붕괴 (2)

심장이 터질 듯이 뛰었다.
온 힘을 짜내 워터붐을 연속해서 사용해 목적지를 향해 날아갔다.
마침내 그 건물에 도착했을 때, 호흡 조절이 힘들 정도로 숨을 턱 끝까지 차올랐다.
나는 주저 없이 문을 향해 달려갔다.
워터붐을 최대로 충전하고, 온 몸의 힘을 실어 문을 향해 발을 내질렀다.
- 콰콰광!!!!!
문은 마치 종이처럼 찢어져 나갔다.
난 격렬한 분노와 함께 안으로 돌진했다.
"이 개자식아!!!"
실내는 어둑했지만, 예리해진 감각으로 즉시 마이클의 위치를 포착했다.
거실 쇼파 앞에 놈이 보였다.
그의 옆에는 처량하게 묶여 누워 있는 수이가 있었다.
그 놈은 나와 눈이 마주치자 몹시 당황한 듯 눈이 튀어나올 정도로 커져서는 입을 뻐끔거렸다.
“뭐.뭐야!? 새.생수맨이 어떻게!?!?”
난 단걸음에 그에게 쇄도했다.
그는 당황한 표정으로 내게 다급하게 무언가 말하려 했다.
“자.잠ㄲ!!”
하지만 이미 분노가 극에 달한 난 있는 힘껏 주먹을 내질렀다.
“이런 미친새끼!!! 죽여 버리겠어!!!!!!”
-퍽!
가속력이 붙은 주먹이 그의 턱에 명중했고
그의 몸을 로켓처럼 단숨에 공중으로 쏘아 올려 졌다.
난 멈추지 않고 벽 쪽으로 날아가는 그의 다리를 낚아채 그대로 워터 붐을 쏘았다.
순식간에 다리는 두부처럼 쉽게 으깨지며 사방으로 피가 흩뿌려졌다.
다리가 폭사하며 날아간 그는 벽에 부딪혀 떨어졌고 고통스럽게 비명을 내질렀다.
“으으으아악!!!!!!!!!!!!!!!!!!!!!!!!!”
혈향이 진하게 느껴질 정도로 끔찍한 순간이었지만 난 눈 하나 깜짝하지 않았다.
내 생에 이 정도로 분노한 적이 있을까?
난 그가 더 고통스럽게 울부짖기를 바랐다.
난 빠르게 다가가 다른쪽 다리에도 마저 워터붐을 날렸다.
-퍽!
“으으으으으으아악!!!!!!!!!!!!!!!!!!!!!!!
그의 종아리 아래쪽 다리는 형체가 무너져 피떡이 되었다.
놈은 부서진 턱과 허벅지를 잡고 부들부들 떨었다.
상태로 봐선 그가 정신을 잃는다고 해도 전혀 이상할 게 없었다.
‘죽이자. 이놈은 죽어 마땅하다. 내가 정한 선을 넘자. 넘어야 한다.’
난 놈의 머리를 잡아 벽에 처박고
워터 붐을 최대 출력으로 펼치기 위해 숨을 한껏 들이켰다.
그때 놈이 어눌한 말투로 다급하게 절규하듯 소리쳤다.
”췌.췌수위!!!!! 췌수이!!“
순간 정신이 번쩍 들었다.
이미 오면서 이곳의 상황을 다 듣지 않았던가!
난 고개를 재빨리 돌려 수이의 상태부터 보았다.
맞아서 붉어진 뺨과 묶인 손발,
그리고 그녀의 팔에 이미 꽂혀 버린 주삿바늘이 눈에 들어왔다.
’아.안돼!! 서.설마 막지 못한 건가? 이.이제 난 뭘 해야 하는 거지!? ‘
갑자기 손발이 덜덜 떨렸왔다.
머릿속이 새하얗게 아무런 생각이 나지 않았다.
난 마약이 위험하다는 것만 알았지 구체적으로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 전혀 알지 못했다.
내가 그의 말에 멈칫 멈추자, 그는 고통에 부들부들 떨면서도 위협하듯 계속 말을 이어나갔다.
“져.저려게 두면 주.죽글 수도 있써!!”
그의 말에 심장이 철렁 내려앉았다.
손발에 힘이 쭉 빠져 마치 진흙 속에서 움직이는 기분이었다.
’... 수이가 ...죽어!? 아.안돼! 병.병원부터 가야겠어!‘
수이에게 다가갔다.
주사기에는 아직 약물이 남아있었고, 얼마나 주입되었는지 알 수 없었다.
난 덜덜 떨리는 손으로 주사기를 조심스럽게 제거했다.
그때 수이는 떨리는 목소리로 내게 말했다.
“..살...려..주세요.”
난 그런 그녀를 안아 들며 다급해 말했다.
“병.병원에 데려다 줄게! 조금만 참아!”
그 순간, 수이의 눈꺼풀이 미세하게 떨렸다.
