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0화 소문의 진실, 남매 공조_ 알 수 없는 마음.

제10화 소문의 진실, 남매 공조_ 알 수 없는 마음.
매점 오전, 그렇게 그 일이 있고 난 30분 후,
“왠일이니, 왠일이니!”
수인은 그런 친구의 마음도 모르고 아까부터 30분째, 그 말만 연달아서 하고 있었다.
왠일이니, 왠일이니는 시영이 가장 외치고 싶었다.
“친구야, 이제 그 말은 그만 좀, 하지??”
“진짜 멋있다. 그 오빠! 이렇게 아름다운 캠퍼스에서 멋진 킹카랑 키스라니,”
“......... ,”
“그것도 연달아서 두번씩이나, 어우! 남자 복 터진년!”
물론 수인과는 의미가 다르지만 말이다. 시영은 방금 전의 상황이 도저히
믿어지지가 않아 돌아버릴 지경인데 친구라는 것이 이게 무슨 영화나 미니
시리즈에서 나올 법한 드라마 같은 일이냐고 그녀의 등이나 퍽퍽 때리며 야
단이니, 시영은 결국 신경질을 내고 말았다.
“어우, 아퍼! 아프다고 이 놈의 계집애야! 그, 그리고 내가 무슨 남자 복
이 터졌냐?“
“터진거지 이 놈의 계집애야! 아까 그 어?! 네 남자친구라는 그 오빠 친구
한테 안겼지, 크으! 그런데 아까 네 남자친구 대사 죽이더라! 되 건, 안 돼
건 내가 먼저야, 그렇지 차시영? 크으, 완전 드라마 대사더만!“
“허, 드라마 대사는 무슨! 그리고 자꾸 내 남자친구라 그러지 말아줄래?
그 사람 내 남자친구 아니거든?“
“아니긴! 만인이 보는 앞에서 키스 했으면 남자친구지!! 으흐, 이 사실을
빨리 지영언니한테도 말 해줘야지?“
“야, 너 그러기만 해봐.....!”
수인은 시영의 말을 듣지 않는 듯 혀를 낼름 내밀며 매점에서 나가버렸고
시영은 씩씩거리다 주변에서 그녀를 보며 수군수군거리자 그녀도 얼른 매
점에서 빠져나갔다.
서준은 그녀가 눈치채지 못하도록 뒤를 따라와 그녀가 강의실로 사라질
때까지 지켜보고 있다는 것도 모른 채 말이다. 서준은 시영이 들어간 강
의실을 입가에 미소를 띄우며 바라보았다. 막 강의실에 들어가려던 서경은
그런 제오빠인 서준의 모습에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그 후로 며칠이 지나고 아니나 다를까, 시영은 학교에만 오면 늘 바쁘기만 했다.
“야, 지서준 이새끼야! 너 왜 어제 엉아가 부르는데 안 나왔어? 죽을래?”
“아아악, 어제 좀 피곤 했어!”
“이 자식이!”
“........!!”
“서준 오빠! 저희들 배고픈데, 맛있는 거 사주시면 안 돼요?”
“맛있는 거? 오빠가 뭐 사줄까? 말해봐!”
“꺄악, 진짜요? 오빠 최고!”
“......... ,”
그 이유는 바로 서준 때문이었다. 시영은 멀리서 서준의 목소리가 들리
거나 보이기만 해도 최대한 그를 피해 도망다니기 바빴고,
“........ ,”
서준은 자꾸만 그를 피해 도망다니기만 하는 시영을 조금은 씁쓸한 얼굴로
바라보았다.
그 모습을 멀리서 지켜보던 서경은 그런 서준이 조금은 안쓰러웠다.
그리고 오후 수업이라 막 책을 들고 교문을 통과한 성주의 시선이 한 여
자로 인해 수수군수군 거리는 남자들에게로 향했다.
그들은 바로 성주의 아랫기수 후배들이었다.
“어머, 야 저 여자애 아냐?”
“야. 맞네! 그런데 예쁘긴하다. 아씨, 아깝다. 내가 먼저 작업 걸었어야 하는 건데.“
“야. 솔직히 지서준이 정도는 되야 저렇게 생긴 애가 넘어오지!”
“뭐라고? 이 자식이!”
"뭐, 뭐!! 내가 틀린 말 했냐??"
"화아 놔, 이 자식이!!"
".........!!"
“안녕하세요. 형!"
후배들은 자기네들끼리 티격태격하다 성주를 발견하고 그에게 인사를 한
뒤 지기네들끼리 부랴부려 뛰어가버렸고 성주는 그들이 가건 말건 오로지 누
구를 그렇게 찾는지
"어흑, 내가 진짜 어쩌다 이상한 남자랑 엮여서 이러고 다니는 건지.... ,
내가 못살아 진짜!!!"
