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8화 재회, 너를 만난 순간······ , 내 모든 날의 처음은 다 너였다.

제8화 재회, 너를 만난 순간······ , 내 모든 날의 처음은 다 너였다.
서준의 집 아침, 드디어 샛별의 집 앞에 도착한 시영은 대문 벨을 누르
려다 뭔가 잃어버린 것이 있는 듯 다시 내려와 근처에 있는 편의점으로
향했고 그런 뒤 얼마 지나지 않아 서준의 차가 빠져나갔다.
편의점에 도착한 시영은 그녀가 먹을 간단한 간식거리와 도시락을 사가지고
나와 샛별의 집으로 다시 향했다.
"아이구 이게 다 뭐누?"
집으로 들어서고 시영을 반기던 샛별과 노인이 시영의 봉지를 보자
놀라운 기색으로 입을 열었고 시영은 민망한 나머지 할 말이 없어 샛별의
머리만 잔뜩 헝클어 놓으며 말했다.
"제가 끼니를 거르는 건 못 참는 성격이라."
"다음번엔 이런 거 사먹지 말어, 몸에 안 좋아!"
".............. ,"
"여긴 눈치주고 그러지 않으니까 뭐 만들어 먹고 싶은 거 있을땐 언제든지
먹어도 좋다는 말이네,“
"감사합니다."
"아이구 난 이제 가봐야 하네,"
노인이 할 말을 끝내고 서둘러 옷 갈아입는 방으로 들어갔다. 시영은
샛별의 어린이집 등원을 위해 하나하나씩 천천히 준비를 시켰고 그런 사이 노
인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샛별아 우리 아침 먹을까?"
"응!!"
시영은 샛별의 아침을 준비하기 위해 분주하게 움직였고 그랬던 나머지
집에 누군가 들어오는 것을 미처 알지 못햇던 시영이었다.
"샛별아."
"아빠아!"
서준이 대본을 놓고 가는 바람에 잠시 집으로 들렀다.
서준은 주위를 둘러봐도 노인이 보이지 않자 집으로 돌아 가셨나 보다
하고 샛별이에게,
"이모는?"
이라고 물었고 샛별이 주방을 가르쳤다. 서준은 자신의 손바닥에도 들어차지
않는 샛별의 정수리를 쓰다듬으며 말했다.
"샛별아, 아빠 대본 놓고 간 거 있어서 그것만 가지고 다시 갈 거 거든?
이모한테 아빠 온 거 말 하지마, 알았지?"
"왜애?"
샛별의 눈이 동그래졌다.
"이모가 많이 놀라실 거야."
서준은 다정하게 그렇게 말했지만, 그도 모르게 주방 앞으로 걸어가 여자의
뒷모습을 한동안 멍하니 바라보았다.
마치 본능에 이끌리기라도 한 것처럼,
그러다 샛별이 다가와 서준의 손을 잡아당겼고 서준은 앗차하며 서둘러
자신의 방으로 들어갔다.
시영은 그때 누군가의 시선이 느껴지는 듯해 고개를 갸웃거리며 뒤를 돌아보
았지만 아무도 없음을 확인하고 다시 고개를 돌렸다.
그렇게 한 20분 정도가 지났을까? 샛별이 먹을 반찬거리들이 모두 준비가
되고 시영이 막 샛별을 부르려던 그때 방문이 열리고 서준이 빠져나왔다.
시영의 시선이 그곳으로 향했다. 서준의 시선도 시영이 서 있는 곳으로 향했다.
결국 눈이 마주친 두 사람의 얼굴이 서서히 딱딱하게 굳어갔다.
그걸 알지 못하는 어린 샛별이 자신의 방에서 빠져나와 서준을 보더니
조그마한 입으로 ' 아빠 ' 를 외쳤고 소리를 들은 시영이 충격 받은 듯 흔들리는
눈동자로 제 아빠의 품에 뛰어드는 샛별을 바라보았다.
"아빠...... ,"
그리고 시영을 바라보는 서준의 시선 또한 걷잡을 수 없이 흔들렸다.
2007년
시영의 나이가 막 20살이 되었고 서준의 나이가 23살이 되었을 무렵 처음
두 사람이 만난 건 시영이 대학 입학식을 할 때였고 대학 생활에 기대감을 잔뜩
품으며 시영은 교내로 들어섰다.
"이야 이 학교 잘생기고 예쁜 언니 오빠들 진짜 많다. 그치?"
"몰래! 얘, 너는 그런 것 밖에 안 보여?"
시영은 단짝인 수인과 교내를 신기한 듯이 둘러보며 갓 20살에 접어든
새내기답게 어깨를 살짝 넘는 단발에 하나로 질끈 묶은 머리, 베이지 색
상에 노란 병아리가 귀엽게 그려진 엉덩이를 살짝 덮는 맨투맨과 색이 잘
빠진 청색 스키니 진을 입고 영어 로고가 적힌 가방으로 올려 매고 화장기
없는 얼굴을 붉히며 수다를 떨었다.
