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몸속에 벌레가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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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llcell
그림/삽화
윤(cellcell)
작품등록일 :
2024.06.13 15:42
최근연재일 :
2024.06.27 21:50
연재수 :
31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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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190,8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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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6.13 19: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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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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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글자
14쪽

능력 (2)

DUMMY

그들은 마치 약속이나 한 듯 벙어리가 되었다.


그리고 찰나의 적막 후, 욕으로 합창을 하기 시작했다.


“이 개새끼가 미쳤나!!”


“이런 시발놈이!!”


합창단의 다양한 욕설 섞인 고함에 잠시 가출했던 정신이 돌아왔다.


‘으힉!!!!’


난 본능적으로 주춤 물러섰다.


단체로 노려보며 다가오자 몸속 깊이 새겨진 학습된 공포가 다시금 떠오른 탓이었다.


서로가 대치한 일촉즉발의 상황, 하지만 누구 하나 섣불리 나서진 않았다.


놈들도 갑작스러운 변화에 탐색전이 필요한 듯했다.


그리고 합창단이 막 뮤지컬을 하려고 달려든 그때,


-딩동댕동


2교시 시작을 알리는 종소리가 울리며 시작도 전에 막이 내렸다.


다른 반 일진들은 날 노려보며 자신의 반으로 돌아갔고, 남은 애들도 어쩔 수 없다는 듯 자리에 앉았다.


원근이는 그 모습이 아니꼬운지 으르렁거렸다.


"수업 끝나고 보자. 신! 천! 민!"


난 그의 날 서린 으름장을 뒤로하고 자리로 돌아왔다.


기환이는 그런 날 보며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조용히 속삭였다.


"어쩌려고 그랬어!?"


"나도 몰라. 그냥 울대가 얄미워서 반격이 절로 나갔어!"


기환이는 내 말이 웃겼는지 바람 빠지는 소리를 내며 웃었다.


"푸흐흐"


어쩐지 녀석들의 시선이 더 따갑게 박히는 느낌이 들었다.


곧이어 선생님이 들어와 수업이 시작됐다.


머릿속이 복잡했다.


하지만 동시에 조금 설렜다.


‘치.침착하자. 제대로 상황을 파악부터 해보는 거야.’


난 설레는 마음을 진정시키고 교과서를 펴고 지금까지 일어난 일들을 끄적였다.


[이상한 일? 느리게 느껴짐? 초능력 생김?]


돌이켜 보면 단순히 주변이 느린 화면처럼 느껴지는 게 다가 아니었다.


[슬로우 비디오 능력, 회복?, 공중 부양?]


어제 분명 몸이 회복되었고 잠시지만 공중에 떠있었다.


어제는 현실적으로 너무 터무니없다고 생각해 어쩔 수 없이 넘길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지금은 너무도 자명했다.


분명히 내게 어떤 능력들이 생겼다.


‘그렇다면 왜 이 능력이 생긴 거지?’


[Why?]


‘그냥 단순한 우연은 아닐 것이다? 변화를 일으킨 방아쇠가 무엇일까? 그렇다면 전에는 하지 않았던 새로운 어떤 행동이 이런 변화를 일으켰을 것이다.’


그렇다면 가능성은 2가지 중 하나다.


[자살 시도? OR 벌레?]


만약 자살 시도했다가 갑자기 초능력이 생긴 거라면, 이 긴 인류의 역사 속에서 초능력이 생긴 사례가 있어야 한다.


물론 초능력이 생긴 사람들이 그들의 능력을 철저히 숨겼을 수도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서만 하루 자살자 수가 약 30~40명이다.


그들 중 능력이 발현된 사람은 아주 아주 극소수라고 해도 그 모든 사람이 능력을 숨기고 살아갈 수 있을 가능성은 매우 적다.


낭중지추라는 말이 괜히 있겠는가.


그렇다면 흔한 사건이 아닌 나에게만 일어난 특별한 사건


어쩌면 그 이상한 벌레를 먹은 것이 어떤 작용을 했을 수 있지 않을까?


최근 갑자기 번식했고 그것을 나처럼 먹은 사람은 없을 것 같았다.


그것도 생으로 씹지도 않고 그렇게 많이 먹은 사람 말이다.


확실치는 않지만 난 그 벌레가 어떤 방아쇠 역할을 했다는 것에 마음이 쏠렸다.


