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1(스승과의 만남)

대구의 팔공산에는 대찰(大刹)이 하나 있었다. 그리고 그 옆에는, 신전이 하나 있었다.
“어울리지 않게 이게 뭐야!”
인성의 상사인 김 부장은 신전을 보고 화가 난 모양이었다.
“뭐, 어차피 한옥인 건 마찬가지잖아요!”
“야, 너는 진짜 건축에 대해서 모르는구나!”
김 부장은 인성에게 설교를 하기 시작했다.
“잘 들어! 저 큰 절 보이지! 저 절이 천년고찰 동화사야! 그리고 이 뭐같은 신전 보이지! 이게 사교신전(邪敎神殿) 팔신사야! 아, 잠깐 물 좀 마시고!”
김 부장은 가방에서 물을 꺼내, 입을 대고 벌컥벌컥 마시기 시작했다. 물을 다 마신 부장은 다시 설교를 시작했다.
“김 대리! 자네는 역사에 대해서 잘 아나?”
“물론이죠! 저는 이과긴 하지만, 수능에서 한국사는 다 맞췄습니다!”
“그럼 동화사의 역사에 대해서도 아나?”
인성은, 대구에서 태어나 대구에서 자랐기는 했지만, 믿는 종교가 없었기에, 동화사의 역사에 대해 잘 알 리가 없었다.
“그럼 내가 설명해 주지! 동화사가 어떻게 창건되었는지에 대해서는 크게 두 가지 주장이 있는데 말이야...”
김 부장은 한참 동안 인성에게 동화사에 대해 설명하기 시작했다. 인성은 얼마 지나지 않아 잠이 쏟아졌지만, 어쩔 수 없는 노릇이었다.
애초에, 동화사와 팔신사가 있는 팔공에 간 이유도 김 부장 때문이었다. 김 부장은 독실한 불교 신자였다. 어느 정도로 독실한 신자였냐면, 동화사 신도회의 홍보부장과 신도회장을 역임한데다가, 템플스테이도 일년에 4번 이상 참석할 정도로 독실한 신자였다.
“자, 이제 동화사의 역사에 대해 잘 알겠지?”
인성이 고개를 끄덕이자, 김 부장은 흐뭇한 미소를 지으며 동화사에 기도를 하러 가자고 말했다.
부장은 인성에게 무려 108배를 시켰고, 인성은 어쩔 수 없이 108배를 다 하고 동화사 밖으로 나왔다.
“이제 어디 갈까요?”
“이제 집에 가야지!”
“저기 팔신사도 들러보는 건 어떨까요? 저기 내부는 어떻게 지어졌는지 궁금해요!”
인성이 말하자 부장은 인상을 쓰며 인성에게 말했다.
“저기는 좀 이상한 곳이야! 저런 곳에 갈 필요 없어!”
그때 갑자기 팔신사의 문이 열리더니 어떤 머리를 기르고 하얀 옷을 입은 남자 노인 한 명이 밖을 빼꼼 내다보는 것이었다.
“아이 깜짝이야! 우리 얘기 다 들은 줄 알았네!”
김 부장이 아무리 독실한 불교 신자라 해도, 모욕죄로 고소당하는 건 두려운 법이었다. 하얀 옷을 입을 사람이 아무 말도 하지 않자, 김 부장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고 을 내려가려고 했다.
“으악, 미친놈이다!”
인성이 소리가 나는 쪽으로 돌아보니, 칼을 든 남자 한 명이 칼을 마구 휘두르고 있었다.
“저놈 뭐야!”
그때 하얀 옷을 입은 사람이 사샤샥 소리를 내며 칼을 든 남자 앞으로 다가왔다.
“경화증량(硬化增量)!”
하얀 옷을 입은 사람이 외치자, 인성은 하얀 옷을 입은 남자에게서 알 수 없는 기운을 느끼기 시작했다.
그 기운은 인성을 매료시키기에는 충분한 기운이었다. 인성은 어렸을 때부터 몸이 약했다. 하필이면, 인성이 살던 아파트 인근에는 일진이었던 김정문이 살고 있었고, 정문은 자신의 힘을 사용해 매일 같이 인성의 돈을 뜯어갔다. 그러니 인성은 어렸을 때부터 강함에 매료될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인성이 느낀, 하얀 옷을 입은 남자에게서 느껴지는 기운은 강함 그 자체를 상징하듯 뿜어져 나오는 것이었다.
