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조 (2)

이런 사건은 처음이었다.
난 괜히 마음이 급해져 더 빨리 발을 움직였다.
기환이의 안내를 받아 간 곳은 한 대형 병원 앞이었다.
도착해 보니 피 칠갑을 한 남자의 뒷모습이 보였다.
그를 중심으로 건물과 거리 곳곳이 폭사 되어 이미 여러 사람이 죽어 있었고, 피가 사방으로 퍼져있었다.
어떤 이들은 다리가 짓이겨져 도와달라 절규했고, 어떤 이들은 통째로 뜯긴 팔을 틀어막고 필사적으로 도망치고 있었다.
'이.이게.....뭐야........!?‘
현장을 겪으면서 조금은 피에 익숙해진 줄 알았는데, 이곳은 내 상상을 훨씬 뛰어넘는 마치 한 폭의 지옥도 같았다.
그 사내의 옷은 병원복이었는데, 넝마가 되어 몸의 상당 부분이 드러나 있었다.
드러난 그의 몸은 스테로이드제를 맞은 듯 빵빵한 근육질이었고 붉게 충혈되어 있었다.
그는 2명의 경찰과 대치 중 있었다.
경찰이 먼저 총구를 겨누고 투항하라고 소리쳤다.
하지만 그는 아랑곳하지 않고 성큼성큼 다가갔다.
경찰은 겁에 질린 듯 다급하게 방아쇠를 어러번 당겼다.
탕탕탕탕!
그는 총에 맞고 잠시 주춤했을 뿐 경찰을 향해 계속해서 다가갔다.
경찰은 겁에 질린 표정으로 주저앉아 움직이지 못했다.
곧 사내의 손의 죽을 것처럼 보였다.
난 다급해져 풋 워터 붐을 쏘아 쇄도했고, 그의 등을 향해 워터 붐을 날렸다.
-쉭 펑! 쾅!!!! 우당탕!
내 공격에 그는 날아가 나뒹굴었다.
하지만 그와 동시에 그가 반사적으로 뒤로 휘두른 주먹에 나 역시 튕겨 나뒹굴었다.
-퍽! 쿠쿵
순간적으로 숨이 턱 막히는 상상 이상의 파괴력이었다.
난 도리질하며 겨우 정신 차리고 그를 찾았다.
그는 일반 사람이었다면 죽었을 정도의 충격이었음에도 멀쩡하게 일어섰다.
난 그를 막기 위해 다시 움직였다.
그때 그의 얼굴이 제대로 보였고,
그의 모습에 그대로 얼어붙었다.
'!!?...최.최원근!?!? 이게.... 도대체..... 어떻게 된 일이지?!!?'
그는 너무 나도 빵빵한 근육질이어서 자칫 못 알아볼 정도로 변해 있었다.
하지만 얼굴은 확실히 원근이였다.
그는 화가 난 듯 혈관이 터져 새빨갛게 충혈된 눈으로 나를 보며 마치 짐승처럼 울부짖었다.
"크르렁!! 크헝!!!"
인간 같지 않은 그의 요란하고 기괴한 울음소리가 공기마저 진동시켰다.
‘도.도대체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 거야!? 팔 잘렸다고 하지 않았나? 어째서 멀쩡한 거지? 회복..됐어!? 게다가 저 징그러운 모습은 뭐지!?’
의문이 꼬리에 꼬리를 물었고 너무 혼란스러워 잠시 사고가 멈췄다.
그런데 하필이면 원근이가 굴러간 자리 근처에 한 여자가 숨어있었다.
그는 순식간에 한 손으로 그녀의 다리를 잡고 들어 올렸다.
놀랍게도 그는 50kg는 되어 보이는 여인을 마치 장난감 다루듯 했다.
그리고 놈은 여자의 넓적다리를 크게 한입 베어 물었다.
“아.안돼!!”
난 재빨리 그에게 쇄도했지만 이미 늦은 후였다.
여자는 공포에 질려 오줌까지 지리며 고통스러운 비명을 토해 냈다.
"꺄으으악!!!!!!!!!!!!!“
나의 등장에 잠시 주춤하던 사람들도 다시 비명을 지르며 도망치기 시작했다.
놈은 이제는 관심 없다는 듯 손에 쥔 여인을 아무렇게나 던지려 했다.