[자살 시도? X OR 벌레? O]


그리고 조금 전에서야 깨달았지만, 이 초능력은 어떤 조건이 필요한 듯했다.


분명 아침에 버스를 타고 걸어서 등교할 때는 주변이 느려진다는 느낌이 없었다.


지금도 마찬가지다.


그렇다면 이 슬로비디오의 발동 조건은 심장 박동과 관련 있을 가능성이 크다.


달리거나 공포를 느꼈을 때 발동했으니 말이다.


일련의 내 생각이 모두 맞다면,


공중부양과 회복 역시 어떤 발동 조건이 있다는 말이 된다.


그리고 또 한 가지,


어제 유서 인멸하기 위해 집으로 달려갔을 때, 그때는 슬로비디오 능력이 발동되지 않았다.


어쩌면 이 초능력들은 아직 발전 중인지도 모르겠다.


----------------------------------------------

[ Why? 특별한 행동? -> 자살 시도? X OR 벌레? O]

[초능력? 회복?, 공중부양?, 슬로우모션 ]

[조건 필요 ? ? 흥분상태? ]

[아직 진행중? ]

------------------------------------------------


'이거.. 대박인데?!?'


이건 지금 내 상황을, 아니 내 인생을 송두리째 바꿀 수 있는 엄청난 사건이었다.


이 능력들을 잘 쓸 수 있다면,


놈들이 내게 했듯 나도 놈들을 힘으로 찍어 누르면 된다.


그렇다면 지금 내가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내 생각이 맞는지 확인하는 일이다.


난 잔뜩 부풀어 오른 기대감에 도저히 학교가 끝날 때를 기다릴 수 없었다.


난 재빨리 기환이의 주의를 끌어 입 모양으로 은밀히 말했다.


“오늘도 간다.”


난 기환이의 대답을 보기도 전에 연기하며 쓰러졌다.


-털썩! 부들부들


나의 혼신의 연기에도 반 아이들은 모두 부자연스럽다고 생각하는 눈치였다.


누가 봐도 일 저지르고 도피하는 것처럼 보였으니 말이다.


다행히 상황을 알 리 없는 선생님은 벌써 3일 연속이었지만 조퇴 허락해주었다.


그저 내 건강상태가 많이 안 좋다고만 생각했다.


난 그길로 학교를 나왔다.


그리고 나오자마자 있는 힘껏 내달렸다.


몸이 근육을 사용하기 시작하자 심장은 빠르게 뛰기 시작했다.


그리고 점차 주위의 모든 것이 감속하며 천천히 느껴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내가 멈춰서 숨을 고르자 다시 본래의 속도로 돌아왔다.


"오오 ~!! 개 신기해“


난 비로소 이 능력의 조건을 확신했다.


이 능력은 싸움, 도망이 따위가 필요할 때 발동하는 것 같았다.


난 흥분을 감추지 못하고 다시 한번 전력으로 내달렸다.


심장이 더 빠르게 고동칠수록 점점 감각도 예민해지고 심지어 눈도 더 멀리 잘 보이는 것 같았다.


‘오호! 흥분(?)할수록 전체적인 감각이 예민해지는 거구나.’


묘한 쾌감이 전신을 덮쳐왔다.


난 뛰고 멈추기를 반복했다.


느려졌다. 빨라졌다. 내가 뛰다 걷다 웃으며 미친놈처럼 소리치자.


주변의 사람들이 미친놈으로 보았다.


하지만 내 입가에는 미소가 떠나지 않았다.


난 이 능력이 실제 싸움에서 얼마나 통할지 또 약점은 없는지 확인하고 싶었다.


‘흠.. 실전을 어디서 해보지?’


근처를 두리번거리니 이종격투기 체육관이 보였다.


난 근처 노점에서 해골 문양이 프린팅된 검은색 비니를 하나 사서 해골 눈 쪽에 구멍을 뚫고 복면을 만들어 썼다.


만약을 대비해 내 정체를 감추기 위한 행동이었다.


그리고 그 이종격투기 체육관으로 들어갔다.


그곳에는 근육질의 한 남자가 청소하고 있었다.


그는 2m 가까이 되는 거구의 키에 위압적인 근육을 가지고 있었다.


풍겨지는 위압감에 난 살짝 겁이 났다.


하지만 능력이 생겼다는 자신감에 호기롭게 외쳤다.


“소생 가르침을 받고자 왔소. 덤비시오!”


