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몸속에 벌레가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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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llcell
그림/삽화
윤(cellcell)
작품등록일 :
2024.06.13 15:42
최근연재일 :
2024.06.27 21:50
연재수 :
31 회
조회수 :
3,251
추천수 :
98
글자수 :
190,826

작성
24.06.14 05:07
조회
158
추천
4
글자
12쪽

만남 (2)

DUMMY

난 그녀의 머리 색을 보고 채수이라는 여자 솔로 가수가 떠올랐다.


채수이는 15살 어린 나이 데뷔해 인지도를 차츰 쌓아 가더니 요즘 완전 핫해진 가수였다.


내가 유일하게 타의(?)에 의해 덕질하는 연예인이었다.


그녀는 나와 같은 학교이며 심지어 같은 학년이어서 귀동냥으로 들은 것도 있었고,


무엇보다. 내 유일한 친구인 기환이가 그녀의 엄청난 광팬이었다.


그 녀석과의 대화의 30% 이상은 채수이 이야기였다.


그러다 보니, 난 연예인에게 관심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아닌 정확히는 관심을 가질 여유 없었음에도 그녀에 대한 정보는 꽤 빠삭했다.


얼마 전 기환이가 채수이가 컴백을 앞두고 예쁘게 염색을 했다면 동영상으로 보여주었는데, 그때 머리 색이 딱 저 색이었다.


물론 얼굴을 완전히 가리고 있었기에, ATM기에 서 있는 여자가 채수이인지 확신할 수는 없었다.


그런데 느껴지는 아우라가 평범하지 않았다.


‘채수이..? 에잇 아니겠지.. 아니 저런 머리야 다른 사람도 할 수 있으니.. 그리고 채수이가 미쳤다고 보이스피싱 운반책을 해? 설마. 에효 그게 지금 나랑 무슨 상관이람. 이번엔 예전처럼 나서지 말자..’


순간 약 2년 전 막 아빠가 실종 되었을 때, 어떨결에 또래 여자를 반사적으로 구해준 일이 생각났다.


한 여자가 킥보드 타고 비탈을 생각 없이 내려가다 차 사고 날 뻔한 걸 겨우 낚아채 구했었다.


‘그때 괜히 나섰다가 얻은 건 부러진 손가락과 병원비 였지.. 관심 끄자.’


난 그대로 은행을 나갔다.


하지만 찝찝함에 괜히 은행 문 앞을 잠시 서성였다.


그때였다.


갑자기 오토바이의 rpm이 올라가는 소리가 귓전을 파고들었다.


-부릉부릉 왕아앙!


고개를 돌려 소리가 난 쪽을 바라보자.


두 사람이 함께 탄 오토바이 보였다.


그들은 헬멧으로 얼굴을 완전히 가리고 있었고, 빠른 속도로 인도를 내달리며 곧장 내 쪽으로 다가오고 있었다.


‘뭐.뭐야!?’


심장이 거칠게 뛰기 시작했다.


‘어째서 내 쪽으로 돌진하는 거지?’


그 순간 내 뒤로 보이스피싱녀가 문을 열고 나왔다.


그리고 오토바이 RPM 더 올라갔다.


- 왕앙~


오토바이 뒷자리에 탄 놈은 기다렸다는 듯 보이스피싱녀의 커다란 가방을 낚아챘다.


“꺄!!!”


그녀는 깜짝 놀라 반사적으로 소리를 지르며 쓰러졌다.


보이스피싱녀에서 선량한 ATM기 능욕녀로 바뀌는 순간이었다.


그 모든 과정이 천천히 눈에 담겼다.


가방을 낚아채 내 앞을 스치듯 지나려는 오토바이가 뻔히 보이자, 난 또다시 반사적으로 손을 들어 올렸다.


마치 프로레스링에서나 쓸 법한 크로스 라인 같은 공격 기술이 들어갔다.


-퍽!!! 끼익~!! 쾅!!! 우당탕탕!


날치기들은 우아하게 공중에서 한 바퀴 회전하며 뒤로 발라당 자빠져 쓰러졌다.


요란한 소리가 한산한 거리를 가득 메웠고 그녀는 소리를 애매하게 지르다 멈췄다.


“꺄.....아..악?!?”