그녀의 입술이 희미하게 움직이며 가냘픈 목소리가 새어 나왔다.
"안...돼...병원은...안...돼..."
“?!? 어..어째서!?”
난 그녀의 말에 당황해 되물었지만, 수이는 대답이 없었고 초점 없이 동공이 수축하며 몸이 축 늘어지기 시작했다.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저.정신차려! 수이야! 수이야!!!”
난 그녀가 재빨리 숨을 쉬는지 확인했다.
‘수.숨은 쉰다.! 의식만 없는 건가!? 빨리 병원! 병원으로 가야 해!‘
심장이 너무 거칠게 뛰어 마치 귓속에서 뛰는 것 같았다.
난 허둥지둥 묶인 손발을 풀고는 그녀를 등에 둘러업었다. 그리고 재빨리 옆에 담요를 주워 몸에 단단히 고정했다.
그리고 워터붐을 사용해 빠르게 이동하기 시작했다.
그와 동시에 기환이에게 절규하듯 소리치며 말했다.
“마야.약이 들어간 것 같아! 병원!!! 가까운 병원!! 빨리!”
기환도 몹시 당황했는지 목소리에 떨림이 그대로 느껴졌다.
“뭐!!? 그 이.일단 니가 온 방향으로 되돌아가!”
그때 이어폰에서 찬성이 혀의 다급한 목소리가 들렸다.
“천민 소협! 상황 듣고 있네!! 침착하고 먼저 수이가 숨을 잘 쉬는지부터 체크 하게!!”
그의 말에 난 들러 업은 수이의 얼굴에 귀를 가져다 댔다.
수이의 몸이 축 늘어져 있었고, 그녀의 숨소리는 너무나 희미해 거의 들리지 않았다.
하지만 아주 느리고 미약하지만 분명히 수이의 숨소리가 들렸다.
“쉬.쉬고 있어요!”
“침착하고 내가 안내하는 집으로 최대한 빨리 와주게.”
난 순간 그의 말을 이해할 수 없어 버럭 소리 질렀다.
“지.지금 무슨 소리에요!!! 야! 신기환! 뭐해!! 빨리 가까운 병원으로 안내해!!”
찬성이 거친 목소리로 내 말을 끊었다.
“정신 차리게!!! 수이가 병원 거부한 이유를 모르겠나!? 아무리 강제였다지만 마약이 투여되었다고 알려지면 수이는 돌아갈 곳이 없어지네. 믿을 만한 의사를 불렀으니. 날 믿고 따라주게.”
“하.하지만!..”
그의 말에 반사적으로 부정했지만, 그의 말이 맞을지도 몰랐다.
난 그저 죽은 듯 축 늘어진 수이를 보고 있으니 최대한 빨리 병원으로 가야 한다는 생각만 들었다.
기환이가 말을 더듬으며 거들었다.
“처.천민아! 일단 형을 믿어 보자...”
마음에 갈피를 잡기 어려웠다.
내 선택에 따라 수이의 앞으로의 운명이 결정된다.
‘수이의 미래도 중요해.. 하지만 지금 당장 수이가 잘못되면?’
선택의 무게가 나를 짓누른다.
이렇게 무거웠던 적이 있었을까?
‘치.침착하자. 침착하자. 숨소리를 잘 확인하면서 이동하다 문제가 생기면 가까운 병원으로 노선을 바꾸는 거야... 일단 찬성이 형을 믿자.’
“안내해줘요!”
기환이 말했다.
“내가 어딘지 알아! 최단 거리로 안내 할게! 7분 거리야.”
난 기환이의 안내를 받으며 찬성이 형 집으로 빠르게 움직였다.
도시의 불빛들이 흐릿하게 스쳐 지나갔다.
가끔씩 수이의 맥박을 확인하며 이동했다.
그녀의 심장은 여전히 뛰고 있었지만, 그 리듬이 불규칙적이고 약해져 가는 것 같았다.
온 신경을 집중해 속도를 높였다. 몸은 슬슬 한계다.
하지만 포기할 수 없었다. 수이의 생명이 내 손에 달려 있었다.
기환의 목소리가 들렸다.
"바로 앞이야! 도착했어!"
어떤 2층집 주택이 보였고 건물 옥상에는 이미 찬성이 형이 나와 있었다.
난 마지막 워터붐을 사용해 건물 옥상으로 내려갔다.
다리가 후들거렸지만, 지체할 시간이 없었다.
찬성이 형은 건물 옥상에서 내려가 화장실 달린 침대방으로 안내했다.
“이쪽으로!”
난 재빨리 그곳에 수이를 눕혔다.
수이는 주변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든 계속 멍한 표정이었다.
난 불안한 눈을 굴리면 말했다.
“혀.형? 의.의사는 어딨어?”
때마침 현관문 벨 소리가 들렸다.
- 띵동!
“왔다!”
찬성이 형은 빛의 속도로 나갔고, 현관문 소리와 함께 어떤 여인이 소리치는 소리가 들려왔다.