요상한 말투로 정체를 숨기기 위함도 있지만, 왠지 이 분위기에는 이 대사가 가장 어울릴 것 같았다.


그는 복면을 쓰고 나타난 나를 잠시 ‘웬 미친놈 이지?’ 라는 표정으로 바라봤다.


생전 처음 시도하는 미친 짓에 심장이 터질 듯 뛰고 민망함에 얼굴이 달아올랐다.


하지만 깊게 눌러쓴 비니 덕분에 나의 존재는 철저히 가려져 있어 조금은 안심이었다.


그 근육질의 남자는 걸레를 던지 듯 내려놓고 갑자기 호방하게 웃으며 말했다.


“하하하 소협! 좋소! 그 가르침 내가 주겠소!”


그는 센스 있게 나와 같은 말투로 맞추어 주었다.


그 덕에 민망함이 조금은 가셨다.


“그럼 소생이 먼저 가겠소!”


난 호기롭게 소리치며 그에게 빠르게 파고들었다.


호리호리한 모습과 달리 셔틀로 달련 된 내 다리의 의외의 스피드에 살짝 놀란 눈치였다.


그는 나를 가늠해 보기 위해서인지 가볍게 잽을 날렸다.


물론 슬로우 비디오처럼 천천히 다가오는 주먹이 뻔히 보였다.


난 그의 손을 가볍게 피하며 복근을 때렸다.


-퍽!


단단하다. 마치 돌로 만든 것 같은 착각마저 들었다.


그는 내 주먹이 약하다고 생각했는지 갑자기 주먹을 연속해서 날리기 시작했다.


마치 내 주먹 따윈 맞아도 상관없다는 태도였다.


-휙!휙!휙!휙!


1초도 안 되는 짧은 순간에 4번의 주먹이 스치듯 지나갔다.


평소라면 쳐맞고 몸져누웠을 테지만 지금의 난 달랐다.


난 공격을 가볍게 피하고 그의 턱에 주먹을 꽂아 넣었다.


-퍽!


하지만 그는 나의 주먹에 얼굴을 정통으로 맞았음에도 아랑곳하지 않는다.


오히려 흥미롭다는 듯 미소를 띤다.


‘내가 이렇게 꿀주먹이라고!?!’


그는 이번엔 로우킥으로 내 오른쪽 다리를 노렸다.


난 오른쪽 다리는 뒤로 살짝 빼서 피하고는 곧바로 로우킥으로 응수했다.


하지만 여전히 데미지가 없어 보였다.


‘능력이 생겼는데는데도 찌질이라고? 안돼! 그럴 순 없어! 이길거야!!’


난 방어보단 공격에 집중해 무근본 펀치를 마구잡이로 날렸다.


그러자 그는 나의 연속 되는 주먹에 당황한 듯 중심을 잃고 쓰러졌다.


-쿵!


‘됐다!’


난 흥분해서 그 위로 파고들어 마운트 포지션을 차지하고 파운딩을 가했다.


하지만 파괴력이 약해서인지 그가 가드를 잘해서인지 그는 아파하는 기색이 아니었다.


자존심이 상했다.


그는 도발이라도 하는 듯 오히려 미소를 짓었다.


‘뭐지? 이 안마사가 된 기분은? 젠장! 이 사람이 오지게 맷집이 좋은 거야? 아님 내 펀치력이 비루한거야!!?’


난 쉬지 않고 계속 펀치를 날린다. 그러다 그의 콧잔등에 주먹이 제대로 적중했는지 코피가 살짝 터져 난 멈칫했다.


‘어! 펀치력이 아예 없는 건 아닌가...!?’


그런데 실핏줄 같은 코피가 그의 입술을 타고 입으로 들어가자 그는 피가 스며든 이를 드러내며 씩 웃었다.


느리게 재생되는 그 모습이 흡사 공포영화처럼 느껴졌다.


‘아니.. 이 아저씨는 코피를 먹고 왜 웃는 거야.. 무섭게..’


난 오싹함에 마운트 포지션에서 뒤로 일어나듯 물러나며 무게 중심을 뒤로 옮겼다.


그런데 그 순간 등줄기가 서늘해졌다.


그는 도망 못 가게 바지를 잡았고 양다리를 자신의 몸쪽으로 당기며 내 허리를 순식간에 감싸듯 묶었기 때문이다.