거친 소음에 건너편 상점에 사람들과 몇몇 행인들의 이목이 쏠렸다.


날치기는 바닥에 쓰러져 신음을 흘리고 있었다.


살짝 팔만 올렸는데 너무 심하게 넘어져 좀 당황스러웠다.


순간 느리게 다가오니 속도도 느리다고 생각했다.


난 깜짝 놀라 그들의 상태를 확인하기 위해 그들에게 다가갔다.


한 명은 아예 일어나지도 못했고, 다른 한 명은 절룩거리며 일어섰다.


내가 그들에게 다가가자, 비틀비틀 일어선 남자가 칼을 꺼내 들고 나를 위협해 왔다.


‘헉! 다짜고짜 칼을 쓴다고!?”


다행히 지금의 난 피할 수 있는 능력이 있었다.


난 가볍게 피하고 그를 발로 차 넘어뜨렸다.


그는 넘어지며 칼을 놓쳤고, 상황이 여의치 않다고 여겼는지 스포츠 백을 들고 도망을 시도했다.


난 재빨리 가방을 잡았다. 그는 주춤거리다 스포츠 백은 포기하고 도망치기 시작했다.


모든 상황이 느리게 보였고 내 사고는 빠르게 돌아갔다.


그러다 문득 무언가 이상함을 느꼈다.


‘잠깐...뭔가...이상한데...? 어째서 ATM기 능욕녀의 핸드백이 아니라 스포츠 백을 노린 거지? 보통 핸드백을 노리지 않나..? 그리고 나올 타이밍을 어떻게 이렇게 완벽히 알고 있던 거지? 혹시 누군가 미리 이곳을 주시하고 있었나?’


난 도망치는 그를 제압하려다 말고 빠르게 주변을 훑어봤다.


난 은행 ATM 창구 입구가 잘 보일 만한 곳을 살폈다.


대부분 그냥 구경꾼처럼 보였다.


그런데 그중에 수상한 사람이 있었다.


그는 볼에 길게 흉터가 있었고, 은행 바로 맞은편 골목에 혼자 숨어서 이쪽을 곁눈질하며 통화를 하고 있었는데, 무척 당황한 듯 안절부절못하고 있었다.


눈 앞에 이런 엄청난 이벤트가 있는데 구경을 하지 않고 무언가 불안해한다?


확실히 이상해 보였다.


‘설마.. 공범일까?’


내가 잠깐 공범으로 보이는 이에게 눈을 돌린 사이, 요란한 충돌음이 들려왔다.


-끼익~ 쿵!


내 머리는 자연스레 소리가 들려온 쪽으로 돌아갔다.


상황을 보니 절룩거리며 도망치던 남자가 길을 건너 도망치려다 차에 치였다.


그는 곧장 다시 일어나 도망치려했다.


하지만 성치 않은 몸으로 도망치는 것은 무리였다.


그는 곧바로 상황을 지켜보던 주위 사람들에게 잡혔다.


‘아 흉터의 남자도.. 공범일 수도 있으니 잡아야 했나?’


난 공범으로 추정되는 사람에게 다시 눈을 돌렸다.


하지만 그는 골목길로 사라지고 난 후였다.


‘이런.....’


그러다 처음에 쓰러진 남자가 생각났다.


그 남자는 죽은 듯 누워 있었다.


‘헉! 설마 죽은 건 아니겠지?’


난 아까 처음에 쓰러진 남자가 걱정되어 그에게 달려갔다.


난 범죄자를 잡다가 살인범이 되고 싶진 않았다.


그를 흔들어 봤지만 여전히 미동도 없었다.


난 불안한 마음에 재빨리 그의 헬멧을 열고 귀를 바짝 대고 숨을 쉬는지 확인했다.


다행히 그의 숨 소리가 미약하게 들렸다.


그냥 단순히 기절만 한 것 같았다.


‘휴.. 다행이다.’


그런데 그때,


헬멧에 장착된 블루투스 스피커에서 뜻밖의 거친 목소리가 들렸다.


“이런! 씨발!!! 야! 야!! 내 말 들려!? 잘 들어! 우린 우연히 훔친 거야! 공사친 거나 형님 이야긴 입도 뻥끗하지 마. 알려지면 우린 다 죽는 거야. 알지!? 입단 속 잘해!!”