“갑자기 연락해서!? 또 마약이라니!!? 게다가 헤로인이라니!?”
“나중에.. 지금은 치료부터..”
찬성이 형의 안내를 받고 들어온 여자는 나를 보고 흠칫 놀랐고 수이를 보고 한 번 더 놀랐다.
“뭐.뭐야!? 새.생수맨!? 채.채수이!? 도대체... 무슨?”
여인은 축 늘어진 수이의 모습을 보고는 나를 밀치고 상태를 확인하기 시작했다.
“비켜요!”
먼저 동공 상태를 확인하더니 질문했다.
“약 언제부터? 그리고 얼마나 했어!?”
찬성이 형이 재빨리 대답했다.
“이번이 처음이고 투여량은 알 수 없구나..”
여인은 손목시계를 보며 수이의 호흡수를 확인했다.
그리고 가방에서 주사를 꺼내서 수이에게 놓았다.
반응을 지켜보더니 한 번 더 주사를 놓았다.
잠시 후 수이의 호흡이 빨라졌고 눈을 껌뻑껌뻑 두리번거리기 시작했다.
난 재빨리 마스크를 벗고 수이에게 다가갔다.
“수.수이야!?”
수이는 아직 정신이 없었는지 실없는 웃음을 흘리며 나를 알아보았다.
“...어?!..히히.. 천민이네...!”
“괘.괜찮아!? 수이야! 이제 안전해! 안심해도 돼!”
수이는 몽롱한 얼굴로 얼빠진 듯 웃으며 말했다.
“..안전..? 난.. 괜찮은데..?”
난 여인에게 조심스럽게 물었다.
“수.수이. 괜찮은 거 맞는 거죠?”
여자는 한심하다는 듯 한숨을 쉬며 말했다.
“하~ 무슨 소리에요.. 지금부터 시작인데....”
“..네!?”
여인이 씁쓸한 표정으로 넋두리하듯 말했다.
“당장은 날록손으로 응급상황만 넘긴거에요..... 진짜 문제는 몇 시간 후 올 금단 증상이에요. 뼈 마디마디를 망치로 잘게 분쇄하는 듯한 강렬한 통증에 시달리고 우울감에서 빠져나오지 못해 약을 다시 놔 달라고 애원할 거예요. 근육이 경직되고 온몸에 분비물을 제어할 수 없이 쏟아내다 체액 손실로 죽을 수도 있고요. 더 큰 문제는 이런 지옥 같은 2주를 잘 견뎌도 ... 이 단 한 번의 감각 때문에... 평생을 다시 약에 취하고 싶다는 충동에 시달리게 될 거예요.... 그리고 대부분 다시 약을 탐하고 탐하다 죽고 말죠... 솔직히.. 다시 태어나지 않는 이상... 이 약에서 벗어날 방법... 없다고 봐야 해요..”
“네!??”
난 마약이 이렇게 무서운 건 줄 몰랐다.
그녀의 말에 눈앞이 깜깜해졌다.
손발의 힘이 빠져 나도 모르게 주저앉았다.
“다..나... 때문이야....”
눈물이 왈칵 쏟아졌다.
“내가.. 그 빌어먹을 놈이 살인했을 때 제대로 신고만 했어도... 수이를 두고 집으로 오지만 않았어도!!... 이런 일은 없었을 텐데.... 흑.. 다..내탓이야....흑”
그때 찬성 형이 소리쳤다.
“이번엔!!!! 이번엔.. 절대 실패하지 않아!”
여인은 으르렁거리며 소리쳤다.
“헛소리! 오빠가 더 잘 알잖아! 우리가 겪어 봤잖아!! 헛된 희망.. 우리 충분히 가혹했잖아..”
찬성은 입술을 앙다물고 소리쳤다.
“아니다! 이번엔 달라! 경험 있는 너도 있고! 돌아갈 자리도 있다!!”
찬성은 울고 있는 내 얼굴을 감싸 잡고 똑바로 응시하며 말했다.
“천민!! 정신 똑바로 차리게!! 자네 책임이라 생각하면 자네가 극복하게 만들게!”
“수이가..극복할 수 있겠죠..?”
목소리의 떨림이 감춰지지 않았다.
찬성은 결연한 눈빛으로 말했다.
“그럼! 중심 잡게!! 자네가 무너지면 수이도 무너지네!”
난 찬성의 말에 정신이 좀 들었다.
‘..그래.. 적어도 내가 먼저 무너져서는 안 된다. 수이가 말했잖아. 부딪혀 보기 전에 모르는 거야... 의지할 사람들이 있다.’
나는 입을 앙다물고 대답했다.
“네!”
찬성 형이 여인을 쳐다보며 말했다.
“연화야. 부탁한다.”
연화라 불린 여인은 짜증 섞인 목소리로 수이를 가리키며 말했다.
“휴.. 안 그래도 난 내 할 일 하려고 했어. 나머진 이 아이 몫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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