하지만 내가 그를 향해 쇄도하는 것을 보자, 놈은 여자를 나를 향해 던진 후 방해하지 말라는 듯 다시 한번 더 크게 울부짖었다.
"크르헝!!!!"
빠르게 전진하던 나는 그녀와 충돌할 듯 부딪혔다.
난 충돌 직전에 역방향으로 워터 붐을 써서 충격을 흡수해 여자를 잡아 안전하게 내려놓았다.
여인은 여전히 고통에 울부짖고 있었지만, 난 그녀를 신경 쓸 틈이 없었다.
원근이가 근처에 또 다른 남성을 향해 이동했기 때문이었다.
‘젠장!! 왜 날 노리지 않고 자꾸 무고한 사람들을 공격하는 거야!’
“나만 노리면 되잖아! 이 자식아!!!”
난 워터 붐을 쏘며 다시 쇄도해 원근의 얼굴에 주먹을 날렸다.
-퍽!!!
그의 몸은 상상 이상으로 딱딱했다. 손목에 어마어마한 충격이 그대로 전달되었고, 그 고통에 난 신음을 삼키지 못한다.
"으윽!!!"
손가락이 부서진 것 같았다.
‘젠장! 워터 붐을 쓸걸. 수분 아끼려다...’
내가 맷집이 강해졌음에도 이런 데미지를 입었다는 건, 그의 몸이 철판 이상의 단단함을 가졌다는 말이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원근이가 데미지가 없는 건 아니었다.
얼굴은 찌그러져 이빨이 튀어 나갔고, 입가에선 피가 줄줄 흘러내렸다.
하지만 그는 고통을 느끼지 않는 듯 신음 소리하나 내지 않았다.
그는 곧장 시선을 돌려 내게 육중한 팔을 휘둘렀다.
난 재빨리 워터 붐 써 뒤로 이동하며 그의 주먹을 피했다.
-휙~
'윽... 제길 도대체 뭐야? 감각이 없는 거야? 저런 데미지를 입고도 움직이다니.. 무슨 좀비도 아니고...'
난 거리를 살짝 더 벌리고 아픈 손의 통증을 줄이기 위해 생수를 마셨다
그런데 내가 거리를 벌리고 경계를 하는 사이 근처에 있던 다른 남자에게 곧바로 시선을 돌렸다.
놈은 얼굴이 곤죽이 되게 얻어맞았음에도 내가 자신의 사정거리에서 멀어지자 관심을 꺼버린 것이다.
놈은 남자에게 한 걸음에 다가서서는 남자의 머리를 한 손으로 잡아 올린 후 성치 않은 이빨로 목을 물어 뜯는다.
남성은 고통에 찬 비명을 질렀다.
"으악!!!!!!!!살려줘!!!!!"
원근이는 나에 대한 복수 같은 감정이 아니라 그저 주위의 학살이 목표 같았다.
이지를 상실한 듯 무차별적인 공격을 했다.
"안돼!!!!"
난 다급하게 도약해 원근이를 향해 날아갔다.
하지만 이미 남자는 바닥을 향해 내리 꽂아진 후였다.
-쾅! 퍽!!! 촤락!!
바닥은 마치 죽음의 망치로 내려친 듯 폭사 되었고, 사내의 몸은 기형적으로 꺾이며 피가 사방으로 튀었다.
피가 마스크를 쓴 얼굴을 덮쳤다.
그 과정이 천천히 뇌를 때렸다.
고작 나의 판단 실수와 잠깐의 고통을 피하려는 행동 때문에, 누군가에게 아주 소중했을 사람이 허망하게 지워졌다.
나 때문에 죽었다는 죄책감이 나를 짓눌렀다.
"이 개자식아!!!!!!!!!"
일반적인 사람을 상대할 때처럼 약하게 기술을 사용하면 데미지가 거의 없었다.
난 어쩔 수 없이 출력을 높여서 상대해야 했다.
난 그 놈에게 쇄도해 접근해 워터 붐을 날렸다.
워터 붐을 맞고 날아가는 그놈을 따라 날아갔다.
하지만 그놈도 가만히 있진 않았다.
날카롭게 손을 뻗어 반격했고 난 재빠르게 워터 붐을 써 쳐냈다.
난 계속해서 그 놈이 날려 버리고 빠르게 좇아가 그놈을 연속해서 공격했다.
확실히 데미지는 있었다.
