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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등록일 :
2024.06.19 22:37
최근연재일 :
2024.06.23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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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1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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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6.19 22: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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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1.

DUMMY

김수현은 오늘따라 몸이 아팠다.


‘으음.’


머리를 짚어보니 고열이다. 콧물이 나고 코가 뜨거웠으며 지독한 몸살 기운이 있었다.

몸이 물 먹은 솜 처럼 무거워 의자에서 일어나기도 힘들 정도였다.

이런 상황인데도 기어코 출근을 나서는 자신 스스로에게 어이가 없을 지경이다.

생각하던 수현은 고개를 저었다.

안될 말이었다.


‘잘리지 않으려면 열심히 다녀야지.’


전세계가 전쟁통이었다. 그리고 경제 또한 좋지 않다고 한다. 뉴스에 따르면 회사들이 줄도산을 하고있다고. 누군가는 한반도에 전쟁이 난다고 떠들었다. 다른 어떤 전문가는 세계 대전이 벌어진다고 했다. 월급을 제때 주는 회사가 좋은 회사다 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제대로 된 직장이 없다는 게 요즘 시대였다. 오죽하면 생존주의자라는 말이 나돌까? 8시 뉴스에서 지하실에 벙커를 만들어놓고 사는가족이 나올 정도다.

그런 상황이니, 수현은 운이 좋았다고 할수 있었다.

어쨌든 꽤나 큰 중소기업에 다니지 않는가.

고작 감기기운 있다고 조퇴하기에는, 신입인 그로서는 용납 불가다. 회사에 잘 보여야 오래 붙어있을 수 있다.


‘...다들 같은 생각이겠지.’


버스 안을 둘러보았다. 마스크를 쓰고 기침을 하면서도 서류 가방을 메고 어딘가로 향한다.

다들 이러고 살고 있는 거다.

아파도 참고 회사에 나가야지.

그 모습에서 아주 조금이나마 씁쓸한 위안이 느껴졌다.


‘그런데··· 이상하기는 하다.’


가만히 둘러보던 수현은 일순간 위화감을 느꼈다.

독감이라기엔 심해도 너무 심했다.

버스 안에 탄 거의 대다수의 사람들이 심각한 기침을 하고 있던 것이다.


‘전염이 너무 심한거 아닌가?’


“콜록! 콜록!”


양복을 입은 회사원부터 중학생, 성인 여성까지. 모두 마스크를 낀 채 어깨를 들썩거리고 있었다.

버스 안은 기침을 하지 않는 사람이 더 적을 정도였다.

자세히 들여다보면, 기괴하다고 느껴질 법도 했다.

아무도 이상하다고 느끼지 못하는 걸까?

아무리 독감이 유행이라고 해도 이런 광경은 본적 없었다.

그래서 의아함이 느껴졋다.

‘으음.’


심각한 표정을 짓던 수현은 문득 두통을 느끼며 이마를 짚었다.

두통은 이제 용암처럼 펄펄 끓어오르는 듯한 끔찍한 통증으로 변해가고 있었다.


‘하긴 남 걱정할 때가 아니지.’


처음에는 약한 감기인 줄 알았으나 상황이 심각하다. 이 정도면 응급실이라도 가야 하는 거 아닌가 싶었다. 더불어서 몸에도 무언가 이상한 변화가 감지되기 시작했다. 온 몸이 바늘로 찌르는 것처럼 콕콕 쑤시기 시작했던 것.

수현은 일순간 숨을 크게 들이 쉴 수밖에 없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통증이 극에 달하기 시작한 것이다.


“크읍.”


이게 감기라고? 헛바람이 나왔다. 상상하기도 힘든 고통에, 그저 머리를 숙인 채 이를 악 물고 버틸 뿐이었다.

5분 쯤이 지났을까.

수현은 일순간 몸에 심각한 변화를 느꼈다.