‘이.이런!! 함정이었구나!! ’


이제 보니 그가 넘어진 건 실수나 내가 잘해서가 아니었다.


내가 너무 잘 피하니 잡을 수 있는 그라운드 기술로 넘어가기 위한 함정이었다.


그는 무지막지한 다리 근육으로 나를 쪼이고 허리에 반동을 주더니 나를 뒤로 누르기 시작했다.


그러자 내 몸은 회전하며 뒤로 세차게 넘어갔다.


'으악!‘


- 쿵!


“컥!!!!!”


그리고 그는 순식간에 내가 내 몸으로 올라와 마운트 포지션을 차지했다.


‘이런.. 젠장!!’


아무리 느리게 보이면 무엇하겠는가.


피하는 것도 몸이 자유로워야 가능한 일인 것을.


그는 육중한 몸으로 나를 내리누르고 피 묻은 이를 무섭게 드러내며 씩 웃었다.


그리고 그는 굳은살 배긴 다부진 주먹을 내 얼굴에 향해 죽일 듯이 내리꽂았다.


‘으.으악!’


난 공포심에 나도 모르게 눈을 질끈 감고 팔을 들어 얼굴을 보호했다.


그런데 그 순간,


-펑!!!!!!!!!!!!!


내 손에서 무언가 터지는 듯한 느낌과 함께 요란한 소리가 울려 퍼졌고


곧이어 신음 섞인 소리가 들렸다.


“컥... 윽.. ”


눈을 떠 확인해보니, 그 거구의 사내는 약 3M는 족히 날아가 샌드백에 부딪힌 후 나자빠져 고통스러워하고 있었다.


난 깜짝 놀라 그에게 다가가 물었다.


“괜.괜찮으세요?”


그는 다행히도 맷집이 좋은 덕분인지 가슴을 부여잡고 비틀대며 일어섰다.


하지만 여전히 고통스러운 듯 찌푸린 얼굴로 물었다.


“윽........괘.괜찮소... 그런데.. 도대체... 어떻게 한 것이오?”


솔직히 내가 더 궁금했다.


무슨 일이 일어난 건지.


방금까지 내 위에 앉아 있던 사내가 저 멀리 날아갔다.


이건 손에서 장풍(?)이 나갔다고밖에 생각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난 도무지 알 수 없는 상황에 눈알을 굴리다 결론을 내렸다.


‘그래. 도망치자.’


그리고 난 다급히 되지도 않는 이상한 말로 얼버무렸다.


“그러니까.. 그게.. 피.필살기요......그 대.대협이 너무 강해서 손속이 과했소. 하.하.하. 미안하게 생각하오. 하지만 좋은 대결이었소. 그럼 이....”


난 그 길로 몸을 돌려 나오려 했다.


그 순간,


“자..잠깐! 신천민 학생!!!”


‘?!!?!???.... 어떻게 내 이름을?!?’


난 그의 시선에 내 가슴을 향해 있는 것을 보고서야, 내 멍청한 실수를 깨달았다.


‘아......! 이 병신....교복 명찰!!!’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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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 콘서트 (2) 24.06.24 23 0 12쪽
27 콘서트 (1) 24.06.21 29 1 13쪽
26 갈등 (2) 24.06.20 29 0 15쪽
25 갈등 (1) 24.06.19 36 1 16쪽
24 전조 (4) 24.06.18 41 1 14쪽
23 전조 (3) +1 24.06.17 47 2 13쪽
22 전조 (2) +1 24.06.16 71 2 14쪽
21 전조 (1) +2 24.06.16 76 3 13쪽
20 용의자 (6) +1 24.06.15 86 4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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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 용의자 (4) 24.06.15 85 4 13쪽
17 용의자 (3) 24.06.15 97 3 16쪽
16 용의자 (2) 24.06.15 105 4 13쪽
15 용의자 (1) +1 24.06.15 122 4 12쪽
14 파장 (1) +1 24.06.14 126 4 10쪽
13 복수 (2) 24.06.14 129 4 11쪽
12 복수 (1) 24.06.14 132 4 16쪽
11 만난 (6) +2 24.06.14 125 4 13쪽
10 만남 (5) 24.06.14 125 5 12쪽
9 만남 (4) 24.06.14 139 5 17쪽
8 만남 (3) 24.06.14 151 5 11쪽
7 만남 (2) 24.06.14 159 4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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