딱 달라붙는 청바지에 귀여운 토끼가 그려진 핑크색 후드티를 입고 주위를
두리번거리다 안도의 한숨을 푹 내쉬며 뒤에 달린 모자를 푹 눌어쓰고 냅다
뛰어가 버리는 시영만 흥미어린 표정으로 바라보았다.
시영이 서준을 피해다닌 일주일째다. 자그마치 일주일 째!! 그녀가 아무리 서
준을 피해 다녀도 지서준의 그녀라는 수식어는 좀 사람들 머릿속에서 좀
잊어주면 안 되는지 계속해서 그녀를 따라다녔다. 오늘 점심시간만 해도 시영
은 사람들이 그녀를 보고 수군수군거리자 수인의 등 뒤에 바짝 숨어서 움직였다.
수인이 쯧, 혀를 차며 서경이 있는 방향으로 신호를 주듯 고개를 까딱이며 말했다.
“내 뒤에 숨는다고 네 덩치가 가려지냐? 당당하게 다녀, 당당하게!!”
“시끄러워! 창피하단 말이야,”
그걸 전혀 눈치채지 못한 시영은 몸을 움츠리며 말했다.
“야, 지금 이런 네 행동이 더 눈에 띄거든?”
수인은 시영의 몸을 억지로 떼어내고 떠밀어 버렸다. 그러자 어떨결에 휘
청인 시영은 떼마침 점심먹으로 나오는 서준과 딱 마주쳤다.
‘민수인 이게 미쳤나!!’
그러자 당황한 시영은 다시 허둥지둥 수인의 등 뒤로 숨으려는데,
“서준 오빠!”
그때 들려오는 서경의 목소리에 시영은 멈칫하고 소리가 난 곳으로 시선을
돌렸다. 서경은 활짝 웃으며 서준의 팔에 팔짱을 꼭 끼웠다. 시영은 눈을 동그
랗게 뜨고 서경과 서준, 그리고 끼워진 팔짱을 번갈아 바라보았다.
그건 서준도 마찬가지였다.
그의 팔 사이와 서경을 번갈아 바라보며 당황한 듯 눈을 동그랗게 뜨고,
“야, 너 미쳤냐? 시영이 앞에서 이게 뭐하는 짓이야!”
라며 시영에게 들리지 않게 서경에게 윽박을 지르려는데 서준의 얼굴을 그녀
쪽으로 돌리고 서로 얼굴을 가까이 하며 서준에게만 들릴 정도로 낮은 음성
으로 말했다.
“오빠가 키스 했다고해서 차시영 아직 오빠 여자 된 거 아니거든? 차시영을
확실히 오빠 여자 만들고 싶으면 이 동생이 하는대로 따라오셔어?“
그리고 서경은 억지로 서준을 잡아 끌었고 서경도 수인에게 찡긋, 윙크를
날렸다. 수인은 흠흠, 헛기침을 하며 시영을 끌고 식당으로 향했다.
그때 하얀 무언가가 성주의 눈에 들어오고 그는 다른 이가 그걸 줍기 전에
그가 먼저 하얀 물체를 손에 집어들었다.
"훗,"
그것은 바로 시영이 넘어지면서 떨어트린 학생증, 그녀가 서준을 피해 다니는
것을 보니 시영이 서준에게 전혀 마음이 없는 것이라 판단하에 이것을 빌미로
그녀와 만날 건수를 잡았다는 생각에 성주는 홀로 착각에 사로잡혀 기분이
좋아졌다.
※
시영은 기분이 묘했다. 그깟 손수건 좀 얻어썼다고, 그리고 그날 아침에 키
스 두번 했다고 해서 전혀, 네버! 서준을 좋아하게 된 것도 아닌데. 그냥 시영
의 20년 인생에서 머리털 나고 이런 일을 처음 겪으니까 당황한 것 뿐인데,
그 곁에 그녀보다 훨씬 예쁘고 매력적인 서경이 옆에 있다는 것에 왜이리
기분이 묘해지는지.......... ,
“시영아,”
“............... ,”
“시영아,”
“............. ,”
“야, 차시영!!”
“이 나쁜 놈, 나쁜 새끼!!"
시영은 오로지 그 묘한 기분에만 사로잡혀 그녀도 모르게 속에 있는 말을
그대로 내뱉고야 말았다. 그러자 수인이 놀란 듯 눈을 동그랗게 뜨고 물었다.
“뭐라고?”
