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23화 왜 턱하니 막히는지.

촬영장으로 이동 하는 새벽 길, 새벽이라 길이 뻥뻥 뚫렸다. 서준의 차가 엄청난 속도를 내며 달렸다.
잠을 자지 못한 듯 서준의 눈 밑에 자리잡은 약간의 다크서클에도 남자치곤 귀를 살짝 덮는 검은 머리, 멋스럽다기 보다는 막 씻고 나온 듯한 그의 모습은 뭘 해도 화보였고 오로지 운전하는데에만 집중하려 했다.
하지만 그게 쉽지가 않았다.
바로 어제 새벽, 그녀와 다퉜던 일들이 자꾸만 그의 머릿속에서 떠올라서, 술이 웬수라고 그의 독하고 싸늘한 말로 그녀에게 상처주고 말았다.
하지만 과연 오로지 술기운 때문이었을까?
완전히는 아니였을 것이다.
어쩌면 술기운인척 하며 그의 삐뚤어진 마음을 드러내고 싶었을지도 모른다. 그의 마음 속 깊숙히, 그녀가 그로 인해 아프지 않기를 바라면서도 그도 사람이라 말이다.
끝내 그 앞에서 눈물을 보이던 그녀, 서준은 시영이 눈에서 눈물이 흐르는게 싫었고 쿠웅, 그의 심장이 아래로 곤두박질 치는 듯 했다.
예전부터 그랬다.
왜 여자들이 남자들 앞에서 눈물을 보이거나 그러면 남자들이 괜히 약해진다거나 그런다고 하지 않던가,
하지만 서준은 아니였다.
시영을 만나기 전까지는......!!
한번 만나고 잠자리를 가지고 나면 쉽게 버리는 편이거나 조금의 다툼에 눈물을 보이는 여자들이 그저 짜증스러웠고 그럴때면 거기서 관계는 끝내버리던 그가,
시영이 눈물을 보일때면 그런 여자들과는 달리 모든 것이 손에 잡히지 않아 안절부절 못하던 때가 많았다.
그건 아직도 고쳐지지 않은 모양이였다.
그런데 그건 그렇고 사실 그의 머릿속을 내내 맴돌던 대목은 바로 이부분이었다.
‘그러는 당신은요, 당신은 나와 샛별일 버린 적 없어요?’
“.........!!”
‘난요........ , 당신이 미운데도....... , 당신이랑 샛별일 내 마음 속에서 단 한번도 지운적이 없어요....... , 당신은........ , 오빠는...... ,‘
그게 무슨 말이었을지 의문이었다. 그가 시영과 샛별을 버린적은 없었느냐니, 서준으로선 그가 시영과 샛별을 버린다는 것은 상상도 못할 일이었다. 주변 사람들 말을 들어보면,
“야야, 영원히 예쁘고 좋을 것 같지? 하지만 시간 좀 지나봐라, 예쁜 여자만 지나가면 막 눈 돌아가고 예전 같지가 않아,“
“그래, 이거 다 우리들 경험담이다. 어?”
“............ ,”
오랫동안 연애를 하다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다보면 처음 좋아했던 그 순간의 감정들이 조금씩 변해가기 시작한다고 말이다.
물론 모두가 다 그렇다는 것은 아니고 그의 주변 사람들의 말을 빌리자면 그렇다는 것이다.
하지만 서준으로선 도저히 납득하기가 힘든 부분들이었다. 그 이유는 서준이 변해가기는 개뿔! 워낙 잘생긴 얼굴 탓에 연기를 해오며 신인임에도 타 톱이라는 여배우들이나 걸그룹 아이돌들과 스캔들이 끈임없이 터져나왔고,
“야 나 너 잘생겨서 좀 마음에 드는데 이왕 스캔들 난김에 우리 한번 진짜로 사귀어 보는 건 어때?“
“........... ,”
“네가 아무리 꾀 잘생긴 얼굴이라도 아직 신인인 너로선 나 같은 톱 여배우 만나보기 힘들텐데, 너한테 좋은 기회 아냐?“
그것을 빌미로 여자들은 정식으로 사귀어 보자며 먼저 대쉬를 해왔지만,
“죄송한데요. 그 쪽 내눈엔 전혀 예쁘지 않고 나한텐 그쪽 10트럭을 실어다 줘도 안 바꿀 소중한 여자가 있으니까, 이런 식으로 접근하지 마시죠?“
시영말고 그어떤 여자도 여자로 느끼지 않았던 그는 그에게 오래전부터 소중하게 여기는 사람이 있으니 그에게 다가오지 말라며 단호하게 이야기를 했고 시영이 아닌 여자였다면 별 죄책감 없이 그녀들을 모두 받아들렸을 그였지만 그의 여자가 시영이니 만큼 다른 여자로 인해 그녀가 괜한 오해를 하는 것이 싫었다.