수인은 입을 떡 벌리고 다물 줄 모른 채로 입을 열었다.
"보통 이런 대학교 다니면 응당 나 같은 반응을 보여 주는 게 정상이거든요?"
"아! 뉘예,뉘예,"
"뭐야! 그 반응은? 은근히 기분 나쁘다?"
시영은 수인의 말에 못 말린다는 듯 어깨를 여러 번 으쓱이며 학교 구경하느라
정신없이 눈동자를 움직이는데,
"야, 야, 저기 봐."
수인이 뭔가 대단한 걸 발견한 양 잔뜩 흥분한 목소리로 말했다. 시영은 뭣
때문에 그러나 궁금해 수인이 말한 곳으로 고개를 돌렸고 그곳엔,
"오빠. 오늘 복학하신 거예요?"
"오빠 왜 이렇게 마르셨어요! 힝,"
"오빠 오늘 복학하신 거 축하드려요! 이거 제 정성이에요."
"하핫! 오빠 살 빼니까 더 남자다워 진 것 같지 않냐? 선물 고마워."
"히힛, 오빠 저는요, 오빠 없는 동안 오빠가 나오신 영화랑 드라마 죄다
녹화해서 계속 보고 그랬어요!!"
"오구, 그래쪄? 우리 예쁘니?"
꽤나 큰 키에 넓고 다부진 어깨, 남자가 맞나 싶을 만큼 좋은 피부와 작은 얼굴,
얋게진 쌍커풀에 적당히 큰 날카로운 눈매. 오뚝한 코, 도톰하고 붉은 입술!
누가 조각을 해놓은 듯 날렵한 턱선에 학교 모든 여학생들에게 둘러싸여 얼
굴 한가득 미소 지으며 대화를 하고 있는 남자,
"오빠, 지서준 오빠!!"
오빠라고 불리는 남자의 이름은 ' 지서준 ' 인 듯했다. 시영은 넋이 나간 듯
이 남자의 얼굴을 보다가 얼른 정신을 차렸다.
여자들은 그를 둘러싸고 꺅 소리를 질렀다. 수인이 그런 그들을 보고 궁금함을
참지 못하고 시영의 팔을 잡아당기며 말했다.
"야! 우리도 저기로 가 보자."
"뭐? 야 됐어! 무슨 연예인도 아니고."
시영은 수인의 팔을 빼내고 관심 없는 듯이 말했다.
"아, 그래도 여자들한테 저렇게 둘러싸여 있는 것 보면 우리 학교 킹칸
거 같은데 궁금하잖아! 가서 보자 응?"
끈질긴 수인은 싫다는 시영의 팔을 억지로 잡아끌고 기어이 무리들에게 다
가갔다. 시영도 싫다 싫다 했지만 그게 진심은 아니었던 건지 못이기는 척
수인에게 끌려갔고 서준은 여자들에게 둘러싸여 헤픈 웃음을 날리다
시영과 눈이 마주쳤다.
시영의 동그랗고 맑은 눈을 서준은 홀린 듯이 바라보았다. 둘은 한동안 그렇게
두사람 외에는 아무도 없는 것처럼 서로를 바라보았다.
"오빠! 오늘 잊지 않으셨죠?"
오직 두 사람만 존재하고 있는 것만 같은 그 순간은 그리 오래가지 못했다.
"어..... , 그....그래!"
여자 후배의 질문에 대답을 해주는 사이 시영은 사라지고 없었으니까,
서준은 아쉬움의 입맛을 다시며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입학식이 끝나고 주
말이 지나 첫개강일이 되고 시영은 유아교육과 수인은 피부미용과 각각 과가
다르다 보니 점심시간이 되어서야 상봉 할 수 있었고 서로 팔짱을 끼우고
설레이는 마음으로 학교 식당으로 향했다.
※
학교 식당엔 먹을수 있는 음식이 정해져 있는 고등학교 식당과는 다르게 젊은 이
들의 입맛에 맞게 젊은 이들이 좋아하고 있는 것들로 가득했고 번화가로 나가면
비싸게 주고 사 먹을 것들도 학교 식당에선 싸게 저렴한 가격으로 먹을 수 있었다.
시영과 수인은 신이 났다.
수인과 시영은 각자 좋아하고 있는 스파게티로 주문하고 스파게티가 나오기를
기다리는 동안 수인은 또다시 인물 타령을 하기 시작했다.
"대학이란덴 이 칙칙한 꼬맹이들 보단 역시 때깔부터 다르긴 하네!
어쩜 저렇게 하나같이 다들 잘생기고 예쁜지, 에휴 저런 것들은 다
임자가 있겠지?"