실질적으로는 그리 크지 않은 소리였다.


하지만 숨을 확인하기 위해 귀를 바짝 대고 있었기에 난 그 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이게 무슨 소리지..? 우연? 공사?...뭐지? 계획 범죄란 말인가? 형님은 또 뭐지? 아.아니지 관여하지 말자. 지금은 내 코가 석자잖아. 경찰이 알아서 하겠지.’


고개를 돌려보니 쓰러진 여자가 보였다.


그녀는 많이 놀라 일어나는 법도 까먹었는지 정지 상태로 바닥에 붙어 있었다.


난 찜찜함을 뒤로하고 그녀의 가방을 들어 올렸다.


‘와~ 무거워! 돈이 얼마나 들은 거야. ATM기 능욕녀 답군’


난 그녀에게 가방을 건네주며 한마디 건넸다.


“괜찮아요? 많이 놀랐죠?”


그녀는 순식간에 일어난 일에 당황한 듯 말을 더듬으며 고마움을 표했다.


“아! 네! 가.감사합니다.”


놀랍게도 이 목소린 기환이 때문에 강제로 익숙해진 채수이 목소리였다.


약간 낮은 톤의 공기 반 소리 반이 섞인 상냥한 목소리, 난 신기해 아는 체해버렸다.


“어! 채수이??”


그녀는 내가 그녀를 알아채서인지 난감한 듯 입술을 살짝 깨물며 말했다.


“아...어떻게....목소리만 듣고 아시네요...? 어째든 감사합니다. 중요한 돈인데 설마 날치기가 노릴 줄 몰랐어요. 어디 다치진 않으셨죠?”


“아! 네. 전 괜찮아요.”


채수이와 이런 식으로 엮이다니 신기한 인연이었다.


하지만 그녀와의 인연은 여기까지라고 생각했다.


솔직히 엮여봐야 얼마나 더 엮일 것이며. 또 얼마나 친해지겠는가?


어쩌다 스치듯 마주치면 인사 정도 나누는 관계에 불과했다.


그리고 이곳에 있다가 참고인이니 뭐니 엮인다면 상황이 귀찮아질 것 같았다.


‘조퇴하고 나와서 이런 일에 휘말려서 좋을 게 없겠지?’


난 주변을 빠르게 훑으며 이곳에서 떠나도 괜찮을지를 검토했다.


인도를 달리는 날치기범을 현행범으로 잡은 거고 또 차 사고도 그가 도망치다가 난 거니 딱히 내 잘못은 없어 보였다.


난 자리를 피하는 게 낫다고 판단을 내렸다.


“그럼 전 이만 가ㅂ....아!”


난 가방을 그녀에게 건네주고 그대로 돌아서려다가 멈칫했다.


순간적으로 이대로 그냥 가긴 조금 아까운 마음이 든 탓이다.


“저....근데 이런 말씀 드리긴 죄송하지만......고마우시면 사례비로 만 원만 주실 수 있을까요?”


돈을 원하고 한 일도 아니고 또 먼저 주겠다고 한 것도 아니라 괜히 돈 뜯는 기분이 들었다.


하지만 생수를 더 많이 사서 연습하고 싶다는 욕망으로 가득 차 있어 무례를 저질렀다.


“예?!?..아!.. 예...”


그녀는 황당한 얼굴로 허둥지둥 지갑에서 돈을 꺼냈다.


“아! 네. 급한 곳에 쓸 돈이라 당장은 많이는 못 드리고...여기”


채수이는 지갑에서 오만원권 2장을 꺼내 건네주었다.


요구액의 10배라니.


난 너무 속물 같아 볼일 것 같아 미소를 애써 숨겼다.


하지만 한번 올라간 입꼬리는 쉽게 내려오지 않았다.


난 붉은 잇몸 꽃이 만개하도록 활짝 웃고 말았다.


“어이쿠! 성은이 망극합니다.”


다소 바보 같은 내 표정이 웃긴 건지 아니면 어이없어서인지 그녀도 살짝 헛웃음을 지었다.


“풋~”


난 그녀의 화끈한 호의에 문득 공범이 생각나 충고해주었다.


“아 참! 확실한 건 아닌데.. 공범이 더 있는 것 같아요. 그리고 어쩌면 계획범죄일지도 몰라요. 조심하세요.”