그래서 그녀들도 고작 신인 따위에게 그 높던 콧대들이 꺽였다는 것이 그리도 자존심들이 상했을까,
“뭐, 뭐야? 허! 기가막혀,”
“.......... ,”
“야, 내가 뭐 네까짓 게 진짜 마음에 들어서 사귀자는 건줄 알아? 부모하나 없는 고아 주제에 어떻게 해서든 이 바닥에서 잘난 얼굴 하나 믿고 살아보겠다고 아둥바둥 하는게 불쌍해 보여서 사귀어 줄려고 했더니, 뭐?! 나처럼 대단한 여잘 10
트럭으로 가져다 줘도 안 바꿀 소중한 여자가 있어? 웃기고 있네,“
“.......... ,”
“야, 너 앞으로 이런 일들이 수두룩 할텐데 이 바닥에서 먹고 살 수 있겠니? 설령 네가 살 수 있다고 해도 내가 그렇게 둘 것 같아? 어? 내가 그렇게 둘 것 같냐고!!“
“............!!”
“너 어디 한번 두고 봐, 두고 보라고!!”
라며 악다구니를 퍼부었고, 일부러 악의적인 기사거리들로 얼굴 믿고 인기 많은 여자연예인들과의 스캔들을 이용해 인지도를 높이려하는 하류급 연예인이 된 서준에게,
“야 대박, 근데 진짜 잘 생기기긴 했네. 그러니까 저 얼굴 믿고 소위 인기 많다는 여자 연예인들에게 달이댄 거 겠지? 자
기 인지도 높일려고?“
“뭐 그렇겠지, 솔직히 잘생기긴 했지만 그래도 나는 저런 애들 진짜 싫어,”
“나도 나도!!”
“............!”
안티팬들이 생겨나기 시작하고 당시 서준의 소속사였던 엔터테인먼트 쪽에서 그녀들을 향해 법적인 조치 경고를 날리려 했지만 제발 그러지 말라며 사정아닌 사정을 하던 서준으로 인해 무산이 되어버렸다.
물론 서준이 그렇게 사정을 한 이유는 그의 잘못이 커서가 아니라 힘 없는 신인 따위에게 높은 콧대가 꺽였다는 이유로 악의적인 기사 거리로 인해서 한 사람을 짓밞으려는 그녀들이 불쌍해서였고 그리고 또 행여 시영이 그 사실을 알고 걱정할까봐였다.
하지만 물론 그 하나만 생각을 하면 모든 사람들이 그에 대해서 잘 알지도 그를 마음대로 판단해 버리고 그를 손가락질 하는 것이 억울하고 화가나기도 하고 분하기도 했지만 그런 것들도 다 참을 수 있었다.
그리고 서준은 그녀를 사랑하는 만큼 그녀를 행복하게 해주고 싶었고 오래도록 연애 할수록 시영을 좋아하던 마음은 사랑으로 점점 커져갈 수록 확고해져만 갔고 샛별을 낳고도 자꾸만 아름다워지는 그녀를 누가 뺏어 갈까봐 전전긍긍하던 그였다.
그런 그가 시영과 샛별을 버린다는게 말도 안 된다는 것은 지나가는 강아지도 다 알 일일진데 그가 그 두사람을 버린 적이 있다는게 무슨 가당치도 않는 말인지,
“............. ,”
그 순간 뭔가 집히는 것이 있어 혹시 하는 생각이 드는 서준이었다.
그녀를 마지막으로 본 그녀와 크게 다투게 되었던 그날,
그보다 선배이자 상대 배우인 경자였던지 경희였던지 이름조차 제대로 기억나지 않았다.
연기를 제대로 하려면 상대 배우와 호흡이 잘 맞아야 하며 그의 좋지 못한 기사거리들로? 인해 안 좋아진 그의 이미지를 완벽한 연기로 변화를 줘야 하지 않겠느냐는 여자의 말이 맞았음으로 그녀의 말대로 그의 연기력으로 그에게 씌워진 좋지 못한 이미지에 변화를 주고싶었고 그가 연기를 사랑하는 만큼 뭐든지 잘 하고 싶어 여자의 제안을 선 뜻 받아들인 것이었다.