놈의 몸이 이곳저곳에 움푹파여 주저앉아 있었다.
그런데 문제는 워터 붐을 고출력으로 너무 연속 빠르게 사용하니. 갈증도 빠르게 심해지고 있었다. 호흡도 불안정해졌다.
정신이 혼미해지기 시작했다.
애초에 이런 종류의 싸움은 처음이었다.
그렇다고 멈추고 수분을 보충할 시간도 없었다.
틈을 보이면 다른 사람을 공격할 게 뻔했다.
‘헉헉헉헉헉.’
난 머지 않아 한계에 다다를 터였다.
눈이 감겨왔다
난 한 번에 끝장낼 방법이 필요했다.
’윽.. 목이 타는 것 같아.. 빨리 끝내야 해.. 방법..헉.헉 없..을까? 헉.헉’
난 문득 완전히 꺾인 전봇대를 사이에 두고 양측에서 충돌한 두 개의 차가 눈에 들어왔고, 어떤 생각이 스쳤다.
난 그 즉시 놈에게 파고들어 양손으로 허리를 잡고 손이 마주 보도록 한 후 워터붐을 사용했다.
’워터 프레스!’
손과 손 사이를 중심으로 엄청난 풍압이 발생했고 회오리치며 내 몸을 훑으며 지나갔다.
놈의 허리는 확실히 전보다 깊게 움푹 파여 있었다.
하지만 여전히 놈은 발버둥치며 나를 공격해 왔다.
난 지금 기회를 놓치면 안 된다고 생각했다.
이미 목이 아플 정도로 갈증이 극에 달했지만 여기서 끝장을 내지 못하면 사상자가 더 많이 생길 것이 분명했다.
난 마지막 힘을 쥐어짜 다시 한번 기술을 날렸다.
‘워터 프레스!’
나의 혼신이 담긴 마지막 공격에 그는 장기가 상했는지 입으로 피가 울컥 흘러나왔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나도 차단기를 내린 듯 기억이 툭 끊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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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시 뒤 난 거친 숨을 몰아 쉬며 정신이 돌아왔다.
“으아아아! 안돼! 으헉..헉..헉..”
다시 필름이 이어졌고 정상적으로 인지기능이 작동하기 시작했다.
난 여전히 놈의 허리를 양손으로 잡고 있었는데 놈의 상태에 깜짝 놀랐다.
“이,,이게 뭐..뭐야?!?”
원근은 내 손에 붙잡혀 부들부들 떨며 경련을 일으키고 있었고, 놀랍게도 허리부터 시작해 마른 나무처럼 쭈굴쭈굴하게 쪼그라들어 있었다.
상황을 보아하니 내가 놈의 생명력을 흡수하듯 몸의 수분을 강력하게 빨아들인 것 같았다.
난 깜짝 놀라 원근을 놓았다.
삐쩍 마른 원근은 삐걱거리며 이빨을 사용해 나를 물어뜯으려 했다.
그저 그의 생전의 목표가 살육인 기계처럼 말이다.
이미 초점이 잃은 눈은 그 빛마저도 잃어 갔다.
그리고 그의 몸은 서서히 몸은 무너져 내렸다.
-털썩.
숨어있던 사람들은 내가 원근이를 쓰러뜨린 것에 환호했다.
“와~!!!!!!!!!!”
하지만 갑자기 밀려오는 묘한 이질감에 난 정작 그들의 환호에 답해줄 수 없다.
‘자...잠깐? 설마.. 죽은거야? .....내가.... 죽인거야....? 아.아니야. 그럴 리가 없어.’
난 떨리는 손으로 원근이를 흔들어 깨웠다.
“이.일어나!...일어나라고!!”
하지만 원근이는 언제나처럼 내 말을 들어주지 않았다.
그의 죽음을 받아들여야겠다고 느낀 순간 갑자기 구역질이 나왔다.
난 재빨리 마스크를 살짝 들어 올려 토를 게워냈다.
“우웩!!”
그리고 곧 엄청난 수의 경찰차의 사이렌 소리가 들려왔다.
난 일단 이 알 수 없는 끔찍한 상황의 연쇄에서 도망쳐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도망치려고 일어선 순간,
묘한 공명음과 함께 내 옆의 공간이 일그러지면서 둥근 원이 생겼다.
-윙~
"뭐.뭐야!!!"
