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2(수행의 시작)

“신선이요?”
“그래, 신선!”
“도교에서 말하는 신선 말인가요?”
“뭐, 비슷하긴 하지.”
인성은 뭔가 꺼림직한 기분이 들어, 조용히 팔신사 밖으로 나가려 했다. 계성은 그런 인성의 마음을 눈치채고 인성을 설득하기 시작했다.
“자네, 신선이 될 때는 돈이 들지도 않을 뿐더러 노동력을 바칠 필요도 없네.”
“근데, 신선은 누구나 될 수 있는 거 아니에요? 인터넷에서 보니까 그렇다던데요!”
“그건 잘못된 말일세! 사람은 단전(丹田)에 기를 보관해야 신선이 될 수 있는데, 특정한 체질이 아니면 기를 보관할 수 없다네! 자네는 운이 좋아 기를 보관할 수 있는 체질이라네!”
“그럼, 스승님은 신선이에요?”
인성이 묻자 계성은 어두운 표정을 하며 고개를 저었다.
“내가 신선의 경지에 오르려면, 아직 1만년은 더 수행해야 한다네!”
“사람이 그때까지 살아있을 수 있어요?”
“물론이지. 내공을 쌓으면 된다네. 내 나이가 얼마쯤 되어 보이나?”
“한 70쯤 되지 않겠어요?”
“내 나이는 한국 나이로 95이라네!”
인성은 계성의 나이를 듣고 깜짝 놀랐다. 계성이 좀 노인이기는 했어도, 수염이 좀 길 뿐이지 주름이라든지 노안이라든지 이런 부분은 인성의 눈에 전혀 보이지 않았다.
“와...”
“내 신분증 보여줄까?”
계성은 인성이 대답하기도 전에 자신의 신분증을 꺼내 보여주었다. 인성이 계성의 주민등록번호를 보니, 정말로 계성의 나이는 95이었다.
“그러니까, 같이 수행하는 게 어떤가?”
“근데, 아직 신선의 경지에 아직 오르지 못하셨는데, 제자를 받아도 되는 거예요?”
인성이 조심스레 묻자 계성이 웃으며 말했다.
“신선의 경지에 오르신 분들은 유유자적 살아가는 걸 좋아해서 말이야! 신선이 되신 이후로 제자를 받으신 분은 딱 한 명밖에 없네! 그게 우리 팔신사의 방장님이지! 아까 네 맥을 짚어주신 그분일세!”
“그 분이 신선의 경지에 오르셨다고요?”
“그렇긴 해! 그런데, 사파와 싸우실 때 하단전, 그러니까 배꼽 주위를 다치셔서 말이야. 지금은 별로 기운이 없으시지. 그래도 중단전과 상단전이 멀쩡하시니, 아직 신선이라고 하기에는 충분하시지!”
“마교요?”
“그래, 마교! 자세한 건 나중에 알려줄겠네! 괜히 자네가 정의감에 불타 마교와 대립할 수도 있으니 말이야! 마교 애들은 아직 힘이 세거든! 자, 일단 수행하러 가볼까?”
계성은 인성을 데리고 대련장으로 들어갔다. 대련장에 들어서자, 한 노인이 하얀 한복을 입고 기다리고 있었다.
“이분은 내 사형(師兄)이신 유상천 님이시다! 내공이 남다르신 분이지! 사형님! 좀 천천히 가시지요!”
“알았어!”
상천은 팔을 올려 공중에서 교차시켰다. 그러더니 기합을 지르며 팔을 풀어 손을 허리로 가져다 대었다.
“경화증량!”
상천이 무공을 사용하자, 계성이 인성에게 한 마디를 했다.
“자네, 저분을 힘껏 밀어보게!”
인성은 계성의 말대로 상천을 힘껏 밀어보았다. 하지만, 마치 큰 바위를 밀 듯, 상천은 꿈쩍도 하지 않았다.
“봤지! 이게 무공의 힘이다!”
계성이 말하자, 인성은 고개를 갸우뚱하며 말했다.
“이건 그냥 이분이 힘이 세셔서 그런 거 아니에요?”
“사형님. 이분이 형님의 무공을 못 믿겠다는데요!”
그러자 상천은 어디론가 가더니 두꺼운 화강암을 하나 가져왔다. 그러더니 계성에게 이 돌을 깨어보라고 했다!
“이걸 어떻게 깨요?”
그러자 계성은, 한 번 위로 올라가서 뛰어보라고 말했다.
인성은 돌 위에 올라가 힘껏 뛰어보았지만, 자기 발만 아플 뿐이었다.
“형님. 보여주시죠!”
계성이 말하자, 상천은 인성에게 비키라고 하고는, 손으로 돌을 힘껏 내리쳤다.
