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4화 어른으로서 부끄럽지 않으세요? ( 2 )

제34화 어른으로서 부끄럽지 않으세요? ( 2부 )
“샛별아!!”
“이모오,!!”
시영의 목소리가 들려오자 울것 같은 얼굴로 와락 안겨드는 샛별이, 그때 핸드폰
카메라 한 대가 불빛을 반짝였지만 아무도 모르고 있었다.
“이모님, 오셨어요?”
“선생님, 뭐가 어떻게 된 건가요?”
시영은 일단 작은 몸부터 보듬어 안고 미간을 구기며 60 즘 되어 보이는 여자와 남자아이를 바라보다 선생님의 뒤에 숨어서 주눅들어있는 여자아이에게로 향했다.
그리고 선생님을 보며 물었고,
“저기, 그게 그러니까요...... ,”
“아직 어린 아가씨 같은데,”
선생님이 망설이듯 입을 열려는 찰나 60대 즘 되어 보이는 여자가 시영의 아래 위를 쭉 훑으며 중간에 끼어들었다.
“그 쪽이, 저 버릇 없는 여자애 엄마예요?”
“................. ,”
갑자기 들어오는 질문에 아무런 대답을 하지 못하고 있던 시영, 샛별과 담임 선생님의 시선이 모두 그녀에게로 향하고,
“저기 찬이 할머님, 이 분은 엄....... ,”
시영과 샛별, 두 사람에게 실례가 되는 질문이라 시영이 대답하지 못하는 것이라 판단하고 담임 선생님이 대신 대답 하려는데,
“네, 제가 엄만데요,”
시영의 대답에 깜짝 놀란 담임 선생님과 샛별이 눈을 크게 뜨고 그녀를 바라보았고
60 즘 되어 보이는 여자만 비웃듯 미소를 띄우며 다소 앙칼지게 쏘아 붙였다.
“엄마라는 여자가, 딸아이 교육을 도대체 어떻게 시킨거에요?”
“뭐라고요? 이 봐요, 어르신!!”
“아가, 아니 아줌마 딸이 내 귀하디 귀한, 눈에 통째로 넣어도 안 아픈 손자
얼굴을 요모양 요꼴로 만들어 놨다고요!!“
그리고 제 손자를 앞으로 들이밀었고 남자 아이의 양쪽 코에 코피가 난 건지 양쪽 다 휴지로 틀어막고 시영이 화가 난 얼굴로 샛별을 내려다 보자,
“................. ,”
샛별은 입술을 삐죽이며 울것 같은 얼굴로 그녀를 올려다 보았다. 여자는 그 틈을
노려 다음 말을 덧붙였다.
“우리 손자 녀석이 그래 저 여자애,”
긴 머리의 여자아이를 가르키며,
“저 여자애가, 멜라닌 색소 부족인지 뭔지 오드 아인지 뭔지 그것 때문에 눈
색깔이 파랗다 그래서,“
“................... ,”
“이 어린게 뭘 알겠어요, 어? 그저 순수한 마음에 그저 순수한 마음에 궁금해서
한번만 보자 그랬는데, 아니 글쎄 저 애가 다짜고짜 달려와서 주먹질을 하더랍
디다!“
“.................. ,”
“우리 손자 녀석이 5대 독자라 한번도 매질 안 하고 귀하디 귀하게 키웠
는데 얼마나 아팠던지 처음으로 꺼이꺼이 우는데 세상에 마상에!!“
그리고 생각 할 수록 울화통이 터진다는 듯 가슴을 탕탕 쳤고 시영은 샛별과 키를
맞춰 샛별의 눈을 똑바로, 그러나 엄한 얼굴로 바라보며 물었다.
“샛별이 정말로 그랬어?”
“아니야, 샛뵤리가 먼저 안 그래떠!”