“야, 뭐해! 빨리 안 도망치고!”
김 부장이 소리치자, 인성은 김 부장을 따라 언덕을 내려가기 시작했다. 그때 갑자기 쾅 소리가 나더니 사람이 엎어지는 소리가 들렸다.
“뭐지?”
인성은 언덕을 조금 내려왔지만, 동화사가 있는 곳은 평평한 축에 속하는 곳이었기에 방금 전에 있던 곳의 광경을 볼 수 있었다.
“와!”
뒤를 돌기가 무섭게 군중들이 환호성이 들리기 시작했다. 하얀 옷을 입은 남자가 칼을 들고 있던 남자를 바닥에 쓰러트리고, 그 위에서 칼을 들고 있던 남자를 누르고 있던 것이었다. 칼을 들고 있던 남자는 발버둥치며 일어서려 했지만, 마치 큰 바위에 눌린 것처럼 바닥에서 일어서지 못했다.
“야, 저 사람. 힘이 좋네!”
어느새 뒤를 돌아본 김 부장이 말했다. 잠시 후, 삐뽀삐뽀하는 소리와 함께 경찰들이 동화사 앞에 도착했고, 칼을 들었던 남자를 연행해 경찰서로 데리고 갔다.
“자, 김 대리. 이제 집에 가세!”
김 부장이 말하자, 인성은 집으로 터벅터벅 걸어가기 시작했다. 그런데, 방금 전 느낀 기운은 아무리 잊으려 해도 잊혀지지 않았다.
“안 되겠다!”
인성은 다시 발길을 돌려 팔신사 앞으로 갔다. 마침 팔신사 앞에는 하얀 옷을 입은 남자가 방송사와 인터뷰를 하고 있었다. 인터뷰가 끝나자, 인성은 하얀 옷을 입은 남자에게 다가가 물었다.
“아까 전에 보니까, 느껴지는 기운이 대단하시던데, 혹시 얼마나 운동을 하면 그런 기운을 내뿜을 수 있나요?”
인성은 초현실적인 것은 믿지 않았기에, 운동을 열심히 했기 때문에, 그만큼 육체가 강해지고, 육체가 강해졌기에 그만한 기운을 내뿜을 수 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돌아온 대답은 인성의 대답과는 전혀 딴판이었다.
“내공을 기르는 수행을 하면, 이런 기운을 내뿜을 수 있다네!”
“아이, 세상에 내공이 어딨어요!”
인성이 묻자 하얀 옷을 입은 남자는 빙그레 웃음을 지었다.
“물론 평범한 사람들에게는 없지. 근데, 자네, 손을 한 번 내어 주겠나?”
인성이 하얀 옷을 입은 남자에게 손을 내밀자, 하얀 옷을 입은 남자는 인성의 손목에 맥을 짚어 보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왜 그러십니까?”
인성이 묻자, 하얀 옷을 입은 남자는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내일 다시 올 수 있겠나?”
인성은 고개를 끄덕이고는 인사를 하고 언덕을 내려가려 했다. 그때 하얀 옷을 입은 남자가 말했다.
“내일 오면, ‘임계성’이라는 사람을 찾는다고 말하게나!”
인성은 크게 “네”라고 대답하고는 언덕을 내려가 버스를 타고 자신의 집으로 향했다.
다음 날 아침이 되자, 인성은 다시 팔선사로 향했다. 그날은 일요일이었기에, 일을 나갈 필요는 없어서 인성은 마음 편히 팔선사로 갈 수 있었다.
팔신사로 가니, 문은 활짝 열려 있었다. 인성은 팔신사에는 처음 와봤기에 한참을 헤매다가 ‘종무소’라고 적힌 건물이 안내소인 것 같아서 그 건물 안으로 들어갔다.
“무엇을 도와드릴까요?”
“임계성이라는 분을 찾고 있는데요...”
“아, 임계성 선생님은 잠시 나갔다 오신다고 했어요. 여기 앉아서 기다리세요. 커피라도 한 잔 드실래요?”