머리에서 타들어 가는 듯한 엄청난 열기가 느껴짐과 동시에, 몸 전체의 근육이 쥐라도 난 듯 찢어지고 있었던 것이다. 더불어 근육이 터질듯하게 당기기 시작한다.

이런말 하면 이상하지만, 마치 몸이 재구성 되어가는 느낌이다.


‘...힘이?’


이상함을 느낀 수현은 손을 쥐었다 폈다 해 보았다. 손아귀를 쥐자 손등에서 순식간에 돋아나는 핏줄. 그리고 엄청나게 부풀어 오르는 근육.


꽈아아아악ㅡㅡ


팔뚝이 마치 헬스를 수십 년 한 것 처럼 엄청나게 딱딱해졌다.

믿을 수 없는 일이었다.


‘일단 병가를 내자.’


수현은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웬만하면 회사에 가겠지만 무리였다. 여기까지 오자 감기를 넘어서서 몸에 심각한 이상이 생긴 것 같았다.

회사가 사는 것도 좋지만 당장 나부터 살아야 했다. 그렇게 생각하며 창가 옆에 있는 하차 벨을 눌렀다.

아니 누르려고 하는 순간 멈칫 하고 말았다.

큰 외침이 터져 나왔다.


“어어? 아 씹, 뭐야?”


쿠당탕!


싸움이 났다. 그것도 한국인이랑 외국인의 싸움이다.

근육이 꽤 있는 한국인 회사원 한명. 그리고 다른 쪽은 몸에 문신을 한 백인들 무리.

이런 쪽은 잘은 모르지만 러시아 쪽 이민자로 보였다. 그런데 그 백인 무리 중 하나가 한국인 남자를 물어 뜯으려 하고 있었다.

말 그대로 이를 벌리며 달려든 거다.


‘물어 뜯는다고?’


아무리 그래도 사람을 뜯어먹으려 하다니.

뭔가 이상했다.

요새는 외국인 불법 체류자들이 한국에 많이 유입됐다고 하던데 아마도 그런 쪽인 것일까?

불행 중 다행인 것은 한국인 쪽이 그래도 체격이 좋았다는 거다.


“씨발, 뒤질라고.”


그는 달려드는 백인을 간단하게 밀어내었다. 하지만 백인 남자는 밀렸다는 사실이 화난 건지 되려 미친 듯이 달려들기 시작했다.


“#($#!”


“이 새끼가 진짜!”


그들은 이내 서로 멱살을 부여잡고 나뒹굴기 시작했다.


“거기! 그만하세요!”


싸움이 심각하게 돌아가자 버스 기사 쪽에서 외침이 들려왔다. 시장통 같은 상황이었다. 손님들은 어쩔 줄을 몰라하고 있었다. 그 와중에 수현은 눈치를 보며 하차 벨을 눌렀다.

그는 다 모르겠고 빨리 병원에 가고 싶은 마음 뿐이었다.

하지만 옆자리를 돌아본 그는 흠칫 놀랄 수밖에 없었다.


‘나가자···음?’


옆자리 여자가 그를 빤히 쳐다보고 있었던 것이다.


“콜록! 콜록!”


20대로 보이는 여성이었다. 그런데 한 눈에 봐도 예쁘다는 말이 절로 나왔다. 마치 여배우 처럼 생겼다. 그런데 그녀는 옆 사람이 일어나거나 말거나 비킬 생각을 하지 않고 있었다.

아니 오히려 미친 듯이 기침을 하더니 순간 수현의 바지에 가래를 토해내고 말았다.

가래에 피가 섞여있었다.


“...!”


“콜록! 콜록! 아··· 죄송합니다.”


여자는 기침을 하는 와중에도 당황한 얼굴로 고개를 숙여 보였다. 마스크를 벗자 한 눈에 봐도 예쁘다는 말이 나올 정도의 미인이다.

단 하나만 빼면.