그러자 자신의 억울함을 이야기 하듯 눈가에 눈물을 그렁그렁 매단체 입을 여는
샛별이, 그러자 시영의 눈이 휘둥그레졌고,
“찬이가 먼저 저 애가 가지고 노는 모래 발로 차고 막 괴물이라고 그랬단
말이야!!“
“................ ,”
샛별의 말을 듣는 순간, 그녀는 앗차 싶었다. 그녀가 아이의 말을 들어보지 않고
야단치려 한 것에 대한 미안한 마음이 들어서,
“뭐, 뭐얏!! 우리 찬이가 언제, 언제!! 너 증거 있니? 있어?!!”
여자는 샛별의 말에 말도 되지 않는다는듯 얼굴이 욹그락 붉그락 해지더니 급기야,
“야, 네가 한번 말 해봐, 어? 우리 찬이가 정말로 그랬니? 어?!!”
자기 새끼 외에 남의 아이들은 상처 받던 말던,
안중에도 없다는 듯이,
아이를 향해 손가락질을 하며 윽박을 질러댔고,
“................. ,”
그에 놀란 아이는 어깨를 움츠리며 몸을 바들바들 떨었다.
“야! 너 왜 말을 못해!! 너 혹시, 니 눈에만 문제 있는 게 아니라 말도 똑바로
못하는 벙어리니? 어?!“
그러나 여자의 윽박은 거기서 멈추지 않았다. 여자는 아이에게 손가락질을 해대며
자칫 아이를 한대 때리기라도 할듯 손을 높이 들었고 그때 시영이 아이의 앞을 막아서고 놀란 아이의 몸을 조심스럽게 보듬었다.
그리고 같은 어른이라고 하기에 너무 부끄러워 여자를 향해 화난 얼굴로 입을 열었다.
“어르신, 어른이시라면 어린 아이한테 상처가 되는 그런 발언은 삼가해
주시죠? 그리고 어린아이한테 이게 지금 무슨 짓이에요? 부끄럽지도
않으세요?!“
“뭐야?!! 우리 집안이 어떤 집안인데! 대대손손 판검사 집안이야! 우리 며느리
는 변호사고!! 우리 손자는 그런 집에서 곧 판검사 될 5대 장손이라 이거야!!
여태껏 바르고 올곧은 교육만 받은 우리 애가 그랬다는 게 말이되? 어?!
그러자 여자의 손가락은 아이에게서 시영에게로 향했다.
“부끄럽다니, 부끄럽다니!! 내가 부끄럽긴 뭐가 부끄러워, 뭐가 부끄러워!!
나 부끄러울 거 하나 없는 여자야!!“
“아, 그러세요? 어른이 되가지고 어린 아이 앞에서 할 말 못할 말 못가리시는
게 안 부끄러우시다니 대단하시네요, 어르신을 보니까 손자가 그런 말을 했다는
게 말이 안 될 것도 없을 것 같습니다만, 어르신 밑에서 손자가 어떤 교육을 받
고 자랐을지 눈에 훤히 보이네요!“
“뭐야? 야!!”
“왜!!”
“................ ,”
“아, 그리고 부끄러운 거 없다고 하셨죠? 저기 위에 있는 저 CCTV를 보고도
그렇게 말씀 하실 수 있으실까요?!“
“C, CCTV?”
여자는 시영이 가르키는 방향에 CCTV가 있는 것을 보고 살짝 당황했는지,
“그, 그깟 CCTV가 뭐!! 그거 봐도 난 아무 문제 없어!! 그러니까 볼려면
보자고!!“
살짝 말을 더듬었지만 곧 언제 그랬냐는 얼굴로,
“내가 오늘은 바빠서 안 되겠고, 다음에 보자고 다음에! 차, 찬아 할미하고
빨리 가자!!“
.
그렇게 말한 다음 여자는 도망치듯 빠른 속도로 아이와 함께 사라져 버렸다.
누가 쫓아 오기라도 하는 것처럼,
그리고 이제 놀이터엔 선생님을 포함 한 여자아이와 샛별이, 그리고 시영만 놀이터에 남게 되었고 시영은 샛별의 선생님의 옆에 잠시 놓아둔 채 여자아이에게 다가가
아주 조심스럽게.......... ,
아이의 앞머리를 걷어내자 마치 푸른 바다가 떠오르게 하는 아이의 눈이 모습을 드러냈다.