난 내 옆에서 갑자기 이상한 게 생겨 깜짝 놀라 물러났다.
황당하게도 허공에서 갑자기 가면을 쓴 사내가 튀어나오더니 기계음이 섞인 목소리로 말했다.
“이런 .. 이런.. 아직 때가 아닌데.... 어떻게 벌써 막타토르가 나온 거지....?”
그리고 그는 나와 눈이 마주쳤다. 그는 짜증이 섞인 목소리로 말했다.
“그리고 너 자꾸 설치고 다니던데...넌 언제 왔지? 어째서 인간들을 돕지?”
난 갑자기 튀어나온 사내에게 내가 할 말을 빼앗겼고 순간 말을 더듬었다.
“다.당신이야 말로 누구야!?”
그 가면의 사내는 알아들을 수 없는 말을 지껄인다.
“그분께서 용납하지 않을 텐데...”
‘그분? 도대체 무슨 말이지?
난 알 수 없는 상황에 아무런 대답도 하지 못했다.
“......”
그는 조금 혼란스러운 듯 말했다.
“흠.. 혼란하군... 일단 가지고 갈 수 밖에...”
그러더니 쓰러져 있는 원근이가 있는 바닥을 향해 손짓했다.
그리고 다시 묘한 공명음이 공기를 울렸다.
-윙~
그 순간 원근이가 쓰러져 있던 바닥이 일그러지고 순식간에 원근이가 사라졌다.
‘뭐.뭐지? 도대체 뭐가 어떻게 돌아가는 거야?’
난 혼란스러운 머리를 정리하고 싶었지만 내게 그럴 여유가 없었다.
그가 곧바로 내가 서 있는 바닥을 향해 손짓했기 때문이다.
-윙~
난 본능적으로 위험을 감지하고 하늘로 도약했다.
도약한 나를 본 그는 이번엔 내가 도약한 곳을 향해 손짓했다.
-윙~
아차 하는 순간, 순식간에 내 머리는 그 일그러진 공간으로 들어갔다.
놀랍게도 그곳은 내가 있던 곳이 아닌 다른 곳으로 연결된 통로였고 그 연결된 곳은 어떤 아파트 옥상 같아 보였다.
난 깜짝 놀라 그 공간과 반대로 워터 붐을 날려 벗어났다.
일그러진 공간은 내가 겨우 벗어날 정도의 시간만 생겼다 사라졌다.
조금이라도 늦었으면 목이 잘리는 건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에 몰골이 송연해졌다.
난 정신을 차리고 그를 찾았다.
그의 모습은 어디에도 보이지 않았다.
‘사라....졌어? 도망친 건가?.... 아니다!!’
사라진 줄 알았던 가면의 사내는 순식간에 내 등 뒤로 나타나 잘 벼린 칼을 휘둘렀다.
난 다행히 건물 유리창에 비친 그의 모습을 발견했고 재빨리 고개를 숙여 피할 수 있었다.
칼이 내 머리카락을 스치듯 지나갔다.
난 그와 동시에 뒤로 돌며 워터 붐을 사용했다.
-휙~ 펑! 쾅!
하지만 놀랍게도 그는 순식간에 팔을 교차해 막았고, 그는 쓰러지지도 않고 뒤로 밀려난 게 고작이었다.
자세히 보니 팔에 금속 재질의 건들릿 같은 것이 보였다.
그것이 충격을 흡수한 것 같았다.
그는 갑자기 두리번거리더니 먼 곳을 향해 손짓했고 한 시민 아래로 공간이 일그러졌다.
그리고 순식간에 가면 사내 위에 일그러진 공간에서 시민이 툭 떨어졌다.
그는 시민의 머리채를 우왁스럽게 잡더니 칼을 목에 찔러 넣었다.
"아.안돼!!!!!!"
난 시민을 구하기 위해 다급하게 쇄도했다.
그 순간 그의 손짓과 함께 내 앞쪽으로 원이 나타났다.
함정이었다.
내 몸은 반 이상 들어가 있었고 뒤늦게 워터 붐을 반대로 사용했다.
하지만 내 몸은 다 나오지 않았고,
오른손 팔뚝 중간 부분이 뚝 끊겨 잘려나갔다.
- 촤!!락!!
내 팔에선 피가 솟구치고 있었고, 난 반쯤 정신이 나간 듯 비명을 질렀다.
“으으으아아아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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