붕괴 (1)

그의 갑작스러운 말에 수이는 황당하다는 듯 대답했다.
“무.무슨 소리야 오빠!? 나 18살이야. 혹시 미쳤어!?”
“사랑에 나이가 뭐가 중요하니?”
“어.어째든 난 그런 감정 전혀 아니야. 그리고.. 나 좋아하는 사람 따로 있어...이루어 질 수 없는 사람이지만..”
마이클 홍는 격하게 말했다.
“네가 나한테 이러면 안 되지! 내가 광고 계약해서 사채 갚아주고, 방송 꽂아 주고, 콘서트 스폰서도 해주고. 받을 거 다 받아먹고 나한테 이러면 안 되지!”
그의 말에 수이는 화가 났다는 듯 소리쳤다.
“무.무슨 소리야! 오빠 회사가 먼저 내 이미지가 필요해서 날 쓴 거고. 덕분에 오빠 제품 매출도 수직상승했잖아. 그리고 방송 할 때도 적극적으로 홍보 했어, 난 그저 받기만 한 적 없어. 난 오빠한테 도움받은 만큼 언제나 최선을 다했고 충분히 돌려줬다고 생각해. 난 빚졌다고 생각하지 않아."
마이클 홍이 갑자기 깊은 한숨을 내쉬더니 말했다.
“하~ 역시 안 되나...? 어쩔 수 없이 플랜 B로 가야겠네..”
그의 목소리는 조금 전까지 사랑한다고 속삭이며 감정적으로 매달리던 사람이 목소리라고는 믿어지지 않을 만큼 메말라 있었다.
싸늘한 음성에 수이의 당황한 듯 반문했다.
“뭐..!!.?"
아니 하려했다.
"어!? ..음음읍!”
수이의 목소리는 누군가에 의해 막혀 끊겼다.
그리고 홍대표의 목소리가 들렸다.
“쉿이~ 쉿이 잠깐만 자고 일어나.”
음성만으로 정확히 알 수는 없지만 수이를 기절시킨 것 같았다.
갑작스러운 전개에 기환과 나는 동시에 눈이 마주쳤다.
너무 황당해서 순간 잘못 들었는지 서로 확인한 것이다.
무언가 벌어지고 있었다.
그리고 테이프 뜯는 소리,
문 열고 무언가 실은 후, 닫는 소리
그리고 엔진 소리가 차례로 들렸다.
-왕왕~~
곧이어 즐거운 듯한 휘바람 소리가 들렸다.
- 휘휘휘~
난 소름끼치는 소리에 본능적으로 옷을 바꿔 입고 뛰쳐나갔다.
기환이는 그런 나를 안내했다.
“도시 외곽 쪽으로 가고 있어. 이동 속도가 아주 빨라. 한강을 타고 일단 동쪽으로 직진해.”
잠시 동안 엔진음과 마이클의 휘바람 소리만 들렸다.
그리고 얼마 후 다시 수이의 공포에 질린 목소리가 들렸다.
"무.무슨 짓이야....?...왜.. .이렇게 묶어 놓은 거야? 푸.풀어줘. 오빠 무.무섭게 왜 그래..?"
“어 일어났어? 좀 더 자지? 아직 좀 남았는데?”
“왜.왜 이러는 거야 ? 고작 고백 거절했다고 이러는 거야?”
마이클 홍은 비웃음이 들렸다.
“고백? 푸하하하하”
마이클은 싸늘한 음성으로 말을 이어나갔다.
”내가 가는 동안 재밌는 이야기 하나 들려줄게. 잘 들어봐. 사실 내 친엄마는 창녀였어.”
수이는 갑자기 이상한 이야기를 하는 마이클 홍의 말을 끊었다.
“지.지금 무슨 소리 하는 거야!?”
그러자 마이클 홍이 거칠고 싸늘하게 소리쳤다.
“그냥 들어. 썅년아! 당장 죽여 버리기 전에!!”
“.......”
“엄마는 20살에 나를 낳았어. 그리고 내가 6살 때. 엄마는 나를 고작 3000만원에 아담 그룹 홍 회장에게 팔았어. 그리고 떠나면서 내게 뭐라고 말했는지 알아? ‘아들 돈은 신이야.’ 크하하! 이 걸작 같은 말을 남기고 말이지. 푸하하하!”
마이클은 광기에 어린 듯 웃다가 이를 뿌드득 갈며 다시 말을 이어갔다.