“.............. ,”
시영은 그런 아이의 눈을 잠시 넋을 잃고 바라보다 지그시 따뜻한 미소를 지으며
입을 열었다.
“꼬마야 안녕....... , 이름이 뭐야........?”
“희은이요......... ,”
그러자 아이도 전혀 경계하는 기색 없이 자그마한 목소리로 자신의 이름을 말했고,
“예쁜 이름이다....... 희은이 눈 색깔 만큼이나....... ,”
“.............. ,”
“아까는 어른들 때문에 힘들었지....... , 어른들이 아주 가끔은....... , 자신만 생
각 할 때가 있어....... , 어른들이 그러면 안 되는건데..... , 미안해........ , 이모가
어른들 대신해서 사과 할게......... ,“
“괜찮아요......... , 매일 듣는 소린데........... ,”
아이답지 않게 익숙한 것 같지만 어쩔 수 없이 베어 나오는 아이의 주눅에 시영의
마음이 좋지 못했다..... ,
“그런데 아줌마아, 희은이 괴물 아니에요........ ,”
“.............. ,”
“엄마도 그래꼬 아빠도 그래떠요...... , 희은이가 세상에서 제일 예쁘고 소중하다
고........... , 우리 엄마 아빠는 거짓말 절대로 안 하거든요....... ,“
“.............. ,”
자신의 아이가 사람들로 인해 상처 받는 것을 지켜만 봐야하는 그 마음이 오죽할까
싶어서......... , 겪어보지 못한 그녀로서는 얼마나 마음이 무너질지 가늠 할 수 없지만........ ,
“그럼!! 희은이 엄마 아빠는 절대 거짓말 안 하시지......!! 희은이는 정말 예쁜
아이거든........... ,“
“에헤헤헷,”
시영의 말에 아이는 기분이 좋은지 이제서야 귀여운 얼굴 가득 아이다운 미소를 띄웠고 아이의 미소를 보자 그녀도 아이가 있는 엄마라 그런지 보기가 좋았다.
“웃는 거 예쁘다........... , 이제부터 사람들이 뭐라고 그러던, 항상 그렇게 웃어,
울지 말고........... ,“
“응, 희은이 이제 그럴거에요!”
“................. ,”
그 모습이 너무 귀여워 아이의 머리를 쓰다듬으려는 그때,
“희은아, 희은아!!”
아이를 부르는 여자의 목소리가 들려오고,
“엇, 우리 엄마예요, 아줌마 고마뚜미다아!! 희은이 먼저 가보께요, 샛뵤라
안녕!!“
“안녀엉!!”
“엄마아!!”
아이는 샛별과 시영에게 고마운 인사를 잊지 않은채 제 엄마를 향해 힘차게 달려
갔고 그 모습을 한참이나 바라보는 시영의 손에서 따스한 온기가 느껴져 눈을 크게
뜨고 내려다 보자 샛별이 반달눈을 하고 그녀를 올려다 보았다.
시영 또한 그런 샛별이 귀여워 통통한 볼을 살짝 꼬집어 준 뒤에,
“우리 샛별이도 집에 갈 준비 할까?!”
“네에, 이모오!”
“응?”
“샛뵤리, 희은이랑 칭구해도 되요?”
“희은이랑 친구하고 싶어?”
“네에!!”
“흐응, 이모도 샛별이 옆에 희은이 처럼 예쁜 친구 있으면 좋지이? 엇! 그런데
샛별아, 친구들 벌써 집에 갈 준비 다 끝났겠다!! 우리도 빨리 뛰어갈까?“
“웅!!”
“그럼 시작하면 동시에 뛰는 거다아?”
샛별과 시영은 동시에 달렸다. 서로의 손을 꽉 잡고, 하지만 시영은 그때 알지 못
했다.
어린 샛별이 그녀의 손을 얼마나 꽉 잡고 있었는지,
그 어린 마음에 시영이 얼마나 크게 자리 잡고 있는지....... ,
그리고 이 순간이 얼마나 행복한지.......... ,
그 두 사람이 완전히 사라지자, 핸드폰 카메라가 완전히 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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