시영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뭐. 그럴지도, 넌 그런데 대학 들어와서 그런 것 밖에 생각이 안 드냐? 대학
왔으니 좀더 공부 열심히 해야 되겠다! 그래서 학교 졸업하면 좋은데 취
직해야겠다는 생각은 안 들어?"
"당연히! 그런 생각도 들지 그런데 친구야, 보통 이 대학교에 들어왔다고
해서 너처럼 고리타분한 생각보단 나처럼 이 넓다란 캠퍼스에서 함께 걸어
다닐 남자 친구에 대한 로망이 훨씬 더 큰 법이거든?? "
수인은 시영이 자신을 이해하지 못하겠다는 표정으로 보건 말건 자신의
생각을 쭉 이야기 했다.
"그러니 친구야 너도 이쯤에서 여기서 모태쏠로 탈출해야지 않겠냐?“
뜬금없이 이야기의 주제가 시영에게 날라오자 시영은 당황한 듯 눈을 동
그랗게 뜨고 입을 열었다
"야 무.....무슨 소리야, 이야기가 왜 갑자기 나한테 튀니? 나 모쏠 아니거든?“
"너 모쏠 아니야? "
"그래, 모쏠은 무슨!! 나 중학교 1학년 때 동네 오빠한테 좋아한다고 고백도 해봤
거든?"
“차였다며 너무 어리다고.”
"흠 같이 학원 다니던 오빠한테 좋아한다는 고백도 받아봤고.“
"그런 다음에 머리 깎고 절에 들어간다는 통보 받았다며,“
"흠흠 몇 일 전에 창석오빠가 나 좋아한다고 고백했어, 내일 대답해 주려고,“
"그 오빠 니 대답 필요 없을걸? 나 어제 그 오빠 자기 여자친구랑 인형뽑기
하는 거 다 봤거든,“
"이씨, 그래서 뭐 어쩌라구!! 너 지금 나 약 오르라고 일부러 그러는 거야 뭐야?“
시영은 결국 폭발해 버리고 말았고 수인은 그런 시영이 너무나도 귀여워
보여 그녀보다 키가 큰 시영의 머리를 쓱쓱 쓰다듬으며 입을 열었다.
"친구야 너를 이 모태솔로에서 탈출 시키기 위한 이 친구의 피 나는 노력
이라고 좀 생각해 주면 안 돼겠냐? 응?“
"씨이 뭐래는 거야!“
시영은 밉상스럽게 입을 움직이며 째려보았다
"탈출해야지 응? 언제까지 섞히고만 있을 건데? 이 드넓은 캠퍼스에서
어? 사랑하는 그이랑 하하 호호 웃으면서 크으 그림이지 않냐? 어?“
"어 그림이다. 완전 그림이네!! 그 그림 우리 집 내 방에 확 박제하고 싶다 됐냐?"
"박....박제....얘는 말을 해도 꼭.. ,“
시영이 듣기에도 살벌한 그녀의 말에 수인은 온몸을 부르르 떨었다 시영은 그런 그녀를 보고 씨익 웃으며 말했다.
"빨리 먹자,“
"오냐,“
그리고 두 사람은 배고픔을 이기지 못하고 서둘러 먹기 시작했다 두 사람은 서
로의 것을 빼앗아 먹으며 배를 채우고 식판이 바닥을 드러내서야 그녀들도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때 서준과 그의 친구들이 막 식당 안으로 들어섰다
앞장서서 걷고 있던 수인이 시영의 옆구리를 살짝쿵 찔렀다. 식판을 들고 움
직이는 시영은 수인을 살짝 째려봐주며 서준이 서 있는 쪽으로 시선을 던졌다.
"아 새끼 그런 거 아니라니까 인마,“
"아 예 알아서 모쉽죠 예,“
서준은 그의 친구들과 서로 장난질을 쳐가며 식당 안으로 들어섰다.
시영과 서준의 눈이 딱 마주쳤다.
그들은 괜히 일면식은 커녕 단 한 마디도 나눈 적이 없는 사이임에도 괜히 어
색해서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고개를 돌려버렸고 옆에서 수인이 자꾸만
시영의 옆구리를 쿡쿡 찔러대자 시영은 벌게진 얼굴을 하고 서는 식당에서
빠져나왔다.
시영의 등 뒤에 서준의 시선이 따라붙은 것도 모르고 말이다.
서준은 시영이 나간 곳을 멍청하게 바라보다가 그와 닮은 듯 닮지 않는 여자가 다
가와 그의 앞에 서는 것도 모르고 혼잣말을 중얼거렸다.
"저 애 예쁘다.... ,“
그러자 여자는 고개를 갸우뚱거리며 입을 열었다.
"누구?“
"....... ,“
서준은 자신의 앞에 있는 여자가 그를 의아하게 바라본다는 것도 모른 채
계속해서 식당 문에 시선을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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