“난 그 날부터 지옥이었어. 홍 회장은 온갖 방법으로 날 철저하게 세뇌시켰어. 어린 내게 홍회장은 절대적이었지. 그의 말은 곧 법이었고 그가 원하면 뭐든지 해야 했어. 그리고 내가 16살 때, 그는 내 간을 떼어갔어. 난 그때 내가 왜 팔려 왔는지 깨달았지. 그건 내가 홍회장과 조직적합도가 100% 일치해서였어. 홍 회장은 아직 생기지도 않은 병을 위해 신선하고 안전한 생체 장기 보관함을 3000만원에 사 둔 거야. 언제든 떼어 갈 수 있게 말이야. 엄청 재밌지 않아? 생체 보관함이라니... 그런데 다행인 건 내 머리가 엄청 비상해서 돈 버는 재주 하나는 기가 막혔다는 거야. 그랬더니 홍회장이 날 죽이지 않고 써먹기 시작하더라. 정말 재밌지 않아? 정말 돈이 신이긴 한가 봐. 크크큭큭.”
수이가 이해할 수 없다는 듯 소리를 빽 질렀다.
“그.그래서 무슨 말이 하고 싶은 건데?”
마이클은 재밌는 퀴즈라도 낸다는 듯 말했다.
“자! 여기서 문제! 난 이 이야기에서 누구를 가장 증오할까!?”
“......”
마이클 홍은 입으로 드럼 효과음까지 내며 말했다.
“두구두구두구! 바로..... 나의 엄마! 하 씨발...그 뒤로 그 여자가 어떻게 했는 줄 알아? 나를 버리자마자 바로 25살에 재혼하고 26에 애 하나 낳고 잘 먹고 잘 살다가 3년 전 암으로 죽었어. 하.. 내가 직접 목을 움켜쥐고 싶었는데.....너무 화가나...너무 편하게 죽어버린 것 같아서... 근데 보니까 그 딸년이 엄마를 어찌나 닮았던지...”
수이의 목소리가 급격히 떨렸다.
“....3년..전?..암..? 자.잠깐.. 지금 무슨 소리를 하는 거야!!?”
마이클 홍의 말에 수이와 나누었던 이야기가 스치듯 지나갔다.
수이의 엄마가 암투병으로 돌아가셨다는 말
“모르는 거야? 모르는 척하는 거야? 이쯤 했으면 알 것 같은데? 너~ 우리 엄마 많이~ 닮았더라. 죽이고... 싶게.”
“개.개소리 하지 마! 지.지금 우리가 무슨 이부남매라도 된다는 거야! 거.거짓말하지 마!!”
난 그의 황당한 말이 쉽사리 믿어지지 않았다.
‘이.이게..... 무슨....? 이부남매.....? 지금...엄마가 같다는 말이야??’
마이클 홍이 소름 끼치게 웃으며 말했다.
“크하하하! 내가 여기까지 와서 거짓말할 이유가 있을까? 곧 죽을 사람한테? 하긴 넌 억울할 수 있겠다... 그런데 어쩌겠어. 인생이 그래. 난 아무 짓도 안 했는데 어느날 갑자기 누군가 지옥으로 떠밀어. 그래도 넌 운 좋은 거야. 난 내가 가장 사랑했던 사람이 떠밀었어.”
“그.그래서...지.지금 엄마 대신 네게 복수라도 하겠다는 거야...?”
“빙고! 사실 내 계획은 네가 날 사랑하게 만든 다음에 3000만원에 장기 밀매로 팔아 버리려고 했거든? 근데 네가 안 넘어오는 걸 어쩌냐. 사채업자한테 돈 훔치라고 시키고, 스토커도 만들고, 조명도 떨어뜨려 보고. 네가 날 의지하고 사랑하게 만드려고 부단히 애썼는데... 방해하는 놈도 있고 계속 실패하더라고. 사랑이라는 게 맘처럼 되는 게 아니야....뭐 내가 사랑을 받아 봤어야 알지.. 그래서 계획을 바꾸기로 했어! 아마 내일 자 기사에 ‘18살 최고의 아이돌! 마약 섹스 파티하다 사망!!’이라고 뜰 거야. 기자들이 미칠 만한 제목 아니야!? 크크크크하하”
그의 섬뜩한 웃음소리가 내 심장을 칼날처럼 파고들었다.
내 머리털을 쭈뼛 곤두섰다.
‘그.그러니까..자기 엄마에 대한 복수를 그의 딸이자 남매인 수이에게 한다는 말잖아!?’
난 그의 거창한 설명에도 그가 그저 미친놈으로밖에 보이지 않았다.
상종 못 할 쓰레기들이 넘치는 더럽고 추악한 세상인 줄을 진작부터 알았다.
하지만 해도 해도 너무하지 않은가?
따지고 보면 수이는 그에게 어떤 피해도 주지 않았다.
무고한 수이에게 어떻게 그런 짓을 한단 말인가?
인간 같지 않았다.