그땐 그걸로 시영과 크게 다투게 되리라고는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었지만,
그와 함께한 작품을 마지막으로 여자는 연예계에서 종적을 감추게 되었다. 그 이유는 도박과 주기적인 마약 복용이 터져 여자는 연예계에 발도 못딛게 되었고 거기다 설상가상으로 유흥업소 출입과 성추문까지 터지는 바람에 여자는 완전히 걸레?로 낙인이 찍혀버렸던 것,
그 뒤로 그래도 연예계에 몸 좀 담았었다고 그 여자에 대한 근황이 옌예계에 속해 있는 사람들에게는 전해져 왔지만 그에게는 관심 밖이었다.
서준은 설마 그 일을 두고 시영이 그녀와 제딸을 버린거라고 생각하는 것이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제발이지 그건 아니길 바라며 그는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어디론가 전화를 걸었고 한참이 지나서야 상대방은 전화를 받았다.
달칵,
“나야....... ,”
(네, 배우님!)
전화를 받는이는 서준을 보호하는 경호원이었다. 그에서 졸음이 가득한 음색이었지만 서준은 모르는 척 차를 멈추고 신호가 바뀌길 기다리며 입을 열었다.
“우리 집 앞에 수상한 남자나 이상한 남자 없지?”
(네. 없습니다.)
“그래 알았어. 너한테 이런 일 시켜서 미안하다.”
(아닙니다.)
서준이 그에게 이렇게 전화를 건 이유는 그녀와 그렇게 서로를 죽일듯이 다투고도,
“당분간........ ,”
(.........!!)
위험한 밤길에 두 여자만 그의 집안에 남겨두고 나와야 하는 그의 발걸음이 무거워서였다.
“자네가 좀 내가 없는 동안에 거기 좀 지켜줬음 좋겠다.”
(...........!)
그간 시영이 오기전. 샛별과 노인이 단 둘이 있을 때는 그랬던 적이 단 한번도 없으면서 말이다. 서준의 입가에서 피식,
웃음이 새어나왔다.
(네, 알겠습니다. 그렇게 하겠습니다.)
서준은 한참이 지나서야 들려오는 대답에 안심 된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 고맙다. 미안하기도 하고, 그럼 수고 좀 해줘.... ,”
그리고 나서 전화를 끈고 신호가 바뀌자 다시 운전대를 잡은 서준은 30분이 지나서야 촬영장에 도착했다.
부스럭 부스럭,
날이 밝자 알람이 울리기도 전에 눈이 떠진 시영, 깊이 잠들지 못한 탓인지 눈동자가 움푹 패여 있었고 그녀가 부스럭거리며 몸을 일으키자 놀란 듯 샛별이 움찔거렸고 샛별이 눈꺼풀이 떠지려는 듯 파르르 떨리고,
“아이구...... , 샛별아 괜찮아. 괜찮아, 그러니까 조금만 더 자, 알았지?”
그녀가 괜찮다며 안심 시켜주려는 듯 샛별의 작은 몸을 부드럽게 감싸 안은 후 조심스럽게 토닥이자 이내 진정이 되었는지,
“음냐....... , 음냐........!! 딸기맛 아수쿠림 마시떠어! 샛별이가 많이 먹을꼬야아,”
입을 오물오물 거리며 배시시 웃다 이내 먹는 꿈이라도 꾸는지 잠꼬대까지 하는 샛별을 시영은 사랑스럽게 바라보았다.
제 23화 왜 턱하니 막히는지.
“......... ,”
그런 샛별을 한참동안이나 바라보던 시영은 부지런히 움직이여야 한다는 생각에 서둘러 몸을 일으켜 문 앞으로 걸어갔고 막 문을 열고 나가려던 그때 잠시 멈칫한 시영은 순간,
“...........!!”
지금 이 문을 열고 나가면 또 다시 서준과 마주할지도 모른다는 생각과 만약 마주치게 된다면 그를 어떤 표정으로 보면 좋을까 한참을 고민을 하다 깊은 한숨을 내쉬며 문을 열고 나갔고 순간,
그녀의 기우였다는 듯.......!!
언제 사람이 머물기나 했냐는 듯 그녀외엔 사람의 기척이라고는 느껴지지 않는 거실이었고 그제서야 서준이 새벽일찍 나가야 한다고 말했던 것이 생각난 시영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주방으로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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