여자의 두 눈이 기이할 정도로 붉게 충혈되어 있었다.


“...괜찮으세요?”


“콜록! 콜록! 아 네. 제가 좀 감기 기운이 있어서. 잠깐만 기댈게요.”


마스크를 벗은 여자가 그렇게 말하며 순간 수현의 어깨로 머리를 기대었다.

의문이 들었다.


‘아무리 아프다고 해도?’


물론 평소였다면 당황하긴 했지만 밀어내지는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달랐다.

모든 오감이 경고하고 있었다.

수현은 저도 모르게 여자를 밀쳤다.


퍽!


마치 때리듯이 휘두른 손. 그러자 좌석에 앉아있던 여자가 튕겨져 나갔다. 사람들이 웅성거리기 시작한다.

하지만 수현은 동요하지 않았다.

바닥을 나뒹굴었어야 할 여자가 어느새 벌떡 일어나 입을 쩍 벌리고 달려들고 있었다.


“캬아아악!”


도저히 정상 상태는 아니다.

이번에는 주먹을 꽉 쥐었다. 그리고 있는 힘껏 여자의 안면을 후려쳤다.


뻐억!



바닥으로 쓰러지는 그녀를 보면서 수현은 침을 꿀꺽 삼켰다. 살인인가? 아니었다.

믿기지는 않지만 그가 좋아하던 장르가 떠올랐다.

좀비···.

현실 감각이 느껴지지 않았다.


“꺄아악!”


“미, 미쳤나봐!”


버스에 있는 모두가 수현을 노려보았다. 경악한 얼굴들이었다.

당연히 그럴 만도 했다. 언뜻 보기에는 여성을 상대로 한 살인에 가까운 행위였으니까. 피해자 여성은 목이 꺾인 채로 경련하고 있는 모습이다.

살인마.

보통 때 같았으면 바로 체포되어도 이상하지 않은 폭력이었다.

실제로 몇몇은 신고하기 위해 스마트폰을 꺼내 들고 있었다. 또 건장한 남자들은 분노의 기색을 띄면서 자리에서 일어났다.

일촉즉발의 상황.

하지만 오해를 풀 시간은 없었다.

가만히 있다가는 죽는다고, 직감이 경고하고 있다.

그는 주변을 돌아보며 똑똑히 경고했다.


“건들지 마십쇼. 나갈거니까.”


“...저거 잡아!”


중년인이 고함을 지르며 수현에게 다가온다.

하지만 여기에 있는 모두는 상황이 급변하는 걸 모르고 있었다.

누군가 중년인의 뒤에서 목을 물어뜯은 것이다.

일순간 피분수가 터져나왔다.

아까의 백인 무리중 한놈이었다.


"아악!"


목이 찢어지는 모습은 장관이었다.

마치 스프링클러처럼 붉은 피가 터져나와 버스에 뿌려졌다. 그 처절한 외침에 수현조차도 오싹함에 굳을 수밖에 없었다. 동시에 백인 무리들이 주변을 돌아보았다. 그들은 모두 붉은 눈을 하고 있었다.

순간 소름이 돋았다.


“끄아아아아악ㅡㅡㅡㅡ!!”


피분수가 온 사방에 뿌려진다. 악몽에나 나올법한 광경이었다. 그 모든 상황을 뒤에서 지켜보던 수현은 황급히 출구로 달리기 시작했다.

버스에 갇히면 죽는다!

수현을 제압하려다 물렸던 중년이 어느새 입을 쩍 벌리며 달려온다. 붉은 눈을 한 채였다. 벌써 전염이 된 건가?

황급히 뒤쪽을 돌아보았다. 어느새 뒤에는 아까의 여자가 입을 쩍 벌린 채 달려들고 있었다.


‘“!”


양면 포위다.

주마등이 스쳤다.

이렇게 죽을 순 없다.

순간 양 손에서 터질듯한 힘이 느껴졌다.