그러자 요란한 소리가 들리며 그 두껍던 화강암은 반으로 쪼개져 버렸다.
“와!”
인성이 감탄하자, 상천은 쑥스러운지 고개를 긁적였다.
“자, 어떻게 하면, 이런 힘을 낼 수 있겠나? 바로 내공을 쌓는 것이라네! 내공을 쌓으려면 우선 이 약을 먹어야 하지! 한 번 먹어봐! 자네 체질에도 맞는 약이고, 우리가 돈 받을 것도 아니네!”
계성이 약 한 알과 물 한 잔을 가져와 말하자, 인성은 그 약을 물과 함께 꿀꺽 삼켰다. 그러자 인성은 자신의 몸에서 무언가 샘솟는 것을 느꼈다.
“뭔가 기운이 나는 것 같아요!”
“그렇지?”
계성이 웃으며 말하고 있을 때, 갑자기 밖에서 누군가를 말리는 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여기서 이러시면 안 됩니다!”
“놔! 난 여기 방장을 만나러 왔다고!”
계성과 인성이 서둘러 밖으로 나와보자, 밖에는 새파랗게 젊은 남자가 소리를 지르며 팔신사의 직원과 말다툼을 벌이고 있었다.
“누구신데 여기서 행패를 부리는 겁니까?”
계성이 정중한 말투로 말하자, 젊은 남자는 자기 소개를 하기 시작했다.
“내 이름은 임태권이다. 사남문중의 문중원이지!”
“이봐, 나이도 어린 것 같은데, 웬 반말이지!”
계성이 따지자 태권은 코웃음을 치며 말했다.
“당신한테는 볼일 없으니까, 얼른 방장이나 데리고 오라고! 하단전이 파괴된 당신네들 방장 따위는 나만으로도 충분하니까!”
“그렇게는 못하지! 인성아, 잘 봐둬라!”
계성은 인성에게 잘 봐두라는 말을 하고는, 태권이 먼저 공격할 때까지 뜸을 들이며 기다렸다.
“아이 참. 못해먹겠네! 당신부터 처리해야겠어!”
태권은 바로 계성에게 달려들었다.
“경화증량!”
계성이 무공을 쓰자, 달려들던 태권은 달려오는 걸 멈추고 계성을 비웃기 시작했다.
“나 같은 초심자를 상대로 경화증량을 쓰다니! 당신은 약해빠졌나 보군!”
“넌 내 제자에게 보여줄 교육자료일 뿐이야!”
계성이 외치자 태권은 인상을 팍 쓰며 무공을 시전했다.
“경화증량!”
둘은 완전히 같은 무공을 썼기에, 그때부터는 내공의 차이, 경험의 차이가 둘의 승부를 가리게 되었다.
“하앗!”
태권이 먼저 계성을 공격했다. 계성은 태권의 공격을 가볍게 피하고는 태권의 등을 한 대 퍽 쳤다.
“으악!”
태권은 단말마적 비명을 지르며 퍽 엎어져 버렸다.
“이봐! 괜찮아!”
계성은 서둘러 태권에게 달려가 태권의 상태를 살펴보았다.
“인성아. 119에 신고해!”
“무공으로 치료 안 해요!”
“임마! 치료에는 현대 의학이 제일이야! 얼른 신고나 해!”
인성은 서둘러 119 구급대에 전화했고, 구급대는 얼마 지나지 않아 팔신사 안에 도착했다.
“이 사람입니다!”
구급대는 서둘러 쓰러져 있던 태권을 실고 병원으로 향했다. 구급대가 가고 난 직후로부터 얼마 지나지 않은 시점에, 한 무리의 경찰관들도 팔신사 내부로 들어왔다.
“여기 경화증량이라면서 사람을 때린 자가 누굽니까?”
“접니다.”
경찰관들은 서둘러 계성을 체포해 경찰서로 압송했다. 인성은 이 상황 때문에 정신이 멍해져서 일단 집으로 돌아가기로 했다.
다음 날, 인성은 다시 팔신사로 돌아갔다. 다행히 계성은 구속되지는 않은 상태였다.
“스승님. 돌아오셨네요!”
“오냐! 근데 너는 어디 있었냐?”
인성은 정신이 멍해져서 집으로 돌아갔다고 하기에는 부끄러워서 계성에게 거짓말을 쳤다.
“어디 경찰서인지 몰라서 그랬습니다!”
“얌마! 여기 어느 구야?”
“대구 동구입니다!”
“그럼 동부경찰서로 와야지 왜 몰라? 다음부터는 동부경찰서로 와라!”
계성은 인성의 거짓말에 의외로 쉽게 넘어갔다. 인성은 다행이라고 생각하고 얼른 말을 돌렸다.
