


성찬은 잠시 말을 끊고 양동이를 소개하듯 손짓을 말했다.


"그래서! 널 위해 준비했어."


난 양동이를 보고 깜짝 놀라 소리치며 뒤로 나자빠졌다.


"으악!!!!!"


그 양동이엔 최근 뉴스에서 연일 떠들어 대던 그 벌레가 잔뜩 꿈틀거리고 있었다.


“야 저 새끼 오줌 싼 거 아니냐? 확인 좀 해봐. 낄낄”


난 뒤 늦게 상황파악이 되자 오한이라도 온 듯 떨렸고 등골에 오싹함이 느껴졌다.


‘서..서...설마 저 징그러운 것을 먹이려는 것은 아니겠지!?’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2

  • 작성자
    Lv.25 구름개미
    작성일
    24.06.17 17:25
    No. 1

    글이 처음글부터 아버지가 돌아올 집....까지가 중복됩니다

    찬성: 1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9 cellcell
    작성일
    24.06.17 17:45
    No. 2

    헉 정말 감사합니다.... 다시 검토하고 고치다가 두 번 복사 되었나 봐요.. ㅜ ㅜ 죄송합니다. 앞으로 좀 더 신중히 잘 검토해서 올리도록 하겠습니다. 다시 한번 정말 죄송합니다.

    찬성: 0 | 반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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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 갈등 (2) 24.06.20 29 0 15쪽
25 갈등 (1) 24.06.19 36 1 16쪽
24 전조 (4) 24.06.18 41 1 14쪽
23 전조 (3) +1 24.06.17 47 2 13쪽
22 전조 (2) +1 24.06.16 71 2 14쪽
21 전조 (1) +2 24.06.16 76 3 13쪽
20 용의자 (6) +1 24.06.15 86 4 12쪽
19 용의자 (5) 24.06.15 74 4 14쪽
18 용의자 (4) 24.06.15 85 4 13쪽
17 용의자 (3) 24.06.15 97 3 16쪽
16 용의자 (2) 24.06.15 106 4 13쪽
15 용의자 (1) +1 24.06.15 122 4 12쪽
14 파장 (1) +1 24.06.14 126 4 10쪽
13 복수 (2) 24.06.14 129 4 11쪽
12 복수 (1) 24.06.14 132 4 16쪽
11 만난 (6) +2 24.06.14 125 4 13쪽
10 만남 (5) 24.06.14 125 5 12쪽
9 만남 (4) 24.06.14 139 5 17쪽
8 만남 (3) 24.06.14 151 5 11쪽
7 만남 (2) 24.06.14 159 4 12쪽
6 만남 (1) 24.06.13 166 5 13쪽
5 능력 (3) 24.06.13 180 5 12쪽
4 능력 (2) +1 24.06.13 204 5 14쪽
3 능력 (1) +1 24.06.13 208 5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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