목표는 중년 남자의 안면.

주먹을 크게 휘둘렀다.


우드득!


척추가 부러지는 소리와 함께 목뼈가 박살났다. 그리고 목이 부러진 중년 괴물이 힘없이 주저앉았다. 공업용 망치에 두들겨 맞은 느낌이라고 할까?

수현은 즉시 반대로 팔꿈치를 날렸다.

그 한방에, 지독했던 여자의 이마가 함몰되며 실 끊어진 것처럼 쓰러지고 말았다.

믿을수 없었지만 즉시 자세를 고쳐 잡았다. 어느새 붉은 눈을 한 광인들이 그에게로 달려들고 있었다.

할 수 있을까?

수현은 양 주먹에 힘을 꽉 주었다.

그 다음에 나간건 인간의 힘이 아닌 주먹이었다.


퍼억-


좀비의 목뼈가 부러진다. 즉사였다. 네 명이 순식간에 목이 꺾여 튕겨나간다.

양 손이 철퇴라도 된 것 같았다.

마지막 놈을 무릎으로 걷어찼다.

분명 괴물일 건데 배를 부여잡으며 쓰러진다.


‘말도 안 돼.’


수현은 자신이 불도저라도 된 것 같았다.

그렇게 다섯이나 되는 놈들을 쓰러뜨리며 전진했을 때 누군가를 마주했다.

아까의 회사원. 그가 좀비가 된 백인을 내리치다 말고 수현을 바라보고 있었다.


“헉.”


순식간에 일곱이나 때려 눕힌 걸 본 터라 입을 쩍 벌리고 있었다. 아까의 싸움에서 어떻게든 승리는 한 모양.

하지만 망설이고 있을 시간은 없다.


“뛰어!”


수현은 크게 외쳤다.

동시에 전력 질주하여 버스에서 튀어나왔다.


쾅!


“헉! 헉!”


옷깃이 스치고 버스 문이 닫힌다. 수현은 바닥을 구르며 일어났다. 얼굴에 묻은 피를 닦아내며 버스에서 멀찍이 떨어졌다. 그러고 나서야 진이 쭉 빠지는 걸 느꼈다.

버스 안을 바라보니 입이 쩍 벌어졌다.


“허억.”


그것은 지옥이었다.


“...세상에.”


유리창 안쪽부터 사람들이 절규하고 있다. 좀비들이 실시간으로 살을 찢어먹는 거다. 그 고통 속에서, 빠져나오려는 사람들은 손톱으로 유리창을 긁으며 괴성을 지르고 있었다.

온 유리창에 피가 튄다.


끄아아악ㅡㅡ


살려줘ㅡㅡ


절규하던 그들은 이내 버스 안쪽으로 빨려들어간다. 그리고 물감처럼 피가 흩뿌려지기 시작했다.


“.......”


수현이 비현실적인 버스 안 쪽 상황을 감상하고 있을 때, 정류장에 있던 사람들 또한 얼음장이 되어 있었다. 수현을 따라 빠져나온 회사원 또한 새파랗게 질려 있었다.

현대인이 보기에는 너무나도 고어한 장면이었다.


“이럴 수가···.”


멍하니 있는 회사원과 버스정류장의 사람들. 그들을 보고 있자니 이내 머릿속이 복잡해졌다. 이들은 사태 파악을 못하고 있었다.

머릿속에 몇가지 생각들이 떠오른다. 만일 이게 전국적인 좀비 사태라면? 아니 전 세계적 좀비 사태라면?


‘끝장이다.’


아마도··· 세상은 멸망할 것이다.


“....”


아득해지는 정신을 가까스로 부여잡았다. 그는 이내 집으로 전력 질주하기 시작했다.

생각할 시간을 가지자.

그는 덜덜 떨리는 손으로 도어락을 열고 집 문을 벌컥 열었다.

집에는 아무도 없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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