계성은 괜찮다고 말하고는, 물 한잔을 줄 수 있냐고 물었다. 그러자 직원은 유리컵에 보리차를 한 잔 따라주었다.
한참이 지나자 쿵쾅거리는 소리와 함께 계성이 종무소로 들어왔다.
“아이고, 미안하네. 앞이 소란스러워서 그거 정리하고 온다고!”
“괜찮아요. 그런데, 왜 보자고 하신 건가요?”
인성이 묻자 계성은 말없이 어떤 건물 안으로 인성을 데려갔다. 인성이 그 건물에 들어서자, 그 안에는 계성보다 훨씬 나이들어 보이는 남자 한 명이 앉아 있었다.
“자, 이 분한테 손을 내밀어 보게!”
인성이 남자에게 손을 내밀자, 남자는 어제 계성이 했던 것처럼 인성의 손목의 맥을 짚어 보았다. 남자는 한참을 맥을 짚어 본 후에 고개를 끄덕였고, 계성은 인성을 데리고 밖으로 나갔다.
“혹시, 무공 수련해 본 적 있나?”
“아니요.”
인성이 해본 적 없다고 말하자, 계성은 웃으며 말했다.
“그럼 내가 수행하는 거 가르쳐 줄 것이네! 무공은 스승이 있어야 올바르게 수행하기 좋거든! 어때, 수행 할 건가?”
“돈 드는 건 아니죠?”
“전혀! 우리도 신도분들이 계시니까, 그분들이 주시는 돈으로 살아갈 수 있네!”
“하면 뭐가 좋나요?”
“강한 기운과 힘을 얻을 수 있지! 그럼 아무도 자네를 무시하지 못할 것이네!”
“그럼 할게요!”
“좋아! 근데 누구를 스승으로 모실 건가? 내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나를 스승으로 모셨으면 하는데!”
“뭐, 그렇게 할게요!”
“그거지! 탁월한 선택일세! 자, 그럼 나 따라오게!”
계성은 인성을 데리고 ‘관계자 외 출입 금지!’라고 적힌 문 안으로 들어갔다. 문 안으로 들어서니 인공적으로 만들어 놓은 폭포가 하나 있었다.
“자네, 여기 한번 들어가 보게!”
“폭포 물줄기 아래로요?”
“그건 아니고! 그거 맞으면 아파!”
인성은 부끄러워서 얼굴이 빨개져 버렸다. 계성은 그런 인성이 웃겨 낄낄 웃었다.
“스승님. 놀리지 말고요!”
인성이 계성을 스승이라고 부르자, 계성은 기분이 좋아졌지만, 일단 스승의 권위를 지키기 위해 근엄한 표정을 짓고, 인성에게 말했다.
“저기 폭포 아래에 물 고인 곳 보이지! 저런 곳 중에 깊은 곳은 용소(龍沼)라고 부르는데, ‘연못’보다는 ‘용소’가 더 멋있으니 용소라 부르기로 하지! 자, 얼른 용소에 들어가 봐!”
인성은 괜히 한문을 써서 멋있게 보이려 드는 계성이 우스워 킥킥 웃었다. 계성은 인성이 왜 웃는지 알아채고는 인성을 번쩍 들어올렸다.
“으악! 스승님 잘못했어요!”
“숨 참아라!”
계성은 그 말을 끝으로 인성을 용소로 던져 버렸다.
‘어? 숨이 쉬어지네?“
용소 안으로 던져진 인성은, 물 속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자유롭게 숨을 쉴 수 있었다. 잠시 허우적대다가 물 밖으로 머리를 내미는 데 성공한 인성은, 아까 자신을 던져버린 것에 대한 원망보다, 어떻게 자신이 물 밖에서 숨을 쉴 수 있는지에 대한 궁금함이 앞서 다급한 목소리로 계성에게 물었다.
”스승님! 물 속에서 숨이 쉬어지는데, 이거 어떻게 된 일이에요?“
”그건 자네에게 신선의 자질이 있다는 것이지!“
”신선이요?“
- 작가의말
대찰: 큰 사찰
사교: 사이비 종교
경화: 딱딱하게 굳어지는 것
증량: 무게나 수량이 늚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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