“네??”


그녀는 내 말에 무척 혼란스러운 표정을 짓더니 잠시 무언가 생각하는 눈치였다.


그리고 그녀의 고운 아미는 찌푸려졌다.


그때 후덕한 인상의 한 남자가 달려왔다.


그 남자는 오자마자 수이의 안위부터 챙겼다.


“수이야 안 다쳤니? 괜찮아?”


그의 물음에 수이는 떨떠름한 표정으로 대답했다.


“응...... 이분이.. 도와주셨어.”


그의 말에 대답하는 채수이의 표정이 그리 좋지 않았다.


그는 시선을 내게 돌려 명함을 건네주며 짧게 말을 던졌다.


“감사합니다. 일단 이거 받으시고 저희 쪽에서 따로 연락드리겠습니다.”


명함을 보니 수이의 매니저 같았다.


그는 다시금 수이에게 작은 목소리로 이어 말했다.


“사람들이 모일 것 같아. 여기 있어 봐야 좋을 게 없어. 일단 차로 가자.”


아직 사람들은 얼굴을 가린 사람이 채수이 인지 모르는 것 같았다.


하지만 사람들의 이목이 쏠려있어서인지 매니저는 빨리 이곳을 벗어나고 싶은 눈치였다.


하긴 연예인에게 구설수만큼 무서운 건 없을 테니 한편으론 이해가 갔다.


매니저는 그녀를 잡아끌 듯 차로 안내했다.


그런데 그때 갑자기 그녀가 다급히 내 손목을 잡으며 외치듯 말을 걸었다.


“자..잠깐! 같이 가요. 제대로 사례하고 싶어요.”


난 이미 사례금을 받았으니 곧바로 거절을 표하려 했다.


그런데 채수이가 내 손목을 꽉 쥐며 무언의 간절함을 전달했다.


난 차마 그녀의 손을 뿌리칠 수 없어 급하게 말을 바꾼다.


“아닙니다. 전 괜찮.....지 않습죠. 가실까요!?”


매니저는 뭐 하러 저런 놈을 데려가느냐는 얼굴로 말했다.


“잠깐! 수이야 회사에서 따로 ... ”


“아니! 지금 꼭 제대로 사례하고 싶어. 같이 가요.”


채수이는 매니저의 말을 끊으며 내 팔을 한번 더 잡아당겼다.


갑작스러운 그녀의 행동에 당황스러웠다.


하지만 잡은 손목에 어떤 간절함이 묻어 있어 도저히 무시할 수 없었다.


매니저는 치가 떨린다는 듯 잠깐 부르르 떨더니 말했다.


“으윽! 이 똥고집! 미치겠네... 휴~ 학생 일단 차에 타세요!”


난 얼떨결에 그녀에게 이끌려 차에 탔다.


‘도대체 날 왜 차에 태운 거지?’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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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 콘서트 (2) 24.06.24 23 0 12쪽
27 콘서트 (1) 24.06.21 29 1 13쪽
26 갈등 (2) 24.06.20 29 0 15쪽
25 갈등 (1) 24.06.19 35 1 16쪽
24 전조 (4) 24.06.18 41 1 14쪽
23 전조 (3) +1 24.06.17 47 2 13쪽
22 전조 (2) +1 24.06.16 71 2 14쪽
21 전조 (1) +2 24.06.16 76 3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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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 용의자 (4) 24.06.15 85 4 13쪽
17 용의자 (3) 24.06.15 97 3 16쪽
16 용의자 (2) 24.06.15 105 4 13쪽
15 용의자 (1) +1 24.06.15 122 4 12쪽
14 파장 (1) +1 24.06.14 126 4 10쪽
13 복수 (2) 24.06.14 129 4 11쪽
12 복수 (1) 24.06.14 132 4 16쪽
11 만난 (6) +2 24.06.14 125 4 13쪽
10 만남 (5) 24.06.14 124 5 12쪽
9 만남 (4) 24.06.14 139 5 17쪽
8 만남 (3) 24.06.14 151 5 11쪽
» 만남 (2) 24.06.14 159 4 12쪽
6 만남 (1) 24.06.13 166 5 13쪽
5 능력 (3) 24.06.13 180 5 12쪽
4 능력 (2) +1 24.06.13 203 5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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