그제서야 시영은 여기가 학교 식당이라는 것을 알고 얼버무렸다.
“아무것도 아니야, 그런데 왜 불렀어?”
“너 뭐 먹을거냐고,”
수인은 아직도 많이 놀랐는지 눈을 덩그랗게 뜨고 말했다. 시영은 여기서
먹지말고 그냥 나갈까 하다가 자신이 그래야 할 이유가 없다고 생각해 그녀가
좋아하는 음식으로 골랐다.
“미트볼 스파게티.”
“여기 미트볼 스파게티랑 까르보나라 주세요.”
음식을 주문하고 음식을 받고 빈자리를 찾던 시영은 수인이 때마침 비어
있는 서준의 앞으로 거침없이 걸어 가는 것을 보고 당황하여 서둘러 수인의
앞을 가로 막았다.
“야, 너 미쳤어? 저쪽으로 가면 어떻게 해? 다른 데로 가,”
“왜, 자리 비었는데? 왜 다른 데로 가?”
‘야, 그거야.......... ,’
“너 저 여자애 신경쓰는 거니?”
‘그럴 리......!’
“뭐라고? 야, 내가 그럴 리가!”
“그런 거 아니면 우리 그냥 저쪽으로 가자 친구야, 응?”
“어, 엇! 야....... ,”
수인은 시영이 막을 틈도 없이 서둘러 서준이 있는 자리로 가 버렸고 시
영은 짦은 머리를 잔뜩 헝크러트리며 수인의 뒤를 따라갔다.
“..........!!”
“..........!!”
“..........!!”
“.........!!”
결국 마주앉은 서준과 시영은 서로 눈만 동그랗게 뜨고 꿈뻑거리며 서로를
바라보았다. 그때 서경이 시영을 향해 먼저 입을 열었다.
“안녕? 네가 차시영이지? 우리 이렇게 인사하는구나?”
“응? 응........ , 안녕!”
그러자 시영은 어색한 미소를 띠우며 대답했고 서경은 시영을 향해 손을 내밀었다.
“네 소문 많이 들었어.”
“........... ,”
“물론 소문으로만, 서준오빠랑은 어떻게 아는 사인지 모르겠지만, 나 너랑 잘 지
내고 싶어, 우리 잘 지내보자?“
“응........ , 그러자!”
시영은 서준을 힐끔거린 뒤 서경의 손을 맞잡았다. 살짝 손을 흔들고 손을
뗀 후, 서경이 서준에게 미트볼 접시를 서준 쪽으로 들이밀며 말했다.
“오빠, 이 미트볼 먹어 봐, 정말 맛있다.”
서준은 서경이 시키는대로 해야하니 넙죽 받아 먹었다. 시영은 그런 서준
과 서경을 보며 그녀도 모르게 침울한 표정을 지었다.
“맛있지? 내가 주니까 더 맛있지?”
“응? 아..... 마, 맛있.......마,마,마, 맛있다. 어!!”
서준은 적응되지 않은 동생의 모습과 그의 여자인 시영의 눈치를 살피
며 서경이 주는 미트볼을 우물거렸다. 서경은 시영을 향해 여유로운 미소를
지으며 입을 열었다.
“앗참, 그리고 시영이 너도 많이 먹어,”
“응? 으응, 서경이 너도 많이 먹어.”
시영은 서준과 서경, 그리고 다시 서준을 번갈아 보다가 다시 서준을
바라보며 말끝을 살짝 흐렸다. 그리고 면을 작게 말아 입에 넣고 우물
거렸지만 입안이 까슬까슬해 맛이 느껴지지 않는 시영,
사실 몹시도 신경쓰여서, 머리털 나고 이런 경험은 처음이라서 몹시도
생소한 그녀였다.
그때 시영이 모르게 서경과 수인은 서로 눈빛을 주고 받으며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 그때 누군가 멀리서 이 네사람에게 초첨을 맞추고 플래쉬를 터트
렸지만 그들은 알지 못했다. 친구 녀석들과 점심을 먹기 위해 오던 성주만이
그를 발견하고 흥미로운 미소를 지을 뿐,
그 후로 또 시간이 어떻게 흘러갔는지 시영은 모르겠다. 그날 이후 서준과 서
경은 보란듯이 붙어다니며 시영의 눈앞에서 알짱거렸고,
‘두 사람 내 앞에서 그렇게 붙어다니지마, 당장 떨어져!’
라고 그럴때마다 소리치고 싶었지만, 시영은 그녀도 서준에 대한 감정이 잘
모르는 채 질투의 나날로 하루하루를 보내는 것이 연속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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