수이의 절규에 찬 비명이 들린다.
“미.미친놈!! 넌 미친 놈이야!!!!”
수이의 비명이 귓속에 꽂혔다.
난 안일했던 나의 멍청함에 화가 났다.
수이 옆에서 떨어지지 말아야 했다.
해킹을 해두었으니 놈에 대해 천천히 파악하면 될 거라 생각했다.
설마 갑자기 일이 이렇게 진행될 줄 꿈에도 몰랐다.
‘젠장!! 내가 늦어.. 혹시라도 수이가 잘 못 되면 어쩌지.’
불안한 생각이 자꾸만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다.
몸에 피가 빠져나간 듯 몸에 감각에 따로 노는 것 같았다.
난 마음속으로 간절히 기도했다.
‘제발.제발.제발.제발. 신이시여 제발 수이만 무사하게 해주세요..’
난 이를 악물고 몸을 놀렸다.
어느 순간 차의 엔진 소리가 꺼졌다.
“자! 이 집이 니 마지막 묫자리야. 그래도 꽤 고급지지? 오빠가 신경 좀 썼다.”
차 문 여는 소리가 나고 수이가 고래고래 소리 질렀다.
"꺄악!! 저리 꺼져! 내 몸에 손대지 마!!"
심장이 덜컥 내려앉았다.
난 턱이 부서져라 이를 악물었다.
난 그녀가 무사하기를 빌고 또 빌었다.
가능한 모든 말로 그를 저주했다.
수이가 조금이라도 잘못된다면 맹세컨대 그의 모든 걸 산산 조각내 뼈까지 갈아 삼키리라.
계속 수이의 절규에 가까운 비명소리가 들려왔다.
“꺄악!! 꺅!!”
“어! 움직이지 마!! 움직이지 말라고!”
그리고 때리는 소리와 함께 심지어 옷이 찢기는 소리마저 들렸다.
-짝! 짝! 북~ 북~
수이는 비명과 함께 망연자실하여 듯 울기 시작했다.
“꺅!! 꺅!! 흑흑흐허엉흐흑흐....살려 줘.. 살려 주세요,..”
난 더 다급해졌다.
기환이의 안내 하는 목소리조차 제대로 들리지 않을 정도로 숨이 가빠오고 분노가 극에 달했다.
“진작 가만히 있을 것이지.!!”
그의 말과 함께 수이의 찟어질 듯한 비명을 소리가 들렸다.
- 끼아악! 아! 아악!
마이클이 머리채를 잡고 수이를 끌고 가는 것 같았다.
곧이어 차 문을 닫고 집 문을 여는 소리가 수이의 비명 소리에 섞여 들렸다.
그리고 무언가 부딪히는 소리가 나더니 수이의 날카로운 비명이 들렸다.
- 쿵! 꺄악!!
그놈의 목소리가 들렸다.
“휘유~ 자 이제 시작해 볼까? 짜잔! 이게 뭐 같아? 마약 중 끝판왕이라는 헤로인이라는 거야. 맞으면 움직이기도 귀찮을 만큼 편안해지고 구름 위에 있는 기분이 들다가 아무런 고통도 없이 가는 거야. 사실 내가 받은 고통에 비하면 쉽게 보내주는 거다. 크흐흐. 이 오빠가 마음이 좀 여리거든...”
그의 인간 같지 않은 말이 심장을 파고들었다.
수이는 정말 마지막이라고 생각했는지 절규하듯 소리쳤다.
“이 개자식아! 흐흑 넌 지금 멀쩡히 살아 있잖아!!! 나한테도 최소한 살 기회는 줘야지!!! 이건 너무하잖아!!! 흐흐흑“
수이의 절규의 섞인 외침에 그는 잠깐의 침묵에 이어지더니 곧바로 웃음을 터뜨리며 말했다.
“.......... 푸하하하. 난.. 진짜 편히 보내주려고 한 건데... 오히려 지옥을 원하는구나? 하긴 그냥 한 번에 치사량을 넣어 편히 보내주긴 아깝지. 아까워! 사실 이게 더 재밌을 것 같긴 해.
놈은 잠깐 무언 갈 하는지 말을 멈췄다가 계속 이어나갔다.
”좋아. 니가 말한 기회라는 걸 주지. 이 약을 맞고 네가 나를 다시 찾지 않으면 네가 이기는 거야. 크흐흐 과연 니가 이 약의 중독성에서 벗어 날 수 있을까? 오! 벌써 짜릿한데!? 크흐흐흐 자 어디 발버둥 쳐봐! 크흐흐.”
그의 말을 끝으로 곧이어 그녀는 다급한 외침이 들려 왔다.
“안돼!! 안돼!!!! 안..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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