“스승님, 오늘은 뭘 할 건가요?”
“일단 오늘은 내가 언제든지 구속될 수 있는 상황에 놓여 있으니까, 내가 주는 과제를 하는 것과 내가 주는 약을 먹는 것, 이 두 가지만 하면 돼. 자, 일단 이 약부터 먹어!”
계성이 물과 약을 건네자, 인성은 어제처럼 물과 약을 꿀꺽 삼켰다. 인성이 약을 삼키자, 계성은 인성이 수행할 건물로 인성을 안내해 주었다.
“자, 여기야! 여기서 오늘 할 수행은 팔굽혀 펴기 열 개씩 열 번! 윗몸일으키기 열 개씩 열 번! 이걸로 끝이야. 시간 남으면, 전에 봤던 용소에 몸 담그고 있으라고!”
“오늘은 용소에서 몸 담그는 게 핵심이네요?”
“아닐 것 같은데? 참고로 일반적인 운동이라고 생각하지 마!”
계성이 그 말을 끝내자마자 방장이 저벅저벅 건물 안으로 들어왔다.
“안녕하십니까!”
인성이 방장에게 고개 숙여 인사를 하자 방장도 고개를 숙여 그 인사를 받아주고는 인성의 앞에 정자세로 앉았다.
“방장님! 너무 세게 굴리지는 마십시오!”
계성은 그 말을 하고는 종무소 쪽으로 사라져 버렸다. 인성은 일단 계성이 시킨 대로 일단 팔굽혀 펴기부터 시작했다. 인성은, 팔굽혀 펴기를 아주 못하는 건 아니었지만, 할 수는 있었기에, 열 개를 하는데 크게 무리가 되지는 않았다.
인성이 팔굽혀 펴기를 열 번 하고, 다시 열 개를 하려고 할 때 갑자기 방장이 벌떡 일어나 무공을 사용했다.
“증량(增量)!”
무공을 사용한 방장은 팔굽혀 펴기를 막 하려고 하던 인성에게 말했다.
“인성 군. 허리에 힘을 꽉 주게나!”
인성이 허리에 힘을 꽉 주자, 방장은 그 위에 냅다 걸터앉았다.
“지금은 버틸 수 있는가?”
버틸 수 있다고 생각한 인성이 그렇다고 대답하자, 방장은 인성이 힘들어할 때까지 점점 무게를 늘려나갔다.
“으악! 이제 못 버티겠어요!”
“내가 느끼기로는 자네는 더 버틸 수 있네!”
방장이 말했다. 방장의 말대로, 인성은 엎어질 것 같은 기분이 들었지만 엎어지지는 않았다.
“자, 지금은 버티는 훈련을 해 보게! 지금 이 상태로 내려갔다 올라오는 건 무리일세!”
일분 정도 흐르자, 방장은 인성의 허리에서 슬그머니 내려왔다. 인성은 그제서야 바닥에 엎어져 거친 숨을 몰아쉬었다.
“근데 이러다가 다치면 어떡해요?”
“걱정 말게! 보험 들여 놨네!”
방장이 반쯤 장난으로 말하자, 인성도 어제 근엄해 보였던 방장이 농담을 하는 것이 우스워 키득키득 웃기 시작했다. 방장은 인성이 다 웃을 때까지 가만히 기다려 주었다.
“자, 이제 다시 시작하자! 참고로, 집에서 이 운동 따라 할 생각 하지 말게나! 이건 어디까지나 자네가 아까 먹었던 신선환(神仙丸)을 먹었을 때만 해야 하는 운동일세! 집에서 따라하다가 다치면 나는 책임 못 지네!”
인성이 고개를 끄덕이자 방장은 인성에게 다시 엎드려 보라고 했다. 인성이 다시 엎드리자, 방장은 아까처럼 인성 위에 앉았다.
“핫!”
인성은 이번에는 기합을 넣어 보았다. 기합을 넣으나 마나, 온몸이 아픈 것은 똑같았지만, 인성은 아까보다 버틸 힘이 더 샘솟는 기분이 들었다.
일분 정도 지나고, 방장은 인성의 허리에서 내려오며 말했다.
“자 이제 그만! 자네 좀 쉬게나!”
“아휴!”
인성은 바닥에 엎드려 쭉 뻗어버렸다. 그때 인성은 문득 궁금한 것이 생겨 방장에게 물었다.
“실례가 안 된다면, 혹시 몇 킬로그램인지 알 수 있을까요?”
“아까 전에 쓴 무공으로 늘어난 무게까지 따지면 한 이백 킬로그램 정도 될 걸세!”
“이백 킬로그램이요?”
- 작가의말
사형: 똑같은 스승을 둔 자 자 중 먼저 제자가 된 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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